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2. 16:13

팀 버튼 감독의 <빅피쉬>는 거짓과 진실, 주관과 객관, 그리고 추억과 왜곡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영화입니다. 한평생 모험을 즐겼다는 아버지 에드워드는 툭하면 “내가 왕년에 말이지~” 하며 아들 윌에게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추억 속에서 아버지는 만능 스포츠맨에, 발명왕에, 해결사입니다. 한마디로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죠. 그 얘기들이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이라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도통 믿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병세가 위독한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있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거짓말을 입증하겠다”며 증거 수집에 열을 올립니다.

이 시점에서 ‘므두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 떠오릅니다. 므두셀라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거의 천 년 가까이 살았는데, 옛날이 좋았다면서 늘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했다지요. 이 인물에서 유래한 므두셀라 증후군은 과거를 미화하고 포장하며, 좋았던 시절로 회귀하려는 심리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므두셀라 증후군을 퇴행 심리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현실 도피를 위해 과거를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부풀려서 왜곡시킨다는 거죠.

하지만 므두셀라 증후군을 방어 기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과거가 아름답지 못해서,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어서 밤마다 ‘이불킥’에 시달린다면 힘든 현실을 버텨낼 재간이 없겠죠. 내게도 곱씹을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 몇 개쯤은 있어야 자존감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빅피쉬>에 등장하는 누군가는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아버지의 무용담이 거짓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아들에게 용기와 꿈을 주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 아니었을지, 그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곡진한 노력의 일종은 아니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과거를 미화하는 므두셀라 증후군과 달리 ‘순교자 증후군(Martyr syndrome)’은 과거를 불행하게만 바라보는 심리를 가리킵니다. ‘나는 늘 희생하며 살아왔어. 나는 피해자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과거를 ‘주관적’으로 미화하거나 포장하고 때로는 폄하하거나 부정하는 현상….

이것은 과거의 시간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잘못하면 얼토당토않은 의미로 둔갑해 버리듯, 과거의 기억 또한 잘 번역하지 않으면 현재와 미래에 엉뚱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 요컨대 우리에겐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번역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요즘 의식주 전반에 걸쳐 뉴트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 취미 생활까지도요. 올해 초 한 온라인 쇼핑몰이 발표한 2016~2019년 판매 증감률을 보면, 10~30대 젊은 층의 화폐‧주화‧우표 수집 관련 제품의 판매량이 2016년 대비 5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이 줄면서 패션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뉴트로 디자인을 선보인 몇몇 브랜드들은 오히려 완판 신화를 기록했습니다.

지금 누군가는 뉴트로를 통해 이른바 ‘코로나 불황’을 타개할 묘수를 찾고 있습니다. 뉴트로 또한 결국은 과거라는 시간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의 문제일 겁니다. 제일매거진 6월호에서는 뉴트로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전략에 대해 살펴봅니다.

P.S. 여러분은 지금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번역하고 계신가요?

2020.06.09. 14:40

코로나19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또 정착되고 있다. 그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뉴트로(Newtro)다. 전 세계 경제를 암울하게 만든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재해석하는 트렌드에 집중하는 것은 왜일까?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복고 감성이 곁들여진 상품들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복고의 핵심에는 추억이 있고, 추억은 ‘과거의 것이지만, 미래의 에너지도 만든다’는 연구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회상하는 행위가 현재와 미래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 이른바 ‘과거의 힘(Power of past)’, 즉 향수(鄕愁)가 에너지를 만든다는 이 역설적 현상을 연구해 온 대표적 학자가 영국 사우스햄턴 대학의 심리학자 제이콥 율(Jacob Juhl) 교수다. 그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은 긍정적 과거 중 특정한 유형을 회상하는 행위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위해 주목할 만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행위가 에너지로 전환되는 걸까? 상식적으로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과거의 좋은 기억을 우리는 향수라고 한다. 향수, 즉 노스탤지어는 사전적으로는 긍정적인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뜻한다. 그런데 이 향수에는 단순히 그리움만 포함돼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과거를 다시 한 번 경험하고픈 소망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 소망은 당연히 미래를 위한 중요한 힘이 된다.

제이콥 율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그와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걸어온 과거를 회상하게 했다. 참가자들 절반에게는 ‘아, 그때가 좋았어!’라고 할 만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특정한 시점을 정해주고 그 시점 전후로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전자는 향수를, 후자는 단순한 일상적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후 두 그룹 모두에게 다양한 과제를 부여했다.

그 과제 중에는 혼자 열심히 하면 되는 일도 있었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타인과의 협력이 필요한 일들도 있었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긍정적 과거를 떠올렸던 사람들은 유독 협력적인 일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몰입했고, 잘될 수 있다는 신념도 더 강하게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과제 수행 결과도 우수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러한 향수 자극의 효과가 다른 사람들과의 협동이 필요치 않은 과제, 즉 나만을 위한 일에 있어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과거의 긍정적 경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쓰게 했다. 한 그룹에게는 단순히 과거의 좋은 일을, 다른 그룹에게는 다른 사람과 있었던 좋은 일을 쓰도록 했다. 이미 그 결과를 눈치챈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실험은 협동을 극대화시켰다. 전자도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더 타인과의 협력을 촉진시켰지만, 후자의 조건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과 공감이 이뤄졌다. 이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과거에 다른 사람들과 보람을 느끼면서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해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힘을 심리학에서는 효능감(efficacy)이라고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거의 수많은 기억들 중 이 효능감을 다시 되살리는 데 요긴한 실마리를 찾고 있다. 그것이 뉴트로에 반영된 것이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미래가 막막하고 불안한 코로나19 시대에는 더욱 절실하게 말이다.

 

이제 뉴트로의 기능은 분명해졌다. 뉴트로는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긍정적 시간을 떠올리게 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뉴트로를 소비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현재와 미래에 공존하고 협동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이후의 최근 뉴트로는 유난히 먹을거리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하나였던 태극당의 팝업 스토어나 남대문 시장을 상징하는 김진호 호떡의 리브랜딩인 미구당, 이마트가 추억의 먹거리인 냉동 삼겹살과 옛날 통닭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뉴트로 기획전, 이 외에도 맥심, 델몬트, 칠성 사이다 등에서 선보인 과거 브랜드 디자인의 한정판 판매 상품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비싸지 않기에 부담 없이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추억의 먹거리라는 점이다.

▲ 태극당 ⓒ taegeukdang.com

그러니까 우리는 뉴트로를 통해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같이 일하고 같이 놀, 공존과 협동의 동반자들 말이다. 코로나19로 불안한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해 왔다. 엘리베이터에 있는 옆 사람과도 평소보다 거리를 더 둔다. 택배로 온 물건도 가급적 비대면으로 받는다. 방역 차원에서 봤을 때는 올바른 행동들이다. 하지만 그 거리 두기를 통해 멀어진 것은 바로 사람 아니겠는가.

그로 인해 우리는 나와 같이 호흡하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 줄 동반자들을 마음속으로 원하게 됐다. 실제로 저렴한 뉴트로 제품일수록 오프라인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유하면서 즐거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뉴트로는 주위 사람들과 ‘연결’을 만들어 낸다. 반면에 명품은 나를 돋보이게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립시킨다. 시카고 대학의 저명한 행동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씨(Christopher Hsee) 교수는 그래서 “프라다는 사람을 타인들로부터 고립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뉴트로는 결국 사람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이런 재미있는 가정도 해 볼 수 있다.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예전의 소중한 만남, 관계, 그리고 보람 있는 성취를 같이 묶어 절묘하게 구현한 제품이 나온다면 완판 신화를 훨씬 더 빠르고 쉽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김경일은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며 국내의 대표적인 인지심리학자이다. <어쩌다 어른>, <속보이는TV 人사이드>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지혜의 심리학』,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2020.06.11. 15:48

2020.06.11. 17:10

온라인 수업이 알파와 오메가가 된 이번 학기…. 코로나19가 만든 진풍경이다. 온라인 강좌 10%를 목놓아 외쳤던 대학들은 단숨에 100%를 채웠다. ‘아날로그’ 대학은 무장 해제되고 대학에 지능정보사회가 펼쳐졌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다가 문득 뉴트로에 생각이 닿았다. 그것이 어쩌면 희망의 손짓일지도 모른다는….

웹엑스(Webex) 스트리밍으로 넘어간 교수들이 많았지만, 나는 에버렉(Everlec) 녹화를 고집했다. 이때 아니면 나만의 콘텐츠를 언제 만들랴 싶었다. 항상 시작이 문제였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생방’ 시작이다. 하지만 내 연구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온라인 수업은 다르다. 웹캠 뒤에 학생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고 다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상상 속의 청중을 즉각 소환하지 못하는 날은 카메라 앞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코로나19와 온라인 수업이 일깨운 것은 바로 대면의 소중함이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이다. 오늘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학생들을 상상 속으로 소환했다. 그렇게 학기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언택트 사회의 척박함 속에서 내게 ‘한 줄기 빛’을 비춘 것은 다름 아닌 tvN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었다.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가 한데 묶였으니 한마디로 기대 만발. 다른 의학 드라마처럼 긴장감 넘치는 수술 장면은 드물지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시선을 끈다. 이런 의사들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판타지일지언정 감성 충만에 또 넉넉한 그리움에 빠져 본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레트로 감성의 소환이 전부는 아니었다. 어떤 남자라도 사랑에 빠질 법한 채송화 교수 역의 전미도, 무뚝뚝하지만 감성 돋는 레지던트 장겨울 역의 신현빈 등 새로운 배우들의 주옥같은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것이 최고 시청률 14.1%의 비결인 듯하다. <아로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같은 옛날 노래들을 소환해 듣는 ‘소확행’도 누렸다. QR코드 등록이 두렵지만, 이번 주말엔 노래방도 가 볼까 한다.

▲ 2001년 발표된 쿨의 대표곡 <아로하>는 레트로 미디움 팝발라드로 편곡돼 조정석이 다시 불렀다.
새로운 버전은 1020세대의 취향까지 저격했다. ⓒ <슬기로운 의사 생활> 홈페이지.

이에 비해 같은 방송사의 주말 드라마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3.7%라는 시청률이 말해 주듯 남녀 주인공을 주축으로 전개되는 멜로 라인은 진부했다. 1990년대 학생 운동의 언저리를 들춘 이 드라마는 4050세대의 마니아 감성 소환에만 그쳤다. 과거를 재현한 배우들의 연기는 그저 과거에 머물렀을 뿐 새로움의 길을 열지 못했고, 1020세대의 ‘갬성’은 꼼짝하지 않았다.

 

푸르고 투명한 유리병으로 재탄생한 진로 이즈 백은 옛 감성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새로움을 덧붙였다. 초록색 소주병에 익숙한 2030세대에게 부모 세대의 이 소주는 ‘힙스터’가 될 기회를 줬다. 한정판 굿즈는 MZ세대의 기호를 자극했고, 이른바 ‘인싸 소주’로 자리매김했다. 백곰 막걸리가 2030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듯 진로 이즈 백 또한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였다. 그 새로움이 SNS를 달궜고 소주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 옛날 진로 소주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해 스카이 블루 색상의 병과 은색 트위스트 캡으로
복원된 진로이즈백. 관련 굿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이 새로움에 부가해야 할 것이 바로 세대를 묶는 힘이다. 아빠와 함께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구경하다가 이 장르에 발을 들인 청년들은 아버지 시대의 애환에 또 그 인간적인 모습에 매료된다. 20대와 50대 사이에 놓인 장애물쯤은 쉽게 넘을 수 있는 마력 같은 힘을 가진 것이 트로트다. 물론 새로움은 기본이다. 신예 가수들이 무대를 장악했을 때 1020세대는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덕질’을 시작했다. 힐링에 빠졌다고 스스로를 축복한다. ‘미스터트롯’들은 아이돌이 보여 주지 못하는 여유로움과 능글맞음도 과시했다.

얼마 전 대학 신입생들에게 에세이 과제를 냈다. ‘86세대’인 50대 부모의 슬기로운 대학 생활에 비추어 자신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라는 거였다. 한 학생이 문자를 보내왔다.

“86세대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면서 정말 제 자신이 고등학교 때의 모습을 탈피하고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세대를 묶는 힘이란 이런 거다. 부모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성장하게 하는 힘이다. 진로 이즈 백이 그랬고, 뉴트로 콘셉트로 돌아온 칠성사이다가 그랬다. 트로트가 그랬고, 턴테이블에 걸릴 LP판이 그랬다. 부모 세대에게는 짠한 추억을, 밀레니얼에게는 새로움과 유희를 불러오면서 세대를 넘고 또 묶으면서 뉴트로는 하나의 확실한 문화 장르가 되고 있다. 코로나19에 힘겨운 우리가 서로 간에 담을 쌓고 있을 때 뉴트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넘어 창의적 에너지와 연대의 손짓으로 우리를 매료시키고 있다.

 

*필자 구정우는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비교사회학, 개발사회학을 비롯해 국제 인권을 전공했다. AI와 인권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으며, 지난해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를 펴냈다.

2020.06.12. 13:17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극장가는 옛날 영화들이 박스 오피스 차트를 점령 중이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89년 작 <전망 좋은 방>이 얼마 전 다시 스크린에 걸렸고, 천카이거 감독의 1993년 작 <패왕별희>와 2007년 개봉했던 제인 오스틴 원작의 <비커밍 제인>도 재개봉돼 인기를 모았다. 바야흐로 윤대녕의 소설 제목처럼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가 흔한 일상이 됐다. 어디 영화뿐인가. ‘전통적’인 취미 활동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 통계를 통해 레트로 문화의 현재를 살펴보자.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10명 중 8명(80.1%)이 “레트로 문화를 접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이러한 생각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50대 90.2%, 40대 87.4%, 30대 74.8%, 20대 67.8%).

또한 10명 중 6명은 “레트로 문화가 현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런 시각이 강했다(50대 71.4%, 40대 66%, 30대 59.8%, 20대 55.8%).  이처럼 연령대에 따라 레트로가 주는 정서적 효과에 대한 반응이 다소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아래 항목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통계 출처: <복고 문화 관련 인식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5년, 만 19~59세 남녀 2,000명 대상.
*통계 출처: <‘요즘 옛날’에 빠진 세대별 동상이몽은>, 한경 머니, 2020년 2월 기사, 10~50대 남녀 500명 대상.

 

사람들이 레트로 문화 체험을 통해 가장 느끼고 싶은 것은 바로 ‘추억’. 10명 중 7명이 1위로 추억(69.5%)을 꼽았다. 그런데 2위부터는 세대별로 상이한 답변이 나타났다. 50대는 추억(63.0%), 공감대(23.0%), 익숙함(8.0%), 즐거움(3.0%) 순서로 응답한 반면 10대는 추억(58.8%), 즐거움(22.7%), 공감대(12.4%), 익숙함(4.1%) 순서로 대답했다. 이를 통해 기성 세대에게는 레트로가 향수에 가까운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레트로 문화를 선호할까? 응답률을 보면 1위 옛날 노래(53.5%), 2위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42.8%)와 영화(42.6%), 3위 옛날 간식(24.3%)과 옛날 식품(22.6%), 4위 레트로풍 음식점(21.2%)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복고 문화 관련 인식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5년, 만 19~59세 남녀 2,000명 대상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의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지역의 핫플레이스 중 소셜 채널에서 언급량이 가장 많은 곳은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연남동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압구정동, 성수동, 을지로가 인기 여행지로 부상했다는 점.

압구정동은 2017년 8위에서 2019년 5위로 상승했으며, 성수동과 을지로는 2019년 처음으로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압구정동은 1990년대 강남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다가 가로수길이 유명세를 타며 인기가 사그라들었으나 최근 다시 관심 지역이 되고 있다. 성수동과 을지로의 부상은 레트로 느낌, 빈티지 느낌이 물씬 흐르는 공간이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 출처: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서울 여행 트렌드 조사>, 서울관광재단, 2020년, 소셜 채널 문서 총 1,960,652,389건 대상.

 

미국음반산업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미국의 LP 시장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이 2018년 대비 18.7% 증가해 CD(12% 감소) 및 다운로드 음원(17.6% 감소)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주로 판매된 음반을 보면 비틀즈, 퀸, 핑크플로이드, 너바나, 프린스, 레드제플린 등 거의 올드록과 올드팝이다.

주로 디지털 음원을 들으면서 성장한 2030세대에게 LP가 레트로 취미가 된 것은 국내도 마찬가지. 국내엔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지만, 업계에서는 LP 시장의 전체 매출액이 대략 2018년 250억 원에 이어 2019년 4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LP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턴테이블(61%)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디지털과는 또다른 맛’ LP판, 2030 취향 저격하다>, 세계일보 2020년 5월 2일자 기사. 
*통계 출처: <33년만에 CD 넘었다… 디지털 시대에 부는 LP 열풍>, 동아일보 2020년 1월 15일자 기사.

 

스마트폰에 무엇이든 기록하고 그림까지 그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최근 종이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 한 대형서점의 문구 판매점에선 2019년 다이어리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33%), 30대(25%), 40대(25%) 순서로 2030세대에서 특히 판매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 테이프, 메모지 등의 문구류 제품도 전년보다 32%나 증가했다. 이른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라 불리는 이 같은 현상은 디지털 시대에 핸드메이드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아날로그 감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 출처: <자꾸만 하고 싶은 ‘다꾸’>, 한겨레21, 2020년 2월 3일자 기사.

 

2020.06.09. 14:51

뉴트로 열풍은 방송가도 예외가 아니다. 원조격인 JTBC의 <슈가맨>을 필두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뉴트로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Mnet의 <퀴즈와 음악 사이>, KBS Joy의 <이십세기 힛-트쏭>, KBS2의 <악(樂)인전>을 비롯해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의 <싱어게인> 등 미디어에 불고 있는 뉴트로 현상을 짚어본다.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뉴트로는 코로나19 이후 완전한 대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예전 방송을 새롭다고 느끼는 1020세대와 어린 시절에 봤던 친숙한 콘텐츠를 다시 즐기고 싶어 하는 3040세대가 과거 콘텐츠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에서 이와 같은 열풍이 불었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방송가에서도 이미 가장 핫한 키워드로 뉴트로가 떠올랐고, 예능이나 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콘텐츠가 속속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뉴트로 방송의 원조라 할 수 있는 JTBC <슈가맨>은 시즌1부터 근황이 궁금했던 옛 가수들을 소환했고, 가장 최근 방영했던 시즌3에서는 ‘탑골 GD’ 양준일, 그룹 태사자 등을 섭외하며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한 TV조선의 최대 히트작인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특유의 복고 감성으로 트로트가 중장년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음악을 만들었다.

사실 뉴트로는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 젊은 층들이 열광한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와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오래된 것에 새로운 가치를 접목해야만 현 시대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JTBC <슈가맨 3> 홈페이지 포토 갤러리

ⓒ TV조선 <미스터트롯> 화면 캡처

 

따라서 단순히 옛것을 추억하는 차원을 넘어 옛것을 새로운 것과 접목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이 등장하고 있다. 예전 방송을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카이브를 활용해 기획을 만들어 내는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Mnet <퀴즈와 음악사이>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음악인을 만나 프로젝트 음악을 만드는 프로그램인 KBS2의 <악(樂)인전>이 대표적이다.

ⓒ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 화면 캡처

ⓒ Mnet <퀴즈와 음악사이> 화면 캡처

ⓒ KBS2의 <악(樂)인전> 화면 캡처

<이십세기 힛-트쏭>과 <퀴즈와 음악사이>는 방송사가 가진 방대한 과거 영상 자료를 채굴해 각각 차트쇼와 퀴즈쇼 형태로 방송을 풀어낸다. 우선 <이십세기 힛-트쏭>은 1990년대 음악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드러내 온 가수 김희철과 방송인 김민아를 주축으로 <가요톱10>부터 현재도 방송 중인 <뮤직뱅크>를 바탕으로 1980~90년대 음악을 ‘세기말 힛트송’, ‘길보드 힛트송’ 같은 차트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퀴즈와 음악사이>는 16년 전 Mnet에서 VJ로 데뷔한 노홍철을 비롯해 1990년대 인기 그룹 코요태의 신지를 주축으로 1990~2000년대 진귀한 영상 자료들을 차근차근 선보였다. 또한 <악(樂)인전>에서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디바, 샤크라 등 인기 그룹을 탄생시킨 이상민이 음악 제작자로 나서 1990년대 감성을 담은 음악을 현 시대에 맞게 재탄생시키고 있다.

 

음악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장르도 이러한 뉴트로 흐름에 가세했다. 사실 예능 및 드라마에서의 뉴트로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가 초기 불을 지폈다.

최근에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도 뉴트로 콘셉트의 소재가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의 대학 시절과 현재를 오간다. 5인방이 취미 생활로 밴드 활동을 하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추억의 노래들을 소환했고, 익준 역의 배우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는 주요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이 비, 이효리와 함께 혼성 댄스 그룹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홈페이지

ⓒ MBC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

이와 같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뉴트로 소재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방송가의 주요 소재로 나올 예정이다. 오는 2020년 하반기에 방송될 JTBC 신규 예능 <싱어게인>에는 지금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싱어게인>에서는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무명 가수, 한땐 잘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시대를 잘못 만난 재야의 실력자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다.

 

그렇다면 뉴트로 시대의 방송은 어떻게 될까? 많은 전문가들이 뉴트로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순한 복고가 아닌 더 가치 있는 창조의 결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송 프로그램 역시 옛 노래를 소개하는 단순한 포맷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의 것이지만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될 만한 소재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뉴트로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지속적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전 세대에 걸쳐 공감할 수 있는 뉴트로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세대간 격차를 해소함과 동시에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안과 즐거움을 선사했으면 싶다.

 

제일기획   진성윤 프로 (미디어플래닝 1팀)

2020.06.11. 15:53

얼마 전부터 지인들의 인스타스토리에서 경주용 자동차에 타고 있는 친숙한 캐릭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와 화상 수업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카트라이더: 러시플러스’를 통해 모바일 레이싱을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친구들과 술 마시고 PC방에 가서 하는 게임’이었던 카트라이더는 지난 5월 모바일로 출시되자마자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보며 혹자는 코로나19가 게임 산업에도 뉴트로 열풍을 불러왔다고 평했지만, 사실 게임업계에서 뉴트로는 상당히 오랫동안 화두였던 것이 사실이다. 게임업계를 관통하는 신고전주의 물결을 조명해 보고, 그중 코로나19라는 파도가 추가적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알아보자.

코로나19가 초래한 산업계 전반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게임업계의 1분기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감염 위험이 높은 PC방에서의 수익은 감소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비대면 여가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다.

넥슨을 제외한 국내 주요 게임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고, 넥슨 역시 중국 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가 부진했을 뿐 국내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해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아서 미국, 프랑스, 영국 게임 이용자들의 평균 게임 이용 시간이 30~45%가량 증가한 바 있다(닐슨, 2020).

*출처: ‘게임업계, 코로나19에도 1분기 선방’, 이투데이, 2020년 5월 13일자 기사.

게임 업계의 이러한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사조가 바로 ‘뉴트로’이다. 과거 흥행작들의 탄탄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에 무혈 입성하는 이 게임들은 기성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MZ세대를 일부 신규 고객으로 편입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명작의 매력적인 IP에 진보된 그래픽이 가미됨으로써 젊은 세대의 입맛마저 저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현재 ‘게임 뉴트로’라는 거대한 지붕을 받치고 있는 3개의 기둥은 ‘Re(리마스터)’와 ‘M(모바일)’, 그리고 ‘콘솔’이다.

우선 리마스터링은 기존 콘텐츠의 화질, 음성을 현대의 기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로, 블리자드가 그 대표 주자이다. 2017년 국내 한정이란 한계 때문에 민속 놀이라 불리던 ‘스타크래프트’가 리마스터링된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과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가 연이어 출시된 바 있다.

하지만 5개월 시차를 두고 출시된 워크래프트의 두 리마스터작의 성적표는 극과 극이었다. 작년 8월 발매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의 경우 오리지널의 게임성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서버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반면 올 1월 출시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2018년 블리즈컨에서 약속한 게임 캠페인 수정 및 시네마틱 추가가 이뤄지지 않고, 시각 효과의 개선도 미비해 메타크리틱 최저 평점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 worldofwarcraft.com

ⓒ playwarcraft3.com
▲ 상반된 평가를 받은 블리자드의 두 리마스터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과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국산 장수 게임들은 작년 3월 리마스터된 ‘리니지’를 제외하면, 리마스터보다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선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넥슨의 2003년 작 MMORPG ‘메이플스토리’가 초기 게임성을 추억하는 유저들을 위해 2015년 ‘리부트월드’를 추가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IMF 외환 위기 이후인 2000년대 들어 온라인에 등장한 은어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의 줄임말)’를 한 번쯤은 들어본 분들도 있을 것이다. 작년 프로 야구에서 두산의 양의지 선수가 NC로 이적하면서 초대박 FA계약(4년 125억 원)을 맺은 소식에 “린저씨들이 프로 야구판을 흔들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필자들은 두 사람 모두 두산 팬이기 때문에 그 충격은 엄청났다). 어마무시한 금액의 ‘현질’도 두려움 없이 사용하는 그들이 리니지라는 게임에 끼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들은 이제 PC를 넘어 모바일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출시됐던 PC 온라인 MMORPG ‘리니지2’를 재해석한 ‘리니지2M’은 기존의 린저씨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입맛 역시 사로잡음으로써, 사전 예약 18시간 만에 200만 건, 5일 만에 300만 건을 기록했다. ‘리니지2M’은 현재도 구글플레이 매출 및 인기 순위 1위를 유지하며 NC 소프트 실적 고공행진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넥슨의 경우,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카트라이더’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출시된 지 15년이 된 IP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양대 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 서비스 2주 차부터는 구글플레이 4위 및 앱스토어 1위에 올랐다. 누적 이용자 수는 글로벌 900만 명을 돌파했고, 일일 최대 이용자 수는 357만 명까지 치솟았다.

해외 시장에서도 MMORPG, SRPG 중심의 양산형 게임들에 지친 유저들로부터 가뭄에 단비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최초로 글로벌 사전 등록에서 50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 기세를 몰아 하반기에는 ‘피파 모바일’, ‘바람의 나라: 연’의 출시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IP를 통한 연타석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

ⓒ ‘피파 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 ‘바람의 나라: 연’ 홈페이지 캡처
▲ 넥슨의 하반기 신작 모바일 게임 ‘피파 모바일’과 ‘바람의나라: 연’

 

콘솔 뉴트로를 이끌고 있는 콘텐츠는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동물의 숲’이다. 2007년 닌텐도 DS용으로 12월 국내 발매된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은 당시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힐링 게임으로 포지셔닝되며 국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는 2020년 발매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으로 재현됐다. 실제로 ‘동물의 숲’을 플레이할 수 있는 닌텐도 스위치는 반일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일 품절을 기록한 바 있다. 필자들도 며칠 동안 국전(국제 전자센터)에서 발매를 기다렸으나, 결국 게임칩 구매를 포기하고 닌텐도 e-shop에서 다운로드 받아 즐기고 있다.

이 게임 외에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콕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린 시절 플레이했던 ‘슈퍼마리오’, ‘소닉’ 등을 레트로 게임기로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유저가 콘솔 게임을 하는 주된 이유가 높은 게임성(퀄리티 있는 그래픽, BGM, 스토리 등)에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콘솔 뉴트로’가 한때의 유행일지 아니면 하나의 주류로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유명세를 바탕으로 럭셔리 브랜드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 nintendo.co.kr

 

뉴트로가 현재 게임업계를 움직이는 화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는 게임업계에 비수로 날아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용할 수 있는 IP도 한정돼 있을뿐더러, 현재 라이프스타일에 과거의 게임성이 부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과 ‘리니지 리마스터’는 신규 유저 유치에 실패하며 그 한계를 드러냈다.

게임업계가 지속적인 ‘꽃길’을 걷기 위해서는 콘텐츠 완성도를 갖춘 신작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언리얼 엔진 5(플레이스테이션 5 탑재)’가 그래픽의 신기원을 여는 등 꾸준한 진보가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게이머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역작 IP가 등장하길 바라 본다.

 

제일기획   곽병주, 김규동 프로 (비즈니스 18팀)

2020.06.11. 15:56

설화수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다. 우수한 제품력으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여전히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국위 선양 브랜드다. 다만 현재를 넘어 앞으로도 더 오랜 기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한 가지 필요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 설화수를 사랑하는 주요 연령대 고객도 놓치지 않되, 앞으로 설화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잠재 고객들에게도 다가가는 것이 그것이었다. 설화수가 아직은 내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타깃층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 더 나아가 설화수를 새롭게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이 캠페인의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이 시대 여성들이 매일 고민하고 맞닥뜨리며, 진실되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우리의 고민은 시작됐다.  

젊음과 아름다움이 동일시되는 이 사회에서 젊음의 시간대를 벗어난, 나이 든 여성은 정말 아름답지 않은 걸까? 설화수의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은 이 물음에서 출발했다. 아름다움이 외면적인 형상을 묘사할 때만 쓰이는 말이 아님에도 흔하게 칭찬처럼 쓰이는 “어린 게 예쁜 거지”와 같은 말들은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해 이 사회가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통념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설화수는 생각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사회의 흔한 말들처럼, 정말 어느 순간 꺾이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계속 자라나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 이 캠페인에서는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성장시키는 선배 여성들의 모습을 존경의 마음으로 담아내 봤다.

이 캠페인을 보며 “저렇게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는 마음을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이 가질 수 있도록, 또한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료 여성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우리는 각 연령대의 롤모델을 찾아나섰다. 매일 스스로에게 자신의 존재를 질문하는 이 시대의 치열한 여성들에게 반드시 알려주고 싶었다. 아름다움은 언제까지나 당신의 나이와 함께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화장품이라는 품목의 특성상 ‘안티에이징’이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화장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그러나 이 캠페인의 목적 중 하나는 나이 듦을 과하게 숨기며 나이보다 젊게 보이도록 보정하기보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당당한 애티튜드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여성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을 갈망하기보다 제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프로에이징이 피부에 와 닿는다는 것. 그래야 자신의 아름다움이 자라는 것임을 스스로 진심을 다해 동의하게 될 테니….

 

캠페인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사회가 여성의 나이와 생애 주기에 대해 가지는 편견을 직접적으로 서두에 드러내고 그 말을 극복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델의 모습을 보여 주기로 했다. 사회적 편견을 꺾어 나가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우리의 모델이 돼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외면적 모습만을 가꾸는 여성은 우리의 모델로 적합하지 않았다.

60세인데 60세 같지 않은 동안은 이 캠페인의 모델이 될 수 없었다. 또한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저 젊다고 아름답고, 또한 젊다고 아름다움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움은 당신의 모든 나이에 존재하고, 그것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나이 듦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가 어떤 여성들을 롤모델로 삼으며 살아가면 좋을지, 보다 다양한 여성상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고민한 끝에 자신의 자리에서 치열한 아름다움을 쌓아가는 네 명의 여성을 찾아냈다.

 

73세의 현역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맞서야 할 가장 큰 벽은 그녀의 나이가 아닌 나이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었다. 나이가 들면 기량이 떨어질 수 있고, 그럼 자연스레 은퇴를 결심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현역으로 아름답게 활동 중인 그녀.

우리에게 더 풍부한 감정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정경화는 아직도 매일 더 배우고 있노라고 우리에게 말해 준다. 70대에 들어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나도 저런 멋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아름다움을 발전시키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분명 나이와 함께 지금도 자라나고 있다. 단 한 번도 상업 광고를 찍어보지 않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설화수를 그녀의 첫 상업 광고로 선택하기까지 많은 설득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녀는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이 캠페인에는 반드시 정경화라는 롤모델이 필요했고, 우리는 기나긴 설득 끝에 그녀와 함께할 수 있었으며 더없이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

 

▲ <아름다움은 자란다> 정경화 편

 

49세, 너무 늦은 건 아닐지 세상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성 배우에게 사람들이 가지는 나이에 대한 편견과 맞서며 이정은만의 아름다움을 성장시켜 왔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그녀의 연기는 빛을 발하는 중이다. 더 어리고 예쁠 때 떴으면 좋았겠다는 말도, 너무 오래 걸려 힘들지 않았느냐는 말도 그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 긴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름다움이 쌓였다는 배우 이정은.
젊은 나이엔 없던, 그리고 인공적으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49세 이정은만의 아우라가 있다. 시간의 깊이가 담긴 눈빛이 카메라를 응시할 때 우리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고, 이런 그녀의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계속 자라날 것이다.

 

▲ <아름다움은 자란다> 이정은 편

 

슈퍼모델이라면 누구나 상상하는 모습이 있다. 젊고, 탄탄한 몸매의 여성. 그러나 그와는 다르다고 느껴질 수 있는, 22년째 현역 모델로 활동 중인 39세의 모델 송경아가 여기 있다. 젊음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은퇴를 종용받는 모델 업계에서 아이를 낳고도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델 송경아는 아름다움이 어린 외모 그 자체와 동의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델로서 자신이 표현해 낼 수 있는 무브먼트가 점점 쌓여가고, 아이를 낳기 전엔 느껴보지 못한 더 큰 진폭의 감정이 생겼다고 했다. 얼굴뿐 아니라 몸도 나이가 들기에, 우리 몸짓의 아름다움까지도 자라날 수 있다는 것. 이 감정은 그녀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 <아름다움은 자란다> 송경아 편

 

가수 황소윤, 그녀는 이제 24살이 됐다. 이제 막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는 나이. 설화수의 아름다움을 논하기엔 어린 나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이 캠페인에 꼭 필요한 모델이었다. 젊은 나이에도 자신만의 아름다운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중이라는 것. 또한 후일 누군가의 롤모델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귀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
실제로 배우 이정은과 가수 황소윤이 촬영 현장에서 만났을 때 묘한 감동이 있었다. 두 모델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서로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 사회는 반드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또 한 번 확신했다. 그녀가 당차게 “좋고 아름다운 것에는 수명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하는 그 순간에도 분명 황소윤의 아름다움은 자라고 있었다.

 

▲ <아름다움은 자란다> 황소윤 편

 

이번 캠페인은 기존의 설화수가 해 왔던, 아니 일반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20대에서 70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모델 기용, 그리고 담대한 메시지와 그걸 담아내는 도전적인 비주얼까지…. 설화수와 제일기획 모두 이 캠페인을 론칭하기까지 많은 용기와 도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 말을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계속 자랄 수 있다고, 그러니 자신감을 잃지 말고 오늘도 내일도 더 아름답게 나아가자고.

이번 캠페인을 통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이들 4인의 이야기, 그리고 설화수의 관점에 공감하고, 응원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아름다움에 대한 그 정의가 제한 없이 더 넓어지고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이번 설화수의 <아름다움은 자란다> 캠페인은 영상뿐 아니라 이벤트로도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다. 아래 사이트에 접속해 나의 아름다움이 자라나는 과정을 담은 스토리 영상을 만들어 보고 이제까지, 앞으로도 멋지게 자라날 나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아름다움은 자란다’ 이벤트 참여하기(모바일) ▶ https://www.sulwhasoo-event.co.kr

 

제일기획   강현진 프로 (정유나 CD팀)   
                    남예린 프로 (비즈니스 10팀)

2020.06.10. 15:16

코로나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놓았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택트’가 있다. 사실 언택트는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롭게 등장한 현상은 아니고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자연스럽게 생겨났지만, 코로나19가 언택트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이제 언택트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월 중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면서 공교육이 언택트로 전환됐으니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갤럭시 S20로 온라인 강의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캠페인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공교육에서 온라인 강의가 본격화되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온라인 강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학생들이 아닌 선생님들….

온라인 강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촬영과 편집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전에 없던 스트레스로 다가온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선생님은 “온라인 강의 영상 제작에 대한 스트레스로 퇴직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명확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들이 온라인 강의 영상을 만드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자! 친근한 스마트폰인 갤럭시 S20만으로도 온라인 강의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그러한 두려움을 없애는 동시에 갤럭시 S20의 기능들을 알뜰하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제작이 시작됐다. 온라인 개학일인 4월 16일에 맞춰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 그런데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들어온 건 4월 8일. 주어진 시간은 불과 일주일 남짓. ‘어떤 기능으로 온라인 강의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랐다.

동영상 촬영 기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적정 높이와 녹음이 잘될 수 있는 각도까지 세세하게 테스트했다. 하지만 너무 세세하게 보여 주자니 시청하는 선생님들에겐 오히려 어렵게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갤럭시 S20의 유니크한 ‘화면 녹화’ 기능. 우리는 이 기능을 활용해 정말 쉽게 강의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보여 주고, 강의 영상 업그레이드 꿀팁까지 추가해 선생님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제작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제작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시간도 줄이기 위해 외부 PD 없이 직접 PD 역할까지 겸했다.

모바일 제품 특성상 합성은 필수다. 하지만 촬영 후 시사까지의 시간은 하루 반나절. 합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촬영을 진행하고 촬영과 동시에 편집도 진행했다. 이렇게 일주일을 하얗게 불태워 캠페인 영상이 업로드됐다.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이번 캠페인은 구글 글로벌에서 진행하는 코로나 대응 관련 캠페인인 <Stay Home PSA Ads Leaderboard> 중 한국 대표 캠페인으로 선정됐다. 소비자들은 갤럭시 S20의 기능에 감탄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온라인 강의가 중요해진 언택트 시대에 갤럭시만이 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캠페인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코로나로 인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슈가 있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발빠르게 캠페인으로 만들어 내는 민첩한 대응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 <선생님을 위한 갤럭시 S20 온라인 강의 영상 쉽게 만들기> 캠페인

 

제일기획   정재호 프로 (C-zzle 2팀)

2020.06.09. 14:47

지난 10년간 커피 시장은 빠르게 진화했다. 동네마다 커피전문점이 빼곡히 자리하게 됐고, 집에서 원두를 내려 먹는 홈카페 문화도 발달했다. 믹스커피는 물론 캡슐, 드립백, 액상까지 다양한 형태로 출시된 제품들은 다채로운 커피 라이프를 선사한다. 커피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제 커피는 단순히 미각적 만족을 주는 기호식품을 넘어 삶의 중요한 일부이자 하나의 문화가 됐다.

바야흐로 춘추전국 시대를 맞은 커피 시장. 커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커피를 대하는 소비자의 기준은 높아져 갔다. 기존 제품만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카누는 고급화되고 있는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카누 시그니처.

프리미엄 라인으로 출시된 만큼 소비자들이 선망할 만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선결 과제였다. 이 시대의 프리미엄에 대한 가치를 재해석하고 그것을 제품에 결합시킨 카누 시그니처만의 프리미엄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신규 메시지 개발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제품의 제형을 나타내는 단어 ‘인스턴트’는 근본적으로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와 결합하기에는 꽤 간극이 있었다. 바리스타가 정성스레 드립하는 원두커피와 달리 뜯어서 붓기만 하면 되는 제품. 보통의 소비자 입장에서 이 두 단어의 조합은 확실히 낯설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이미 그 속에 답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카누라는 브랜드는 이미 해결의 실마리를 갖고 있었다. 이 급변하는 시대에, 왜 카누는 신제품마저 하필이면 인스턴트일까? 물론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는 데 캡슐이나 드립백을 구현할 기술이 없어서, 아니면 커피숍으로 확장할 자본이 없어서 그러진 않았을 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카누의 슬로건에는 사실 동서식품이 지난 50년간 커피 불모지 대한민국에 커피를 보급하고 산업을 키워나가면서, 커피라는 존재를 바라보고 생각했던 그 어떤 철학과 신념 같은 것이 집약돼 있다. “커피는 누구에게나 가장 쉬워야만 한다.”, “커피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만 한다”,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맛과 향은 최고여야만 한다”는 기업의 사명 같은 것이랄까?

제일러들이 바라본 카누의 가치에는 단순히 ‘카페 커피의 대안’을 넘어선 더 중대한 개념이 기저에 존재했다. 그것이 10년간 카누가 국민 커피 브랜드로서 사랑받아온 비결이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카누 시그니처의 제형인 ‘인스턴트’는 분명히 더 조명받을 가치가 있었다. 우리는 카누 시그니처를 더 이상 숍커피를 표방하는 ‘대안 제품’이 아닌, 인스턴트임에도 숍커피를 대체할 만큼 수준 있는 ‘온전한 한 잔의 커피’로 포지셔닝해 보고자 했다.

 

스틱 커피 형태로도 퀄리티 커피 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다는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좋은 커피 한 잔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곧 이 시대의 프리미엄이니까.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인스턴트 커피로서 그 가치를 끊임없이 재조명하고 강조하는 것뿐이었다. 인스턴트 프리미엄에 대한 작위적 재해석이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인스턴트 그 자체를 더 강점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스틱’과 ‘커피 파우더’라는 인스턴트 제품의 속성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웅장한 비주얼로 시각화했다.

TV 광고는 제품 패키지를 보여 주며 시작한다. 보물 상자를 열듯 열쇠를 돌리면, 커피 스틱이 등장한다. 스틱이 화려한 모션 그래픽으로 보여진 후, 이어서 펼쳐진 휘황찬란한 금빛 커피 세계 속에 모델이 벅찬 표정으로 서 있다. 카누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보여 주지 않았던 인스턴트 커피의 상징을 오히려 전면에 당당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얼마나 카누다운 발상인가!

이어서 등장하는 “이 한 잔에, 커피가 지닐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담아”라는 카피는 최고의 맛과 향을 지닌 커피라는 의미뿐 아니라, 지난 50년간 커피 라이프 발전에 지대하게 기여했던, 스틱형 커피가 쌓아온 역사와 가치를 은연중에 함의하는 브랜드의 울림 있는 목소리이다.

 

카누 시그니처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두커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퀄리티’이다. 실제 소비자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전문 숍브랜드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제품력은 자신 있었다. 심지어 <맥심 리스테이지>라는 사내 행사에서 임직원에게 개발 초기의 시제품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모두가 원두커피인줄로만 알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일화도 있다. 커피 전문 기업 동서식품의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의 맛과 향이라니! 가히 ‘시그니처’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다.

하지만 원두커피와 대등한 품질을 구현하려다 보니 일반 카누 대비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구매 동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해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카누 시그니처가 더 맛있고 향이 좋은 이유를 소비자에게 납득시키기에 그 내용은 지나치게 어려웠다.

품질의 근간은 ‘향 보존 동결 기술’, ‘저수율 추출’, ‘시그니처 블렌딩’ 이 세 가지 공법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 용어들만 봐도 제조 공정에 대한 이공계적 관점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가? 커피 스틱 하나 구매하기 위해 제품의 테크놀로지를 귀담아듣고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필시 손꼽히는 인스턴트 커피 마니아거나 업계 종사자일 것이다.

그래서 이 역시 정공법을 택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외에 제품의 특징을 전달할 방법이 도저히 없다면, 구구절절하게 주입시킬 수밖에! 매체별로 광고의 목적을 달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광고 집중도가 높지 않은 TV 매체에서는 철저하게 인스턴트 커피에 프리미엄 이미지만 부여하고자 했고, 집중도가 높은 디지털 매체는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제품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어려운 이야기도 귀담아듣도록 만드는 솔루션은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에 있다. 텍스트는 세 줄만 돼도 어려워하지만, 5분짜리 유튜브 영상은 쏙쏙 이해하는 영상 미디어 시대가 아닌가!

세 편의 카누 시그니처 언박싱 영상에서는 카누 바리스타에서 카누 시그니처 BJ로 변신한 모델 공유가 제품의 종류,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 핵심 공법, 용량과 음용법 등 우리가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모든 내 용을 쉽고도 디테일하게 설명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형태를 차용한 것은 이 시대의 소비자에게 제품을 학습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

 

카누의 프리미엄 제품인 시그니처는 자랑하고자 하는 요소가 많았던 만큼 회의가 거듭될수록 유효한 전략인지, 집중해야 할 메시지가 맞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기획 과정에서도 제품을 끝까지 신뢰하고, 제품이 가진 태생적 한계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는 시각을 견지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집에서 좋은 커피를 쉽고 편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카누 시그니처를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으로 이번 캠페인은 충분히 성공한 것이라는 자기 만족으로 캠페인을 재해석하며 글을 마친다.

 

▲ 카누 시그니처 TV 광고 본편

▲ 카누 시그니처 언박싱 ‘공법’ 편

 

제일기획   박준형 프로 (The SOUTH 3팀)

2020.06.12. 14:41

증권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이야기하기엔 다소 어려운 주제이다. 전문적인 용어도 많고 상품의 개념 자체가 복잡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증권의 ELS(equity-linked securities)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주가 연계 증권 상품’이라는 다소 난해한 개념을 어떻게 쉽고 재미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 과정을 소개한다.

이번 삼성증권 ELS 캠페인은 어깨에 힘을 빼기로 했다. 더욱 위트 있고 조금은 어이없어지기로 했다. 어려운 것을 쉽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지루한 것을 신나게 만드는 것이 광고가 가진 큰 힘이니까. 그 힘을 믿고 원초적인 웃음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기로 했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아주 단순한 언어유희였다. 삼성증권의 마지막 글자 ‘권’을 권법으로 접근해 본 것이다. 그러자 크리에이티브의 분위기와 테마가 무협 액션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그리고 주인공이 쓰는 가장 강력한 비기(祕技)의 이름을 ELS와 유사하게 만들고자 했다. 알파벳 ELS를 한글 발음으로 풀어쓰면 ‘이엘에스’가 되니까 ‘이엘에스’를 사자성어처럼 접근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몇 번의 브레인스토밍 끝에 우리가 만들어 낸 비기의 이름은 ‘이. 애. 래. 수’였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보이던 ELS가 어느새 폭포처럼 쏟아지는 수익을 가져다줄 재미나고 쉬운 말로 뒤바뀐 순간이었다. 그 뒤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주인공이 지켜 낼 성(城)의 이름은 ‘수익성’으로 정했다. 아주 먼 옛날의 도성에서 액션 활극을 펼치기엔 그만인 네이밍이었다.

그곳에서 백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치료해 줄 환의 이름은 ‘조기상환’으로 지었다. 악당의 이름을 ‘초저’로 정하고 그의 ‘금니’가 빛나는 순간을 얘기하면서 은근슬쩍 ‘초저금리’를 말하기도 했다. 악당들이 주인공의 손에 죽음을 맞이할 때 “삼성증권… 역시 고수… 잌”이라고 외치며 죽는 것에서 고수익을 언급하기도 했다. 찾으면 찾을수록 깨알 재미가 넘쳐나는 광고 캠페인이 된 것이다.

 

주인공이 삼성증권 ELS 상품을 ‘이! 애! 래! 수!’라고 외치는 순간의 비주얼도 다소 과장되고 재미나게 설계했다. 기합을 넣는 순간 시원한 상승의 물기둥이 터지도록 한 것이다. 무협 영화에 나올 법한 판타지적 표현을 통해 언어유희를 넘어선 새로운 재미까지 느껴지도록 했다. 여기에 ‘수익성을 지키는 삼성증권’이라는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지니 묘한 설득력이 밀려왔다.

게다가 이번 삼성증권 ELS 캠페인의 모델로 선정된 배우 김성규는 무협 액션이라는 테마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머리에 상투를 틀고 도복을 휘날리며 무술을 하는 김성규의 모습은 그의 전작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연상시킨다. <킹덤>에서의 영향력을 삼성증권 ELS 캠페인으로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었던 캐스팅이었으며, 동시에 그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클라이언트는 다소 알리기 어려웠던 ELS라는 상품을 물 흐르듯 수익을 가져다주는 ‘이애래수’라는 콘셉트로 탈바꿈시킨 것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줬다. 덕분에 2탄에 해당하는 ‘삼성증권 해외 주식’ 편도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런 형식의 증권사 광고는 처음이라며 호응했다. 삼성증권 ELS라는 증권 상품을 이토록 영화처럼 연출할 수 있다는 데 즐거워했다. 우리가 숨겨 놓은 깨알 재미를 하나하나 찾아내 샅샅이 분석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이번 캠페인은 ‘수익성=삼성증권 이애래수(ELS)’라는 단순 명쾌한 메시지를 언어유희를 통해 확실하게 전달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말장난에서 시작됐지만, 어느새 ‘장난 아닌 힘’을 가진 캠페인이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물 흐르듯 이로운 즐거움이 다가오는 광고가 아닐까!

 

▲ 삼성증권 <이애래수> 캠페인 풀버전 上편

 

▲ 삼성증권 <이애래수> 캠페인 풀버전 下편

 

제일기획   이승용 프로(신태호 ECD팀)

2020.06.05. 17:08

2020.06.12. 10:10

동서식품 모카골드 ‘일상’

#평범하지만빛나는일상

동서식품 카누 시그니처

#커피가지닐수있는모든가치

동원 F&B 크릴리오

#크릴을따져볼때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게살가득풍미

신한금융그룹 신한플러스멤버십 론칭편

#14만원먼저받고시작해

신한금융그룹 희망으로 같이가게 ‘떡집’ 편

#같이삽시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아름다움은 자란다’ 종합편

#지금당신이가장아름다워

한국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터트려 버려’

#투명하게보여줄게

삼성전자 갤럭시 콘텐츠페스타 ‘발리’ 편

#흔들림없는추억

삼성전자 데이코 DREAM CAR

#드림카주방에주차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와이드 무풍’

#무풍이해결한다

삼성증권 ‘이애래수’

#이롭고사랑스런수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