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8. 9
편집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1인칭 대명사에는 ‘나’와 ‘저’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대명사로는 ‘본인’이 있죠. 하지만 일상적 대화에서 이 단어가 1인칭으로 등장하는 빈도는 매우 낮습니다.
그 외에 여(余), 오(吾), 과인, 짐, 소인 등이 1인칭 대명사입니다. ‘여’나 ‘오’는 지금은 쓰지 않는 죽은말이고, 과인과 짐, 소인은 신분 사회에서 쓰던 말이니 현대의 일상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요즘에도 농담조로 말할 때는 이런 낱말들을 가끔 쓰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1인칭 대명사의 종류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반면에 너, 자네, 그대, 당신, 귀하, 어르신 등 2인칭 대명사는 그보다 많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오랫동안 나 자신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더 중시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2인칭 대명사가 더 많은 게 아닐까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죠.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바로 ‘나’입니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소설의 시점 기억하시나요? 화자가 소설 속에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주면 1인칭 시점이고, 등장하지 않으면 3인칭 시점이라고 배웠죠. 1인칭 시점은 다시 ‘주인공 시점’과 ‘관찰자 시점’으로 나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내가 주인공인 만큼 내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은 화자가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관찰해 서술하는 것이니 인물들의 내면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소설에서 시점은 저마다 목적과 효과가 다릅니다. 어떤 시점을 택하든 그거야 작가 마음이겠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을 원하기 때문이죠. 점점 더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그에 맞는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이 다인 가구에게도 인기를 얻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각 개인의 니즈를, 즉 1인칭 니즈를 잘 파악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는 ‘1인 가구’가 아니라 이를 포괄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방향 설정을 전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소설의 시점 얘기를 다시 해 보면 화자가 등장인물의 깊은 속까지 샅샅이 살펴서 서술하는 ‘전지적 시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기업이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Cheil』 매거진은 지난 8월호에서 ‘Console’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9월호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전지적 시점’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1인칭을 위한, 1인칭에 의한 시대이므로….
Cheil Magazine 2018. 9
이승신(건국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최근 식품, 가전, 가구, 유통 할 것 없이 1인 가구 맞춤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다. 편의성과 효율성을 본질로 하는 1인 가구 마케팅은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인 가구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인 가구도 1인 가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들여다본다.
바쁜 현대인들의 니즈와 통하다
우리는 ‘대가족’은 물론 ‘핵가족’이란 말조차 낯설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가족 형태는 사회 변화와 맞물려 변모해 왔는데, 최근에는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가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2017년 발표한 ‘2015~2045 장래가구추계 시도편’에 의하면 1인 가구는 2015년 27.2%로 4가구 중 1가구 이상의 분포를 보였으나,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해 3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증가는 단순히 가족 형태의 변화뿐 아니라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각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과일 브랜드 돌(DOLE)은 생과일 과육을 과즙 주스에 담아 과일과 주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디저트 ‘후룻컵’이 누적 판매량 300만 개를 넘었다고 밝혔다. 2017년 6월 출시된 이 제품은 2030세대나 1인 가구가 자주 애용하는 편의점을 중요 판매 채널로 활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편의점을 중요 판매 채널로 활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후룻컵. Ⓒ dole.co.kr
그런데 과연 후룻컵은 1인 가구에게만 긍정적 평가를 얻었을까? 이 제품은 ‘과일, 언제까지 까먹을래?’라는 광고 캠페인과 쉽고 빠르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 과일을 제때 챙겨 먹기 어려운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궤뚫었다.
1인 가구? 1인 체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솔로 이코노미가 1인 가구만을 위한 산업은 아니다. 1인 가구는 혼자 살기 때문에 요리하기가 더 간편해야 하고, 집안일도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도움을 받아야 하니 편리한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2~4인 가구도 가지고 있다. 현대인들을 보면 다인 가구인데도 불구하고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혼자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솔로 이코노미 산업은 이미 현대인의 삶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이러한 특성을 ‘개인화된 형태의 사회성’이라 칭한다. 이러한 사회 현상이 생겨난 이유는 현대인들은 막연한 친목 대신 관심사 위주의 인간 관계를 지향하고 있으며, 지금 당장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1인 체제에 살고 있다는 것은 꼭 1인 가구로 살겠다는 것보다 일상을 나홀로 보내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1인 가구가 아닌 다른 가구 구성원과 함께 살고 있는 다인 가구들도 개인화된 사회성 때문에 1인 체제에 살고 있으며, 1인 가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인 가구로 확대되는 솔로 이코노미
CJ제일제당이 소비자 빅데이터로 들여다본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 식품) 트렌드를 살펴보면 특히 놀라운 점은 전체적인 측면에서 1~2인 소인 가구에 비해 다인 가구가 HMR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트래픽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의 수요 또한 함께 늘어난 것이다.
간편식 브랜드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국내 최초의 HMR 플래그십 스토어 CJ올리브마켓. Ⓒ cj.net
이처럼 요즘 다인 가구도 1인 가구와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다인 가구 소비자들도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고, 식재료 배달 서비스와 같은 편의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다른 활동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 식품 정기 배송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1인 가구 등 소인 가구 수요만 있더니, 갈수록 다인 가구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조리가 번거롭고 뒤처리도 힘든 전통 식단이 꺼려지고 있는 반면에 주문만으로 간편 음식부터 고급 음식까지, 소용량부터 대용량까지 가능한 합리적 식문화를 지향하는 신선 식품 정기 배송이 가정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이나 동원홈푸드의 ‘더반찬’ 등 신선 간편식 정기 배송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철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메뉴를 배송하는 동원홈푸드의 ‘더반찬’ 서비스. Ⓒ thebanchan.co.kr
더욱 진화하게 될 1인 체제 타깃 마케팅
이러한 1인 시스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향후 마케팅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결제부터 서빙까지 가능한 무인 카페,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맥도날드 같은 무인 시스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제3의 공간’으로 제안된 혼술하는 심야 술집, 코인 노래방, 명절 대피소가 된 책방처럼 행복한 감정을 얻는 곳들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나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현대인들은 드론, VR 기기 등을 즐기는 체험 카페, 비어 요가, 공연장, 공방, 카페 등 창조적 체험 공간도 많이 찾아갈 것이다. 이른바 ‘호캉스’로 불리는, 호텔에서 편히 쉬는 스테이케이션도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며, 지금도 각광을 받고 있는 한 끼 식사나 후식을 고를 때에도 결정 장애를 겪는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메뉴를 추천해 주는 식품업계의 큐레이션 열풍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Cheil Magazine 2018. 9
최호섭(IT경제 칼럼니스트)
무르익은 O2O 환경과 IT기술의 급속한 발달 덕분에 계속 진화 중인 온 디맨드 서비스는 더욱 내밀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단계까지 왔다. 그래서 생긴 신조어가 ‘나를 위한 온 디맨드’라는 의미의 ‘온 미맨드’. 음식 배달, 큐레이션, 온라인 가상 비서 등 1인 맞춤형 서비스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온 디맨드의 현재를 짚어본다.
‘틈새 시장’에서 ‘시장’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독립을 꿈꾸는 20~30대들은 상대적으로 소비에 적극적이다. 적극적이라는 말은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의미보다도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행에 민감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최신의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에 가깝다.
가전 시장은 오랫동안 이 흐름에 가장 예민하게 움직여 왔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세탁기나 냉장고 등 생활 필수 가전의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소비의 형태가 과거에는 1인용이라고 하면 저가 제품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크기가 작을 뿐 소형화, 고급화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싼 것을 찾는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1인 가구의 흐름은 곧 거주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움직임으로 연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서비스와 제품 개발, 그리고 유통과 판매의 형태까지 변화하고 있다. 잠시 거쳐가는 ‘독립’이 아니라 ‘1인 가구’라는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틈새 시장’에서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젊은 1인 가구가 추구하는 방향은 상당 부분 여유로움에 있다. 혼자 살지만 꼭 해야 하는 번거로운 집안일이나 사람들과 맞부딪치는 일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들과 잘 맞아 떨어지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가족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집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가장 편안한 공간이 돼야 하기 때문에 비어 있는 시간에 세탁이나 청소를 맡기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여전히 서먹하지만, 기술이 이 오랜 걱정을 날려 버렸다.
집 주인이 없어도 집 안까지 물건을 배달하고, 청소업체가 청소까지 할 수 있는 아마존 키 서비스.
Ⓒ Amazon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온 디맨드’ 서비스
O2O로 대변되는 ‘온 디맨드’ 서비스는 지난 몇 년 동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활발하게 일어났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글로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 전화를 통해, 또 마주 보고 얘기하면서 일어나는 감정 소비나 어색함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자극했고,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도 대면 서비스를 줄이면서도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사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O2O는 자연스럽게 세계적 흐름으로 번졌다.
이 비대면 서비스의 발전은 개인화되는 사회 분위기와 1인 가구의 증가를 통해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혼자 사는 집, 혼자 먹는 밥뿐 아니라 음식을 주문할 때도 사람과 직접 얘기하지 않는다. 쇼핑을 할 때도 점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할 때도 눈치 볼 필요 없이 메뉴판을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 “단무지 좀 더 보내 주세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야 했던 것들이 주문 페이지 아래 추가 사항에 한 줄 더 써 넣는 것으로 해결된다. 이는 곧 삶의 질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런 분위기가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되면서 비대면 서비스는 급격하게 발전했다. 이제 음식 배달은 앱이 맡고, 미용실 예약이나 자동차 수리도 O2O 서비스를 통해 시간을 맞춘다. 상품을 직접 손에 쥐어 준다는 것에서 시작한 택배도 이제 직접 만나서 건네 받지 않는다. 이제는 문 앞에 덩그러니 던져두고 문자 메시지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지는 일이 일상화됐다. 아예 사물함처럼 안전하게 물건을 보관하는 무인 택배함은 이제 흔한 시설이 됐다.
전국 각 지역에 설치된 G마켓의 무인 택배함 ‘스마일 박스’.
Ⓒ G마켓
심지어 아마존은 아예 집 열쇠를 택배 기사에게 건네줘 빈집에 택배 상자를 놓고 가는 서비스와 도어락 제품을 시험하고 있고, 폭스바겐은 집 앞에 세워둔 자동차 트렁크 안에 택배를 담아둘 수 있도록 1회용 원격 키의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가사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들도 큰 인기다. 혼자 살기는 하지만 집안일은 역시 번거롭다. 그래서 가사 도우미 서비스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집을 말끔히 청소해 주는 데 5만 원 정도면 된다. 집을 비워도 된다. 사진으로 청소 상황을 보여 주고, 리뷰가 선택의 가장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이 온 디맨드 서비스는 이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에 의미를 두던 단계를 넘어 더욱 개인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온 미맨드(on demand에 ‘me’를 합성해 만든 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서비스의 추세가 더욱 더 개인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120만 건을 돌파한 홈스토리생활의 ‘대리주부’.
Ⓒ 대리주부
소비자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하라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이 음성 비서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는 이유는 단순히 말을 할 수 있는 인공 지능 서비스의 개발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용자의 의사를 먼저 읽어들이는 서비스가 곧 온 디맨드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마음을 읽는 방법은 바로 데이터에 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의 관계가 다져지는 것 역시 오랜 데이터로 다져진 경험 때문이다. 기업들이 스마트폰, PC, 가전, 자동차 등을 통해 모이는 일상의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바로 그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물론 기업들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이유에는 관심사를 읽어 더 나은 제품을 추천하고 맞춤형 광고를 보여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최근의 흐름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기와 서비스를 아예 개인에게 맞춰 버리는 것이다. 똑같이 생긴 기기를 쓰더라도 이용자마다 다른 경험을 만들어 주고,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서로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의 음성 인식 서비스는 아예 목소리를 구분해서 여러 사람이 이야기해도 내 목소리에만 반응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I/O를 통해 개인화된 온 디맨드 서비스의 절정을 보여 줬다. 이용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들고 “11시부터 1시 사이에 미용실을 예약해 줘”라고 말하자 음성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늘 가던 미용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사람처럼 예약을 잡는다. 11시에 예약이 안 된다고 하면 캘린더 속 일정을 따져서 다음 일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시간으로 직접 조율한다. 그때까지 상대방은 기계와 통화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구글 듀플렉스’라고 이름 붙은 이 서비스는 데모 한 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에는 사람과 기계가 너무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는 것이 주목받았는데, 기술적으로 뜯어 보면 개인화된 인공 지능 서비스가 이용자의 다양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마음을 읽어 최적의 서비스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로 미장원이나 식당을 예약할 수 있는 구글 듀플렉스.
Ⓒ Google Developers
올 가을에 나올 애플의 스마트폰 운영 체제 iOS12 역시 반복되는 위치 정보, 시간, 이용 서비스 등을 분석해서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을 단순화해 주는 기능을 넣었고,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지금 필요할 것 같은 기능들을 보여 준다. 이미 온 디맨드 서비스들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분석과 개인화가 더해진다면 더 고도의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개인화와 인간성 문제는 산업화의 오랜 숙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100년 전의 인간 관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더 쉽고 편하고 안전하게 대면 서비스를 개선하는 흐름을 부정할 이유도 없다. 모든 서비스는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는 서비스를 선택한다. 지금 그 중심에는 1인 가구, 그리고 개인화가 자리 잡고 있다.
Cheil Magazine 2018. 9
편집실
1인 가구 하면 1코노미, 셀프 인테리어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혼밥과 배달 음식이다. 과거에는 음식점에서 주문 받은 메뉴를 직접 배달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과 기술 발전으로 인해 최근에는 배달앱을 비롯해 배달 플랫폼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편리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인 가구의 배달 음식 이용률도 점점 늘고 있다. 바야흐로 배달 음식 전성 시대다.
How many 외식 몇 번이나 하나요?
배달과 외식 등 외부 음식을 이용하는 비율은 식사 10회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인 가구가 5.8회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배달 음식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는데, “2~3주에 한 번”이 28.8%, “1주일에 한두 번”이 27.5%였다. 종합해 보면 밀레니얼 세대의 배달 음식 이용 빈도는 월평균 5.2회였다. 최소한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배달해 먹는 셈이다.
When 주로 언제 주문하나요?
신한은행이 조사한, 2015년 대비 2017년 배달 음식 이용액 증가율을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발견된다.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시간대는 주로 7~8시로 저녁 시간대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저녁 시간대에 40대 여성의 배달 음식 이용률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이는 ‘집밥의 아웃소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다음 질문의 통계에서 그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편 점심 시간대에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20대 남성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Why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이유는 뭔가요?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 이유는 “밥 말고 색다른 걸 먹고 싶어서”란 답변이 1위였다.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한 답변은 ‘귀차니즘’이었다. 앞선 질문에서 40대 여성의 배달 음식 이용률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현상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퇴근 후 귀가해서 식사를 준비하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먹기는 피곤한 경우로 짐작할 수 있다. 3위 “반찬이 없어서”란 답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찬을 새로 할 시간이 없거나 상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게 아닐까.
이 외에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할 때 배달 음식을 시킨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는데, 이 답변에는 1인 가구의 응답률이 30.3%로 가장 많았지만 다인 가구도 고르게 나타났다. 다인 가구라 해도 집에 혼자 있다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는 얘기.
How many 배달앱 얼마나 자주 이용하나요?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애용되고 있을까? 전 연령대 평균적으로는 전화 주문 방식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배달앱 이용률이 증가 추세인 반면에 전화 주문은 감소 추세.
배달앱 이용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역시 밀레니얼 세대였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 역시 아직까지는 전화 주문 방식에도 상당히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주문 방식 중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30대가 4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배달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3.4%가 “배달앱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향후 배달앱의 성장세는 어떤 변화를 보일까? 신한카드에서 조사한 배달앱을 통한 배달 음식이용액을 살펴보면 2014년 158억 원에서 2017년 2,497억 원으로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배달앱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Why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배달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상대로 편의성과 효용성 때문이었다. “검색과 주문, 결제까지 모두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답변이 과반수를 넘은 54.4%였다. 배달앱의 편리성이 요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에 부합한다는 얘기.
한편 배달앱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각 연령대별로 1위가 달랐다. 20대는 “그냥 편해서”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한 반면 40대는 “할인 혜택이 다양해서”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What 배달앱으로 뭘 시켜 먹나요?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해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배달해 먹는 음식은 치킨이 1위였으며 피자 주문도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중국 음식과 족발 순서였다.
최근에는 배달앱 업체들이 유명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응답자의 80.5%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답했으며, 시간 제약이나 거리 등 다양한 이유로 “향후 배달앱을 통해 유명 맛집의 음식을 주문해 먹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71.2%가 예상했다.
Where 주로 이용하는 배달앱은 어딘가요?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배달앱은 ‘배달의민족’이 72.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뒤를 이어 ‘요기요’와 ‘배달통’ 순서였다. 한편 응답자 중 유료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은 ‘배민라이더스’가 30.7%로 가장 많았으나, “최근 6개월 내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없다”는 응답이 54.9%나 됐다. 이는 아직까지 유료 대행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heil Magazine 2018. 9
조한상 팀장(Answer Company Answer 9팀)
요즘 눈에 띄는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기 위해 Answer 9팀의 조한상 팀장과 마주 앉았다. 그런데 그는 대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트렌드에 대한 오해와 오류를 지적하면서 “브랜드는 트렌드를 따라가며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대신 삶의 방식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일반적으로 트렌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는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트렌드라고 규정하고 이슈화하는 것은 일종의 강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럭셔리’가 굉장한 트렌드라도 되는 것처럼 얘기됐는데, 사실 인류 역사상 성공과 풍요에 대한 열망이 없었던 적은 없었죠. 또 다른 예로 요즘 회자되는 소확행이나 킨포크(Kinfork), 휘게(Hygge) 이런 것들은 모두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고 더불어 사는 삶을 중시하는 패턴인데, 이 역시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언제나 있어 왔던 경향입니다.
그럼에도 트렌드란 이름으로 기존 현상을 새로운 가치마냥 포장하고 개념화해서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것은 낡은 방식이고 레드오션의 영역입니다. 그런 방식의 비즈니스는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좀 더 덧붙이자면, 인간의 욕망은 순환 구조 속에서 동일하기도 하고 상반되기도 하죠. 어떤 시대에는 A라는 욕망이 조금 더 앞서는 대신 B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런가 하면 어떤 시대에는 B가 다시 중요해지고 A가 내려갑니다. 따라서 어떤 현상을 분석해 이름 붙이는 것이 트렌드의 오류이고요. 새로운 삶의 장르들을 먼저 제안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진정한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트렌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요?
우리 모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이 없잖아요. 때문에 브랜드가 사람들의 감춰진 욕망 속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 “이렇게 살아 보는 것은 어때요?”라는 새로운 삶의 장르들을 제안해야 합니다. 수면 위에 올라와 있는 현상, 대중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에 있는 큰 흐름을 읽어 내서 어떤 삶의 방식을 대중에게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트렌드와 비즈니스가 한 다리 건너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장르에 대한 기업의 선제안’ 그 자체가 그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발신하는 삶의 장르는 소비자에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기피할 것인가를 판단하게 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휘게라는 삶의 방식을 제안했을 때 대중은 사치하고 과소비하는 삶보다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삶이 더 멋지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지금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동소이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요, 남과 무엇을 더 다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체가 큰 틀에서 볼 때 고만고만한 경쟁력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제안한 삶의 장르에 대해 소비자들이 편향성을 갖게 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말씀을 소비자의 로열티를 끌어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예를 들어 할리데이비슨이 ‘Freedom of a Road’ 같은 편향성을 만든 것처럼 일반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끽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하나의 트렌드가 생기고, 로열티가 생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브랜드가 아직까지는 주도적으로 어떤 가치를 발견하려는 용기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미 벌어진 현상에서만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때문에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거죠.
‘브랜드(Brand)’의 어원이 노예의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한 ‘화인(火印, brandr)’에서 나왔잖아요. 자기 재산의 독점적 소유권을 강조하는 게 브랜드의 원천인 거죠. 그 독점적 소유권을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수직적 시스템에 의해 현재의 비즈니스 구조가 만들어졌고요.
하지만 세상이 변했죠. 대중문화나 스포츠, 정치를 한번 보세요. 사람들은 BTS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예요. 그들 스스로가 부여한 의미와 행위에 열광하는 거죠. 이제 스타와 팬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죠. 성공한 정치인들도 유권자들과 수평적 관계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런 분야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성공한 것 같은데, 유독 브랜드만 아직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고 있어요. 수직적이고 근대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죠. 브랜드의 그런 낡은 패러다임을 깨는 것이 제가 속해 있는 Answer Company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솔루션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인데요, 트렌드라는 것이 새로운 삶의 장르에 대한 제안이라고 할 때, 기업이 그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부터가 출발점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을 ‘Taking Stand’라고 표현하는데,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특정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예를 들어 동성애나 난민 문제 등 현재 논쟁이 되는 이슈들이 있잖아요. 저는 기업들이 그런 이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이 명확한 목소리를 내면,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죠.
요컨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중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드러내는 삶의 방식이나 주장, 가치, 비전에 대중이 모이게 해야 해요. 물론 기업의 그런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르죠. 브랜드들은 적을 가지고 싶어하지 않지만, 적을 가질 수 있어야 내 편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적이 일정 정도 존재해야 상대적으로 로열티도 형성된다고 봅니다. 물론 일부러 안티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이 두려워 브랜드가 스스로 어떠한 방향성도 갖지 않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선택입니다.
끝으로 브랜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근대적 이성 체계는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다 변방으로 취급해서 주변부를 배제와 계몽의 대상으로 삼았어요. 서구의 관점에서 서구적이지 않은 다른 것들을 모두 그렇게 대했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변방과의 커넥션을 만들지 않으면, 브랜드 자체로서의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탈중심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가치, 로고와 서비스는 이렇게 딱 정해져 있다고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서 파는 상품과 한국이나 서남아시아에서 파는 상품이 동일해야 한다는 확신은 곤란해요. 각 지역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그것들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탈중심화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거죠. 기성에 반하는 개성이나 변방의 것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나의 중심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이 향후 브랜드가 살펴봐야 할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바로 그런 관점에서 마케팅 브랜딩을 어떻게 더 철학적 방식으로 살펴보고 접목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Cheil Magazine 2018. 9
김혜경 프로(The South3팀), 이승용 프로(신태호CD팀)
Cheil Magazine 2018. 9
정유진 프로(비즈니스 12팀)
샴푸의 전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고관여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내추럴 샴푸 시장에 신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2016년 4월 아모레퍼시픽에서 론칭한 내추럴 헤어 케어 브랜드 프레시팝도 마찬가지다. 무첨가 스티커를 붙인 샴푸들이 매대에 가득 진열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프레시팝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흔한 스티커보다 소비자 인식에 강하게 남을 수 있는 콘셉트를 붙여 주기로 했다.
# 밤감샴 캠페인의 시작, 뭘로 감았샴?
프레시팝 샴푸를 한마디로 나타내면 밤에 감아도 좋은 샴푸, ‘밤감샴’이다. 대표 제품인 그린허브레시피는 파라벤 등 7가지 화학 성분을 무첨가한 내추럴 샴푸로, 고밀도 미셀라 흡착 거품이 피지와 땀으로 막힌 두피의 모공 속까지 딥클렌징하는 것은 물론 정수리 냄새까지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외출 후 두피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 내 다음 날까지 상쾌한 두피를 유지할 수 있으니 밤에 감아도 좋은 샴푸, ‘밤감샴’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선 ‘밤감샴’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해 프레시팝만의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고, 단기 캠페인의 이슈라이징에 적합한 모델이 필요했다. 당시 코믹한 MV로 화제의 중심에 선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김신영, 김영희,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를 단발 모델로 발탁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던 4월, 셀럽파이브를 활용한 뮤직비디오 형태의 밤감샴 캠페인 영상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며 콘셉트, 메시지, 모델 3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품 베네핏을 담은 중독적인 BGM, 네온과 트로피컬 중심의 아트워크, 그 속에서 빛나는 셀럽파이브의 의외성은 기존 샴푸 광고와 차별화된 인상을 남겼다.
▲ 셀럽파이브 1차 캠페인
# 두 번째 이야기, 밤감샴하고 ‘두피 당당’해지자
셀럽파이브를 활용해 이슈라이징에 성공한 프레시팝은 증액된 예산으로 2차 캠페인을 통한 굳히기에 들어갔다. 밤감샴을 프레시팝 고유의 자산으로 다지기 위한 두 번째 캠페인. 전편의 흥행에 이은 후속편은 기쁘지만, 어찌 보면 더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하다. 남길 건 남기되 1차 캠페인과는 또 다른,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밤감샴 콘셉트와 제품 베네핏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탐색했고 두피에서 정답을 찾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건강한 머릿결 사이로 양손을 집어 넣어 한껏 끌어올리는 문가비의 시그니처 포즈에서 밤감샴 2차 캠페인은 시작됐다. 왼쪽 두피 팝! 오른쪽 두피 팝! 정수리도 팝!팝! 프레시팝 그린허브레시피와 함께라면 언제 어디서든 그녀처럼 ‘두피 당당’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팝!’ 하는 소리와 함께 두피를 보이는 동작이 반복됨에 따라 프레시팝 제품명에 대한 인지도를 강화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제품 베네핏인 두피 딥클렌징을 이야기하는 중독성 있는 BGM이 소비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강원도 양양에서 촬영한 영상은 해변의 분위기와 문가비의 건강미가 어우러져 여름밤 밤감샴의 필요성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 문가비의 2차 캠페인
# 이커머스 기획전
프레시팝의 주력 채널 중 하나인 이커머스의 매출 증대를 위해 기획전을 적극 활용했다. 1차 캠페인은 11번가, 2차 캠페인은 G마켓과 제휴해 론칭 초반 1~2주 동안 기획전 배너 광고를 통해 구매 페이지로 유입시켰다. 또한 구매 페이지 내 할인 및 제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소비자 인터렉션을 높이고 캠페인 확산에 힘을 실었다. 결과적으로 두 차례 모두 기획전 기간에만 약 1.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캠페인으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
# Next Step, 밤감샴의 다음 이야기
두 차례 캠페인을 통해 밤감샴은 확실하게 프레시팝의 콘셉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Cheil SMA(소비자의견분석시스템)에 의하면 1~2차 캠페인의 결과로 브랜드 및 제품명뿐 아니라 밤감샴에 대한 버즈 양이 눈에 띄게 많이 발생했다. 물론 연관어의 최상위권에도 ‘프레시팝’과 ‘그린허브레시피’가 랭크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차 캠페인 영상의 댓글을 보면 밤감샴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셀럽파이브가 “당신은 아샴? 아니면 밤샴?”이란 질문을 던져 밤감샴에 입문시켰다면, 문가비는 “어젯밤 프레시팝 한 사람만 따라하샴” 하며 밤감샴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다. 밤감샴의 세 번째 이야기는 누가 어떤 노래로 전달할까. 밤감샴 프레시팝 그린허브레시피 ♪♬~
Cheil Magazine 2018. 9
김진 프로, 김누리 프로(BE 솔루션 3팀)
리테일 비지니스도 더 이상 단순히 나열된 제품 전시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는 시대…. 기존 리테일숍 형식의 틀을 깬 프랑크푸르트 쇼케이스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어떤 방식으로 지속적 관계를 형성해 가야 하는지 그 대답을 들려준다.
▲프랑크푸르트 쇼케이스 파사드
Connect City Frankfurt
지난 4월 21일 유럽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최대 규모의 삼성 갤럭시 쇼케이스가 오픈했다. 금융의 중심, 경제의 중심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지리적으로 유럽 중앙부에 위치한 만큼 교통의 중심지로 수십 개 국가들과 연결돼 있다. 삼성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리테일숍으로 활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7년 프리미엄 스튜디오로 3개월간(9~12월) 운영했고, 이후 추가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쳐 프리미엄 쇼케이스로 재탄생시켰다. ‘강릉 올림픽 쇼케이스’ 이후 최초로 글로벌 확산을 시도한 프랑크푸르트 쇼케이스는 ‘One Samsung’ 전략 아래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삼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전달하고자 했다.
신제품 소개는 물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고 다채로운 디지털 체험을 더해 통합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했다. 동시에 기존 소비자를 위한 프리미엄 토털 서비스까지 제공해 더 많은 체험과 볼거리를 선사코자 했다.
프랑크푸르트 쇼케이스는 모태가 되는 강릉 올림픽 쇼케이스와 마찬가지로 ‘Pioneer’s Playground’라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누구나 쉽게 방문해 어울리고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Connect Zone’, 삼성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Unbox Zone’,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 체험이 가능한 ‘Play Zone’으로 구성됐다. 공간 구석구석 올림픽 쇼케이스의 요소들을 녹여내면서 현지 고객들의 성향에 맞춰 현지화를 시도한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Connect to Galaxy
프랑크푸르트 쇼케이스가 위치한 ‘Zeil Street’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가장 큰 쇼핑 거리로 시간당 평균 유동 인구가 1만 명 정도 되는 분주한 거리다. 화려한 쇼핑 거리에서도 돋보일 수 있도록 쇼케이스 건물 파사드에는 올림픽 쇼케이스에 들어간 ‘Glowing Cube’를 설치했다. 낮부터 밤까지 불을 밝힌 Glowing Cube는 삼성의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한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쇼케이스 윈도우에는 ‘4D Theater’를 설치해 체험자의 생생한 반응을 보여 줬는데, 거리를 오가는 쇼핑객들의 이목을 끌며 자연스레 방문을 유도했다.
쇼케이스에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삼성의 다양한 모바일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Connect Zone’이 펼쳐진다. Connect Zone에는 직접 제품을 만져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핸즈온 테이블이 배치됐다. 방문객은 최신 제품들을 직접 작동해 보며 기능과 디자인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제품을 만져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핸즈온 테이블
체험 테이블 사이 곳곳에는 무선 충전이 가능한 미니 테이블과 소파로 작은 라운지를 꾸몄다. 가구 하나하나 신중하게 디자인된 라운지는 쉬어가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방문객은 부담 없이 제품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레 제품에 대한 구체적 관심을 갖게 된다.
Connect to Smart Life
Connect Zone이 주로 모바일 제품을 보여 줬다면, 2층은 삼성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 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방문객들은 최신 삼성 가전 제품으로 꾸며진 카페로 들어서게 된다. 전문 셰프와 함께하는 쿠킹쇼부터 다양한 이벤트로 가득한 카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을 높여 주는 것은 물론 삼성이 이야기하는 라이프스타일에 기분 좋은 공감을 일으키는 공간이다.
▲최신 삼성 가전 제품으로 꾸며진 2층 카페
이어지는 IoT Wall에서는 방문객이 직접 제품에 적용된 IoT 기술을 구동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첨단 IoT 기술은 삼성이 추구하는 미래의 스마트홈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아울러 2층 전반에 넓게 자리 잡은 라운지에는 최신 TV를 배치해 흥미를 더했다. 이렇듯 방문객은 삼성의 다양한 기술이 모여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연결되는 것을 경험하며, 삼성과 함께하는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제품에 적용된 IoT 기술을 구동해 볼 수 있는 IoT Wall
Connect to Samsung
한편 2층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Unbox Samsung’은 삼성이 이제까지 걸어온 과정과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 주는 공간이다. 특히 올림픽 쇼케이스에서 호응이 좋았던 내용들을 간추려 구성해 알찬 브랜드 공간으로 완성시켰다.
▲2층의 하이라이트 Unbox Samsung
Unbox Samsung에 들어서면 작은 메모리칩부터 액정까지 다양한 제품 부속품으로 만든 ‘Design Wall’과 마주한다. Design Wall에서 삼성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해 봤다면 바로 이어지는 ‘History Wall’에서는 꾸준히 걸어온 삼성의 행보를 보여 주는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한 인터렉티브 체험으로 풀어내 흥미를 더했다.
▲삼성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Design Wall
마지막 ‘Craftsmanship’에서는 매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삼성의 고민과 노력을 보여 준다. 이렇듯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전달하는 삼성의 브랜드 이야기에 방문객들도 호의적으로 교감했다.
Connect to VR Wonderland
파리에 디즈니랜드가 있다면 프랑크푸르트엔 이제 아직 유럽 어느 곳에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삼성만의 ‘VR Wonderland’ 가 있다. 동계 올림픽용으로 개발된 스노우보드,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솔루션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도심 한복판에서도 한겨울에나 체험할 수 있는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VR Wonderland에서 스노우보드를 즐기는 방문객들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유럽인들한테 취향 저격인 피트니스 솔루션 종목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치열한 경쟁으로 승부욕을 자극시켜 체험객들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관람객들에게도 스릴 만점 재미를 더했다.
‘Super Slow-mo Studio’에서는 삼성 갤럭시 S9 의 업그레이드된 카메라 기능 중 하나인 ‘슬로우 모션’ 촬영 기능을 더욱 재미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색종이 조각, 버블 건, 컬러 볼 같은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해 방문객이 사진 촬영을 한 후 사진을 개인 메일로 전송해 소장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아기자기한 소품 활용으로 인해서 어린아이들한테 특히나 인기가 많았기에 가족 단위의 방문객에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운 선물이 됐다.
저조도 촬영 기능을 극대화시킨 인피니티 모먼트(Infinity Moment) 체험 공간은 갤럭시 S9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방문객이 선택한 도형들이 5면의 유리에 무한 반사되면서 마치 만화경 속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작년 9월 오픈한 스튜디오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솔루션들로 삭막하고 10년째 한결 같은 프랑크푸르트 도심에 재미있고 흥미로운 체험 공간이 탄생하면서 무미건조한 일상에 활력소가 됐기를 기대한다.
▲인피니티 모먼트 체험
Connect to Customer
지하층은 삼성의 소비자들을 위한 Customer Service와 제품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Training Zone이 있어 삼성 갤럭시의 기존 고객들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의 궁금증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응집시키는 Auditorium 공간에서는 6000 x 3000mm 크기의 LED Wall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이벤트도 실시하며 지속적인 제품 홍보에 힘쓰고 있다.
각 층에서 다양한 형태의 제품 체험을 한 후 삼성 갤럭시의 매력에 푹 빠진 방문객은 지하층에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액세서리 제품들도 현장에서 바로 구매 가능하다.
▲정기적 이벤트가 열리는 Auditorium 공간
▲소비자들을 위한 Customer Service
Connect to Retail Business
리테일 비지니스도 더 이상 단순히 나열된 제품 전시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는 시대이다. 기존 리테일숍 형식의 틀을 깬 프랑크푸르트 쇼케이스는 갤럭시와 요즘 소비자들 간 견고한 유대와 지속적 관계 형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이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친근한 공간에서 소비자들 간 교류도 가능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프랑크푸르트 쇼케이스가 유럽인들뿐 아니라 프랑크푸르트와 연결된 전 세계인들에게 갤럭시의 매력을 널리 알려 향후 갤럭시와의 ‘Connect’가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오래 이뤄질지 주목해 볼 만하다.
Cheil Magazine 2018. 9
Matthew Kershaw(아이리스 콘텐츠 매니징 디렉터)
브랜드가 더 이상 퍼블리셔와 TV 채널의 중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에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는 무척이나 쉽다. 그런데 왜 다들 차별성 있는 포맷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걸까? ‘포맷’은 친숙하면서도 소비하기 쉬운 자산임이 분명한데….
‘어떻게’의 재미
<Desert Island Discs>, <Have I Got News for You>, <The Great British Bake Off>, <Eurovision> 등 큰 인기를 얻은 유명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포맷화돼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았다. 탁월한 포맷은 친숙함 덕분에 반복적인 시청을 보장한다. 다음에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안다는 건 안심이 되면서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무인도에 가져갈 사치품을 지정하고, 친구에게 전화하고, 창의적인 베이킹을 카운터로 가져오거나 벨라루스에서 심사위원이 전화로 투표를 한다. 이러한 포맷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엔딩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오랜 믿음과는 정반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때로는 목적지보다 그곳으로 가는 여정이 더 재미있기도 한 법이다.
영국의 에이전시 브라더스 앤 시스터스(Brothers & Sisters)의 ECD앤디 파울러(Andy Fowler)가 말했듯 세상에는 “닳아 없어지는 대신 점차 길들여지는” 위대한 아이디어도 있다. 예컨대 형사물에서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범인이 누구인가’에 집중하는 추리 소설에서 독자는 형사가 퍼즐을 해결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범인은 보통 의외의 인물이다. 이런 부류의 대표로는 아가사 크리스티나 셜록 홈즈를 들 수 있다.
▲ BBC 드라마 <Line of Duty> Ⓒ bbc.co.uk
하지만 ‘어떻게 잡는가’가 핵심인 스토리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독자와 형사 모두 누가 범인인지 이미 알고 있다. 누가 나쁜 놈인지 추리하는 과정 대신 나쁜 놈이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다. 이 경우는 <형사 콜롬보>나 <라인 오브 듀티(Line of Duty)>가 해당된다.
위대한 포맷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두가 다 안다. 다만 ‘어떻게’를 모를 뿐이다. 이런 현상은 음악에서도 항상 목격되는 일이다. 전형적인 2-5-1 코드 진행, 소위 ‘밀레니얼 후프(Millennial Whoop)’가 그 예다.
과학적 근거
처음 보는 대상은 새롭게 느껴진다. 정보를 흡수하고 저장하면서 우리 뇌는 폭죽이 터진 것처럼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하지만 같은 것을 계속해서 보면 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도 적어진다. 이러한 이미지는 같은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우리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 준다. 뇌가 노출 대상에 익숙해지면서 노출될 때마다 뇌의 활동량은 줄어든다.
우리가 친숙한 대상을 대하는 방식을 어려운 말로 ‘낮은 주의 처리(Low Attention Processing)’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포맷이 가진 힘의 원동력이다. 다시 말해 소화가 너무 쉬운 것이다.
정신의 가용성을 끌어올리는 포맷
에런버그-배스 마케팅 과학 연구소 소장인 바이런 샤프(Byron Sharp) 교수의 말에 의하면 브랜드에 필요한 건 ‘정신의 가용성’이라고 한다. 정신의 가용성이란 구매자가 구매 상황에서 브랜드를 알아채고 인식하거나 생각할 가능성이다. 구매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기반한 행동, 습관, 그리고 확립된 기억 구조에 따라 이뤄진다. BBH 효과 부문 매니징 파트너 톰 로치(Tom Roach)는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에서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 용이성이다. 낯선 슈퍼마켓에서의 쇼핑만큼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게 해 주는 건 없다. 시간은 엄청 걸리고, 무엇도 알아볼 수가 없고, 물건을 들어서 라벨을 읽어야 물건을 살 수 있다.”
제대로 된 포맷은 친숙하고 소비가 쉬운, 브랜딩이 잘된 뚜렷한 자산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이런 기억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만든다.
다시 포맷으로 돌아와서
이는 마케터들에겐 희소식이다. 제대로 틀이 잡힌 차별성 있는 포맷은 브랜드에 큰 수익을 안겨 준다. 포맷 하나만 대중들의 의식에 심어 주면, 인식을 통해 줄줄이 소시지처럼 손쉽게 구매가 일어난다.
“칼링 블랙 레이블을 마시는 게 분명해요(I Bet He Drinks Carling Black Label)” 등 궁금증을 자극했던 네스카페 골드 블랜드 커플 광고를 생각해 보라. 현대에는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광고식 포맷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제품 하나에만 집중하고,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여정을 그린다. 특허 보호를 받는 사운드트랙에서는 여가수가 숨 가빠하며 유명한 록이나 팝송의 어쿠스틱 버전을 부른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지금까지 충분히 잘 먹혔다.
▲ 존 루이스 백화점의 2014년 크리스마스 광고 <#MontyThePenguin>
▲ 존 루이스 백화점의 2017년 크리스마스 광고 <#MozTheMonster>
스즈키는 똑똑하게도 <Ant & Dec’s Saturday Night Takeaway>에 고정석을 꿰찼다. ‘스즈키 세터데이(Suzuki Saturdays)’를 편성하더니 나중에는 스칼렛 모팻(Scarlett Moffatt)을 내세운 ‘스즈키 챌린지(Suzuki Challenge)’를 정규 코너로 만들었다. ITV 프로그램 <Minute To Win It>은 캐드버리가 대거 참여하고 자금을 댔으며, <Spots Vs Stripes> 캠페인을 지원했다. 미국에서도 GE 등 몇몇 브랜드가 브랜드 팟캐스트에 진출했다.
우리 아이리스 타워에서도 삼성 가전 제품을 주제로 한 코미디 시리즈 <The Domestics>를 제작했다. 캐서린 라이언(Katherine Ryan), 조엘 도멧(Joel Dommett)과 함께 현대 가정의 취약점을 조명하는 총 6편의 드라마 시리즈다. 그렇지만 위의 예들은 브랜드 포맷에 대한 소극적 해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코미디 시리즈 <The Domestics: Willy Nilly> 편
사이몬 풀러(Simon Fuller)는 남의 쇼에서 작은 코너를 운영할 생각으로 팝 아이돌을 제작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지속적인 대규모 프랜차이즈를 기획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브릭스(David Briggs), 마이크 화이트힐(Mike Whitehill), 스티븐 나이트(Steven Knight)는 계속 방영할 생각으로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를 제작했다. 6번의 에피소드 후 “이제 해도 바뀌었으니 변화를 줘서 드라마로 가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이즈도 중요하다
브랜드가 더 이상 퍼블리셔와 TV 채널의 중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에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는 무척이나 쉽다. 그런데 왜 다들 이런 쪽으로는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는 걸까? 왜 M&S는 여성의 우정을 다룬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지 않을까? <Split>에 <Big Little Lies>가 더해졌다고 생각해 보자. A급 영국 배우들이 출세 지향적인 현대를 배경으로 연기를 펼칠 것이다.
자기 계발과 경력 개발을 강조하는 조니 워커는 왜 다음 모큐멘터리를 내놓지 않는가? 예를 들어, 유명한 젊은 코미디언 두 명이 여행하면서 바에서 뛰어난 재담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행에 차를 탄 코미디언이란 요소를 더해,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데 위스키만 한 것이 없다는 걸 보여 주는 거다. 월스(Wall’s) 아이스크림의 태그라인은 ‘진지함은 안녕’이다. 이번 주의 좋은 소식을 소재로 퀴즈쇼를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그램 이름은 <What’s the Scoop?>이 어떨까?
스펙세이버(Specsavers)는 다윈 상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기네스가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리플리가 이상한 이벤트나 아이템을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말도 안 되게 엉뚱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벼운 주간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출판이나 실험적인 전시로 스핀오프도 가능하다.
왜 구글은 퀴즈쇼를 하지 않을까? 모든 답을 알고 있는 미스터리한 AI 캐릭터가 마지막 심판인 멀티 플랫폼 퀴즈쇼 같은 건 어떨까? <Deal or No Deal>의 뱅커(Banker)나 <Countdown>의 딕셔너리 코너(Dictionary Corner)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도 허무맹랑해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CMO의 의지가 부족하다면 현실화할 수 없다. 이들이 전열을 가다듬는다면 2020년 봄에는 <QAI, 블랭키티 봇(Blankety Bot) 또는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똑똑한가?>와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할지도 모른다. 가능성만 생각해도 내 뇌는 그 새로움에 불이 번쩍인다.
*이 글은 「Campaign」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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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림 프로(미디어플래닝 1팀)
2017년 광고 시장은 모바일 광고 시장이 사상 처음 2조 원을 돌파했으나, 국내 정치적 이슈 및 지상파 파업 등의 여파로 낮은 성장세를 보여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2016년 대비 1.8% 성장한 11조 1295억 원, 제일기획 총광고비 발표 자료). 2018년은 한국은행이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전망했고, IMF 등 여러 기관의 발표 역시 올해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상반기 광고 시장에 대한 기대감, 결과는?
2018년은 광고 시장에 긍정적 요소인 빅스포츠 이벤트가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 러시아 월드컵,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며 상반기 광고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실제 모니터링이 가능한 6매체(지상파TV, 라디오, 신문, 잡지, 케이블, 종편)의 2018년 1~7월 광고비는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한 4조 9,1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살펴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이 있던 2월은 26.8%, 월드컵 주요 경기가 있던 6월은 21.7%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매체별 광고비 분석
매체별로 2018년 1~7월 광고비를 살펴보면 지상파TV는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한 1조 29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살펴보면 2월은 30%, 6월은 22%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지만, 광고 성수기인 4월(-11%)과 5월(-7%)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스포츠 이벤트가 지상파TV에 긍정적 효과를 줬으나, 파업 등의 여파로 콘텐츠 회복이 원활하지 않은 지상파TV의 전체 광고비를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케이블TV와 종편의 경우 주요 콘텐츠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케이블TV는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한 1조 6273억 원, 종편은 38% 성장한 5488억 원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살펴보면 성수기뿐만 아니라 비수기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TV는 <윤식당>, <꽃보다 할배>, <프로듀스48> 등 주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CJ E&M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종편은 <효리네 민박>, <도시어부> 등 인기 예능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어 마케팅 채널로 종편을 활용하는 광고주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종편의 경우 4월부터 성장폭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라이프> 등 JTBC 드라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광고 시장 전망
하반기에도 케이블TV와 종편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상파 대표 콘텐츠 중 하나인 KBS 주말드라마에도 PCM이 도입되고, 차태현과 배두나 주연의 <최고의 이혼>, 고수, 엄기준 주연의 <흉부외과>, 소지섭 주연의 <내 귀의 테리우스> 등이 예정돼 있어 지상파TV 광고 시장도 점차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간 광고 도입도 계속 논의되고 있어 도입 시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경우 분석에서 제외했으나, 2017년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지털 동영상 광고의 경우 모바일에 특화된 세로형 동영상 광고, 기술 결합형 상품 등 신규 동영상 상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하반기 광고 시장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