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20. 7
편집실
온갖 것이 콘텐츠가 되는 유튜브 세계엔 다종다양한 덕후들이 존재합니다. 전문가 이상의 해박한 지식과 뜨거운 열정을 겸비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사실 전문가가 따로 있나요. 박사 학위를 받아야만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죠. 그런 점에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별종 취급받으며 폄하됐던 ‘덕후의 세계’가 존중받게 된 건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덕후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종 인류는 아닙니다. 이들에게도 그 계통의 조상이 있다는 얘기죠. 어찌나 끽연을 즐겼던지 담배에 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연경』이란 책을 펴내고야 말았던 조선 시대의 문인 이옥, 꽃에 미쳐 자신이 수집한 꽃들로 화원까지 운영했던 ‘꽃보다 남자’ 유박, 벼루에 미쳐 자신의 호를 아예 석치(石痴)라고 지었던 정철조가 있는가 하면 8폭 병풍 그림에 물고기 수십 종을 줄창 그려댄 화가 장한종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덕후입니다.
덕질의 순도로 봤을 때 어쩌면 지금의 덕후들보다 그들이 한 수 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런 조상의 얼, 아니 덕질을 이어받은 이 땅의 덕후들은 이제 취미를 넘어 소비의 영역에서도 유전자의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초급 덕질이든 심화 덕질이든 혼자 놀기를 사회적으로 확장시킨 그들을 우리는 ‘팬슈머(Fan + Consumer)’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단순히 특정 브랜드나 콘텐츠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기획되고 제작되며 유통되는 과정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심지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까지 할 정도의 경지에 올랐죠. 팬슈머들의 요청으로 단종됐던 제품들이 부활하거나, 팬슈머들이 붙여준 별명을 브랜드명에 적용하는 사례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팬슈머의 활동이 ‘팬심’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 기업이 소비자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 보고 수렴하는’ 양태와는 사뭇 다릅니다. 팬심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팬심에서 비롯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브랜드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기업은 그 시너지를 위해 팬슈머와 연대할 수밖에요.
팬슈머와 같은, 행동하는 참여형 소비자의 등장을 일찌감치 예견한 이가 있었습니다. 이젠 ‘탑골 고전’에 속하는 『제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죠. 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프로슈머(Prosumer)가 등장할 것”이라며 생산에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가 미래 소비자의 면모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 즉 역할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와 같은 현상은 민주적 시장 질서가 강화되고 연대의식이 강한 시민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트렌드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기업과 소비자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 있습니다. 제일매거진 7월호에서는 참여를 통해 브랜드와 팬슈머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현상을 ‘컨슈머지(Consumer + Synergy)’라고 명명하면서, 팬슈머가 만들고 있는 경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Cheil Magazine 2020. 7
신윤희(대중문화 연구가)
정보를 공유하고 수집해 생산은 물론 투자에까지 나서는 소비 행위의 변화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단순한 소비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소유에서 경험으로, 그리고 다시 경험에서 참여로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 팬슈머들의 특성을 짚어 본다.
과거에는 기획사의 기획을 통해 스타라는 상품이 먼저 만들어지고, 팬들은 차후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스타의 리얼리티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연습생의 리얼리티를 먼저 확인하고, 팬들이 직접 스타라는 상품을 만들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스타와 끈끈한 연대가 생기고, 스타와 팬의 관계도 비교적 동등해진다.
팬덤이 달라졌다. 능동적 소비자인 팬덤의 3세대 문화는 새롭게 등장한 소비자의 특성을 보여 준다. 원하는 상품을 기획해서 생산자에게 요구하고, 영향력을 드러내기 위해 전략을 세워 참여하고 개입한다. 상품을 소비하면서 끊임없이 의견을 내고, 관리하는 그들은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 폐기되는 플라스틱을 가공해 재생 플라스틱 섬유로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 로티스는 브랜드 가치에 공감한 팬들이 커뮤니티를 형성,
브랜드와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 Rothy’s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소비자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치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쌍방향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 이전에 ‘나’라는 정체성이 더 중요한 가치인 MZ세대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주관적 판단이 중요해진 팬 문화는 사회적 의미로 확장된다. 판단과 선택이라는 행위에 ‘취향’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즉 가치 소비가 가능해졌다.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스타를 나의 애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수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조건적으로 애정하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스타와 관련된 이슈를 판단한다. ‘내’가 중요해진 쌍방향 미디어 시대의 수용자이자, 주체성을 가진 팬이 등장한 것이다.
나아가 이는 생산자가 팬들의 취향과 가치관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들은 또한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할 줄 알고, 팬을 파트너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기업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고,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을 즐기고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소비는 경험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 팬들은 구매 자체를 위해, 구매에 대한 열정을 증명하기 위해 구매하지 않는다.
▲ 넷플릭스가 제작한 <당신과 자연의 대결(You vs. Wild)> 예고편.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소비자들이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해 몰입도를 높인다.
핵심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의 참여가 기업의 생존 모델이 되면서 기업도 팬덤의 정서와 행위, 공동체 조직 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있다. 콘텐츠를 해석하는 자기 주관과 시장 구조를 읽을 수 있는 눈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가 점점 많아지고, 이 기준들을 모두 충족한 콘텐츠일수록 열정적으로 소비할 확률이 높아진다.
팬슈머들은 작품 또는 상품의 완성도와 재미에 더해, 나의 가치관 혹은 취향에 맞는 콘텐츠냐 아니냐, 더 나아가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까지 고려해 소비한다. 새로운 팬덤 현상은 소비자를 직접 ‘호명’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3세대 팬덤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면서 그 부름에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응답했다. 그 부름과 취향이 맞닿을 때 강력한 팬덤 현상이 나타난다.
▲ MZ세대의 놀이 문화가 된 <우유속에 어쩌구> 해시태그 챌린지는
기업이 소비자의 부름에 귀를 기울인 결과이다. ⓒ 매일유업
타인의 취향을 알게 되는 일은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그가 무엇을 느꼈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등등.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알아감의 즐거움이다. 취향을 공유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가치 있는 이유다. 참여하는 소비자의 시대. 소비자는 좋은 이야기이든 나쁜 이야기이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이에게 가장 열렬하게 응답하고, 또 기꺼이 그의 팬이 돼 줄 것이다.
*신윤희는 대중문화 연구가이다. 새로운 3세대 팬덤을 연구해 저서 『팬덤 3.0』을 펴냈다.
Cheil Magazine 2020. 7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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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팬덤’. 그리고 단순한 팬덤을 넘어 적극적인 활동까지 보여주는 ‘팬슈머’. 팬덤에서 팬슈머까지 ‘팬심’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통계를 통해 살펴본다.
과거에 팬덤은 일부 집단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했으며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긍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팬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 많은 사람이 “열정적이다”(64.1%)라고 답했으며, 뒤를 이어 “하나의 문화다”(58.5%), “덕후가 떠오른다”(57.1%), “일종의 취미 활동이다”(39.9%) 등의 답변이 나왔다.
그렇다면 팬심을 표현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10명 중 6명이 “즐겁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절반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4명이 “행복하다”, 3명이 “뿌듯하다”고 대답했다. 그런가 하면 10명 중 2명은 성취감과 소속감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2019 팬덤 문화 및 BTS 관련 인식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9년
덕질 또한 과거에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덕질을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일로 인식하면서 새로운 소비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96%가 한 번쯤은 덕질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10명 중 8명이 덕질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어떤 분야에서 주로 덕질을 하고 있을까? 1위는 연예인(33%)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게임(29%), 여행(10%), 키덜트(8%), 반려동물(4%), 음식(3%) 순서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에는 덕질 1순위가 연예인(52%)인 반면 남성(48%)은 게임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덕질의 끝판왕은 무엇일까? 덕질을 어디까지 해 봤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사람이 ‘온라인 광클 대기’(36%)를 꼽았다. 2위는 ‘회사에 연차 내기’(13%), 3위는 ‘오로지 덕질 목적으로 해외 가기’(10%), 4위는 ‘매장 밤샘 줄서기’(8%) 순서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덕질 어디까지 해 봤니?> 설문조사, 이베이코리아 옥션, 2019년
“현재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나 인물, 분야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세대별로 답변이 상이했다. 1319세대에서 10명 중 6명이 “있다”고 답변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대로 갈수록 낮게 나타났다.
그중 매 시즌마다 신제품 출시를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애착 브랜드가 있는 경우는 25.8%였다. 이 경우 20대 후반(31%)과 30대(30.5%)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또한 남성(30%)이 여성(21.7%)보다 약간 더 높았다. 가장 높은 순위를 보인 집단은 30대 남성(39%)이었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선 “나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가성비, 3위는 품질, 4위는 브랜드의 명성이었다.
*통계 출처: <2020 소비자 트렌드 전망 FIBA 리포트>, PFIN, 2019년
‘덕질’이 특정 분야에 열성적인 관심을 갖는 행위라면, ‘덕투’는 덕질이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투자로 확산된 것을 말한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덕투 일치’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10명 중 8명(78.2%)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들어봤다”고 대답했으며, 10명 중 5명은 “잘 이해하고 있다”(53.9%)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펀딩을 해 본 사람은 14.5%였다. 펀딩 참여 경험은 30대(23.2%)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뒤를 이어 20대(20%), 40대(8.4%), 50대(6.4%) 순서였다.
소비자들이 펀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은 답변은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서”(76.6%)였지만,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싶어서”(71.7%)나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68.3%)라고 말한 사람도 상당수였다.
참여하고 싶은 펀딩 분야는 가전/테크/전자(24.3%)와 영화(23.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를 이어 환경/에너지(19.8%), 패션/잡화(19.2%), 공공 프로젝트/공익 캠페인(19.1%), 식품(19%), 게임(18.4%),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 돕기(18.2%)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2019 크라우드 펀딩 관련 인식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9년
Cheil Magazine 2020. 7
이정석 프로(권민선CD팀)
“광고회사에서 이 바지는 왜 만드는데?”
‘이바지’를 와디즈에서 출시할 거라 했을 때, 그리고 출시한 직후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글쎄…. 광고회사라고 전통적인 광고만 하던 시대는 지났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진행해 보니, 이바지 프로젝트도 결국 광고의 연장선상에 있었으니까? 단지 우리가 직접 바지를 만들고 유통까지 한다는 게 달랐을 뿐.
어쩌다 보니 옆길로 새어 바지를 만들게 되고, 와디즈에서 광고를 하고 판매까지 하게 됐다. 그 길 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바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모든 건 회사에서의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았는데 그날따라 바지가 배를 조였다. 야근을 피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날,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았더니 또다시 바지가 배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으로 배가 숨 쉴 수 있게 바지의 단추를 살짝 풀어 봤다. 그리고 모든 게 그렇듯 단지 시작이 어려웠을 뿐,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회사에서 바지가 배를 조여올 때마다 단추를 몰래 풀었다.
며칠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팀 사람들 모두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마주하며 일하는 ‘좌식 노동자’인 우리에게 바지로 인한 배 ‘쪼임’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걸 모두가 공감하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는 바지를 만들기로 했다. 바지의 허리 부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더 이상 배를 조이지 않는 바지를, 오장육부부터 마음까지 편안해서 회사 좌식 생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바지를 만들기로 했다.
‘이바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제3기획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경험이 있는 제3기획과의 만남은 완성된 상품을 광고만 해 왔던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훌륭한 청사진을 제시해 줬다.
이바지에 대한 콘셉트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유한 후에는 패션 디자이너와 미팅을 잡았다. 그때부터였다. 수정의 지옥문이 활짝 열린 건…. 기존의 바지가 앉아 있을 때 허리를 조여 왔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온갖 바지들을 한 번씩 입어 보고, 허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 고민 끝에 탄생한, 뱃살 상태에 따라 후크를 자유롭게 걸어 허리 부분을 조절할 수 있는 히든무빙밴드.
하나가 해결되니 다른 것들이 문제였다. 바지 원단을 겨우 골랐다 싶으면 핏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핏을 수정하면 바지 밑단이 너무 짧은 것 같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렇게 수십 번의 수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이바지의 최종 완성본을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입었을 때의 리얼한 느낌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회사 직원들로 촬영을 진행한 룩북
바지를 만들어 팔기로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속편한 바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떠올랐던 고민이 ‘어디에서 판매할 것인가’였다. 온라인 웹사이트에 입점을 문의해서 팔 수도 있고, 제3기획의 쇼핑몰에서 팔 수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된 판매처는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 와디즈였다.
와디즈에서 판매하기로 결정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펀딩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주문을 하고, 펀딩이 종료됨과 동시에 주문량이 집계돼 그 수량만큼 제작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재고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처음 출시되는 신제품들이 주로 모여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도 세상에 처음 출사표를 던지는 이바지를 판매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 와디즈에 노출된 이바지 광고 페이지.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와디즈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오직 광고 상세 페이지로만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제품의 광고 상세 페이지를 보고 마음에 들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의 제품이어도 감히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구매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마음에는 작은 팬심이 생겨난다. 좋은 제품을 내가 먼저 알아봤다는 안목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그 제품과 브랜드가 잘 성장하기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동시에 자라난다.
한 제품이나 브랜드가 많이 팔리고 궁극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의 존재가 절대적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바지도 팬이 필요했다. 누구나 아는 패션 금수저 브랜드에서 태어난 상품도 아니고,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바지이기에 아무런 편견 없이 이바지를 기꺼이 선택해 입고 좋아해 줄 팬을.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펀딩을 진행한 결과 2625%의 성공률을 달성하며 이바지의 1호 팬들을 만나게 됐다.
이제 이바지는 이바지를 지지해 준 팬들에게 날아갈 모든 채비를 마치고, 그들을 만나게 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와디즈 펀딩을 시작하고 매일같이 펀딩 성공률을 체크했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우리를 선택해 준 팬들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바지여야 할 텐데….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바지를 선택해 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제 곧, 드디어 만나게 될 소중한 이바지 1호 팬분들이여! 모쪼록 이바지가 당신의 팬심에 부응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좌식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오늘도 회사에 앉아 일하고 있는 우리네 모두의 속 편한 회사 생활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일기획 이정석 프로(권민선CD팀)
Cheil Magazine 2020. 7
박준범 프로(비즈니스 17팀)
“다시 돌아올 ‘게’….”
버거킹이 3년 전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이다. 이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떠나 버린 그 ‘게’가 돌아왔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주지훈과 함께! 지금부터 버거킹의 돌아온 메뉴 ‘붉은대게와퍼’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그 이면에는 요즘 소비자가 제품을 즐기는 방식,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팬슈머의 적극적 관여가 개입돼 있다.
2017년 이정재를 모델로 출시된 붉은대게와퍼는 고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시에도 “게 있느냐”, “게 아무도 없느냐”, “게냐?”라는 버거킹 특유의 위트 있는 카피를 활용한 언어유희가 소비자의 입에 오르내리며 버거킹의 팬덤이 쌓이기 시작했다.
▲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TV 광고 영상(2017)
소고기 패티를 주재료로 하는 와퍼 제품군 외에 신메뉴로 야심차게 출시한 붉은대게와퍼는 붉은대게통새우버거, 와사비크랩버거와 함께 씨푸드 컬렉션 라인업을 형성하며 버거킹을 찾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북돋았다.
하지만 기간 한정 제품(Limited Time Offer)으로 그 소명을 다한 붉은대게와퍼는 메뉴판을 떠나게 됐고, 소비자들은 사라진 제품에 대한 추억을 곱씹었다. 그렇게 붉은대게와퍼는 서서히 잊히는 듯했다. 그러다가 올해 다시 등장한 붉은대게와퍼. 붉은대게와퍼의 귀환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소비자의 부름, 팬슈머의 외침 때문이었다.
팬슈머는 이제 아주 중요한 마케팅의 잣대가 되고 있다. 명분과 소신 소비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느끼는 바이미(by me) 신드롬 영향으로 형성된 팬슈머는 제품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제품에 직접 관여하고 비판도 서슴지 않는 팬으로서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즐기게 된다. 한마디로 팬슈머 마케팅은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들 위한, 소비자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갑자기 사라진 메뉴에 대한 버거킹 팬슈머들의 재출시 요청에 따라 드디어 2020년 업그레이드된 그 ‘게’가 돌아오‘게’ 됐다.
*바이미(by-me) 신드롬 : 나에 의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움직임. |
▲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티저 영상(2020)
캠페인 시기에 맞춰 적절하게 배치되는 모델 전략도 버거킹만의 특기다. 여기서도 팬슈머의 파워를 염두에 둔 버거킹의 영리한 포석을 살펴볼 수 있다. 버거킹은 영화 <타짜>의 “묻고 더블로 가!” 밈(Meme)을 가지고 노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곽철용(배우 김응수)을 모델로 기용한 바 있다.
이번에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에서 왕세자 역할을 맡은 배우 주지훈을 모델로 기용해 전편 광고의 시대적 배경을 이어감과 동시에 버거킹의 맛을 왕의 맛으로 표현하며, 버거킹과 모델 주지훈의 팬슈머를 동시에 공략하는 효과를 거뒀다.
▲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TV 광고 영상(2020)
“게 누구냐”, “돌아온 게냐?”
올해 재출시한 붉은대게와퍼 역시 버거킹 특유의 위트를 광고 소재로 장착하고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알싸한 올드베이 타르타르 소스와 게살 가득 크랩케이크 패티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이며 붉은대게와퍼를 그리워하던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돌아오게 했다.
기다리던 소비자의 간절함을 반영하듯 붉은대게와퍼는 함께 출시된 붉은대게X와 함께 출시 4주 만에 100만 개를 넘어서는 판매고를 달성하기도 했다. ‘게’다가 버거킹은 소비자의 취향과 선택을 고려한 밸런스 있는 신제품도 연이어 출시했다.
▲ 버거킹 <칠리크랩통새우> TV 광고 영상(2020)
“이보시오! 세우게!”, “새우! 게!”
돌출도 있으면서도 세련된 버거킹의 B급 언어유희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매콤달콤한 싱가포르 칠리크랩을 연상케 하는 신제품 통새우칠리크랩을 연이어 출시한 버거킹은 이렇게 팬슈머의 부름에 답하는 동시에 그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한 수를 더 뒀다.
특히 버거킹 SNS에 달리는 소비자의 댓글 하나하나에 일일이 답하는 버거킹의 마케팅 방식은 팬슈머임을 자청하는 요즘 소비자와 소통하며, 브랜드 관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소비자의 패러다임은 과거 소유(Own)에서 경험(Experience)으로, 그리고 다시 경험(Experience)에서 관여(Engagement)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메이커 보이스에 의한 소비자향 Call to Action이 소비자가 관여하고 메이커가 되는 브랜드향 Call to Action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동원의 펭수 남극 참치, 농심켈로그의 파맛 첵스, 빙그레의 캔디바 우유, 팔도의 비빔장…. 단종됐던 제품의 부활, 소비자의 호불호를 반영한 신제품, 만우절 농담이 현실이 되는 이런 사례는 브랜드가 요즘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대가는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하는 팬슈머들의 환호성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제 팬슈머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팬슈머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관심과 명분 그리고 참여. 소비자들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관심을 줄 상품을 찾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것이 바로 요즘 소비자가 제품을 즐기는 방식이다.
제일기획 박준범 프로(비즈니스 17팀)
Cheil Magazine 2020. 7
궁경민 프로(BE 크리에이티브 6팀)
우리는 20세기 방식으로 21세기를 20년간 살아왔다. 역사는 2020년을 ‘본격적인’ 21세기의 시작으로 기록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많은 것들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고, 소비자바라기 우리들은 급변하는 그들의 행동 양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팬데믹이라는 난세에 등장한 영웅은 다름아닌 디지털. 상품, 서비스, 유통, 공연 등 다양한 단어들 앞에 마법의 접두사가 돼 팬데믹 상황 속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행해지던 다양한 집체 마케팅(특히 방문자가 KPI의 핵심이던 체험) 방식도 디지털이라는 접두어에 손을 내밀게 됐다.
본격적인 21세기를 시작하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같은 고민을 반보 앞서 영민하게 행동으로 옮긴 몇몇 해외 사례를 통해 고민의 연대에 동참하고자 한다.
매년 프랑크푸르트, 파리, 제네바, 디트로이트와 같은 모터쇼가 펼쳐지는 도시에는 미디어를 비롯 관련 종사자, 일반 관람객으로 구성된 수십만에서 백만 이상의 방문객들이 월드 프리미어 신차 소개와 미래 자동차 기술 공개를 목도하기 위해 몰려온다.
2020년 제네바 모터쇼를 준비하던 폭스바겐은 팬데믹으로 쇼가 취소되자, 온라인에서 버츄얼 모터쇼를 공개했다. 전시존을 가상으로 구현해 관람객이 직접 전시 공간을 걸어 다니는 듯한 3차원 360도 경험을 제공했다. 각 부스마다 제공된 인터랙티브한 체험들로 경험은 한층 더 입체화됐다. 아직 오프라인의 모터쇼를 완벽하게 구현한 수준은 아니어도 사람 구경 아닌 오롯이 자동차만, 그것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은 충분히 제공했다.
ⓒ Volkswagen
유럽의 고성에서부터 만리장성에 이르기까지 기존 무대를 과감하게 벗어난 런웨이들을 기억할 것이다. 2020년 상하이 F/W 패션위크의 런웨이는 온라인으로 새로운 캣워킹을 시도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 Tmall을 통해 150명 이상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3월 24일에서 30일까지 컬렉션을 실시간 스트리밍했다.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의 실시간 소통에서 ‘See Now, Buy Now’ 같은 구매 방식까지 입체적이고 즉각적인 시청 경험들이 제공됐다. 내 손안의 런웨이는 첫날 쇼케이스가 25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패션위크 기간 동안 총 1,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2천만 위안(28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 알리바바그룹 뉴스룸(alizila.com)
팬데믹은 수업 방식만 바꾼 것이 아니라, 프로모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 폐쇄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을 위해 버거킹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퀴즈를 페이스북 및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퀴즈의 정답이 바로 프로모션 코드. 답변을 입력하면 무료로 와퍼 쿠폰이 제공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에도 이토록 자연스럽게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브랜드들도 있다.
ⓒ Burger King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노래를 똑같이 듣고 있는 다른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해 주는 Spotify의 Listening Together 웹사이트에서 “음악의 힘은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라고 말해 왔던 그들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 listeningtogether.atspotify.com
ⓒ listeningtogether.atspotify.com
아직 살아 보지 못한 본격적인 21세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거리 두기가 미덕인 세상이 도래해도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 그 경험의 거리까지 멀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연결고리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들은 앞서 소개한 사례들처럼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브랜드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Stay close with our consumers!
제일기획 궁경민 프로(BE 크리에이티브 6팀)
Cheil Magazine 2020. 7
김세웅 프로(비즈니스 13팀)
그 어느 해보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2020년. 게다가 COVID19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은 더 늘어만 간다. 이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제품은 단연 ‘에어컨’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올해로 출시 5년 차를 맞은 ‘삼성 무풍에어컨’은 그 치열한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2020 NEW 삼성 무풍에어컨은 모든 면에서 발전을 이뤄 내며 독보적이자 완벽한 에어컨이 됐다. 어느 공간에 둬도 공간을 고급스럽게 살려 내는 ‘갤러리 디자인’부터 순식간에 집 안 곳곳을 빈틈없이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서큘레이터 급속 냉방’, 직바람 없이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는 ‘와이드 무풍 냉방’, 그러면서도 하루 종일 틀어도 소비 전력을 최대 85%까지 내려 부담을 줄여 주는 ‘무풍 절전’,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간편하고 철저한 위생 관리를 가능하게 해 주는 ‘이지 케어 3단계’ 기능까지 말 그대로 ‘무풍(無風) 에어컨’을 넘어 ‘무적(無敵) 에어컨’이었다.
하지만 때로 제품의 완벽함은 오히려 기획자의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획은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대안에 투자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선택받지 못한 답안지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획이란 포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디자인, 성능, 위생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과연 그중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고민 끝에 찾은 답은 ‘포기’였다. 우리는 포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어떤 것도 버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우선 우리는 삼성 무풍에어컨의 차별적 장점들을 하나하나 담을 수 있는 5개의 멀티 소재 캠페인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모든 특장점을 하나하나 말하면서도 메시지가 분산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택한 전략은 ‘본질이라는 그릇’이었다.
결국 에어컨의 본질은 ‘시원함’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그릇에 빙수를 담든, 냉면을 담든, 콩국수를 담든 그 다양한 맛과 함께 기억되는 건 ‘시원함’이라는 느낌일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이라는 매체적 특성은 무풍에어컨 캠페인 그릇의 재질과 형태에 자유도를 부여해 줬고, 결국 제작팀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그릇을 찾아냈다. 바로 <무풍 으시시시>라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시원한 바다에 가고, 차가운 수박을 먹기도 하지만,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더위를 날려 버릴 만큼 짜릿한 ‘공포물’을 보는 것.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한 <무풍 으시시시>는 삼성전자에서 기존에 해 본 적 없는 호러 웹툰의 형식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는 순간부터 보는 이에게 오싹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낵커블한 호러 웹툰을 접하게 되고, 시원함을 찾으려는 욕구와 본능적 호기심에 이끌려 콘텐츠를 시청하게 된다. 긴장과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반전의 위트와 함께 해소시켜 주는 경험은 브랜디드 콘텐츠임에도 긍정적 경험으로 남게 해 준다. 그게 바로 무풍 으시시시가 1주일 만에 100만 회 이상, 2주 만에 4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유이다.
“광고를 만화 형식으로 만들어 재미와 집중력을 더했다 생각되며, 스토리텔링이 흥미롭고 제품과 연관성이 높으며 반전 요소가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 중(원문 보기) “이전 광고보다 2만 배 좋다.” – TVCF 댓글 중(원문 보기) “언제부턴가… 무풍으시시 시리즈가 나왔는지 검색해 보고 있다… 가전은 엘진데 “팀 버튼 영화 보는 거 같고 좋네요~ ㅎㅎ 신박한 광고!” “다음 편이 또 있다니 ㅋ 기대 기대… 무서운데 또 귀욤귀욤한 ㅋ ㅎㅎ~ 등골 오싹~ “광고를 기다려서 보다니 ㅋㅋㅋ 재밌어요 이 시리즈! 올여름엔 무풍에어컨으로 -유튜브 댓글 中- |
사실 <무풍 으시시시>에는 숨겨진 탄생 비화가 있다. 무풍 으시시시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주며 무서움과 재미의 경계를 절묘하게 소화하는 신선한 그림을 그린 작가님이, 바로 이번 캠페인을 맡은 감독님이라는 것. 원래는 기성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무풍 으시시시를 준비 중이었으나, 제작을 맡은 감독님이 그린 러프 스케치의 신선한 느낌이 좋아 함께 제시하며 새로운 작화로 가 보자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삼성에서 시도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의 일러스트라 설득할 수 있을지 걱정했으나, 클라이언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번 캠페인은 호러 웹툰이라는 형식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삼성이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길을 간, 트렌디하고 밀레니얼한 작화를 고른 클라이언트의 안목과 용기가 완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는 한 편 한 편을 마치 단편 영화를 개봉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제작했고, 그 노력은 소비자의 호응, 클라이언트의 만족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무풍만의 시그니처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무더위에 무풍이 없다면 공포’를 넘어, ‘매년 무풍 으시시시 시리즈가 없다면 그게 바로 공포’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 무풍 으시시시 1화 <서큘레이터 급속 냉방> 편
▲ 무풍 으시시시 2화 <무풍 절전> 편
▲ 무풍 으시시시 3화 <이지케어> 편
▲ 무풍 으시시시 4화 <무풍에어컨> 편
제일기획 김세웅 프로(비즈니스 13팀)
Cheil Magazine 2020. 7
김의경 프로(비즈니스 16팀)
프랜차이즈 피자 하면 어떤 브랜드가 생각나는가? 보통 도미노 피자, 피자헛, 미스터 피자, 파파존스 정도가 머리속에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피자 알볼로’라는 브랜드는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들어본 것 같다”나 “잘 모르겠다” 같은 대답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자 알볼로의 매출 수준은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업계의 톱 4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 마니아층은 있지만, 인지도는 높지 않은 브랜드…. 어떻게 하면 피자 알볼로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을까? 이번 캠페인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피자 알볼로는 그동안 수제, 건강, 한국식, 장인정신 네 가지 키워드를 강조해 왔다. 소비자들에게 과연 이 키워드는 얼마나 다가섰을까?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수제와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피자 알볼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건강 등 다양한 기대감을 파생시킬 수 있는 ‘수제’를 상대적으로 선호했다.
한국식과 장인정신의 경우 자칫 고지식하다는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지만, 한국식을 ‘우리 땅에서 자란 신선한 식재료’로, 장인정신을 ‘맛과 재료에 대한 원칙을 고집하는 마음’으로 표현하자 오히려 소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즉, 우리에게는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수제’의 가치를 전달하면서, 알볼로만의 장점을 전달할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했다.
수제로 만드는 피자, 그리고 한국적인 피자까지 어떻게 하면 피자 알볼로의 브랜드 가치를 모두 다 담아낼 수 있을까? 보통 피자 광고 하면 쭈욱 늘어나는 씨즐이 생각나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한국적인 콘셉트를 표현할 수 있는 현대적 민화 작가와 수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음원을 통해 피자 알볼로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음원의 경우 판소리로 댄스 음악을 하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어류도감>을 개사해 피자 알볼로의 ‘수제로 만드는 피자’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고자 했다. 판소리가 녹아 있으면서 현대적인 리듬에 맞춰 알볼로 피자의 제조 방식을 전달하고자 했다. “토마토 소스를 끓여라~” 하는 창에서 시작돼 72시간 숙성하는 진도산 흑미(삼일 밤낮 공을 들여),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피클과 소스(직접 담그는 오이피클, 청양고추 핫쏘스 되니!) 등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했던 ‘수제’라는 가치를 유쾌하게 전달했다.
특히 피자 알볼로의 신규 모델인 배우 이병헌은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광고를 자신만의 분위기로 소화해 냈다. 피자를 한입 베어 문 이병헌은 눈을 감으며 피자 알볼로의 세계로 빠져든다. 토끼가 방아를 찧고, 호랑이가 피자 배달을 하는 세계에서 이병헌은 이날치의 음원에 맞춰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진도산 흑미가 가득한 논밭을 걷기도 하고, 마치 서양의 어떤 그림처럼 멋있게 청양고추를 들어올리기도 한다. 게다가 하나도 위화감이 없는 이 연기들은 사방이 초록색인 세트장에서 이뤄졌다! 배우 이병헌의 프로페셔널함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캠페인은 피자 알볼로를 좀 더 널리 알리고자 했다. 피자 알볼로가 ‘어떤’ 브랜드인지 몰라서 구매를 시도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좀 더 재밌게 다가가고자 했다. 수제로, 좋은 재료로, 100년 가는 장인의 가게를 노리는 피자 알볼로가 앞으로도 쭉쭉 성장할 수 있도록 소망을 담아 글을 마친다.
▲ 피자 알볼로 TV 광고 풀버전 영상
제일기획 김의경 프로(비즈니스 16팀)
Cheil Magazine 2020. 7
김소예 프로(The SOUTH 3팀)
이 세상에 쉽게 만들어지는 광고는 없듯이 커피믹스 광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매 캠페인마다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지만, 5월부터 7월까지의 하절기 캠페인은 유독 신경이 쓰인다. 커피믹스 음용과 판매가 다른 시기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커피믹스는 유난히도 ‘따뜻하게 마신다’는 소비자 인식이 강한 카테고리다. 그 때문일까, 동서식품은 찬물에도 빠르게 녹는 아이스 전용 제품을 꽤 오래전부터 출시, 판매하고 있다. “여름이니까~ 아이스커피~ 여름엔~ 맥심아이스~!” 이 익숙한 CM송이 TV에서 흘러나온다면 진짜 여름이 온 거라고 말했던 어느 소비자의 말처럼 맥심아이스 캠페인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여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몰고 온 일상의 변화와 사회적·생활 속 거리 두기는 가뜩이나 줄어드는 하절기 커피믹스의 음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공장이나 회사, 숙박 업소나 종교 시설처럼 대규모 소비가 일어나던 곳에 이전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서다. 아이스 전용 제품뿐만 아니라 전체 커피믹스의 하절기 음용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 여름에 맥심아이스 전용 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커피믹스를 아이스로 시원하게 마시자’는 간단한 논리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여기에 ‘어디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멋진 휴양지로 떠나지 않아도,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공간에서’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그렇게 우리는 ‘도심 속에서 즐기는 짧은 휴가’를 콘셉트로 2020년의 맥심 커피믹스 여름 캠페인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런 의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멋진 광고 음악을 찾아냈다. 맥심 커피믹스의 감성으로 다시 부른 김현철의 <오랜만에>가 바로 그 주인공. 가수 김현철의 1집 수록곡이자 한국의 대표 시티팝이기도 한 이 노래 제목의 앞 글자로 캠페인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 볼까 한다.
*시티팝 : 퓨전, 스무드 재즈와 소프트록 등의 영향을 받은 1980년대 팝스타일로 도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특징. 이 글에서는 이런 류의 음악을 시티팝으로 지칭한다. |
광고는 서로 다른 두 곳, 오피스와 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날의 사무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빌딩 숲을 한번 바라본다. 갑작스러운 상황인가 싶었지만 아이스커피 한 잔으로 작은 여유를 부려 본다. 마치 노랫말처럼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기분은 지금 이런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닐까.
집에서의 여름밤,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음악에 살랑살랑 몸을 움직인다. 시원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대단한 휴가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싼 것도 아니지만, 하루의 끝에서 고단한 나와의 소소한 시간을 보내 본다. 이게 뭐라고 툭, 하고 미소가 살짝 지어진다. 차갑게 마시는 커피믹스는 당신에게 딱 그 정도이고 싶었다.
광고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멋진 도시 풍경들은 드론의 활약이 컸다. 빽빽하게 우뚝 솟아 반짝반짝 빛나는 빌딩들, 바쁘게 움직이는 다리 위 자동차들, 그 밑을 흐르는 커다란 강, 그리고 도시의 상징인 아파트 단지까지. 우리가 늘 봐 왔고, 서 있고, 살아가는 이 도시의 여름은 시티팝의 감성과 어우러져 세련되고 낭만적인 시원함을 불러일으켜 준다. 이번 광고를 위해 새롭게 편곡된 김현철의 <오랜만에>는 이달 중 음원으로 정식 발매 예정이며, 그 뮤직비디오에서 이 멋진 도시의 풍경들을 다시 한 번 감상할 수 있다.
맥심 모카골드 심플라떼와 레트로 캠페인에서 인연을 맺었던 배우 공효진이 다시 한 번 맥심 <시티써머라이프> 캠페인의 모델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밤늦게까지 진행된 촬영장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촬영에 임해 준 프로다운 그녀.
그녀의 활약은 특히 6초 분량의 범퍼 광고에서 빛을 발했는데 실외기, 복사기, 엘리베이터 앞에서 패션 화보 같이 진지하고(?) 멋진 포즈를 잡아 준 덕분에 캠페인 스페셜 굿즈를 더욱 부각시키는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는 늦은 밤, 바람을 맞으며 심야 드라이브를 한껏 즐기는 모습은 알고 보니 집안 거실에서 그란투리스모를 하는 모습이었다는 설정의 다른 범퍼 광고 역시 모델의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매력과 어우러짐이 좋았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한정판 스페셜 굿즈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우리는 조푸른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시티써머 키비주얼을 만들었고, 이 이미지를 광고뿐만 아니라 굿즈 디자인으로도 활용했다. 그렇게 탄생한 푸드 컨테이너, 아이스 텀블러, 보온병은 <시티써머라이프> 캠페인 굿즈답게 시원한 도시의 매력을 한껏 담아,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 냈다.
6월에 시작한 캠페인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고, 판매는 놀라울 만큼 대단했다. 준비된 물량은 캠페인 기간이 채 끝나기 전에 거의 다 소진되었고, 관련한 바이럴도 급증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들여다볼 생각이다. 흘러가는 캠페인이 되지 않도록, 무엇보다 앞으로도 커피믹스를 차갑게 마시는 일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다시 고민에 고민을 더하려고 한다. 더 정교해질 다음 캠페인을 위해서 말이다.
▲ 맥심 <시티써머라이프> 캠페인 풀버전 영상
제일기획 김소예 프로(The SOUTH 3팀)
Cheil Magazine 2020. 7
편집실
동서식품 맥심 ‘시티써머라이프’
#이뜨거운도시에차가운맥심을
동서식품 맥심 ‘카누 아이스’
#아좋다~
버거킹 칠리크랩통새우
#왕의맛이로군
아워홈 지리산수
#지리산의청정함그대로
아이더스 코리아 푸라닭 브랜드 필름 ‘패키지’ 편
#맛에대한멋있는도전
피자 알볼로
#수제로제대로
SK네트웍스 민팃 ‘거래’ 편
#잠자는폰으로지갑구하기
삼성생명 컨설턴트 리쿠르팅 ‘거꾸로 면접’
#그시작은언제나
삼성전자 그랑데 AI ‘여름을 부탁해’
#똑똑한내가나서야겠다
삼성전자 그랑데 AI 비긴즈 ‘원하는 대로’
#세탁과건조의모든것
삼성전자 무풍 으시시시 ‘서큘레이터’
#바로앞에있는것처럼
Cheil Magazine 2020. 7
김혜경 프로(비즈니스 8팀), 이승용 프로(신태호 ECD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