Cheil Magazine 2016. 6
Cheil Magazine 2016. 6
글 편집실
요즘 광고 시장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이 “이제 전통 미디어보다 디지털 미디어가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혹시 우리는 ‘달의 뒷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토대로,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의 관계를 짚어본다.
‘디지털 대세론’은 상식인가?
최근 국내 광고 시장의 흐름을 보면 하나의 ‘상식’이 통용되고 있다. 다수의 통계 수치가 전통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광고비 추이는 답보 상태임을, 모바일 등 뉴미디어를 토대로 한 광고비 추이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속적인 저성장이 관측되는 상황에서 ‘TV로 대표되는 전통 미디어는 황혼기를, 모바일을 필두로 한 디지털 미디어는 여명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요즘 광고 시장을 바라보는 ‘상식’이다.
국내 시장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016년 전 세계 광고 시장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고 보도하면서 다음과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첫째, 젊은 층의 광고 이용자들이 예상보다 다소 빨리 TV에서 멀어진다. 둘째, 이에 반해 모바일 광고의 급성장에 힘입어 디지털 광고 시장은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셋째, 2017년에는 인터넷이 TV를 제치고 세계 최대 광고 미디어로 부상할 것이다. 이런 시장 현황과 예측을 보면, 이른바 ‘디지털 대세론’이 힘을 얻기에 충분하다. 현장에서도 클라이언트들이 전통 미디어보다 디지털 미디어를 선호하는 경향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을 철석같이 믿어도 되는 것일까?
다시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망을 보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통 미디어의 퇴조 원인으로 ‘젊은 층의 때 이른 TV 이탈’을 꼽았다. TV가 웹과 앱에 그들의 시선을 뺏긴 건 맞다. 그렇다면 소비 능력이 큰 노년층의 증가는 외면해도 좋은 현상일까? 특히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의 경우에 말이다. 이 문제를 지엽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이런 의문 제기는 어떤가?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를 라이벌로 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 FC 바르셀로나와 LA 다저스를 라이벌이라고 부를 수 없듯,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가 라이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디지털 미디어에 관심 없는 디지털 브랜드
분명한 사실은 전통 미디어가 주춤하는 사이 디지털 미디어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일기획의 총광고비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디지털 광고 시장이 모바일 광고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2014년 대비 10.9% 성장하며 사상 처음 3조 원을 돌파했다. PC 광고 시장은 2014년 대비 7.8% 감소한 1조 7216억 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지만, 모바일 광고 시장은 2014년 대비 52.6% 증가한 1조 2802억 원을 기록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렇다고 이런 수치를 근거 삼아 “전통 미디어의 광고비 감소가 전통 미디어의 광고 효과 감소를 의미한다”고 잘라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광고비 감소와 광고 효과 감소가 정비례 관계라면 다음과 같은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로이터, 맥루머스 등 외신들이 광고 분석 업체인 iSpot.tv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애플은 2015년 애플워치를 출시하면서 3월 한 달 동안에만 TV 광고비로 3800만 달러(416억 원)를 지출했다. 이는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의 5개월 치 TV 광고비와 맞먹는 금액이다.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달리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이 약하다. 따라서 애플은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TV 광고비를 지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애플은 전통 미디어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비단 애플만이 아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TV 광고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는 역설은 다른 쪽에서도 확인된다.
▲ ‘쩐의 전쟁’이라 불리는 슈퍼볼은 전 세계적인 시청률에 힘입어 해마다 TV 광고비가 증가하고 있다. 2014년에는 30초당 광고비가 400만 달러, 2015년에는 450만 달러, 올해에는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기록했다. ⓒen.wikipedia.org
게임 업체들은 왜 TV 광고를 고집하는가
‘2015 지상파 TV 업종별 광고비 순위’를 보면, 모바일 게임(1위)·이동통신(2위)·휴대폰(3위)·통신망 제품 종합(5위) 등 디지털 기반 기업들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 업종의 기업들이 전통 미디어를 고집하는 건 왜일까? 어쩌면 그 해답은 핀란드 모바일 게임 업체 슈퍼셀의 CEO 일카파나넨의 “우리가 TV 광고를 하는 이유는 TV가 더 많은 오디언스에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효율적 미디어이기 때문”이라는 말 속에 있지 않을까.
전통 미디어의 답보와 디지털 미디어의 상승세가 시기적으로 겹치는 건 맞지만, 그런 현상은 라이벌인 두 미디어의 승부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두 미디어는 라이벌이 될 수 없는, 서로 다른 ‘속성’과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기업은 물고기(소비자)를 잡기 위해 두 개의 그물을 던질 수 있다. 그물코는 크지만 넓게 칠 수 있는 그물(전통 미디어)과 촘촘한 그물코로 작게 처지는 그물(디지털 미디어) 말이다. 따라서 어떤 물고기를 잡을 것이냐에 따른 선택이 있을 뿐 무용지물인 그물은 없다.
미디어의 속성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가 있다. 코바코가 지난 5월 발표한 ‘매체별 광고에 대한 소비자 인식 및 시청 후 행동 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패널 소비자의 미디어별 광고 인식과 광고 수용 후 변화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 73.1%의 소비자가 만약 클라이언트가 돼 광고 집행 미디어를 선택한다면 “지상파 TV를 고르겠다”고 응답하는 등 소비자의 지상파 TV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드러났다.
또한 광고 인식 측면에서도 지상파 TV 광고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가 타 미디어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광고 신뢰성 77.3%, 시장 주도 브랜드 이미지 부여 70.5%. 모바일은 같은 지표에서 각각 25.8%, 18.7%), 광고 수용 후 변화 면에서도 지상파 TV가 다른 미디어보다 소비자의 변화를 뚜렷하게 이끌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지상파 TV 제품·서비스 인지 유발도 68.4%, 모바일은 30.2%). 또한 미디어별 광고 수용 후 변화 측면에서도 지상파의 변화 견인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상파 미디어의 광고를 본 후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와 정보 숙지도, 호감 유발도가 각각 68.4%, 59.9%, 57.2%로 조사됐는데, 이는 동일 항목에 대한 모바일의 응답률이 30.2%, 28.6%, 21.2%임을 고려하면 비교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식에 맞는 그릇을 준비해야
소비자 인식 조사를 통해 아직까지 소비자는 전통 미디어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제 결론을 내야 한다. 미디어 플랫폼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관건이라는 사실과 콘텐츠의 성격에 걸맞은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나영석 사단의 <신서유기 1>은 네이버 TV 캐스트(웹)를 통해서만 제공됐고, 시즌 2는 웹과 동시에 tvN을 통해서도 방송됐다. 웹에서만 공개된 시즌 1도 성공적이었지만, 시즌 2 역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6월 3일 기준 동영상 누적 재생수가 2억 1156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즉, 콘텐츠의 힘은 미디어의 종류나 성격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하는 멀티태스킹 그룹과 이용하지 않는 비멀티태스킹 그룹을 비교해 본 결과, 멀티태스킹 그룹이 TV 광고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TV 광고 시청 후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았다.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정보 탐색과 제품 구매 의향 역시 차이가 있었다(<지상파 방송의 광고 미디어 가치 분석 연구>, 박원기, 2015, 코바코). 이러한 결과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적인 젊은 층이 TV 광고를 시청했을 때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SNS 공유를 위해 ‘본방 사수’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미디어가 따로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각 미디어의 장점에 부응할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결합’의 묘를 강구해야 한다
Cheil Magazine 2016. 6
글 이정표 프로 비즈니스 5팀
TV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과 이를 위협하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간 시너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 과거의 방식이 돼버렸다. 그것은 TV의 헤게모니 또는 디지털이 광고 매체로서 갖는 ROI 차원의 환상에 바탕을 두고 접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에게 광고는 어떤 미디어에 발신했느냐보다 ‘볼 만한 콘텐츠냐 아니냐’가 그 효과와 파급력을 논함에 있어 더 중요한 이슈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을 위한 콘텐츠 차원에서 광고를 봐야 하고, TV와 디지털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는 낡은 관점부터 버려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전자의 청소기와 포터블 SSD 광고 영상들을 통해 플랫폼에 갇힌 일부의 편견을 깨줄 수 있는 ‘광고 콘텐츠의 진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디지털 광고’라는 흔한 오해로부터
‘인류의 역사를 바꾼 막대의 힘’, ‘세상에서 가장 흡입력 있는 영상’…. 이 예사롭지 않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영상들은 삼성전자 스틱청소기 ‘파워스틱’과 로봇청소기 ‘파워봇’이 2016년 신제품 론칭 시 선보인 캠페인의 광고 콘텐츠이다. 이 영상들은 일반적인 CF 영상으로 보기에는 그 독특한 타이틀은 물론이고, 포맷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색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두고 이 광고 영상들이 주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방영된 소위 ‘디지털 광고’이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각 제품별 마케팅 상황과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미디어 믹스에 따라 전통적인 TV 미디어 대신 디지털 미디어를 주 채널로 선택했을 뿐이다. 또한 형식미와 스토리텔링 등 이 채널을 통해 광고를 접하는 수용자들에게 좀 더 최적화된 크리에이티브를 ‘콘텐츠’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고민했을 뿐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TV CF와는 다소 다른 포맷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를 ‘디지털 광고’라고 규정하고 구분 짓는 것 자체에 대해 이제는 불편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우리 업계의 흔한 오해를 풀어 보고자 한다.
‘디지털 광고’ 만들어 주세요?
이런 오해로부터 비롯돼 업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 바로 “TV 광고 말고,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도 좋은 디지털 광고 만들어 주세요”이다. 우리는 물론 디지털 채널에서만 효율적으로 발신하고 효과적으로 유통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최대한 저비용 고효율의 아웃풋을 클라이언트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넘쳐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 즉 매력적이고 재미있으며 공유와 확산, 그리고 설득의 파워까지 갖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의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광고로서의 본질’이 기획과 제작의 출발점이 돼야 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빨리 훔치거나 또는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어떤 전략적 접근과 내용 구성이 좀 더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마케팅 솔루션이 될 것인가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그것이 TV든 디지털이든 말이다.
‘시간 점유율(Share of Time)’ 관점에서 보면 TV 미디어의 영향력 중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전이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TV 광고는 가장 강력한 발화 매체로서 여전히 수용자들에게 가장 큰 전파 효과를 갖는다. 이런 TV 광고를 디지털 광고와 단순 비교하거나 심지어 대체재로까지 과대평가하는 인식 역시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광고 영상의 본질’이란 차원에서 마케팅 상황에 적확한 캠페인 전략, 미디어 플래닝, 크리에이티브 기획이 시도돼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바이럴’이라는 말을 별 고민 없이 쓰며 저비용 투자로도 다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광고 ROI 판타지’를 혁파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청소기와 포터블 SSD ‘T3’ 등의 신제품 론칭 캠페인에서 TV보다는 디지털 미디어 중심으로 집행된 광고 영상 콘텐츠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우리는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막대의 힘’, 그리고 콘텐츠의 힘
핸디 겸용 스틱청소기 ‘파워스틱’은 시장에 처음 출시하면서 카테고리 자체의 한계 또한 함께 극복해야 하는 난제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파워스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마케팅 콘텐츠 만들기’로서 접근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광고로서는 다소 파격적일 수도 있는 픽션을 가미해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에 이어 ‘청소기’에 접어든 인류가 파워스틱을 활용해 쉽고 자유롭게 청소를 할 수 있게 됐으며, 그 결과 ‘청소의 역사를 바꾼 힘이 넘치는 막대’로 사랑받게 된다는 기발한 스토리텔링형 광고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또한 청소기를 최초로 발견한 이들이 고대 ‘버큠족’이라는 식의 위트 있는 설정과 재미를 더하는 장면들이 영상 곳곳에 배치돼 ‘볼만 한 콘텐츠’로도 자리매김했다.
▲ 인기 TV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포맷을 접목한 파워스틱 광고 영상
특히 가상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인기 TV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포맷을 접목했는데, 이는 ‘콘텐츠 파워’를 배가시킨 절묘한 크리에이티브 전략이었다. 여기에 더해 제품 자체의 성능과 우수성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세일즈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삽입했다. ‘이것이 TV 광고냐 디지털 광고냐’가 아니라 파워스틱이라는 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좀 더 임팩트 있게 각인시킬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됐는가’의 차원에서 광고의 본원적인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그 결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채널에서 공개 한 달 만에 350만 건의 조회수를 돌파했고, 제품의 초도 판매 물량이 완판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에서 빠르게 소진돼 추가 물량 생산에 돌입했을 만큼 마케팅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덕분에 이후 다른 제품군도 파워스틱 광고 콘텐츠처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북미 지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콘텐츠 방영 문의 및 마케팅 활용 요청이 왔을 정도로 ‘파워 콘텐츠’로서 각광받았다.
파워봇도 파워스틱처럼, ‘파워풀한 광고 콘텐츠’로
파워스틱에 이어 로봇청소기 ‘파워봇’ 신제품 론칭과 함께 공개한 광고 콘텐츠 역시 일반적인 CF 영상과는 다른 발상으로 접근했다. 마케팅 상황상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콘텐츠지만, TV 미디어를 통해서도 충분한 점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광고로 기획했다. 제품의 핵심 특장점인 ‘초강력 진공 흡입’ 성능을 직입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흡입력 있는 영상’이라는 기발한 타이틀 아래 ‘블랙홀처럼 세상 모든 것들을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장면들을 연출한 광고 영상을 탄생시켰다.
▲ 디지털 미디어 확산 효과뿐 아니라 TV 미디어에서의 점화 효과도 창출할 수 있도록 기획한 파워봇 광고 영상
광고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CF적 구성의 전반부와 제품 정보 전달에 충실한 후반부의 조합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러닝타임에 제한 받지 않는 일종의 ‘인포테인먼트형’ 광고 콘텐츠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파워봇 광고 영상은 콘텐츠 공개 직후부터 디지털 미디어상에서 빠른 호응을 이끌어내며 2주 만에 무려 300만 건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SNS상으로 이어진 확산 캠페인과 더불어 그 자체로서 당초 기획된 의도대로 충실히 신제품의 차별적 성능 전파 및 소비자 구매 동기 부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플랫폼보다 앞서 콘텐츠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콘텐츠를 통해 발신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최대한 많은 소비자 사이에서 공감·확대·재생산될 수 있도록 미디어 플랫폼의 틀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획과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TV든 디지털이든 일단 ‘재미있고, 강력하게’
그런 의미에서 그것이 꼭 TV든 디지털이든 엄밀히 말해 각기 그 역할과 효과가 다른 채널의 관점에서 기획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욱 강력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로서 그 제품과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는가, 또한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인식의 저변을 넓혀나가는 레버리지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포터블 SSD’라는 아직 일반 소비자층까지 범용화되지 못한 카테고리 및 제품을 알리는 광고 콘텐츠로서 이번에 인기 웹툰 ‘질풍기획’과 콜라보레이션한 광고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어쩌면 신의 한 수였을지도 모르겠다.
▲ 인기 웹툰 ‘질풍기획’과 콜라보레이션한 포터블 SSD T3 ‘내구성’ 편 광고 영상
마케팅에서 ‘재미있다’의 반대말은 ‘재미없다’가 아니라 ‘안 팔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주된 방영 채널이 TV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인 경우라면 더욱 더 ‘스스로 발화, 전파, 확산될 수 있는 강력함’을 갖춰야 한다. 광고 콘텐츠의 미덕은 그것이 ‘디지털 광고’이기 때문에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포터블 SSD T3 ‘보안성’ 편 광고 영상
포터블 SSD T3 광고 콘텐츠 역시 그것이 방영되는 디지털 채널에 최적화시키려 노력했고, 광고 콘텐츠의 미덕을 담아내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쉽게 전달하기 어려운 포터블 SSD T3의 제품 개념을 ‘고성능 저장 장치’로 콘셉트화하고, 속도·보안성·내구성이라는 주요 특장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고성능’의 표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웹툰 애니메이션만의 가장 극적인 재미 요소와 스토리를 개발했다. 이로써 각 편별로 짧고 강력한 15초 호흡의 킬러 콘텐츠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특히 이 콜라보레이션 광고 영상들은 질풍기획이라는 웹툰이 가진 원작의 파워를 활용하고자 30~40대 직장인 타깃을 미디어 믹스의 전략적 포인트로 삼아,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포털 사이트 프로야구 생중계 채널 등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 외에도 전략적으로 집행하는 등 노력했다. 그 덕분에 영상 공개 한 달 만에 조회수가 무려 550만 건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말 그대로 ‘소비자 공감, 확대, 재생산’에 성공한 콘텐츠가 될 수 있었다.
그 광고, TV 또는 디지털에 적합한 콘텐츠입니까?
어떤 브랜드가 상업적 의도를 갖고 만든 콘텐츠에 대해 TV 광고는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수용성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에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광고는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클릭하거나 공유하고 전파하지 않는 이상 마케팅적으로 호평받는 콘텐츠가 되기 사실상 훨씬 더 어렵다. 이는 업계에서 모두가 알지만 짐짓 모른 척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영상 제작’의 관점에서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거의 같은 규모의 시간과 비용 자원의 투입, 그리고 TV든 디지털이든 광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수고와 노력 역시 같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 광고는 싸다’ 혹은 ‘쉽게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은 다분히 위험하며 잘못된 믿음이다. 이러한 편견이야말로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해결 과제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디지털 광고로 단순히 대체가 불가능한 TV 광고만의 역할과 여전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고, TV와 디지털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에 대한 발전적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마케팅의 고도화와 함께 브랜드, 제품에서부터 매장, 고객 경험 등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그 광고, TV 광고냐 디지털 광고냐?”가 아니라 “그 광고, 적합한 콘텐츠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heil Magazine 2016. 6
이크종
Cheil Magazine 2016. 6
글 이경태 프로 제일 멕시코
Hola~ 제일 멕시코는 2001년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설립된 이후 2012년 현재의 보금자리로 이사 왔습니다. 제일 멕시코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세사미 스트리트 등 비계열 클라이언트와도 함께 일할 만큼 로컬 에이전시로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 수상 경력도 다수에 이를 정도로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멕시코인 하면 떠오르는 게 선인장과 모자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모자를 쓰지도, 그리고 선인장을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듯이 모두가 멋진 수염을 기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멕시코인들 모두가 축제를 좋아하고, 모두 긍정적이고 행복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멕시코법인의 제일러들 역시 멕시코인의 특유한 유쾌한 에너지를 가지고 항상 새로운 생각과 방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야기하고 즐기고 음식을 만드는 모든 일에 크리에이티브가 되려는 것처럼 멕시코 제일러들은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만들고 경쟁 속에서도 항상 크리에이티브를 먼저 생각합니다.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이것이 멕시코 제일러들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며, 멕시코 제일러들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단어입니다.
상반된 성향이 공존하는 멕시코 시장
유쾌한 멕시코인들과 다르게 멕시코 시장은 실용적이고 충동적인 상반된 성격의 두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라틴 문화권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미국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멕시코는 라틴권이지만 경제적, 지정학적 특징으로 미국 시장과 높은 유사성을 보이며 실제 소비 성향도 미국과 비슷합니다. 또한 충동적이지만 실용적인, 어찌 보면 상반된 성향이 공존하는 시장이 바로 멕시코입니다. 이처럼 브랜드 차별화가 쉽지 않은 환경이며, 특히 멕시코 광고 시장은 지속 성장세이긴 하나 최근 들어 성장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리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제일 멕시코는 작년 한 해 여러 면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수행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특히 갤럭시 관련 7편의 바이럴 필름은 첫 주에 22만 뷰를 달성할 정도로 마켓 및 소비자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 Circulo Creativo에서 브론즈를 수상한 Greenpeace ‘Corn’
▲ Eagle Awards에서 실버를 수상한 Greenpeace ‘Tree of Life’
▲ Eagle Awards에서 실버를 수상한 삼성 냉장고 Fish-Cake Print
이 7편의 바이럴 필름은 갤럭시 Note5와 S6 edge+ 론칭에 맞춰 제작됐습니다. 특히 멕시코의 유명 여배우 Montserrat Oliver와 셀러브리티 Jose Antonio Ponton을 모델로 내세워, 두 사람이 갤럭시 Note5와 S6 edge+를 체험한 후 대화하는 모습을 담아내 화제를 모았습니다.
▲ 갤럭시 S6 edge+ 바이럴 필름
▲ 갤럭시 Note5 바이럴 필름
또한 공항 내 쇼룸 및 차징 스테이션(Charging Station) 등에 효과적인 전시를 했고, 이를 통해 멕시코시티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클라이언트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큰 공헌을 한 캠페인입니다.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높아 현재 운영 중인 멕시코시티 공항뿐만 아니라 네이션와이드로 확장 관리해 전 공항에 대한 브랜드 일관성(Brand Consistency)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 멕시코 공항 내 쇼룸과 차징 스테이션에 마련된 전시
이뿐만 아니라 중남미에서는 최초로 삼성 오픈하우스 및 갤럭시 스튜디오 오픈을 통해 제일 멕시코가 가진 리테일 역량을 한껏 뽐내는 기회가 됐습니다.
▲ 2013년 Premio a!에서 1st Place를 수상한 삼성 멕시코 쇼룸
▲ 2014년 Premio a!에서 1st Place를 수상한 Aguila Blanca BestBuy Polanco
▲ 2015년 Bienal de Diseño에서 Finalist 후보가 된 삼성 멕시코 쇼룸
2016년,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한 교두보로
올해는 제일 멕시코가 가진 강점을 살리되 크게 세 가지 부문의 역량 집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쓸 예정입니다. 멕시코 광고 시장은 현재 기존의 전통적인 광고 방식과 달리 투입 대비 효과가 큰 새로운 실험적인 방법들이 계속 등장 및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터넷 광고 시장은 작년 한 해 20% 성장했고, 올해에도 성장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제일 멕시코는 디지털 스튜디오 등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그간 기존 클라이언트 미대행 영역을 확보하는 한편 신규 클라이언트 확대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리테일 사업 고도화 추진을 통해 창조적인 쇼퍼 마케팅 기반 확보를 추진할 예정이며, 테크놀로지 기반의 디지털과 리테일 역량을 융합해 VR 등 기존 광고회사가 범접하지 못할 제일 멕시코만의 강점을 만들 예정입니다. 2016년을 향후 5년간 지속 성장을 위한 교두보의 한 해로 만들기 위해 멕시코 제일러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파세오 문화, 긍정의 힘
제일 멕시코에는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때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파세오(통과의 의미)’라고 불리는 이 문화는 환영의 뜻으로 전 직원이 길게 양쪽에 서서 길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입사하는 직원이 통과하게 되고, 직원들은 통과하는 이에게 열렬한 갈채를 보내는 풍속으로, 이제는 제일 멕시코의 전통으로 자리 잡을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파세오 문화의 정신은 제일 멕시코와 제일러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할 때 주저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열렬하게 환영을 하며 맞이하는 모습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처럼 중남미의 불안한 경영 환경 및 정체된 광고 시장에서도 유독 제일 멕시코가 성장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그리고 겁이 없는 제일러들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전 세계 제일러들에게 정열의 상징인 데킬라에 멕시코 제일러들의 유쾌한 에너지를 듬뿍 담아 Salud(건배)!
Cheil Magazine 2016. 6
인터뷰이 Leon David Garcia Ramirez, Felipe Hernandez Campos, Julio Cesar Alcaraz Gonzalez
어떻게 제일 멕시코에 입사하게 됐나?
산업디자인 전문 학위를 취득한 후 리테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랜도(Landor), 퍼블리시스(Publicis), 테란(Teran)/TBWA 등의 에이전시와도 긴밀히 협력하며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HP, 나이키 같은 고객을 위해 일할 기회가 있었다. 디자인 이론 석사 학위를 받고 리테일 디자인, 기획, 마케팅 관련 여러 대학원 과정을 들은 후 다음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두 가지를 꼭 하고 싶었다. 첫째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것, 둘째는 삼성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정말 흥분됐다. 3개월 동안 8명의 면접관을 만나고 수많은 시간이 지난 끝에 당시 Young Retail Unit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삼성과 다른 새 클라이언트들에게도 전체 리테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Retail Account, Retail Producer, Retail Manager, Design Associate Director를 거쳐 현재는 Retail Director를 맡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배움과 도전을 경험했다.
제일 멕시코의 리테일 사업은 다른 지역 에이전시와 어떻게 다른가?
모든 프로젝트가 빠르게, 대담하고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며, 더욱 강력하게 변했다. 다른 에이전시에서 우리처럼 리테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새로운 고객에게 접근할 때 벌써 그 차이가 드러난다. 우리의 역동적인 방법과 서비스가 가장 큰 차별화 요소다. 클라이언트 사이에서는 우리를 ‘테크놀로지 에이전시’라고 부른다.
리테일 사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과거의 유산과 변화의 적절한 조화라고 생각한다. 이 둘이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꾸준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를 통해 경험이 발생하게 된다.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
과거의 유산이야말로 고객이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는 이유이며, 이는 여러 해에 걸쳐 만들어진다. ‘연속성’이라고 불러도 좋다. 변화는 브랜드를 새롭고 혁신적으로 만들어 구매를 촉발한다.
2016년 팀 목표는?
삼성과 새로운 서비스로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Business Intelligence Unit을 시작했는데 기대가 무척 크다.
여기에 UX와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해 삼성 및 다른 신규 클라이언트와 새로운 목표 및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처럼 쇼핑 경험을 핵심 리테일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모두 갖춘 에이전시는 거의 없다.
멕시코 리테일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으로 유명한데, 이에 대해 제일 멕시코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지난 몇 년간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 채널 및 리테일러에서 동일한 룩앤필(Look and Feel)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어째서 프리미엄인가? 우리가 프리미엄이기 때문이다. 오븐에서 냉장고, 세탁기, TV, 오디오, 탭, 전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취급하는 모든 제품은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소비자의 눈에 좀 더 교묘하게 보여야 한다. 소비자는 안심하고, 확신을 갖고, 편안하면서도 동시에 흥분되는 마음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하고, 브랜드에 대해서도 동일한 감정을 느껴야 한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도전은 흥분되는 일이다. 그리고 제일 멕시코만이 이러한 도전에 응할 수 있다. 속도, 전략, 실행, 변화를 잘 조합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더 나은 자신으로 거듭나게 해준다.
제일 멕시코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일 멕시코에 입사하기 전에는 다른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그런데 제일 멕시코에 입사하고 나니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모든 직원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불가능은 없다’라는 투혼 정신은 우리에게 힘과 동기를 부여했고, 또 광고가 전혀 새로운 무언가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종류의 소비자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은 훨씬 더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즉시 공유 가능한 최상의 구매 경험을 원한다.
이렇듯 전혀 새로운 환경은 나에겐 커다란 도전이다. 특히나 ‘LATAM(Latin America)에서 가장 중요한 법인을 움직인다’는 매우 야심찬 목표를 가진 인재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과제이자 전에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Client Service Department의 수장이자 제일 멕시코의 일원으로서, 크게 생각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멕시코의 근무 환경은 어떠한가?
멕시코의 소비자들은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한다. 게다가 멕시코는 미국과 근접해 있고, 또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산층이 아직 탄탄하고 매일 새로운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있다. 덕분에 이곳 시장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및 창의적 솔루션을 잘 수용한다.
지난해 리테일 부문에서 제일 멕시코는 700개 이상의 리테일 프로젝트와 매장 디스플레이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Samsung Experience Store)는 2층짜리 거대 구조물로, 전체를 리테일 부서가 설계했다. 아름다운 공간을 조성해 센서와 앱으로 통제하는 기술 환경을 구현했다. 자체 개발한 솔루션이 방문객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디바이스가 상호작용해 독특한 경험을 창출해내는 공간으로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
Account Manager로서 어떤 결의를 갖고 있나?
Account Manager로서 회사의 모든 사람들과 더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다. 기술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가 매일 모든 프로젝트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한다.
제일 멕시코는 현지 문화를 잘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비결이 뭔가?
굳이 비결이라고 한다면 우리 문화와 맞는 캠페인 가치를 찾아내 현지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글로벌함을 잃지 않는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업무 스타일은 어떠한가?
내 스타일은 좀 다양하다. 때로는 학문적이었다가 또 엣지를 중시하기도 하고, 프로젝트마다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에 쓸 아이디어를 만들 기회가 있었는데, 기존 미디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헤드라인, 동영상 등을 만들었다. 클라이언트가 재미있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원했기 때문이다. 또 제품 지향적인 캠페인을 요청받았을 땐 메시지 전달을 위해 제품의 주요 기능과 멋진 그래픽 스타일을 결합하기도 했다. 굳이 내 스타일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유연함’이겠다.
제일 멕시코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은 무엇인가?
많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리듬감이랄까, 여기선 모든 일들이 빨리 일어나서 언제나 눈을 크게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한다. 또 업무량이 언제나 최선을 다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나다. 또 제일 멕시코는 인재들도 쟁쟁하다.
아이디어를 개발할 때 보통 무엇을 하나?
우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팀 멤버를 찾는다. 그러고 나서 하나 또는 둘씩 짝을 지어 ‘펠로테오(Peloteo)’ 게임을 시작한다. 이 게임은 축구 같은 게임인데 아이디어 교환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펠로타(공)’를 차면 다른 사람이 아이디어나 단어 및 기타 유용한 것을 덧붙여 다시 돌려보낸다. 아무도 없으면 조용히 혼자 노트북, 차 한 잔과 함께 일을 시작한다.
입사한 후 팀에서 이룬 성과는 무엇인가?
올해 상반기 거리, 소셜미디어, 웹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1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고 들을 가치가 있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기회를 주는 많은 제품과 부서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면, (다시 축구에 비유하자면) 꼭 공을 세게 차서 득점할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현재 제일 멕시코가 겪고 있는 모든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더 나은 작품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Cheil Magazine 2016. 6
▲ 제일 멕시코의 파세오 문화. ‘통과’의 뜻을 지닌 파세오는 전 직원이 양쪽으로 길게 서서 새로운 직원을 맞이하는 독특한 환영 문화이다
▲ 제일 멕시코 이윤석 법인장(가운데)과 팀 디렉터들
▲ 순서대로 어카운트팀, 서포팅팀, 크리에이티브팀의 제일러들
▲ 창립기념일 행사 모습
Cheil Magazine 2016. 6
글 배가브리엘 프로 Beyond 전략팀
지난 3월, 테슬라모터스는 모델 3을 발표하면서 단 3일 만에 2015년의 연매출을 초과 달성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모델 3의 출시를 예고하자마자 예약자가 밀려들었고, 스토어 앞에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최초의 흑자 전환 회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2년 내지 3년 후에 받아볼 수 있는 자동차에 선주문으로 매출 14조 원을 달성했으며, 현재 약 40조 원의 시가 총액을 기록 중인 테슬라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새로운 미디어의 특성 이용해 약점 극복
마케팅 업계가 테슬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테슬라가 기존의 유통 및 마케팅 방식을 파괴하고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경쟁력 있는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거대 광고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테슬라는 새로운 미디어, 즉 온라인 채널을 대항마로 선택했다. 모델 3의 론칭쇼는 테슬라 웹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됐으며, 최고 경영진들도 인터넷 네트워킹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이언맨의 모델로도 꼽히는 엘론 머스크 CEO는 트위터와 블로그 기고 등 활발한 온라인 브랜딩을 통해 팬층을 확보한 일등 공신이다.
▲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 론칭쇼. ⓒEvery Elon Musk Video(youtube.com)
강해진 네트워크, 변화하는 미디어, 증가하는 데이터
온라인 네트워크를 프로모션 채널로, 판매 수단으로, 로열티 제고 방식으로 활용한 테슬라의 사례는 변화한 마케팅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든 고객과 기업이 연결될 수 있고, 기업은 콘텐츠 공급자와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한 인터랙션의 증가에 따라 데이터는 폭증하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네트워크(연결)’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고, 이를 잘 활용한 스타트업들(넷플릭스, 하우즈, 우버, 에어비앤비, 쿠팡)이 수조의 시가 총액을 호가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맺고, 제품·서비스·콘텐츠를 판매하며, 데이터를 모아 다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 넷플릭스는 데이터에 기반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netflix.com
예컨대 델과 애플은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판매 채널을 통한 소비자 구매 경험을 직접 관리하고, 소비자 데이터에 따라 웹사이트에서 적절한 프로모션을 집행한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동영상 콘텐츠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매 순간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용자가 어느 순간 동영상을 정지하는지, 언제 되감기와 빨리 감기를 실행하는지, 어느 시점에 체류 시간이 가장 긴지 등을 분석해 그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콘텐츠를 구비 및 제시한다. 사용자가 서비스 경험을 SNS 등에 게재하면서 서비스(UX) 자체가 미디어 및 콘텐츠가 된다. 이런 연결성 때문에 마케팅에서 기술이 맡는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다.
‘데이터 & 연결’의 시대, 마케팅과 기술을 결합
마케팅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인 ‘마테크(Martech, Marketing Technology)’는 마테크 전문가로 꼽히는 스콧 브링커(Scott Brinker)의 주도로 개최된 ‘마케팅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스콧 브링커는 마테크를 “고객과 접점을 형성해 마케팅의 목적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게 해 주는 기술 및 도구”로 정의한다.
디지털 전문가와 마케터들의 인터랙션이 늘어나고 마테크를 활용할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면서 ‘CMTO’라는 직무도 부상하게 됐다. CMO(Chief Marketing Officer)와 CTO(Chief Technology Officer)의 합성어인 CMTO는 마케팅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고, 설사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그를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마테크 업계에서도 이른바 GE가 정의한 ‘T자형 인재(통섭형 인재)’가 각광을 받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일반적인 상식과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조예를 겸비해, 서로 교차되는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CMTO로 양성하고 선정하려 한다. IT 담당자,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 시장 분석 담당자, 전자상거래 담당자,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담당자 등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마테크 전략을 세우는 것이 기업에 있어 필수 역량으로 꼽히고 있다.
▲ 사피엔트니트로의 CMTO University ⓒsapientnitroblog.com
이메일에서 CRM까지 다각도로 팽창 중
마테크 산업 자체도 빠르고 폭넓게 팽창 중이다. 2014년 1월에는 약 940개의 기업이 마테크 기업으로 꼽혔으나, 2015년 1월에는 1870여 개 기업이 마테크 지도에 포함되게 됐다. 마테크 스타트업은 지난해 3분기에만 세계적으로 약 38억 달러(4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의 대표적 마테크 스타트업으로 손꼽히는 와이더플래닛과 IGA웍스는 각각 4000억 원 및 3000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후반기 IPO를 예상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며 구매 가능성이 높은 타깃 고객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마테크 회사들이 등장 중이다. 이들을 대략적으로 ①마케팅 경험, ②마케팅 집행, ③마케팅 플랫폼 및 기반 기술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오라클, IBM, 어도비 같은 거대 IT 회사들은 대개 이를 모두 포괄하는 클라우드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마테크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
스타트업의 성장도 빠르다. 마테크 스타트업의 ‘유니콘(Unicorn, 시가 총액 10억 달러 이상)’으로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슬랙(Slack)과 소셜 마테크 회사 스프링클러(Sprinklr)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바일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탭조이(Tapjoy), 플러리(Flurry)와 같은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데이터를 활용해 유저를 파악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걸쳐 타깃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어낼리틱스와 마케팅 기술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콘텐츠 관리 및 최적화를 지원하는 카포스트(Kapost)와 큐라타(Curata),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광고 집행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하는 블루카이(bluekai) 등이 마케터들의 눈을 끄는 회사들이다. 파운데이션캐피털과 마켓앤마켓을 비롯한 전문 기관들이 마테크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새로운 솔루션을 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시와 IT 기업의 활발한 움직임
급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을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마테크를 도입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IT 기업들도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일례로 오라클은 데이터 관리 플랫폼(DMP, Data Management Platform)을 보유한 블루카이를 2014년 약 46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2014년 오라클이 인수한 또 다른 기업인 데이터로직스(Datalogix), SAP가 인수한 씨와이(SeeWhy)와 IBM이 인수한 실버팝(Silverpop)도 DMP 기업으로서, 소비자 데이터에 기반해 효율적 마테크 솔루션을 제공코자 진행된 M&A로 평가된다. 전통적 에이전시들도 활발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WPP는 자체 미디어 플래닝 시스템을 보유한 스타트업 에센스(Essence)를 인수해 디지털 미디어 구매를 효율화하고자 한다. 퍼블리시스는 매장 경험 디자인에서부터 결제와 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커머스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익스피션트(Expicient)를 인수했다.
인수부터 협업까지, 마테크 포용 노력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WPP, JWT, 오길비, MDC 파트너스 등이 마테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합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WPP는 페이스북과의 협업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스냅챗 및 데일리메일과 함께 디지털 에이전시 ‘Truffle Pig’를 론칭했다.
▲ WPP의 합작 프로젝트로 탄생한 트러플 피그. ⓒtrufflepig.farm
TV 리서치 회사인 렌탁(Rentak)은 모바일 애드테크 회사 밀레니얼 미디어(Milenniel Media)와의 협업을 통해 2500만 TV 시청 가구와 6만 5000개의 앱 네트워크를 결합, TV와 모바일에 걸친 크로스 디바이스 마케팅(Cross-device Marketing)을 집행했다.
▲ 2015년 3분기 마테크 스타트업 투자 유치 현황. ⓒVB Insight
소비자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스타벅스가 애플, 우버, KT, 듀라셀 등 다방면으로 파트너십을 맺어 데이터를 확보하고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올 수 있었듯이, 마케팅 에이전시들도 보다 다양한 회사들과 여러 방면으로 협업해 마테크 역량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마테크를 어떻게 포용해 나갈지, 마테크 기업들과 어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에이전시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Cheil Magazine 2016. 6
글 최아영 프로 Cheil DnA Center 애널리스트
아마존과 이베이 같은 사이트에서 65인치 TV나 다이슨 청소기를, 갭에서 아동복과 여성 의류를 구입하던 직구의 모습이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서 캠핑용품이나 피규어 등 취미와 관련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을 기점으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에 제일기획 DnA센터는 소비자 행동 분석툴인 Cheil Analytics와 SNS 버즈 분석툴인 Cheil SMA2.0을 활용해 해외 직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직구 트렌드: 영역, 품목의 확대
직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2010년 초반에는 아마존, 이베이 같은 종합쇼핑몰, 갭이나 랄프 로렌 등 브랜드 쇼핑몰에서 이뤄진 구매가 전체 직구 물량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다 점차 소비자들은 신발, 유아용품,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 특정 상품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테고리 킬러나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으나 독특한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형 쇼핑몰로 이용 사이트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패션, 인테리어와 식기 등은 유럽으로 실제 지역적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직구 사이트의 근거지를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4개 권역으로 크게 나눠보면, 아직까지도 직구의 중심은 미국(56%)이다. 하지만 작년 대비 올해 검색 증가율로 환산해 보자면, 이제는 중국(285%)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그래프 1).
중국이 직구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현 상황에서 본 센터는 제일기획의 Search-Shop-Share 모델로 ‘마누라 빼고 다 판다’, ‘직구의 끝판왕’이라는 시쳇말로 표현되는 중국 A사와 T사로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Search: 사이트별 검색과 접속 트렌드의 변화
해외 직구 트렌드 변화를 살피기 위해 2016년 4월과 6개월 전인 2015년 11월 두 시점에서 미국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인 A사와 E사,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인 A사와 T사 4개 사이트에 접속한 적이 있는 소비자를 비교해 봤다. 상시 프로모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A사의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시즌보다 약 40.7%가량 사용자가 감소한 데 비해 중국 A사는 지난 11월보다 단 7.2%만이 감소해 대규모 프로모션이나 계절 이슈가 없이도 일정 수의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래프 2).
접속자수 현황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지표는 앱을 통한 접속 비율이다. 중국 A사의 앱을 통한 접속자는 전체 접속자의 52.8%로 다른 3개의 사이트 평균인 7.2%를 크게 상회한다. 소비자의 정보 탐색과 구매의 주요 기기가 모바일로 변이하면서 앱 접속률은 리테일러의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데, 모바일 앱으로 접속했다는 사실을 통해 앱 설치와 등록 및 실행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거치며 일종의 단골 충성도(Patronage)가 형성됐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Shop: 소비자 프로파일 및 구매 행동 비교
미국 A사와 E사, 중국 A사와 T사에서는 소비자들 프로파일의 차이도 발견됐다. 원래 직구는 여성의 영역(53.6%)이었다. 그러나 중국 A사와 T사에는 오히려 남성 소비자(55.3%)들이 더 많이 접속했고, 성별과 연령을 교차해 본다면 30~40대 남성이 이러한 차이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3, 4).
Share: 구매 후기 버즈 연관어의 비교
소비자가 정보 탐색을 포함한 구매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남긴 SNS 버즈를 분석했을 때 미국 A사, E사에서는 대형 TV와 시계 등 상대적으로 고가이거나, 이유식 등 신뢰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상품들 위주로 품질에 대한 후기가 공유되고 있었다. 반면 중국 A사, T사에서는 액션캠, 이어폰, 외장 배터리 등 간단한 디지털 아이템 등이 주로 리뷰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도 중국 A사, T사에서 소비자들은 신뢰가 필요한 상품보다는 중국산, 중국발이라도 기꺼이 별다른 위험을 크게 느낄 필요가 없는 소모품들을 주로 구매했음을 의미한다. 배송이 불안정한 중국 사이트이지만, 가격 또한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못먹어도 Go’하는 것이다.
중국 A사, T사에서 구입한 제품들은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상품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미의 추구가 직구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직구는 유통구조상 과도하게 책정된 국내 판매가에 대한 반발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2세대 직구는 생활에 필수적인 아이템이라기보다는 액세서리로 기능하거나 셀프웨딩 촬영을 위한 드레스 등 적은 지출로도 일상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상품들의 구매로 변모하고 있다. 직구 1세대와 2세대가 추구하는 지점이 다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 A사, T사가 판매 중인 신기하고, 재미있는 데다가 저렴하기까지 한 아이템들 때문에 소비자들은 모든 불안과 불편을 잊은 채 구매를 결정할까? 실생활에 꼭 필요치 않은 싼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소비는 한정된 자원 내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의사결정이다. 그리고 거래의 이행 완료 시점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이 여기에 결합되면, 구매한 상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그 순간까지도 소비자는 거래 이행 여부에 대한 조바심을 계속 느끼게 된다. 특히나 지금까지의 중국산과 중국발은 여러 모로 못미더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구매 시점에 임박했거나 배송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배송과 관련된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검색하며 조바심과 우려를 드러낸다. 이러한 검색 행동은 미국 A사, E사에서 구매한 소비자들과 비교해 중국 A사, T사에서 두드러진다. 이들 중국 사이트는 배송 자체가 느리고, 가끔 배송 자체가 되지 않기도 하며, 불량품이 배송되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 경험들은 여전히 중국 사이트를 불신의 영역에 남겨둔다. 이와 같은 불편, 그리고 불편을 넘어선 불신은 소비자들이 중국 사이트를 통한 해외 직구를 꺼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국 A사, T사에서는 이와 같은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을 보완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그래프 5).
국내 리테일 시장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려 직구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백화점, 가전 전문점을 비롯한 국내 리테일러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 할인 행사를 기획하거나 기존 온라인 쇼핑몰 내에 해외 쇼핑 서비스를 입점시키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A사, T사를 필두로 한 중국발 직구 트렌드는 지금까지의 직구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존 대응 방식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소비자에 대한 사수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은 해외 직구의 첫 번째 타깃이 됐던 백화점, 가전 전문점, 유명 브랜드 리테일러뿐 아니라 그 타격이 적었던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에서도 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직구가 시도되는 상품군이 내구재로부터 생필품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구 품목의 변화는 국내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서 유통되는 상품군들과 중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둘째, 소비자들을 직구에 돌입하게 했던 가장 큰 원인이 가격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중국의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특히 기능과 스펙이 크게 차별되지 않는 상품군들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상품들을 통해 그 파워가 이미 증명됐다. 이는 국내 리테일러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직구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렴한 가격은 직구의 기본 중 기본이 됐으며, 이외에도 독특함이나 재미 등 새로운 소비 가치들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 A사, T사에서는 여러 디지털 제품들, 독특하고 일상에 재미를 주는 아이템 등 상품별 구색이 넓기 때문에 국내 리테일러에 비해 소비자의 다각화된 니즈를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전략적 대응 방안
중국 A사, T사를 앞세운 새로운 직구 트렌드는 국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비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감, 가짜 및 짝퉁에 대한 불신, 배송 방식과 구매 후 서비스에 대한 불만 등 국내 리테일러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만한 포인트들이 남아 있다.
먼저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는 품질 경쟁력이 요구된다. ‘가성비’라는 용어는 가격과 성능이 서로 상쇄되는 상태에서 가격적 우위의 손을 들어주는 데 사용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동일한 가격대라면 좋은 품질이 메리트일 수 있다는 말로, 두 가지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다. 원초적으로 품질을 향상시키거나 품질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 상품을 신뢰의 영역에 위치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독일에서 이유식을 직구하고, 미국에서 영양제를 구매하는 것도 모두 품질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상품 소싱이 전략의 한 축이 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편의성의 제고이다. 모바일이 구매의 주요 기기로 부상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상품을 찾고, 확인하고, 구매하고, 결제하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 편의성의 가치가 다른 시기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A사의 경우 쇼핑 앱을 통한 접속률이 기존 직구 사이트에 비해 월등한 수준인데, 이는 소비자 편의성에 기인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상품 검색과 비교, 결제 등 소비자의 이탈이 나타날 수 있는 지점마다 끊김 없이 원활한 진행이 일어날 수 있도록 편의적 장치가 요청된다. 중국 A사는 방대한 상품군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에 주목하자면 국내 리테일러들은 상품 검색에 드는 시간과 품을 줄여 주고,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있는 제품 묶음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국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트렌드와 니즈를 읽어내고, 중국발 직구를 꺼리게 하는 방해 요인들을 파악해 다양하고 효과적인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Cheil Magazine 2016. 6
글 고은영 프로, 장혜림 프로 익스피리언스+비즈니스 1팀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부홀렉 형제와 콜라보레이션해 만든 세리프 TV는 ‘TV를 넘어선 가구’이다. 그 이미지와 위상에 걸맞은 전략으로 전 세계 디자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리프 TV의 글로벌 론칭 마케팅을 소개한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못 사는’ TV
세계적인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듀오 로낭 & 에르완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세리프 TV는 두께와 화질, 인치 대비 가격으로 움직인 기존 TV 시장 원리와 TV에 대한 고정관념을 철저히 거스르는 이단아 같은 제품이다. 자유로운 이동 및 프리 스탠딩을 위해 두꺼운 프레임을 적용하고, 전선을 가릴 수 있는 패브릭 백커버도 만들었다. 가장 큰 사이즈가 40인치로 TV가 생활공간을 압도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철저히 고수한다는 것이었다. 가격이 아닌 제품의 가치로 승부, 출혈 경쟁으로 망가져 버린 TV 시장과 유통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가격 할인이 너무나 당연한, 더 큰 TV들이 훨씬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전자 매장에서는 팔릴 수 없는 제품이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고민을 감지한 우리는 영국법인 및 자회사 아이리스(iris)와 함께 세리프 TV를 위한 ‘Go-to-market’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단순한 TV가 아닌 어느 공간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디자이너 가구 또는 오브제로 포지셔닝할 것. 둘째, 단일 가격 정책 유지를 위해 온라인(samsung.com)으로 판매할 것. 셋째, 세리프 TV의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일 수 있는 고급 가구점, 편집숍에서 제품 체험을 제공할 것.
▲ London Design Festival에서 첫선을 보인 세리프 TV
론칭 역시 달랐다. 독일 IFA가 아닌 London Design Festival에서 첫선을 보였다. 부홀렉 형제의 말처럼 ‘World of Technology’가 아닌 ‘World of Living’에 먼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였다. 온갖 매체에 일괄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리며 대형 전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대신, 소수 정예의 디자인·라이프스타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그들이 세리프 TV, 그리고 부홀렉 형제와 진심으로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진정성 있는 양질의 콘텐츠는 힘들이지 않고도 자생적으로 퍼져나갔다.
▲ 최학균 CD팀이 런던 소머셋하우스의 고풍스러운 건물의 특성과 부홀렉의 디자인 철학을 살려 세 가지 콘셉트로 구현한 세리프 TV 전시 공간
온·오프라인의 각종 디자인 및 라이프스타일 매체들이 세리프 TV 론칭을 앞다퉈 다뤘으며, <Wallpaper>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Best Domestic Design’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Fast Company에서는 “Unexpected Design Master Piece”라는 표현을 쓰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론칭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디자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샤넬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도 두 대나 샀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국내 테이스트 메이커들의 취향 저격, “어머 이건 사야 해”
지난해 영국,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4개국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올해 3월 드디어 한국에서도 선을 보이게 된 세리프 TV.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했다. 론칭 초기에 국내 패피(Fashion People)들을 세리프 오너로 만들어, 그들이 직접 스토리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개인적이고 특별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VIP, 셀럽들을 대상으로 한 ‘10 꼬르소꼬모’ 론칭 이벤트부터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 프리미엄 가구점 두오모에서 열린 B2B 고객 대상 세미나까지 1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50여 오피니언 리더들을 세리프 TV의 오너로 만들었다.
▲ 청담동 10 꼬르소꼬모 론칭 이벤트. 기존 VIP 고객들과 자발적으로 참석한 셀럽들을 대상으로 한 이 행사에서는 부홀렉이 직접 대화를 나누며 세리프 TV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전파했다
▲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 세리프 TV는 ‘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장에서 구매 상담, 판매까지 진행했다
론칭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출 및 세일즈 증대를 위한 방안으로 현대·신세계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유동 인구 밀집 지역 내 카페, 편집숍 내 제품 디스플레이도 추진 중이다. 팝업 스토어는 네 가지 모듈로 구성해 공간의 성격과 형태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팝업 스토어
▲ 가로수길 카페 도레도레 제품 디스플레이
Beyond Bouroullec, ‘Serif in Life’
지난해까지 세리프 TV 프로젝트는 부홀렉 형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에서 마케팅까지 모두 관여했고, 실제로 ‘부홀렉’이라는 네임 밸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하지만 부홀렉 특유의 미니멀리즘은 소수의 디자인 애호가를 제외한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고, 결국 다른 수많은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니치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2016년은 부홀렉의 미학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이 실제 자신의 생활환경 속 세리프 TV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리얼(Cereal)>, <하이프비스트(Hypebeast)> 등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미디어와 협업을 통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준비 중이며, 세리프티비닷컴(seriftv.com) 역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스토리를 담아내는 저널 섹션을 추가해 트래픽을 유도함과 동시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삼성 TV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사이트 UX 및 디자인도 더욱 즐거운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 업그레이드된 세리프티비닷컴
판매 정책 역시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정책에서 확대돼 백화점, 가구점, 편집숍 등에서 오프라인 구매가 가능해진다. 제품 출시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두 번째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다음 론칭 예정 국가는 북미와 호주, 싱가포르 등이며 이미 미국의 경우 MOMA Store에서 사전 예약 주문이 가능하다.
무소유가 과시가 되는 시대
세리프 TV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2006년 보르도 TV 출시 이후 가장 긍정적으로 집계되고 있다. 보르도와 세리프의 공통점은 역(逆) 트렌드, 콘셉트와 공간을 중시한 오브제적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 소비자들의 정서는 보르도 시절과 사뭇 다르다.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가 아닌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는 식의 무소유가 소위 있어 보이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 집엔 TV가 없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은 책과 사람, 자연을 가까이하고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에 차 있다. 실제로 부홀렉 형제들조차 지난 10년간 같은 이유로 집 안에 TV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이제 자신의 공간에 허락할 수 있는 TV가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세리프 TV는 공간을 압도하는 까만 박스가 아닌, 공간에 스며드는 가구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활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세리프 TV, 내 방에도 한 대 놓아보는 것은 어떨지.
Cheil Magazine 2016. 6
글 김용진 프로 The SOUTH 1팀
요즘 대세인 송중기가 나를 향해 다가와서 주먹을 내민다. “어때요, 나랑 콜라보하실래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내밀어 그의 주먹에 맞부딪친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소통한 <GiGA 콜라보레이션> 캠페인….
▲ kt <GiGA 콜라보레이션> 캠페인 촬영 현장
X가 대세인 시대
오늘날 소비자를 가장 설레게 하는 알파벳은 아마도 ‘X’일 것이다. 과거 금지된 것, 잘못된 것을 나타내던 알파벳 X가 마케팅 영역에서 곱하기라는 기호적 의미를 통해 새롭게 사용되며, 기존 브랜드와 다른 브랜드 간 ‘협력’이라는 뜻의 콜라보레이션을 의미하게 됐다.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 간 예상치 못한 색다른 시너지를 발휘함으로써 매너리즘에 빠진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제품 및 서비스에 희소성을 부여해 소비자에게 구매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콜라보레이션은 SPA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부터 과자와 웹툰 같은 이종 산업 간 결합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는 ‘X’가 대세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Brand New Collaboration: kt GiGA × 소비자
kt는 그동안 GiGA의 기술이 소비자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통합적인 캠페인 전개를 통해 ‘GiGA = kt’라는 고유 자산을 확립했다. kt가 이룩한 혁신의 한가운데 GiGA의 기술이 있었고, 그 기술은 소비자의 삶과 유리된 기술이 아닌 소비자의 삶 속에서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주며 상호작용하는 능동적인 기술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GiGA 기술의 가치가 소비자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하는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생각했다. kt의 GiGA 서비스는 그 기술을 활용하는 소비자의 능동적인 행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GiGA 기술의 의인화
콜라보레이션이라는 키워드를 캠페인화하기 위해서는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로 다가올 수 있는 GiGA의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쉽고 친근감 있게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다시 말해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GiGA의 기술적 팩트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kt의 GiGA 기술을 집약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kt의 GiGA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kt는 2014년 6월 1.167Gbps의 ‘GiGA LTE’ 서비스를 세계 최초 상용화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 ‘GiGA 인터넷’을 전국 상용화했고, 올해 초 GiGA 인터넷 가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와 같이 GiGA는 kt 기술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즉 GiGA란 kt가 제공하는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고품질의 네트워크 속성을 대변하는 말로 ‘최고’, ‘혁신’, ‘신뢰’를 의미한다. 이러한 상징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대세는 송중기이지 말입니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대성공으로 대한민국에는 ‘유대위 신드롬’이 불고 있다. 송중기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예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송중기가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제품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는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리는 송중기가 ‘최고’, ‘혁신’, ‘신뢰’라는 GiGA의 가치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 생각했다. 그는 극중 유시진 대위 캐릭터를 통해 책임감 넘치면서도 로맨틱한 인물의 양면을 보여주며 ‘최고의 남자’로 등극했다. 또한 송중기는 단순히 꽃미남 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늑대소년>과 같이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우리는 그의 연기 커리어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kt의 ‘혁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송중기는 모범이 되는 학창 시절, 군생활을 통해 ‘신뢰감’ 있는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례로 그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하는 광고 모델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3월에 이어 4월에도 1위 자리에 올랐다. 우리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kt의 GiGA 기술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모델로 송중기를 선택했다.
Fist × Fist = Fist Bump!
등장만으로도 대단한 임팩트와 대세감을 주는 빅모델 송중기 활용과 더불어 캠페인 키워드인 ‘콜라보레이션’을 시각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다. 즉, 나와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기술과 내가 아무런 괴리감 없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주얼 코드가 필요했고,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피스트 범프(Fist Bump)’였다.
미드를 본 사람들은 친근감의 표시로 서로의 주먹을 맞부딪치는 피스트 범프를 본 적 있을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특유의 친근한 미소와 함께 청소부, 어린아이, 군인들과 거리감 없이 주먹을 맞부딪치는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피스트 범프는 윗사람, 아랫사람 구분 없이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격식 없이 주고받는 인사라 할 수 있다. 이는 kt의 GiGA 기술과 소비자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역동적 비주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행위를 통해 GiGA 기술이 소비자와 만날 때 비로소 기술의 가치가 발현되고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전달했다.
Visual Shock
▲ TV 광고 영상
수없이 많은 광고 사이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번 캠페인에는 기존 TV 광고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원테이크 촬영 기법은 물론, 최신 3D 그래픽을 활용한 편집 기술을 활용했다. 또한 광고 촬영 현장 영상을 360° VR로 촬영하고, 이를 메이킹 영상으로 게재해 실제 광고 촬영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생동감 있는 영상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를 통해 kt는 기술적 혁신을 선도하는 1등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줄 수 있었다.
친절한 중기 씨
현재 최고의 주가를 누리고 있는 송중기인 만큼 수많은 국내외 스케줄로 인해 광고 촬영 기간이 충분치 않았다. 제작팀에게 허락된 촬영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이틀 연속 촬영이라는 강행군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원테이크 촬영 기법 때문에 잦은 NG가 나는 등 촬영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송중기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촬영에 임했고, 감독 및 스태프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연기했다. 콘티상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감독 및 스태프들과 위화감 없이 소통했고, 스태프 전원에게 자양강장제를 돌리는 등 그야말로 ‘친절한 중기 씨’의 면모를 보여줬다.
1 + 1 > 2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본편에 앞서 먼저 공개했던 15초 티저 광고 두 편은 각종 SNS에 바이럴되며 ‘송중기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또한 이어서 공개한 본편은 5일 만에 조회수 250만을 돌파하며 연일 화제가 됐다.
특히 2030 여성 소비자들은 송중기가 언급한 “어때요, 나랑 콜라보하실래요?”라는 카피를 SNS를 통해 활발히 패러디하며 ‘중기앓이’ 중이다. kt GiGA의 핵심적 요소와 일맥상통한 모델의 활용은 모델에 대한 호감이 광고를 통해 브랜드까지 전이돼 “송중기를 따라 나도 kt로 갈아타겠다”는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TV 광고뿐만 아니라 세일즈를 위해 kt 대리점에 비치한 송중기 등신대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했고, 3종으로 출시된 브로마이드는 동이 나서 추가로 제작해야 했다.
어때요, 콜라보하실래요?
‘전쟁’이라고 표현될 만큼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업계 광고에서 이번 캠페인의 성공적인 론칭이 의미하는 것은 항상 고객의 눈높이에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경쟁사 대비 kt의 핵심적인 소구점을 발견하고, 그것이 소비자의 삶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새로운 캠페인 콘셉트를 구상하는 것. 그리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브랜드의 핵심 자산과 일치된 속성을 가진 모델로 색다른 비주얼 코드 및 촬영 기법을 활용해 콘텐츠를 창출하는 것.
그리고 그 콘텐츠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 이러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kt의 GiGA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안착할 수 있었다. kt GiGA의 기술로 우리의 삶이 매일 매일 새로워지는 시대, kt는 당신에게 가슴 설레는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할 것이다. “어때요, 당신도 우리와 콜라보하실래요?”
Cheil Magazine 2016. 6
글 김정운 프로 디지털캠페인 3팀
얼마 전 삼성 소셜미디어에서 발신된 <삼성인 공감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진한 공감을 얻으며 회자된 이 영상을 통해 브랜드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살펴본다.
이거 우리 얘기잖아!
▲ ‘삼성인의 자소서’ 편 영상
“눈물 나요”,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영상이네요”, “나도 자소서 200개 넘게 썼는데…” 삼성 페이스북에 ‘삼성인, 자소서를 다시 읽다(이하 ‘삼성인의 자소서’ 편)’ 영상이 발신되고 소셜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뜨거운 반응이었다. 발신한 지 1주일 만에 도달수가 250만 명을 넘었다. 올해 삼성 페이스북이 발신한 콘텐츠 중 최고 수치였다.
▲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 영상
어버이날을 앞두고 발신된 ‘삼성인이 부모님께 자신이 어떤 아들(딸)인지 묻다(이하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순식간에 ‘좋아요’ 수가 1만 명을 넘었다. 댓글에는 영상을 보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소셜팬의 ‘셀프 공약’이 줄을 이었다.
임직원 출연, 진정성 있는 메시지 전달
삼성이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주된 목적 중 하나는 ‘삼성’과 ‘삼성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2030 세대 젊은이들과 ‘도전’과 ‘긍정’의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헬조선’과 ‘수저론’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과 삼성 간 공감대를 찾고, 이를 통해 젊은이들이 힘을 얻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삼성인 공감영상> 프로젝트는 이런 배경에서 기획된 ‘웹 예능’ 브랜드 콘텐츠다. 출연자들은 갑자기 주어지는 미션을 ‘리얼’로 수행해야 한다. 카메라 수십 대가 동시에 돌아가고 대본도 없다. 최근 유행하는 tvN <신서유기>나 피키픽처스 <ㅇㄱㄹㅇ(이거레알)>의 형식을 참고했다.
단, 출연자는 모두 삼성의 임직원. 소셜팬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임직원을 직접 출연시켜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삼성인의 자소서’ 편에서는 임직원이 입사 시 썼던 자소서를 다시 읽어보게 했고,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에서는 임직원이 부모님께 갑자기 전화를 걸어 질문을 던지게 했다.
걱정도 많았다. 평범한 직장인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하겠어? 어쩌면 너무 평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발신 직후부터 소셜팬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재까지 ‘삼성인의 자소서’와 ‘삼성인의 어버이날’ 두 편을 합쳐 누적 도달수 450만 명,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하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소셜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클라이언트 내부 평가에서도 ‘브랜드 콘텐츠의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단편 영상 제작을 넘어 하나의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으로 확대하게 됐다.
메시지와 관심사 사이에서 균형 잡기
최근 기업들은 대(對)사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소셜미디어 운영에 열심이다. 일부 기업들은 발 빠르게 뉴스룸을 도입했고 특히 삼성그룹은 영상 중심의 브랜드 미디어를 열었다. 주목할 것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우리나라에서 일 평균 사용자가 1000만 명 이상이다. 기업들도 페이스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매출 상위 30대 기업 중 29개 기업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콘텐츠’다. 하루에 내 뉴스피드에 스쳐가는 콘텐츠 수는 285개. 친구 소식뿐 아니라 미디어와 기업의 콘텐츠가 하나의 타임라인에서 경쟁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페이스북 내에서 콘텐츠 확산력이 줄어들기에 ‘브랜드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소셜팬은 냉정하다. 브랜드의 메시지가 강하면 지루해하고 ‘그들의 취향’에 맞춘 셀러브리티와 이벤트로 대응하면 체리피커로 돌변한다.
또한 공감, 이해, 도움되지 않는 콘텐츠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하다. 예전처럼 물량 공세도 힘들다. 페이스북의 경우, 콘텐츠에 대한 호응도가 낮으면 그만큼 광고비가 비싸진다. 브랜드 메시지와 소셜팬의 관심사 사이에서 미묘한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아직도 브랜드 콘텐츠에 대한 오해가 많다. 무조건 ‘병맛’ 코드를 활용해야 한다거나 듣도 보도 못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대표적이다. ‘셀럽이 없으면 이슈도 없다’는 생각 역시 흔히 마주치는 오해 중 하나다.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의 조건
하지만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며 느낀,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의 조건은 다르다. 첫 번째, ‘브랜드 연관성’이다. 시즈널 이슈와 소셜팬의 취향을 고려하다 보면, 이름만 바꾸면 다른 기업에서 나가도 될 것 같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가 가진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잊어선 안 된다. 한 발 더 나가 해당 브랜드에서만 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캠페인 제작 과정에서는 셀럽, 연기자를 전략적으로 배제하고 임직원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삼성이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픈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게 했다. 임직원을 화자로 삼음으로써 브랜드와의 강한 유대감을 구축할 수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삼성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희소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진정성’이다. 소셜팬은 ‘날 것’에 반응한다. 반대로 꾸며낸 이야기는 귀신같이 알아채는 것이 소셜팬이다. <삼성인 공감영상>에서는 출연한 임직원의 진심을 끄집어내야 했다. 또한 자화자찬도 안 되고, ‘훈수’를 두는 꼰대가 되어서도 안 된다. 진짜 형이나 누나처럼 진지하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먼저 대본을 없앴다. 대신 섭외 과정에서 긴 사전 미팅을 통해 임직원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려고 노력했다. 촬영 중에는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촬영 시간도 평소보다 넉넉하게 잡았다. 또한 영상에서는 임직원들의 약점(학점, 저스펙, 지방대 등)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노력이 소셜팬들에게 전해졌고, 진정성 있는 호응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는 소셜팬 입장에서 ‘공유’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신들에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자신의 타임라인에 공유하고 댓글로 친구를 소환한다. ‘공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소셜팬에게 공감을 주거나 정보가 되거나 재미있어야 한다. ‘삼성인의 자소서’ 편에서는 두 가지 ‘공유할 이유’를 만들어 줬다. 현재 취준생이나 대학생은 ‘삼성인의 합격 자소서를 궁금해할 것’이고 직장인은 ‘자소서를 읽는 삼성인의 모습과 자신을 동일시할 것’ 이라고 가정했다.
발신 시점도 상반기 삼성그룹 공채 시기 즈음으로 정했다. 덕분에 ‘삼성인의 자소서’ 편은 9000건이 넘는 높은 공유 수를 기록했다. 높은 공유 수치는 콘텐츠의 발신 초기 확산에 원동력이 됐다. ‘삼성인의 어버이날’ 편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 공감의 초점을 맞췄다. 출연자들이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에 포인트를 줘 편집했다. 그 결과 2000건 이상의 공유가 발생했고, 댓글에는 “울었다”, “부모님께 전화해야겠다” 등 단순한 공감을 넘어 리액션까지 유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의 조건을 찾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미디어 환경과 대중의 취향이 계속 변하기에 ‘정답’은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브랜드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이 성공하는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우리 모두의 건투를 빈다.
Cheil Magazine 2016. 6
제일기획, 중동 시장 공략 박차
제일기획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제일 KSA(Kingdom of Saudi Arabia)’ 지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이는 제일기획의 52번째 해외 거점(43개국)이며, 중동 지역에서는 UAE, 터키, 요르단에 이은 네 번째 거점이다. 제일기획이 중동 네트워크 확대에 나선 것은 이 지역 광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지칭하는 메나(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의 지난해 광고 시장은 약 46억 달러 규모로, 인구 기반이 5억 명 이상에 이르는 데다 TV·인터넷·모바일 등 매체 보급률이 급증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좋은 기회를 맞았다. 지난달 화장품, 제약, 전자, 자동차 용품 등 국내 기업들이 중동 진출을 선언했으며,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은 광고를 비롯해 리테일 매장의 구축과 운영, 전시·박람회 등 통합 마케팅 서비스 역량을 갖추고 있어 신규 진출을 꾀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최적의 파트너로 꼽힌다.
2003년 UAE에 거점을 설립하며 중동에 진출한 제일기획은 글로벌 광고회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형 클라이언트들을 속속 영입하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4년 UAE 양대 통신사 중 하나인 ‘두(Du)’를 클라이언트로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중동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티하드 항공’을 영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일기획은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26개국 출신의 글로벌 인재들을 확보했으며, 매년 트렌드 보고서를 발행하는 등 현지 사회·문화를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와 손잡고 디지털 PPL 사업 확대
제일기획이 케이블 업계와 손잡고 디지털 PPL(Product Placement)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제일기획은 지난달 31일 서울 한남동 본사 사옥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배석규)와 ‘유료방송 광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PPL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양측은 디지털 PPL 활성화 공동 캠페인, 디지털 PPL 프로그램의 글로벌 유통 기반 구축,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방송 광고 활성화 기반 조성 등 디지털 PPL 사업을 위해 다방면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유료방송 광고 활성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디지털 PPL은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이라도 시간적, 물리적 제약 없이 PPL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신개념 광고 서비스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는 보다 세분화된 타깃에게 선택적으로 광고를 노출할 수 있으며, 방송사는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효율적인 광고 상품을 도입해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광고회사 미리애드(Mirriad)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디지털 PPL 솔루션 독점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10월 ‘DIVA(Digital In-Video Advertising)’라는 서비스를 론칭해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광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UAE
제일기획 UAE 법인의 삼성전자 칼리마록(KalimaLock) 캠페인이 디앤애드(D&AD) 광고제에서 우드 펜슬(Wood Pencil)을 수상했다. 칼리마록은 삼성 모바일 기기의 잠금 해제 패턴을 아랍어 모양으로 디자인한 앱이다. 중동 지역 어린이의 70%가 아랍어보다 영어에 더 익숙하고, 모바일 기기 사용 빈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아랍어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At 2016 Effie Greater China, Cheil Greater China received Top 3 Most Effective Agency Network and Cheil PengTai Beijing received Top 3 Most Effective Agency Office. The Effie Index recognizes the companies that create the most effective marketing communications ideas from around the world, determined by their success in more than forty national, regional and global Effie Award competitions.
Cheil UAE won Wood Pencil at D&AD for its “KalimaLock” campaign for Samsung Electronics. KalimaLock is an app that transforms the native lock screen pattern on Samsung mobile devices into an Arabic word. English is often the language of choice at the GCC, and this has directly affected almost 70% of Arab children’s abilities to read and write in their native language. Through unlocking their devices by following a predefined pattern of dots, children can learn how to read and write a new Arabic word.
Greater China
2016 에피 그레이터 차이나(2016 Effie Greater China)에서 제일 그레이터 차이나가 올해의 3대 에이전시 네트워크 상(Top 3 Most Effective Agency Network), 제일 펑타이 북경 법인이 올해의 3대 에이전시 오피스 상(Top 3 Most Effective Agency Office)을 수상했다. 에피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목표 달성 기여 정도를 기준으로 캠페인을 평가하는 상으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지역 및 글로벌 에피 어워드를 시행하고 있다.
제일기획 UAE 법인의 삼성전자 칼리마록(KalimaLock) 캠페인이 디앤애드(D&AD) 광고제에서 우드 펜슬(Wood Pencil)을 수상했다. 칼리마록은 삼성 모바일 기기의 잠금 해제 패턴을 아랍어 모양으로 디자인한 앱이다. 중동 지역 어린이의 70%가 아랍어보다 영어에 더 익숙하고, 모바일 기기 사용 빈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때마다 아랍어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At 2016 Effie Greater China, Cheil Greater China received Top 3 Most Effective Agency Network and Cheil PengTai Beijing received Top 3 Most Effective Agency Office. The Effie Index recognizes the companies that create the most effective marketing communications ideas from around the world, determined by their success in more than forty national, regional and global Effie Award competitions.
Cheil Magazine 2016. 6
글 신혜림 프로 미디어플래닝 1팀
지상파 TV에 광고를 집행해 보셨다면 아마 ‘Upfront’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Upfront란 장기 청약(6~12개월)을 통해 광고 물량의 안정적 확보 및 구매 효율화를 기할 수 있도록 사전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무한도전> 같은 주요 프로그램을 미리 장기 청약해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이점도 확보할 수 있어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높은 상품입니다. 이미 33차까지 판매를 이어온 대표적 TV 판매 제도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Digital Upfront’는 다소 생소하실 겁니다. 디지털은 워낙 상품수도 많고 수시 판매 및 잦은 상품 변경으로 장기 청약에 대한 개념을 세울 수 없을뿐더러 또한 단기 집행 클라이언트가 많아서 Upfront를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보급 확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HD급 시청 환경 등이 조성되면서 모바일 동영상 시청이 증가했고, 이러한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에 발맞춰 단기 프로모션 캠페인이 아닌 브랜딩 캠페인에 디지털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지상파 TV처럼 인기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만 우리 광고를 노출시킨다면 얼마나 매력적일까?’, ‘좀 더 비용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Upfront를 디지털에 대입해 봤습니다. 제일기획은 디지털 미디어 사업 강화를 위해 구글과 국내 최초로 JBP(Joint Business Partnership)를 맺고 디지털 미디어 광고 관련 업무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결실이 바로 GP(Google Preferred) Upfront 입니다. GP는 구글의 상위 5% 프리미엄 인벤토리로 씬님, 대도서관, 캐리앤토이즈 등 유튜브 인기 스타들의 채널에만 타깃팅해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광고 도달이 가능하고, 인게이지먼트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GP를 Upfront로 집행하게 되면 프리미엄 콘텐츠에만 노출하면서 보너스를 확보해 효과와 효율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GP는 오디언스 타깃팅도 동시에 가능해서 우리 브랜드에 맞는 타깃만을 골라내 집행할 수 있으며, 타깃팅에 따른 가격 할증도 없기 때문에 효과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표적인 타깃은 Custom Pack을 미리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손쉬운 활용이 가능합니다(<GP Custom Package> 참조).
GP Upfront 판매 방식은 집행 기간과 금액에 따라 보너스율이 차등 적용돼 있습니다만, 지상파 TV Upfront 상품과 비교하면 집행 기간과 금액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습니다. 광고비가 적거나 기간이 짧아도 참여가 가능하며 캠페인에 최적화된 제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GP Upfront를 시작으로 다양한 Digital Upfront 상품을 계속해서 론칭할 예정이니, 디지털 광고 집행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Cheil Magazine 2016. 6
글·사진 박솔미 프로 권영국 CD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