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9. 7
사진가 황규태의 <픽셀 레이디>나 화가 이길우의 <로널드 씨의 유람기>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거리 조정이 필요하다. 작품 앞에 너무 바짝 다가서면 픽셀이나 점이 무수히 반복되며 나열돼 있을 뿐이지만, 멀리 떨어지면 비로소 형체가 보인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적절한 거리는 필요충분 조건이다.
지하철을 탄다. 운이 좋게도 빈자리가 많다. 이때 사람들은 십중팔구 맨 끝자리에 앉는다. 낯선 이들과 어느 정도 거리감을 확보해야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퍼스널 스페이스’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은 누구나 주변의 일정 공간을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하며 무의식적인 경계선을 긋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느 만큼의 거리가 필요한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에드워드 홀에 의하면 만원인 엘리베이터에서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드는 이유는 자신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침범당해서다. 문화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거리는 대략 1미터가량이다. 이른바 ‘쩍벌남’이 못마땅한 것도 내 자리가 비좁아져서라기보다는 내 영역이 침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퍼스널 스페이스가 반드시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또한 거리가 멀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월드컵 거리 응원을 떠올려 보자. 공유감을 느낄 때 우리는 낯선 이들과 어깨를 걸기도 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한다. 요컨대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20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의 조사에서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으로 ‘전화벨이 울릴 때’(39.4%)가 2위에 올랐다. 신입사원이니 혹여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돼 그런 것이겠지만, 그 기저에는 다른 이유가 깔려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콜포비아(call phobia)’ 증후군을 겪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은 직접적 소통 방식인 음성 통화보다 문자로 간접적 의사소통을 하는 메신저 사용이 더 익숙하다. 이는 관계에 있어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일 수 있다. 음성 통화를 할 경우 상대방의 뉘앙스에서 감정을 읽어내며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고, 내 감정 또한 그대로 노출돼 전달된다. 콜포비아 세대는 이런 소통 방식을 어렵고 피곤하게 느낀다.
여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초등학생이 “여친이 생기면 감정 소모가 많아서 안 사귀어요”라고 답했단다. 청년들의 결혼은 둘째 치고, 초등학생의 이성 교제조차 ‘감정 소모’로 인해 가로막히는 세상이다. 이런 현상이 오프라인 매장의 ‘비대면 서비스’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비대면 서비스 관련 인식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무려 85.9%가 “점원이 말을 거는 곳보다는 혼자 조용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고 답했다. 65.7%는 “점원이 계속 말을 걸면 쇼핑을 더 하지 않고 나온다”라고 답했다. 이는 의도된 친절, 지나친 친절이 불편의 요소이며 누군가의 개입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또한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은 점원의 정보 제공도 그리 반기지 않게 됐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화장품 매장-드러그스토어-백화점 옷매장-대형마트-신발 매장’ 순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응답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을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만 빠른 응대를 해줄 때”라고 답했다. 내가 원할 때만 접근을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때문에 최근 무인 계산대와 무인 점포 등 비대면 서비스가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점이 없지 않음에도 비대면 서비스는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 푸드코트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인간은 싫든 좋든 관계 맺기를 통해서만 살 수 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친절하고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려면 감정의 소모가 반드시 뒤따른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의 상중하를 결정짓고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심리학자 슈테파니 슈탈의 저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는 독일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어느 누구와 관계를 맺더라도 그 안에서 상처받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관계의 미학, 거리의 미학이 보편적 화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좋은 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의 거리감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거리감으로 일방적으로 다가서면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존중, 이것이 바로 적정한 거리의 지표가 아닐까.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도 거리의 미학을 적절히 구사할 때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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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트렌드 분석가)
자동 판매기(vending machine)는 사람 없이도 물건을 판매하는 기계다. 일종의 무인 매장인 셈인데, 최초의 자판기는 동전을 넣으면 물이 나오게 한 기원전 215년 고대 이집트 신전의 성수 자판기다. 현대적 자판기는 1880년대 영국의 엽서 자판기, 일본의 담배 자판기를 최초로 꼽는다.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진 자판기지만, 오히려 시장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요즘 자판기는 별의별 걸 다 판다.
샐러드부터 고기까지, 신선 식품을 파는 자판기
기존에는 캔 음료나 화장지 등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제품들만 판매됐지만, 이젠 신선식품도 자판기를 통해 활발히 팔린다. 삼성웰스토리도 간편식 자판기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과일 요거트, 선식, 머핀, 그라탕 등을 자판기로 구매하는데, 이를 대학교 구내 식당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풀무원식품도 식품 자판기를 만들어 과일, 샐러드, 유제품, 간편식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식품을 자판기를 통해 팔고 있다.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파는 자판기는 이미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선 오래됐다. 시카고의 파머스 프리지는 샐러드 자판기를 2013년부터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샐러드 전문업체 스윗밸런스가 매장에서 자판기를 운영 중이다. 부산에는 반찬 자판기도 있다. 김치를 비롯해 간단한 반찬 50여 종류를 24시간 언제든 살 수 있다.
▲ 삼성웰스토리의 ‘픽앤팩’ 자판기 Ⓒ 삼성웰스토리
베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 ATM’이란 자판기를 일부 직영점에 설치해 24시간 언제든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매장 운영 시간이 끝나도 구매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던킨, 파리바게트 등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빵을 판다.
봉지 라면을 끓여 주는 라면 기계는 흔한데, 아예 원터치만으로 봉지 라면을 다 끓여서 자동 배출해 주는 기계도 있다. 심지어 고기도 자판기로 살 수 있다. 농협은 고기 자판기를 2016년에 선보였다. 고기를 국거리, 불고기 등 용도와 종류별로 고르기만 하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 CU에선 냉장육 무인 판매 플랫폼도 선보였는데, 이제 고기를 자판기로 사는 것도 낯설지 않다. 모엣샹동은 미국에서 샴페인을 자판기로 팔기도 했다. 이쯤 되면 자판기 먹거리만 가지고도 만찬을 차릴 수 있겠다.
꽃에서 자동차까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미국의 중고차 온라인 판매업체 카바나는 자동차 자판기를 운영 중인데, 테네시주 내쉬빌을 필두로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이미 15군데나 설치했다. 그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자동차 자판기는 건물 7층 규모의 크기로 26대의 자동차가 들어 있다. 이 자판기는 지나가다가 여기서 차를 사는 게 아니라, 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고객이 직접 매장에서 인도받길 원할 경우 이용한다. 자동차 구매 고객에게 커다란 동전을 주는데, 이걸 투입구에 넣으면 주차 타워에서 구매한 자동차가 자동으로 나온다. 자판기에서 차를 꺼내는 재미 때문에 배송 대신 직접 매장에 와서 인도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배송료를 절약할 수 있으며, 또한 좋은 볼거리와 색다른 경험을 통해 홍보 효과도 얻는 셈이다. 자동차 자판기는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 카바나의 자동차 자판기
국내에선 꽃 자판기도 확산 중이다. 24시간 언제든 꽃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생화와 보존 처리된 프리저브드 등을 판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설렘 자판기도 있다. 5천 원을 넣으면 선물 포장된 박스 하나가 나오는데 그 속엔 헌책이 한 권 들어 있다. 무슨 책일지 모르는 기대감과 함께 헌책방 살리기의 일환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마음 치료 자판기도 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500원을 내고 자판기에 표시된 20가지 마음 증상 중 하나를 고르면 자판기가 간단한 처방전을 주는 건데, 마음의 위안마저도 자판기로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자판기로 팔 수 있는 분야의 제약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물건 사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무인 매장의 시대, 자판기의 확산
요즘 유통업계는 자판기를 적극 활용 중이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것도 자판기의 장점이다. 자판기 설치 공간만 있으면 넓은 매장이 필요 없으니 이 또한 효율적이다.
사람과의 대면 문화를 꺼리는 세대의 등장은 자판기를 비롯한 무인 매장을 더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요즘은 동전뿐 아니라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으로도 결제 가능한 자판기가 계속 나온다. 심지어 핸드페이나 얼굴 인식 결제, 비트코인 결제도 가능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자판기를 적극 활용하는 업계 중 하나가 편의점 업계다. 편의점이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게 자판기였다. 하지만 이젠 자판기를 통해 무인 편의점을 만드는 곳들이 늘어간다.
세븐일레븐은 각기 과자, 음료, 도시락, 컵라면, 생활용품 등이 들어 있는 자판기 여러 대가 연결돼 있고, 터치스크린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무인형 점포를 4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마트도 자판기를 이용한 무인 편의점 9곳을 운영 중이다. 향후 편의점의 무인화는 가속될 텐데, 편의점 하나가 거대한 자판기가 되는 셈이다.
▲ 이니스프리의 자판기형 매장 ‘그린라운지’
Ⓒ 아모레퍼시픽 사보 공식 인스타그램(instagram.com/amorepacific.sabo.abc)
화장품 업계도 자판기를 적극 활용 중이다. 이니스프리는 자판기형 매장 ‘그린라운지’를 지하철역과 영화관, 대학 캠퍼스 등에서 운영한다.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자판기를 운영 중이고, 리더스코스메틱은 마스크팩을 뽑을 수 있는 자판기를 팝업스토어에 설치했다. 사실 화장품 자판기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선 오래전부터 시도했던 것인데, 미국의 대표적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는 2009년에 이미 자판기를 설치한 바 있다.
*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다.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대한민국 세대분석 보고서』, 『라이프 트렌드 2019: 젠더 뉴트럴』, 『라이프 트렌드 2018: 아주 멋진 가짜 Classy Fake』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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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기술이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음식점에서 점원이 주문을 받지 않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패스트푸드점 및 소규모 식당들이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무인 매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유통업계 중 편의점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무인 점포 확장에 적극적인 편이다. 세븐일레븐은 2018년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개 매장을 무인 점포로 바꿨으며, GS25와 이마트24도 무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점원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매 과정에 별달리 관여하지 않는 무인 점포는 이동이 가능한 소형 매장으로 운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7년 시작한 빙고박스는 현재까지 500개 이상의 매장을 출점하며 해외 진출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고박스는 15㎡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의 틈새 공간이나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소규모 주거단지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중국의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 Ⓒ bingobox.com(홈페이지 캡처)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로봇이 서비스하는 식당인 허마셴성 등 다양한 무인 점포를 통해 실험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무인 점포가 어느 정도 보편화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는 아마존고의 확장세를 주목할 만하다.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아마존고는 2021년까지 무인 매장을 최대 3000개로 늘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마존고의 공세에 맞서 기존 유통기업들의 무인 점포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는 소비자들이 직접 스캐너를 들고 계산하고 나가는 ‘스캔, 백, 고(Scan, Bag, Go)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 Caper의 스마트 카트
또한 스마트 카트를 개발한 미국의 스타트업 케이퍼는 매장 전체를 비추는 카메라 대신 카트에 카메라 및 무게 센서와 디스플레이를 장착해서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제안한다. 계산대를 통과하지 않아도 카트 내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해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카트가 소비자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다.
언택트 기술은 유통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추세다. 달콤커피는 로봇 바리스타 ‘비트’를 개발해 주문에서 제조까지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카페를 선보였다. 패션업계에서도 무인 매장 바람이 거세다. 랩101은 국내 최초 무인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패션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 내에서 원하는 옷을 입어 보고 매장에 비치된 태블릿 PC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생활서비스 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Laundrygo)는 스마트 빨래수거함 ‘런드넷’을 통해 무인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키로 런드렛을 열고 세탁물을 넣어 두면 24시간 내 빨래를 완료해 수거함으로 가져다 준다.
▲ 홍대 앞에 무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랩101
Ⓒ lab-101.com
언택트 기술은 무인 항공기의 ‘무인(unmanned)’과 자율 주행 자동차의 ‘셀프(self)’, 그리고 사람 대신 로봇이 작동하는 공장의 ‘자동화(automation)’ 등의 복잡한 개념을 포괄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핵심은 ‘무인(無人)’이다. 인간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자발적 무접촉을 선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PC 및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전화보다 카카오톡이 더 편하고, 대면커뮤니케이션보다 SNS로 하는 소통이 더 익숙한 소비자다. 점원이 다가와서 베푸는 친절이 나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불편한 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단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타인과의 대면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를 낳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언택트 기술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무인(無人)은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자 대면 관계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비용 측면에서는 인건비 절감이 무인 매장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많은 업무가 기기로 대체되면서 매장 내 인원을 줄이거나 기술로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중국의 무인 호텔 ‘페이주부커 호텔’의 책임자 왕춴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고 호텔 직원들은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기술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서 더 정교한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알리바바가 만든 무인 호텔 ‘페이주부커 호텔(flyzoo hotel)’
지난 3월, 동대문 DDP에 이니스프리 매장이 문을 열었다. 많은 손님이 매장을 오고 가지만 직원은 서 있기만 할 뿐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매장 직원의 도움 없이 혼자 쇼핑할 수 있는 무인 매장이기 때문이다.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 주는 뷰티톡미러, 화면에 뜨는 질문에 답을 하면 내 피부에 맞는 최적의 마스크팩을 찾아주는 시트팩 키오스크 등 일반 매장에서 직원들이 담당했던 서비스가 기계로 대체되면서 매장 직원과 한마디 하지 않아도 쇼핑부터 결제까지 혼자 해결할 수 있다.
이니스프리는 매장 직원의 수를 줄이되, 완전한 무인 매장을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직원이 필요 없는 매장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요구에 제대로 응대할 수 있는 전문가는 기기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언택트 시대에는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기술로 대체하고, 대면 접촉이 필요한 곳에는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법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불편하지 않되 필요할 때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무언(無言)의 친절함이 필요한 시대다.
* 최지혜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신제품 수용에 관한 행태 및 제품과 사용자 간 관계, 소비자 처분 행동에 관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Cheil Magazine 2019. 7
글 그림 키크니
Cheil Magazine 2019. 7
편집실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매체로 활용하는 앰비언트 광고는 미디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겐 재미와 공감까지 선사한다. 일상적 환경과 사물이 미디어로 깜짝 변신한 사례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 삼성전자 홈페이지(samsung.com)
스위스의 대자연과 도심에서 어른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하듯 뭔가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이들이 찾는 것은 바로 갤럭시 S8. 스위스 전역 22개 장소에서 12일 동안 진행된 캠페인은 갤럭시 S8의 디스플레이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메시지’ 대신 ‘놀이’를 통해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다.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꾸며 지형물 속에 숨어 있는 갤럭시 S8. 찾아야 좋은 걸까, 못 찾아야 좋은 걸까?
저는 10분 먼저 도착해요
▲ 미니의 캠페인
BMW 미니는 내장된 네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해 가장 빠른 지름길을 안내한다. 는 이런 기능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한 캠페인이다. 눈앞에 목적지가 있지만 담장이나 울타리 때문에 빙 돌아서 가야 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터. 이 캠페인은 보행자의 동선을 가로막는 곳에 문, 계단, 사다리 등을 설치해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제발 말려 주세요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제발 말려 주세요> 캠페인
지하철역 공중화장실마다 설치된 핸드드라이어와 ‘말리다’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활용해 아동학대 예방과 신고를 장려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광고. 열에 반응하는 특수 잉크로 제작된 포스터는 평상시에는 “제발 말려 주세요”라는 글귀만 보이지만, 열이 가해지면 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의 얼굴과 함께 “아동 학대를 말려 주세요”라는 글귀가 나타난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필히 손을 씻고 물기를 말려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가격표, 버리지 말고 손목에 차세요
▲ March For Our Lives의 캠페인
옷이나 물건에 붙어 있는 가격표는 구매 후 곧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신세. 하지만 March For Our Lives가 만든 가격표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총기 범죄를 규탄하고 총기 규제를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March For Our Lives는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된 시위로, 는 이들의 집회와 활동을 활성화하는 한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가격표를 제작, 온라인을 통해 배포한 캠페인이다. 이 가격표를 다운로드한 사람들은 그 금액만큼 기부를 하게 되며, 몸에 지니면 March For Our Lives를 지지한다는 징표가 된다. 별것 아닌 가격표도 훌륭한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캠페인.
Cheil Magazine 2019. 7
이서경 프로(비즈니스 10팀)
“TV 화질이 좋으면 무엇이 좋은가요?” 단순한 질문을 해 보자. 화질이 좋으면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한 화면을 구현해 콘텐츠에 더욱 몰입하게 해 준다. 그럼 화질이 지금보다 16배나 좋아진다면 어떨까? TV 속 한 장면, 한 장면은 단지 화면의 의미를 넘어 당신에게 위대한 경험이 될 것이다. 마치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마치 그 현장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QLED 8K’는 바로 그런 TV다.
▲ 삼성전자 QLED 8K <위대한 경험> TV 광고
Cheil Magazine 2019. 7
김수양 프로(비즈니스 11팀)
한율이 ‘어린쑥 수분진정’ 라인 출시 후 3년의 연구 끝에 두 번째 쑥 화장품을 내놓았다. 어린 쑥을 3년간 숙성해 깊은 진정 효능을 담은 ‘세살쑥 진정 에센스’가 바로 그것. 그러나 2019년은 ‘쑥이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미 많은 쑥 원료 화장품들이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쑥 화장품의 홍수 속, 어떻게 우리 제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과제였다.
▲ 한율 세살쑥 신화(feat. 승윤곰)
▲ 한율 세살쑥 신화 (feat. 곰과 호랑이)
Cheil Magazine 2019. 7
진성윤 프로(미디어플래닝 1팀)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기억하는가? 2014년 7월 초부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외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 인사가 참여해 기부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과거 다소 무거워 보이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챌린지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주제로 이뤄지고 있다.
청소 전후 사진을 인증해 청소가 놀이가 되는 트래시 태그 챌린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글귀를 찾아 필사하는 릴레이 필사 챌린지 그리고 게임/아이돌 스타의 춤을 따라 하는 댄스 챌린지까지 일상에서 다뤄지는 소소한 이슈들이 챌린지의 주제가 되고 있다. 챌린지의 참여자 또한 과거 유명 인사에서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 트래시 태그 챌린지 Ⓒ 페이스북 캡처 화면
이러한 현상은 Z세대가 SNS 소통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좋아하고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지극히 일상적인 사생활까지 공유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들이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Z세대를 겨냥한 플랫폼, 마케팅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Z세대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출시한 틱톡(15초 동영상 공유 SNS 앱)은 2018년 전 세계 게임 외 앱 다운로드 4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2019년 4월 기준 400만 MAU(Monthly Active Users)를 돌파해 성장을 이어가는 모양새이다.
▲ 틱톡의 다운로드 순위 Ⓒ sensortower.com
특히 해시태그 챌린지는 사용자로 하여금 일상 속 주제(#칼퇴, #풍경, #로맨스, #떡볶이, #뽀뽀, #벚꽃, #점프, #체조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게 해 최근에는 게임, 식품, 전자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가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우유속에 어쩌구 챌린지는 6일간의 캠페인 기간 동안 1만 4천여 개 이상의 챌린지 동영상이 만들어져 소비자 참여를 극대화한 사례이다.
▲ 매일유업의 #우유속에 어쩌구 챌린지 Ⓒ 매일유업 유튜브 캡처
▲ 넷마블 #일곱개의대죄 댄스 챌린지 Ⓒ 일곱개의 대죄 공식 포럼(forum.netmarble.com)
소비자 참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인플루언서 활용이 중요하다.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공식 영상들을 제작해 업로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참여자 모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SNS와 연동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앱의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 접목함으로써 재미뿐만 아니라 브랜딩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틱톡의 경우 다양한 모션 인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서 사용자가 영상 촬영 시 특정 동작을 했을 때 브랜드 스티커를 제작해 노출시킬 수 있다.
Z세대에게 브랜드 호감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 #해시태그 챌린지를 적절히 활용해 보자.
▲ 트래시 태그 챌린지 Ⓒ 페이스북 캡처 화면
Cheil Magazine 2019. 7
김혜경 프로(The South3팀), 이승용 프로(신태호CD팀)
Cheil Magazine 201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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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지마켓 ‘반려견 캠페인’ _ TV 광고
하이모 ‘신문’ 편 _ TV 광고
삼성전자 갤럭시 S10 ‘서울감상문’ _ TV 광고
삼성전자 삼성 비스포크 ‘당신에게 맞출게요’ 편 _ TV 광고
삼성전자 삼성 비스포크 슈퍼막셰 _ 디지털
삼성전자 Samsung Galaxy A _ TV 광고 [남아공법인]
삼성물산 캐리비안베이 ‘여름엔캐비지’ _ TV 광고
Cheil Magazine 2019. 7
제일기획의 뉴스를 소개합니다.
칸 라이언즈에서 9개 본상 수상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 칸 라이언즈에서 제일기획이 은상 1개, 동상 8개 등 9개 본상을 수상했다. 자회사 아이리스(Iris)가 전기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E와 함께 진행한 <어택 모드(Attack Mode> 캠페인은 올해 신설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어택 모드’는 특정 코너 구간에서 경주용 차량의 최대 출력을 순간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능으로, 예측 불가능한 경기를 만들어 관중 및 시청자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아이리스의 <어택 모드> 캠페인 영상 캡처 이미지
홍콩법인이 제작한 츄파춥스의 인쇄 및 옥외 광고는 숙제, 방 정리 등 힘들고 귀찮은 일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츄파춥스를 입에 물고 달콤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해 동상 3개를 수상했다. 제일기획 본사가 삼성화재와 진행한 꽃병소화기 <파이어베이스(Firevase)>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국제 광고제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이 외에도 펑타이 & 홍콩법인의 캠페인이 동상 2개, 본사의 가 동상 1개, 중국 총괄의 이 동상 1개를 받았다.
한편 제일기획은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12년 연속 칸 세미나를 개최하는 기록도 남겼다. 현지 시간 기준,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렸던 올해 칸 라이언즈에는 89개 국가에서 3만 편 이상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인도 전역에서 화제를 모은 <인디아 레디, 액션> 캠페인
제일기획과 삼성전자가 인도 현지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진행한 <인디아 레디, 액션(#IndiaReadyAction)> 캠페인이 인도 전역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캠페인은 인도의 젊은 세대들이 자신이 경험한 다양하고 아름다운 인도의 모습을 직접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 공유함으로써 인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도록 한 새로운 형식의 참여형 디지털 캠페인이다.
▲ <인디아 레디, 액션> 캠페인 영상
캠페인 소개 영상은 유튜브 공개 26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으며, 한 달간의 캠페인 기간 동안 인도 내 25개 주에서 2천 편 이상의 영상이 SNS에 업로드됐다. 특히 이번 캠페인과 관련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콘텐츠들은 1억 6,200만 건의 이용자 참여(공유, 댓글 등)를 기록하며 인도 SNS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번 캠페인은 인도 전역에서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인도인들의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주제로 소통해 현지에서 사랑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영국법인 디지털 전략 디렉터 임명
영국법인이 데이비드 베드포드(David Bedford)를 디지털 전략 디렉터(Digital Strategy Director)로 임명했다. 데이비드 베드포드는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략 부문을 이끌게 되며 영국 및 유럽 거점의 삼성닷컴과 회원 로열티 플랫폼, 디지털 리테일 전략의 방향을 확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데이비드 베드포드는 보다폰(Vodafone)과 BT 통신사, 쉘(Shell), 비자, HSBC 은행 등의 클라이언트와 일한 바 있다.
▲ 데이비드 베드포드 디지털 전략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