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7. 14:41

“너는 장래 희망이 뭐니?” 어른들이 이렇게 물었을 때 많은 여자아이들이 “저는 현모양처(賢母良妻)가 꿈이에요”라고 대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40~50대가 웃옷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며 콧물을 닦던 코흘리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진 어머니, 그리고 착한 아내…. 유교가 국시였던 조선 시대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현모양처는 19세기 말 개항 이후 서구에서 유입된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적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면서 생겨난 개념으로, 남성이 일터에 나가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 여성은 집에서 가정을 잘 꾸려야 한다는 역할 분담론이 널리 퍼졌다고 하지요.

그 시절, 같은 질문을 남자아이들에게 했을 때 “현부양부(賢父良夫)”라는 대답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죠. 대신 남자아이들은 대통령, 군인, 판사처럼 거창한 꿈을 얘기했습니다. 꿈에도 모범답안이 존재했던 시절이었던지라 이렇게 대답하면 으레 칭찬을 받곤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현모양처나 대통령이나 자신의 내면에서 오롯이 싹을 틔워 자라난 꿈이었다기보다 외부에서 이식된 꿈이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일찍이 신여성의 대표주자였던 화가 나혜석이 이렇게 외쳤는지 모릅니다. “현모양처? 너나 해라, 현부양부!” 사회적 통념에 의해 주입된 꿈이 아닌, 스스로 ‘자발적으로’ 꿈꿀 권리를 외쳤던 거지요.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 선망의 대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큰 업적이 있거나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 사람들을 롤모델로 여기며 꿈을 키웠습니다. 집집마다 책장 한쪽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하지만 손때가 묻지 않아 본의 아니게 깨끗하게 보관될 수밖에 없었던) 위인전기 전집이 그 증거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 높은 곳을 향해 가던 꿈이 낮은 데로 임하고 있습니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을 워너비(wannabe) 대상으로 삼으며 그들의 일상에 다가서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가지 원인과 분석이 있겠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기 때문은 아니란 겁니다. 돈, 출세, 명예…. 남들이 인정해 주는 ‘입신양명’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나 자신의 소소한 행복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요즘 ‘갭이어족(Gap Year族)’이 늘고 있다지요. 갭이어는 영국에서 태동한 단어로, 원래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인턴십이나 봉사 활동 등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간을 뜻했는데요, 최근에는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과감히 중단하고 여행이나 의미 있는 사회 경험을 통해 자아 탐색의 시간을 갖는 걸 의미하게 됐습니다.

물론 생활이 곤궁하거나 당장의 일상과 맞서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겠지만, 숨 가쁘게 달려온 여정에 쉼표를 찍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일 겁니다. 남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바라는 진짜 나의 꿈을 찾으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제일 매거진 4월호에서는 ‘저 높은 곳’에서 유턴해 ‘낮은 곳’으로 임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꿈을 ‘다운 워너비(Down-wannabe)’라 이름 짓고, 출세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중요해진 시대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2020.04.16. 15:07

부모들이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기 위해 읽히는 것이 위인 전기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삶과 업적을 통해 교훈을 얻고, 롤모델 삼아 훌륭히 성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위인 전기를 잘 읽지 않는다. 사실 위인전이 재미없기는 어른도 마찬가지. 누군가의 꿈과 성공을 기록한 위인전이 재미없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위인전을 사주실 때는 부모님께서 미리 잘 읽어 보세요.”

나는 많은 학부모들에게 이런 조언을 자주 한다. 왜일까? 위인전은 대부분 그들이 달성한 위대한 업적을 자랑하는 데만 열중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와 ‘끊임없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가 고작인 위인전이 너무도 많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오히려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 “아, 나는 아무리 해도 이런 사람처럼 되기는 어렵겠구나!” 사실 이건 나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다. 일례로 에디슨 전기를 보면, 첫 페이지에서 어린 에디슨이 알을 품고 두 번째 페이지에서 객차에 불을 낸 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신기한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노인 에디슨이 갑자기 등장한다. 참으로 허탈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이다. 이런 결과적 위대함으로부터는 아무런 정보나 실마리를 얻을 수 없다. 스티브 잡스도, 세종대왕도 예외가 없다.

그런데 어른이 될수록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위인전에 갇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가 말이지…” 또는 “내가 왕년에…” 하면서 셀프 위인전을 들려줄 때마다 자녀나 후배들은 속으로 이런 단어를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꼰대’.

 

어른들이 재미없는 위인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 내가 늘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 ‘기술(記述)과 설명(說明)의 차이를 구분하고 제때 사용하라’는 것이다. 일단 기술과 설명의 차이를 알아보자. 기술은 ‘대상이나 과정의 내용과 특징을 있는 그대로 열거하거나 기록해 서술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설명이란 ‘어떤 일이나 대상의 내용을 상대방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 또는 그런 말’을 의미한다.

이 둘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있는 그대로’와 ‘상대방이 잘 알 수 있도록’에 그 핵심이 있다. 즉, 기술은 정확해야 하며 최대한 풍부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임의로 각색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설명의 의무는 다르다. 설명은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내용의 경중에 따라 어떤 항목은 상대적으로 늘려 강조하거나 반대로 좀 누락시켜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즉, 각색이 허용된다.

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세상의 수많은 일들이 성공은 설명되고, 실패는 기술된다”는 의견을 보인다. 성공 사례들은 그 성공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각색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성공 스토리’라는 말이 들어간 제목의 프로그램과 책을 수없이 봐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위인전이다.

반면에 ‘실패 스토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실패 사례는 대부분 그때 어떤 상황이 있었고, 어떤 환경 혹은 불가항력적 요인이 그런 실패를 만들어 냈는가와 같은 정황 변수를 나열하는 것으로 대부분 마무리가 된다. 성공이 있는 그대로 기술되고 실패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는 경우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성공은 기술돼야 하며, 실패는 설명돼야 한다. 그것이 왜 중요한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귀인(attribution, 歸因)’은 심리학에서 대학 신입생들의 귀에도 익숙한 개념이다. 이는 어떤 일의 원인을 어디에 두는가를 일컫는 말이다. 뜻 자체는 간단명료해 보이지만, 의외로 귀인의 양상은 매우 미묘하고 복잡하다. 왜냐하면 발생한 일의 원인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이후의 생각과 행동에 매우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단 심리학자들은 귀인을 내부 귀인과 외부 귀인으로 구분한다. 내부 귀인은 어떤 결과나 행위의 원인을 자기 자신의 노력이나 성향에 두는 것을 말한다. 반면, 외부 귀인은 그 결과나 행위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 환경에 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부와 외부 귀인에 있어서 일종의 편향적 경향을 보인다.

성공이나 좋은 결과를 거뒀을 때 사람들은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반면, 실패를 하면 그 이유를 외부 요인에 두기 십상이다. 쉽게 말하자면 ‘잘되면 내 덕분, 잘못되면 남 탓’이다. 물론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로 인해 그다음의 말과 행동이 설명과 기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문제다.

성공 뒤에는 성공한 사람, 즉 자신의 노력과 지혜에 관한 스토리를 ‘설명’한다. 그 노력과 지혜를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만 ‘행운’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것도 마지못해서. 하지만 실패의 경우에는 완전히 그 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 실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게끔 만든 주변의 상황과 정황 요건들이 모조리 기술된다. 물론 이는 ‘변명’을 좀 더 점잖게 표현한 것뿐이다.

 

나는 사석에서 종종 이것이 바로 꼰대와 위인전의 공통점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분들이나 이런 책을 만나면 사실 배울 것이 별로 없다. 첫째로, 자기 이야기만 하니 성공에 어떤 시대적 변수와 상황적 요인이 작용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건 둘째다. 실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과 원인을 말하지 않으니 어떻게 자기 단련을 해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지 교훈을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훌륭한 어른들은 위인전처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정반대로 이야기한다. 자신의 성공에 “그때 운이 좋았지”라고 말을 시작한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그 성공을 가능케 했던 주변의 정황 요인들을 말해 주기 시작한다. 반대로 실패에는 “그때 내가 무엇이 문제였느냐면 말이지”라고 운을 뗀다. 이런 분들은 어김없이 대화 끝에 뭔가 쓸모 있는 몇 가지를 남겨 준다.

“모든 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더 지혜롭고, 다음 세대보다 덜 지혜롭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의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내 경험상 이 말에 동의하는 분들 대부분은 지혜로운 선배들이었다. 그리고 이 말에 격한 반감을 드러낼수록 전형적인 꼰대에 가까웠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늘 명심하려고 노력한다. 신기한 건 이 말을 떠올리는 순간 성공은 기술하고 실패는 설명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김경일은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며 국내의 대표적인 인지심리학자이다. <어쩌다 어른>, <속보이는TV 人사이드>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지혜의 심리학』,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2020.04.14. 15:30

2020.04.16. 14:48

유튜브가 ‘대세’로 떠오른 이래, 유튜브 콘텐츠의 주류는 ‘재능인’이었다. 뛰어난 재능이 있는 콘텐츠 제작자 겸 진행자가 본인의 멋진 능력을 뽐내거나 자신의 기량을 시청자에게 가르쳐 주는 콘텐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UCC라는 이름의 1인 미디어에 익숙해진 시청자들도 이러한 콘텐츠를 즐겨 소비했다.

하지만 2017년 즈음부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영상 촬영에 별다른 목적이 없어 보이는 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브이로그’라 불리는 이 콘텐츠는 <대학생의 공부 일기>, <피시방 야간 알바생의 하루>처럼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타이틀을 걸고 구독자, 특히 유튜브의 주류를 이끄는 밀레니얼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때 온라인 영상의 대세는 ‘짧고 빠른 호흡’이었다. 밀레니얼들은 기다리는 것을 싫어할 뿐 아니라 재미있는 다른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얼마든지 있으므로 영상을 길게 만들면 초반 몇 분만 보다가 금세 싫증을 느끼고 다른 영상으로 재핑(zapping)한다. 이 때문에 ‘텐션을 떨어뜨리지 않고 단숨에 영상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성공하는 콘텐츠의 공식이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영상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무선 데이터 요금 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긴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7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유튜브 노동요’는 1시간이라는 긴 재생 시간에도 불구하고 “업무 보는 내내 틀어 뒀더니 정말 집중이 잘 되더라”는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일반인이 본인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하는 브이로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기능을 뽐내거나 가르쳐 주려는 목적이 아니므로 핵심만을 간추리기 위한 편집이 없었고,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므로 스튜디오 조명이나 고가의 카메라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재미없이 로봇처럼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 주기 위해’ 만든 <노잼봇> 계정처럼 책상 앞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설치하고 공부하는 모습만 찍어 올려도 셀럽에 준하는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

※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비디오 형식으로 기록한 블로그’라는 것이 통상적 해석이다. 해외에서는 기업이나 전문 미디어가 아닌, 개인 사용자가 영상으로 기록한 리뷰, 정보, 일상 등을 모두 브이로그로 분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이 특별한 주제나 정보 없이 본인의 일상을 기록해 공개하는 영상을 브이로그라고 특정한다.

 

▲ <피시방 야간 알바생의 하루>라는 타이틀을 건 ‘아현Ahyun’의 영상

▲ <같이 공부해요>라는 타이틀을 건 ‘노잼봇Nojambot’의 영상

 

물론 밀레니얼들이 단순히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끼고 구독 버튼을 누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밀레니얼들이 자주 시청하는 브이로그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브이로그 콘텐츠가 특별한 이유는 그 특별하지 않음에 있다. 브이로거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고, 구독자는 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잠깐 반짝이는 순간을 찾아 본인의 일처럼 즐거워한다. ‘성호육묘장’은 농촌에서 농사 짓고 가축 기르는 일상을 촬영해 업로드하는 유튜버다.

어느 날 밭에서 새끼 두더지를 잡은 그는 영상 속에서 정감 어린 목소리로 “원래는 밭을 망친 두더지를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귀여워서… 차마 그러진 못하겠다. 밭에는 말고 산에다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밀레니얼들은 농사일 가운데 발견한 두더지의 귀여운 모습과 차마 두더지를 해치지 못하는 농부의 여린 마음에 열광했다.

 

▲잡은 새끼 두더지를 차마 해치지 못하는 ‘성호육묘장’의 영상

바이럴 마케팅과 함께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의 모든 정보를 일단 의심하고 보는 성향이 있다. 그들이 커뮤니티에서 늘상 찾는 ‘인증’이나 ‘실화’는 셀럽이나 SNS 인플루언서가 게재하는 온라인 콘텐츠들이 대부분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편집 없이 담담히 일상을 비추는 브이로그에 대해서만큼은 특정 의도가 없다는 브이로거의 진정성을 믿는다. 긴장의 배리어를 낮추고 크리에이터가 전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요리하고 집안일 하는 심플한 내용으로 꾸며졌지만, 협찬이나 바이럴 의심 없이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로하Roha’의 일상 영상

밀레니얼들이 브이로그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을 그리기 때문이다.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기 전 대부분의 유튜브 콘텐츠들은 보는 재미는 있으나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운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브이로그에서 그리는 일상의 모습들은 나 또는 주변 지인들이 충분히 겪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어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브이로거의 모습에 비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시니어 유튜버다. 박막례 할머니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유라 PD는 저서에서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채널의 두 가지 원칙은 첫째, 할머니가 즐거울 것, 둘째, 할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유라 PD의 원칙처럼 할머니는 본인이 즐거운 영상을 찍고 있다. 물론 <달고나 커피> 편처럼 짜증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역시 인위적으로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의 채널은 3년 동안 구독자 122만 명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이에 힘입어 지난 2019년 5월,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를 만나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박막례 할머니의 작업은 나와 여러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대단한 기예가 없어도 내가 즐거워서 일상을 담는 브이로그는 이렇게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력을 행사해 나갈 것이다.

 

▲구글 I/O에서 순다르 피차이를 만난 박막례 할머니 영상

+ 기업에서도 눈여겨보다

브이로그의 이런 특징에 힘입어, 최근 기업들도 앞다퉈 기업 공식 채널을 통해 브이로그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인 신입 사원들을 통해 자사의 비전, 복지, 주요 업무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는 소통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인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더 우수한 인재들이 자사에 지원하도록 하는 홍보 효과를 거둔다.

하지만 기업이 제작하는 브이로그는 보안이나 홍보 목적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어느 정도 가다듬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브이로그의 가장 큰 특징인 ‘진정성 있는 현장의 모습’과 배치되므로 수용자들이 메시지를 거부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브이로그를 자사 홍보 매체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일관된 메시지의 방향성과 성과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도록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일기획 임직원 브이로그 <제일기획  신입사원의 하루> 영상

2020.04.16. 17:00

전 세계 사람들이 이모지를 즐겨 쓰게 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바람이 이모지에도 반영되고 있다. 2019년 말, 유니코드협회가 발표한 새로운 이모지에는 ‘여성 농부’나 ‘동성 커플’처럼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이모지의 진화가 시사하고 있는 점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는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한 발짝 들어가서 살펴보면 입과 손으로 표현하는 방법, 다시 말해 입을 통한 ‘말’과 손을 통한 ‘글’은 그 쓰임이 같지 않다. 어법이 다르다고 표현하면 맞을까? 이처럼 우리는 이미 ‘구어체’, ‘문어체’라는 용어로 말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이 말과 글이 만나는 공간을 새로 만들어 냈다. 이전까지 글은 대체로 정제된 결과물이 전달되는 형태로 쓰였고, 실시간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가장 빨리 전달되는 글의 형식이 전보(電報)였던 게 그리 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 PC통신이라는 온라인 공간이 열리면서 글자들이 한 줄씩 실시간으로 전화선을 타고 전달되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시작됐다. 바로 채팅이다.

키보드는 필기구를 사용해 손으로 쓰는 글씨보다 빠르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담아내기에 말의 속도를 따를 수는 없었다. 언어는 살아 있는 존재인지라 사람들의 필요는 그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글자를 줄이고 초성으로 표기하는 이른바 ‘인터넷 신조어’와 글자에 담기지 않는 미묘한 감정을 특수문자로 표현하는 ‘이모티콘(emoticon)’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모티콘의 시초는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스코트 펠만(Scott Elliott Fahlman) 교수가 이메일에 ‘:-)’를 붙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이모티콘은 애초 문화와 감정을 반영하는 표기법이기 때문에 언어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는 ‘^^’를 비롯해 ‘-_-’, ‘ㅠ_ㅠ’ 처럼 눈을 중심으로 하는 기호 중심의 이모티콘이 자리를 잡았고, 미국을 비롯한 라틴어 계열 언어를 쓰는 국가들은 ‘:-)’ ‘:p’처럼 기호를 옆으로 눕혀 입 모양을 강조했다. 일본은 ‘(๑˃̵ᴗ˂̵)و’처럼 특수문자로 동작을 담아내는 이모티콘이 카오모지(顔文字)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휴대전화를 통한 메일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키보드가 불편한 휴대전화의 특성상 이모티콘으로 의미를 함축해 전달하는 문화가 정착했다. 일본의 이동통신사들은 이를 반영해 특정 이모티콘을 코드로 만들고, 해당 코드가 메시지로 들어오면 그림 형태의 이모티콘을 표시할 수 있도록 표준화했으며, 이를 ‘이모지(emoji)’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섞어서 쓰고 있지만 사실 ‘이모지’와 ‘이모티콘’은 구분해서 쓰는 것이 맞다.


▲ 캠브리지사전에 올라와 있는 이모티콘과 이모지에 대한 설명.

 

▲ Windows 10의 이모지 입력 모드

 

이모지는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해 하나의 온라인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과 분위기를 담아내고, 대화의 어색함을 풀어주기도 한다.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큼직한 이미지와 움직임을 함께 담은 ‘스티커’까지 등장하면서 채팅은 기술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모지의 문화적 성장은 사회적으로 고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애초 이모지는 기본적인 표정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PC 등 기기를 만드는 개별 기업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그림의 형태가 서로 달랐다. 하지만 iOS와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컴퓨팅,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면서 운영체제에 포함된 서양, 특히 미국 문화를 반영한 이모지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미적인 요소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 그리고 인종 등의 차별에 반대하는 문화적 다양성이 요구되면서 기업들도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의 언어 입출력 표준을 정하는 유니코드협회도 이 다양성을 받아들여 유니코드 표준에 매년 새로운 이모지를 추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다른 인종 간 커플 이모지가 유니코드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완전한 표준은 아니지만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운영체제 업데이트와 함께 성소수자, 좀비 등 갖가지 이모지를 운영체제에 넣으면서 다양성을 표현하려 노력 중이다. 채팅을 포함한 대화는 결국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 성역할 및 인종에 대한 다양성이 반영된 새로운 이모지들. ⓒ유니코드협회 홈페이지

 

이모지의 개인화도 흥미로운 주제다. 애플은 2018년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만들고 전면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표정을 읽고 이모지로 그대로 표현해 주는 미모지(한국 서비스명 ‘미모티콘’)을 공개했다. 이용자가 스스로 이모지의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바로 미모지의 역할이었다. 미모지는 ‘나’를 캐릭터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S9과 함께 AR 이모지를 내놓으면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이모지는 스마트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이모지들은 더 많은 표정을 담아낼 수 있게 진화하고 있으며, 단순한 채팅을 넘어 영상 통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모지가 소통뿐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사용자의 개성을 반영하는 삼성전자의 AR 이모지. ⓒ삼성전자 뉴스룸

 

컴퓨터를 넘어 스마트폰이 대화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들이 O2O(Offline to Online)라는 이름으로 원격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어 냈고, 최근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으로 이 ‘비대면’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자로 소통하는 채팅, 메시지는 온라인과 비대면의 출발점이자 역사다.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고, 그 생각은 단순히 문장뿐 아니라 감정까지 반영해야 비로소 온전해진다. 글로 표현하기 미묘한 감정은 이모티콘부터 이모지, 스티커 등 더 효과적인 전달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기술과 문화를 반영하면서 언어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세계 공통어로 자리를 다져가고 있다.

한편으로 스마트폰 속에서 이뤄지는 채팅, 영상 회의, 그리고 각종 주문과 예약, 배달 등으로 연결되는 비대면 서비스들을 ‘인간성의 상실’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비대면 기술의 지향점들은 대체로 ‘메시지의 전달’이 아니라 ‘감정의 전달’에 집중되고 있다. 이모지는 사람들이 서로 대면하지 않고도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도록, 감정을 더욱 세심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갈망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성을 반영하는 기술’이 이모지를 통해 완성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호섭은 IT칼럼니스트로 <미디어잇>, <블로터앤미디어> 등에서 IT 전문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우리의 미래를 바꿀 기술과 산업의 트랜드를 여러 매체에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화웨이』, 『샤오미』, 『손에 잡히는 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2020.04.17. 14:06

선생님? 과학자? 소설가? 미스코리아? 어렸을 적 가졌던 파릇파릇한 장래 희망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어른이 된 지금 새롭게 갖게 된 꿈은 무엇일까? 통계 자료들을 통해 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본다.

 

장래 희망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들은 1위 운동선수, 2위 교사, 3위 크리에이터, 4위 의사, 5위 요리사로 나타났다. 중학생들은 1위 교사, 2위 의사, 3위 경찰관, 4위 운동선수, 5위 뷰티디자이너라고 대답했으며 고등학생들은 1위 교사, 2위 경찰관, 3위 간호사, 4위 소프트웨어개발자/컴퓨터공학자, 5위 군인 순서였다.

초중고를 통틀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장래 희망은 바로 교사. 하지만 교사를 희망하는 비율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상위 10위를 차지하는 직업이 점차로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10대 시절 어떤 꿈을 간직했을까?

 

*통계 출처: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9년, 초·중·고 1200개교의 학생 2만 4,783명 응답.

 

성인남녀들이 과거 학창 시절에 간직했던 장래 희망은 교사가 1위로 가장 높았으며, 2위가 과학자, 3위가 공무원이었다. 그 뒤를 이어 교수, 의사, 경찰/형사, 작가를 꿈꿨던 사람들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각 장래 희망마다 그 직업을 택했던 이유가 각기 달랐다는 점.

1위 교사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어서”가 38.3%로 가장 높았고,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도 34.4%로 높았다. 2위 과학자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은” 이유가 49.5%였으며, 3위 공무원은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란 응답이 76.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4위 교수는 “명예로운 직업이라서”(57.7%), 5위 의사는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48.3%) 장래 희망으로 꿈꿨다고 대답했다.

 

*통계 출처: <현대인의 꿈, 적성 및 인생 목표 관련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9년,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성인들은 어릴 적 꿈꿨던 대로 살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전혀 다른 일과 공부를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1명만이 어렸을 적 꿈과 일치하는 일과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공부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전체 10명 중 4명 정도만 “만족한다”고 대답했는데, 소득이 높을수록 “만족한다”는 답변이 높았다. 그런데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와 50대의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 반드시 소득 수준이 일/공부에 대한 만족도를 좌우하지는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사실은 아래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 출처: <현대인의 꿈, 적성 및 인생 목표 관련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9년,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자, 그렇다면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공부에 만족하는 걸까? 1위는 40.4%를 기록한 ‘자부심’이었다. 그다음 순서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28.1%), 나만의 시간과 생활을 가질 수 있어서(26.5%), 내가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21.6%)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충분한 수입에서 만족감을 찾는 사람들은 16.1%에 불과했다.

 

*통계 출처: <현대인의 꿈, 적성 및 인생 목표 관련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9년,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과거 어린 시절 꿈꿨던 대로 살고 있지 못한다 해도 사람들은 지금 ‘현재’의 꿈을 또다시 꾸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10명 중 무려 9명이 저마다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다. 조사 결과 성인남녀들이 현재 품고 있는 대망의 꿈 1위는 바로 ‘창업에 성공하기’였다. 뒤를 이어 건물주, 공무원,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 유튜버가 순위를 차지했다. 이런 꿈들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으며, 덕업일치가 가능하고, 즐기면서 또는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통계 출처: <꿈꾸는 직업 현황>, 잡코리아×알바몬 통계센터, 2019년, 성인남녀 4,091명 대상.

2020.04.14. 18:44

봄바람 휘날리고 흩날리는 벚꽃잎이 가득한 봄날이지만, 침체된 분위기와 차가운 공기 속에 우리의 마음은 아직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물리적 거리를 좁힐 순 없지만, ‘마음의 거리’ 정도는 좁힐 수 있도록 따뜻한 광고 한 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AI 기술’에 대한 광고지만, 걱정 마시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훈훈한 광고니까!

 

그동안 KT에서는 5G, AI 등 기술력을 강조한 캠페인을 많이 집행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초개인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KT의 기술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고 있는지’에 초점을 둔 따뜻하고 훈훈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새롭게 달라진 KT의 <마음을 담다> 캠페인,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농아인 김소희 님이다.

 

달라진 KT를 보여 주는 첫 번째 캠페인인 만큼 기술을 최소화해서 보여 주는 대신 주인공의 스토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영상에 담아내기 위해 우리는 주인공 가족분들과 네 번의 만남을 가지며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가족분들은 김소희 님의 목소리가 굉장히 궁금하며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고, 소희 씨도 마찬가지로 가족들에게 꼭 한 번 본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다. KT의 기술이 누군가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마음을 담다> 캠페인에 대한 열정은 더욱더 커지게 됐다.

 

김소희 님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소희 씨의 목소리와 최대한 흡사하게 복원하기 위해서 소희 씨의 언니와 딸, 어머니가 각각 500개가 넘는 문장을 약 6시간에 걸쳐 녹음했고, 소희 씨의 구강구조 및 성대 구조 등을 분석했다.

이러한 다각적 분석 이후 열흘 동안 AI 딥러닝을 통해 어떤 글자를 입력하더라도 소희 씨의 목소리로 변환해주는 음성 합성 엔진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해서 태어나 한 번도 목소리를 내본 적 없는 소희 씨의 생애 첫 목소리가 탄생했다. 가족들과 소희 씨, 그리고 KT 연구원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과정이었다.

 

복원된 김소희 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촬영 현장에 있던 많은 스탭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고, 내레이션 녹음을 도와준 성우분도 감정이 북받쳐 올라 녹음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이렇게 모두가 진정성 있게 제작에 임해서일까. 다행히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광고이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광고 보고 눈물 흘린 건 처음이다”, “장애인 가족의 일원인데 너무 감동적인 광고다” 등의 진심이 담긴 댓글을 보며 큰 위안을 받았다(물론 천만 뷰 돌파도 힘이 된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는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다시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는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이렇게 목소리 복원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KT에서는 추가 인원을 모집해 목소리 복원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KT 기술을 통해 의미 있고 감동적인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고, 그 감동이 소비자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

향후 이어질 또 다른 <마음을 담다> 캠페인은 또 어떤 기술로 누구에게 선물 같은 순간을 선사해 드릴지,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리면서 글을 마친다.😊

 

2020.04.16. 13:49

‘94’.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바로 국내 햄버거 QSR 시장 빅4 브랜드에서 현재 판매 중인 버거 제품의 개수이다. 90여 개가 넘는 치열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기 위해선 먼저 소비자의 ‘입’ 속에 들어가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취향에 맞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입’ 속에 들어가려면? 소비자가 버거를 주문하려는 그 순간, ‘뇌리’에 스칠 정도로 각인돼야 한다.

 

더콰트로치즈는 2014년 첫 출시 이래 버거킹의 대표 메뉴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콰트로치즈와퍼를 새롭게 해석한 제품이다. 화이트 체다 치즈를 추가해 고품격 치즈의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여기에 업계 최초로 모짜렐라 치즈를 뿌린 ‘모짜렐라 치즈번’을 사용해 맛과 비주얼 모두 더욱 강력해졌다. 치즈버거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치즈의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선호할 메뉴였다. 처음 제품을 본 순간, 이건 완전히 새로운 버거라는 확신이 섰다.

충분히 새롭고 매력적인 더콰트로치즈….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신제품에는 늘 도전과 위험이 따르는 법. 충성도 높은 콰트로치즈와퍼의 팬들이 새로운 제품에도 흥미를 느끼게 만들어야 했다. 기존 제품이 라인업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시도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콰트로치즈와퍼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제품인가를 살짝 짚고 넘어가자. 버거킹 코리아에서 개발한 이 메뉴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데 그치지 않고 버거킹 글로벌로 역수출되는 신화를 쓴 제품이다. 버거에도 한류가 있다면 주역이 바로 콰트로치즈와퍼일 것이다. 그런 콰트로치즈와퍼를 새롭게 해석한 버거라니, 인기 TV 프로그램이나 게임이 시즌 2 출시 후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여기에 기존 제품의 맛을 전혀 모르는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으로 소구돼야 함은 물론, 제품명이 기억에 남도록 만들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5초. 그런데 미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미션이 남아 있었으니, 바로 이걸 ‘버거킹답게’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버거킹이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바로 언어유희와 위트를 활용한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다. 이전 버거킹의 광고물을 보면 버거킹 스타일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통모짜와퍼> 캠페인에서는 “이 맛에 통~ 못 자!”라는 키 카피를 활용해 ‘통모짜’와의 발음 유사성으로 귀를 사로잡음은 물론 제품의 ‘맛’이라는 강점까지 잘 표현했다. <All Day King 사딸라> 캠페인에서는 4,900원이란 가격 특성과 타깃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짤의 절묘한 접점을 잡아냈다. 사딸라 밈을 그대로 끼워 맞춘 게 아니라 제품과의 연결고리를 정확히 짚어내 사람들이 공감하는 스토리로 풀어낸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버거킹, 다음 광고는 어떻게 만들 거지?”, “버거킹은 드립을 치려고 광고를 만드는 거라는 게 학계의 정설”과 같은 류의 댓글이 무수히 달릴 정도로 버거킹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버거 맛집이자 광고 맛집이 됐다.

과거 콰트로치즈와퍼 광고는 또 어떤가. 2014년 출시 당시 “음~ 꽉 들어찼어!”라는 카피로 말맛을 살려줌과 동시에 치즈가 꽉 들어찬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oint)를 제대로 표현해 줬다. 광고 역시 만만치 않은 전작들을 두고, <더콰트로치즈> 캠페인의 승부수는 결국 버거킹다운 재치와 제품의 POD(Point of Difference)를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해 낼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 어려운 걸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 제품에서 가장 차별화되는 것이 바로 ‘모짜렐라 치즈 번’이었다. 비유하자면 버거의 헤어스타일이 바뀐 셈이다. 바뀐 헤어스타일을, 즉 번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콱 박히도록 강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한 유행어가 제작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 이런 변이 있나!”

유행어로 번을 강조함과 동시에, 헤어스타일의 변신이라는 포인트를 살려내고, 심지어는 제품명인 ‘더콰트로치즈’에도 착 감기는 ‘그분’을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바로 이덕화 씨였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버거킹에 어울리는 절묘한 만남이었다. 이로써 맛깔난 광고를 만들 좋은 재료는 모두 준비가 끝난 상황.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광고적인 기술을 더했다. 먹음직스러운 씨즐에 이어 이덕화 씨의 중후한 목소리로 “덕화, 덕화, 더콰트로치즈!”라고 ‘덕화’를 3번 외친 것이다. 이를 통해 언어유희가 주는 임팩트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기존 콰트로치즈와퍼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것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한 번 더! 각인되기 위한 마지막 일격이었다.

제품 경쟁력이 워낙 뛰어났던 덕분에, 3월 20일 출시된 더콰트로치즈 2종 시리즈는 6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했다. 그렇다면 TV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궁금하다면 지금 유튜브에 더콰트로치즈 검색 “부타~악 해요!”

 

▲<더콰트로치즈> 캠페인 TV 광고 영상

2020.04.16. 18:57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팬데믹이 선언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되면서 대도시의 범죄율이 전반적으로 줄고 있지만,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급증에 대한 우려는 반대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일기획의 자회사 센트레이드가 가정 폭력 문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IsolateViolence> 캠페인을 선보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과부화 상태의 의료 시스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위험한 ‘바이러스’가 가정 내에 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대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방해’ 없이 피해자들과 접촉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가정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EU 공식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55% 이상의 루마니아인들이 과도하게 밀집된 집 안에서, 때로는 한 방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총인구 1,950만 명 중 100만 명의 루마니아인들이 격리로 인해 임시 실업 상태에 들어갔는데,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오는 어려움과 소득 불안은 폭력의 빌미를 더 많이 만들 수밖에 없다.

또한 매 30초마다 루마니아 여성들이 구타를 당하는데, 그들 중 30%는 15세부터 신체적 또는 언어적 학대를 받아왔다. 현재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IsolateViolence>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시키고 관심을 모으기 위한 캠페인이다.

 

가정 폭력 급증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 외에도 <#IsolateViolence> 캠페인은 전용 디지털 플랫폼인 IzoleazaViolenta.ro를 통해 폭력 피해자들에게 다양한 전문가들의 값진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이 비정상적인 부분적 또는 전면적 통행 금지 기간에 피해자와 그 지인들을 위한 법률 상담에서부터 구조 신호를 보내는 방법, 탈출 계획을 세우는 방법, 경찰과 접촉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조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플랫폼에는 각종 폭력적인 상황과 위해한 관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여성들의 격려 메시지도 담겨 있다.

<#IsolateViolence>의 영상들은 뉴스와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주요 유형의 차트를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으며, 또한 이 격리 기간 동안 가정 폭력 바이러스가 극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놀라운 방식으로 그것들을 재해석하고 있다.

 

▲ <#IsolateViolence – The Violence Curve>

▲ <#IsolateViolence -The Spread of Violence>

▲ <#IsolateViolence – The Cycle of Violence>

한편 이번 캠페인의 비주얼들은 바이러스의 미시적 이미지를 주제로 삼았다. RNA 유전 물질을 포함한 세포의 표면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왕관 모양으로 배열된 표피 단백질(spike proteins)이 가정 학대의 장면으로 치환됐다.

▲ 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19 바이러스.

▲ 코로나19바이러스 이미지를 가정 내 폭력 상황으로 표현한
<#IsolateViolence>의 비주얼.

ANAIS의 회장 카르멘 네메시(Carmen Nemes)는 “사실 모두에게 매우 힘든 시기지만, 통행 금지 기간에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아파트 안에 갇혀 폭력적인 배우자 옆에 있는 여성들의 곤경은 특히 심각하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사회에 알리고 싶고, 폭력 행위가 보고되면 당국이 즉각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센트레이드는 지난해에도 ANAIS와 함께 <언콰이어트 보이스(Unquiet Voices)>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루마니아 내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며 사회 변화를 유도한 이 캠페인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종 후보(2019 Romanian Short Waves Selection)에 오르기도 했다. <언콰이어트 보이스>는 과거 20세기 무성 영화들을 활용해 폭행 장면에 실제 가정 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입혔다.

 

▲<언콰이어트 보이스> 캠페인

While social distancing is massively helping the overburdened healthcare system, another dangerous virus is spreading in people’s homes. Domestic violence has registered a surge as those with an inclination towards abuse are spending more time in uninterrupted contact with their victims. Sometimes in the same room, as more than 55% of Romanians live in overcrowded homes, according to Eurostat.

One million Romanians (out of a total population of 19.5 million) have entered technical unemployment status because of the lockdown, and, as the economic situation is deteriorating, hardships and income insecurity are bound to lead to even more pretexts for violence. Every 30 seconds, a Romanian woman is beaten, and 30% have been physically or verbally abused from the age of 15. In the current pandemic, these numbers will increase.

Beyond raising awareness to the surge in violence, the #IsolateViolence campaign is offering victims valuable advice from various specialists on a dedicated digital platform: IzoleazaViolenta.ro. Ranging from legal counseling to practical tips for victims and their relatives in these unusual partial or total curfew times, such as how to signal distress, how to create an escape plan and how to approach the Police. The platform also includes encouragement messages from women who have managed to escape from various violent scenarios or toxic relationships.

The films are building on the main types of charts which have circulated on the news and in social media illustrating the need for social distancing and reinterpret them in a surprising fashion to present the dramatic spread of the domestic violence virus during this quarantine period.

The visuals explore the theme of the microscopic image of the virus in which spike proteins arranged in the characteristic shape of a crown, on the surface of the cell incorporating the RNA genetic material, become various stark scenes of domestic abuse.

Here is also short statement from Carmen Nemes, president of ANAIS Association: “These are indeed very troubling times for everyone, but the plight of the women locked inside an apartment for weeks on end during curfews next to a violent partner is particularly dire. We want to inform society about the issue and we urge the authorities to intervene promptly when any act of violence is reported.”

ANAIS Association and Cheil Centrade have begun their collaboration in March 2019 with the release of “Unquiet Voices” a breakthrough branded content initiative, shortlisted at Cannes Film Festival in which actual survivors of domestic violence gave voice to scenes of violence in century-old silent movies made available for public domain use.

2020.04.14. 15:07

2020.04.17. 11:31

KT 기업 PR ‘마음을 담다’

#목소리를선물하다

네파 프리모션

#어떤움직임도자유롭게

네파 스티오

#한마디로신발계의SUV

동아제약 박카스 ‘회복 편’

#우리에겐회복하는힘이있다

동원F&B 동원참치 ‘펭수 캔을 따’

#참치먹고힘이나

쎌바이오텍 듀오락 ‘한국산 유산균’

#장속까지한국인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에브리타임

#우리의일상은계속돼야하니까

삼성물산 래미안 브랜드 필름 ‘언제나 최초의 새로움’

#나를극진히대접해주는곳

삼성전자 QLED 8K ‘인피니티 스크린’ 편

#TV의한계를넘어

삼성전자 갤럭시 S20 ‘스페이스줌’

#멀리서도가깝게

삼성전자 갤럭시 S20 ‘8K 동영상 촬영’

#디테일이풍부하게

삼성전자 갤럭시 To Go 서비스 ‘S20를 써본 사람들의 이야기’ 편

#모든곳이갤럭시스튜디오

삼성전자 갤럭시 콘텐츠 페스타

#잘지내고있어요

삼성전자 그랑데 AI ‘1등 건조기의 비법’

#이것이온도과학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무풍 절전’ 편

#무풍만이할수있다

삼성화재 ‘보험이 왜 거기서 나와’ 사내 커플 편

#걷다보니커지더라

삼성화재 ‘보험이 왜 거기서 나와’ 가족 편

#좋은일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