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4. 11:15

공포 영화를 보다 보면, 쓸데없이 나대는 사람이 꼭 등장합니다. ‘저러다 죽지’ 싶은 순간 예상한 대로 가장 먼저 스크린에서 퇴출당하죠. 재난 영화에서도 십중팔구는 다른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나오곤 합니다. 불치병이나 출생의 비밀은 멜로 드라마가 흔히 사용하는 단골 소재죠.

상투성을 가리키는 ‘클리셰(cliché)’가 영화나 드라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도, 관계 속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존재합니다. 두뇌 구조 속에 꼼짝달싹하지 않고 틀어박혀 있는 클리셰 때문에 남들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합니다. 권위적인 사고와 고정관념의 틀에 갇혀 있는 꼰대들은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영화 <벌새>에 등장하는 아버지처럼 꼰대에게 ‘세상의 질서’는 자신이 기준점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꼰대’ 하면 나이든 사람들만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젊은 꼰대’라는 말처럼 나이와 관계없이 생각이 고루하고 편협한 사람들을 두루 포함합니다. 꼰대의 개념에서 나이가 빠지니 그것이 가리키는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아재’도 꼰대처럼 의미의 확장이 이뤄진 개념입니다.

국어사전은 아재가 아저씨의 낮춤말이라고 설명합니다. 허물없이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재 개그’가 회자되던 초창기만 해도 이 말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했습니다. 아재 개그는 곧 ‘노잼’을 의미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빵 터지는 아재 개그’나 ‘신박한 아재 개그’가 활발히 공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재 개그 족보’, ‘올해의 아재 개그 총정리’ 같은 콘텐츠를 접하면 이제 아재 개그도 하나의 트렌디한 장르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세대’는 어린아이가 성장해서 사회 활동을 할 때까지 약 30년을 한 단위로 하는 연령층을 말하지만,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는 세대를 구분하는 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각 세대는 겪어 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세대 차이’죠. 세대 차이는 특정 세대에 대한 클리셰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일정한 역할을 강요하기도 하고 고정관념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예컨대 베이비부머 세대까지만 해도 남성은 경제 활동, 여성은 가사와 육아라는 역할 분담이 뚜렷했습니다.

이러한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 세대 차이가 함의하고 있는 내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문화를 중장년층이 향유하기도 하고, 기성 세대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레트로 문화가 젊은 세대의 일상에 스며들기도 합니다.

희곡에서는 플롯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주인공이죠. 프로타고니스트와 대척되거나 갈등 관계를 빚는 주변 인물들이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입니다.

보살핌의 대상이었던 알파 세대가 유튜브로 인해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고, 손주를 돌보느라 황혼기를 희생했던 시니어들이 자아 탐색과 여가 활동을 위해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씁니다. 밀레니얼 대디는 가사 노동과 육아 분담을 위해 회사에 거침없이 휴직서를 냅니다. 예전에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죠. god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며 아이가 먹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봤지만, X세대 엄마들은 “나도 짜장면 좋아해”라고 말합니다.

나이와 세대를 가르고 있던 클리셰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안타고니스트에 머물렀던 세대들이 이제 프로타고니스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일매거진 9월호에서는 세대 간 공통분모를 향유하거나 세대 간 문화가 트랜스되는 에이지리스 현상에 대해 들여다봅니다.

2020.09.11. 16:09

한 시대를 같이 사는 사람들이 나이에 따라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 ‘세대 차이’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이를 떠나 세대 간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거나 신세대와 구세대 간 문화가 서로 역행하고 혼융되는 ‘세대 접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을 태우고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이었다.

“와, 교수님 완전 최신곡만 들으시네요? 화사 노래도 들으세요?”

나는 최대한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아니, 뭐, 이 정도 갖고….”

질문이 이어졌다.

“근데 교수님, 혹시 탑백(Top100)은 아니죠?”

이번엔 진짜로 표정을 관리해야 했다.

“아니! 내가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 했던가? 연구실에 와서 당장 플레이리스트를 가수별로 짰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기본. 여기에 있지(ITZY), 오마이걸도 살포시 포갰다. 마크툽으로 애잔한 ‘갬성’도 녹여내면 퍼펙트!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정신 차리자, 감각에서 밀리면 끝이다!

 

이날도 학생들과 점심을 먹었다. 대화의 주제가 온라인 게임으로 흘러갔다.

“너희들 게임 좋아하니?”

“저는 씨 뿌리고 밭 갈고 농장 경영하면서 150시간쯤 보냈죠.”

“와, 대단하다! 근데 게임 이름이 뭐니?”

“스타&#$@”

“응? 스타뷰 벨리?”

“스타듀 밸리입니다! 교수님도 게임하시나요?”

“음…. 서든어택?”

“……”

연구실에 돌아와 생각해 봤다. 역시 내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 게 맞았다. 오버워치 좀 한다고 할 걸 그랬나? 사이버펑크 2077 출시일을 기다린다고 했다면? 젊은 척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랜플루언서’는 그랜드파더·마더와 인플루언서가 결합된 용어다. 박막례 할머니가 여기에 해당될 듯하다. 일각에서는 젊은 취향의 뉴시니어를 ‘Especially Lively Senior’라는 말을 줄여 ‘시니블리(Senively)’로 부른단다. 이들은 게이트볼이나 탁구보다 드론과 전동 킥보드를 갖고 노는 걸 더 좋아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의 중장년층도 젊은 세대만큼 디지털을 잘 활용한다’라는 항목에서 “그렇다”는 응답 비율이 55.3%였다고 한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한 시니어가 늘고 있단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면 아마도 70%에 버금가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기술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시니어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심리적 진지를 치게 만든다. 우리 사회에서 이 진지전은 낙동강 전선과도 같다. ‘골방 노인’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빠른 기술 발전과 문화적 배타성,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 사회의 풍토가 낳은 중장년의 자화상이다.

▲ 브라질에서 살고 있는 이찬재, 안경자 부부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워가 40만 명이 넘으며, 틱톡과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젊은넘’들의 재담과 총명함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축약어 사용과 소소한 기억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한한 단어들은 듣고 외우기에도 벅차다. 세대와 문화의 벽을 허무는 재주도 비상하다. 진로 소주가 진로 이즈 백으로 컴백할 줄 누가 알았을까?

▲ 하이트진로가 성수동에 오픈한 팝업스토어 ‘두껍상회’.
국내 최초의 주류 캐릭터샵으로 다양한 굿즈를 볼 수 있다. 
ⓒ hitejinro.com

G마켓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요즘 젊은 세대의 구매 목록에는 턴테이블, 우표 같은 ‘옛날 것’들이 올라가 있고, 나조차도 잘 먹지 않는 떡이나 한과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단순한 복고는 ‘손절’하고 뉴트로는 반기는 이런 태도는 20대의 고고학적, 인류학적 감성에 기인할지도 모른다. 뉴트로의 일상화는 이들에게 마치 게임의 일상화처럼 체화돼 있다.

소비 주체들이 이렇다 보니 ‘에이지리스’가 하나의 소비 장르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일례로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출시했던 ‘2020 백투스쿨(Back to School)’ 컬렉션은 방탄소년단과 컬래버레이션함으로써 자녀 세대와 부모 세대를 동시에 공략했다. 그런가 하면 H백화점 에이지리스 편집숍은 엄마와 딸이 함께 휴식하는 공간을 컨셉트로 잡았다. 이렇게 지금 우리 사회는 세대에 관한 고정관념이 깨지며, 각 세대의 트렌드가 각개 약진하다가 서로 손을 잡는 문화 접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구정우는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비교사회학, 개발사회학을 비롯해 국제 인권을 전공했다. 자신의 호기심과 바람을 일상의 언어로 풀고 공유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난해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를 펴냈다.

2020.09.11. 15:42

2020.09.10. 22:53

실버 세대의 대표적인 취미는 바둑,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마카롱…. 만약 이렇게 구분 짓는 사람이 있다면 필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확률이 높다. 남녀의 성역할을 비롯해 세대의 정체성 또한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통계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사회 인식을 살펴본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가르치려 드는 기성 세대와 그 말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청년 세대 중 어느 쪽이 더 세대 차이를 절감할까? 직장 내 세대 갈등에 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연령대 중 40대가 세대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69.4%)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50대 이상(67.3%), 30대(62.7%), 20대(52.9%) 순서였다.

이에 반해 “세대 차이가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답변은 30대(52.3%)가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20대(41.3%), 40대(38.3%), 50대 이상(30.7%)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2020년 직장 내 세대 갈등과 기업 문화 종합 진단 보고서>, 대한상공회의소

 

건망증은 이제 나이든 사람들에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영츠하이머(Youngzheimer, Young+Alzheimer)는 젊은 나이에 겪는 건망증이나 기억력 감퇴를 가리키는 말로, 2030세대 10명 중 4명은 자신이 심각한 영츠하이머라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자신이 영츠하이머가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첫 번째 이유로 꼽은 것은 ‘스마트폰이나 PC 등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51.9%)이었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등 정신적 요인’(46.7%), ‘무언가를 외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 때문에’(42.8%), ‘해야 할 일이나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서’(21.1%) 등도 주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들은 건망증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습관적으로 메모하기(73.0%), 스마트폰 알림 기능 사용하기(44.0%),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29.9%) 등으로 대답했다.

*통계 출처: <건망증 관련 조사>, 잡코리아X알바몬 통계센터, 2030 성인남녀 649명 대상 

 

아이의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들을 ‘키덜트족’, 최근에는 ‘어른이’라 부른다.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얼마나 될까?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10명 중 무려 7명이 어린이 취향의 제품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여성(81%)의 키덜트 취향이 남성(65%)보다 높았다.

이들은 자녀나 조카 등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을 위해 어린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었는데, 구매 경험이 있는 상품군은 젤리, 캔디, 초콜릿 등 간식류가 가장 많았다(27%).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한 상품군은 레고, RC카, 인형 등 장난감류였다(26%). 이 외에도 스티커나 색연필 같은 문구류(21%)와 캐릭터용품(17%)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출처: <어른이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 G마켓, 2019년, 20대 이상 성인 총 710명 대상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킨다. 나이로 치면 5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이 여기에 해당한다. 직장에서도 은퇴한 이들 세대는 예전 같으면 여생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시기로 치부됐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처럼 이들 세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여가 활동을 즐기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그렇다면 이들 세대가 꿈꾸는 현재와 미래의 모습은 무엇일까?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60대 이상이 희망하는 노후의 모습은 취미 활동(58.7%)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소득 창출 활동(17.2%), 종교 활동(11.2%), 자기계발(5.8%) 등이 잇따랐다.

*통계 출처: <2019 사회 조사>, 통계청

2020.09.11. 14:35

나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연령의 고정관념을 깨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하는 소비자들이 트렌디함의 새로운 기준으로 환영받는다.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영상 촬영 기기나 액티비티 장비들을 구매하는 중장년층들이 증가하고, MZ세대는 1980~90년대 유행했던 레트로 아이템이나 아재 입맛을 찾아다닌다. ‘나이답게’보다 ‘나답게’를 외치는 에이지리스 소비의 세계를 탐구해 보자.

에이지리스 소비를 주도하는 소비자 집단 중 하나는 ‘오팔 세대’다. 오팔 세대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나이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접을 시사한다. 이제까지 중년기는 생애 과업으로 주어진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을 끝내고 나면 은퇴로 접어드는 것이 통념이었다. 60대 이후의 삶은 자녀의 부양을 받으면서 남은 생을 정리하는 조용한 시기로 생각됐다.

그러나 기대 수명이 연장되면서 퇴직 이후에도 건강하게 사회 활동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년이라 부르기엔 이미 오랫동안 중년을 겪었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라 하기엔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더 잘 어울리는 ‘신중년층’이 나타난 것이다.

이전까지 자신을 정의하던 사회적·직업적 역할에서 벗어나 흥미와 취향을 바탕으로 자아 실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5060세대를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오팔 세대’ 라 명명한 바 있다. 오팔 세대의 ‘오팔’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2002년 일본에서 처음 소개됐으며, 고령화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또한 오팔은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58’과 발음이 같다. 무엇보다 보석의 한 종류인 오팔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보여주는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예로부터 귀한 보석으로 대접받았다. 한마디로 오팔 세대는 다채로운 자신의 빛깔을 뽐내는 베이비붐 세대의 새로운 이름이다.

▲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

 

이 세대는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도전하고 배우는 데 적극적이다. 특히 모바일 검색이나 쇼핑에 능통하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모바일 쇼핑의 중요한 세대로 주목받았는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선 식품 전문 배송업체 마켓컬리에 따르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5월 18일까지 50대, 60대 회원은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112%, 1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에 비해 주문 건수는 적지만,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

1인 가구나 젊은 엄마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HMR 시장에 최근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소비자도 신중년층이다. 한돈 대표 브랜드 도드람이 30~50대 주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HMR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50대 전체 비율 중 55.5%가 HMR 제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MR 제품에 대한 향후 구매 빈도 예상 조사에서도 50대의 35.5%가 현재보다 자주 살 것이라고 답변하며 30~40대보다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혔다.

오팔 세대의 다음 세대인 X세대도 에이지리스 소비의 핵심 세대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X세대는 각종 취미 활동이나 액티비티와 관련된 소비에 적극적이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3년 전에 비해 40~50대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소비가 33% 증가했으며, 헬리캠이나 드론의 경우 15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나 유튜브 등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영상 촬영 용품의 구매량도 81% 늘어났다고 한다.

▲ 기성 세대는 젊은 층 못지않게 최신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성 세대의 소비 못지않게 MZ세대의 아재 소비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2030 소비자들은 아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등산에 빠졌다. 중장년층처럼 등산의 고수는 아니지만, 등린(등산+어린이)이들만의 등산 문화가 트렌디한 취미로 부상하고 있다. 칙칙한 등산복 대신 화려한 레깅스를 입고, 산 정상에서 찍는 SNS 인증샷과 비주얼 폭발하는 도시락은 필수다. 등산로 주변의 맛집 뽀개기도 빠질 수 없다.

▲ ‘등린이’들이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젊은 층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블랙야크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blackyak.official)

입맛과 패션도 바뀌고 있다. 마라, 흑당, 마카롱 등 단맛 일색이던 디저트 대신 심심하고 건강한 맛을 찾는다. 쑥, 흑임자, 자색고구마 등 전통 재료를 이용한 음료나 말랭이, 견과류 등 원물을 그대로 사용한 간식을 선호한다. 할머니의 맛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의미로 ‘할메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 흑임자, 단호박 등 밀레니얼 세대의 레트로 입맛을 겨냥한 제품들.
ⓒ 빙그레 인스타그램 캡처(instagram.com/binggraekorea)

최근 MZ세대 패션의 핵심 키워드도 1990년대다. 그 시대 유행했던 곱창밴드, 벨벳 머리띠, 멜빵바지 등이 인싸템으로 통한다. 취미도 나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카세트 테이프, 턴테이블을 찾는 MZ세대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G마켓의 조사에 의하면 10대~30대 소비자의 턴테이블, 오디오, 라디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주화·우표 등 수집 용품 구매량 또한 3년 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할머니의 취미로 여겨졌던 손뜨개(크로셰), 비즈공예 등이 MZ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손으로 직접 자신만의 아이템을 만들고 인증하는 문화가 관찰된다.

 

연령은 이제 소비자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아니다. 브랜드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유연한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일례로 2019년 코오롱스포츠는 70대 배우 김혜자 씨를 모델로 발탁하며 ‘도전하는 데 나이는 없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많은 MZ세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20년 4월 출시된 신형 아반떼의 타깃은 나이가 아닌 ‘생각이 젊은’ 사람들이다. 아반떼 광고에는 ‘덕질’을 즐기는 노인 여성들, 육아 휴직하며 딸을 돌보는 아빠, 강아지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는 5인 가족, 교외의 국밥 맛집을 찾아다니는 젊은 커플 등이 등장한다.

▲ 77세의 여성 모델을 내세운 레깅스 브랜드 안다르.

젊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 젊은 타깃이 필요하다는 오래된 명제에 의문을 제기할 때가 됐다. 폭넓은 분야에서 에이지리스 소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포인트는 나이를 뛰어넘는 브랜드의 열린 태도다.

*최지혜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신제품 수용에 관한 행태 및 제품과 사용자 간 관계, 소비자 처분 행동에 관한 주제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20.09.10. 16:24

“할미 때는 말이야… 방탄소년단이…”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들 간 ‘아미밤’을 든 검정고무신 할머니 짤이 돌고 있다. 본인이 BTS 덕질을 하기에 나이가 많다고 여기는 MZ세대는 이 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아미로 남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어, 영원한 팬심도 느낄 수 있다.

아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검정고무신 할머니 짤이 아이돌 팬덤을 넘어 SNS에서 많이 활용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에이지리스(Ageless)’한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서 등장인물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 캐릭터가 시대를 초월해 현재 1990~2000년대생의 밈 문화와 만나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가치나 문화를 향유하는 것으로 재해석됐기 때문이다.

▲ 만화 <검정고무신>의 할머니 이미지에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아미밤을 합성한 짤.
ⓒ 트위터 캡처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어, 위치, 사용한 웹사이트나 앱, 시청 동영상, 광고, 연령대, 성별, 관심 주제 등을 통해 어떤 광고를 노출시킬지 파악한 뒤, 맞춤 광고를 설정한다. 구글 광고의 개인 최적화 설정은 다양한 항목들 중에서 ‘나이’가 한 개인을 알 수 있는 항목 중 하나일 뿐 나이만으로 개인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TMI를 알 수 있는 구글의 광고 개인 최적화
https://adssettings.google.com/authenticated 캡처

누구나 쉽게 디지털 환경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활발히 SNS 활동을 함에 따라 SNS에서도 나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 ‘에이지리스(Ageless)’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의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챌린지’이다. 지코의 #아무노래챌린지를 시작으로 박경의 #새로고침챌린지, BTS 제이홉의 #인마이필링스챌린지 등 많은 가수들이 틱톡을 기반으로 신곡 홍보를 위한 다양한 챌린지를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매일유업의 #우유속에어쩌구, 처음처럼의 #염따빠끄챌린지 등 브랜드에서도 제품 및 서비스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챌린지를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른바 ‘인싸’들을 중심으로 한 챌린지가 이어졌다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챌린지가 ‘인싸’만의 문화가 아닌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챌린지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챌린지를 수행하는 주요 소비층이 아니라도 누구나 챌린지의 포맷(미션을 수행하고 SNS에 인증 남기기)을 학습했다.

또한 함께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누구라도 #선한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해 챌린지에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하며, 챌린지의 세대 확장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예를 들어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리, 운동, 취미 생활 등 집에서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집콕챌린지,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부케챌린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관련 종사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하는 #덕분에챌린지 등이 있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챌린지에는 성공의 기준이 있다. 해당 챌린지에 참여함으로써 #선한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의미나 취지로 기획됐다는 점, 스마트폰과 SNS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전파될 수 있는 형식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범람하는 챌린지 중에서 놀이처럼 즐길 수 있으며 공감, 진실성과 사회 의식이 담긴 챌린지는 대중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집콕챌린지 #부케챌린지 #덕분에챌린지 검색 결과

 

10대들의 놀이터로 인식됐던 틱톡은 챌린지 열풍 이후 연예인들의 주도로 사용층이 확장되고 있다. 천상계 틱톡커로 유명한 크러쉬와 이영지 이외에도 개그맨 지석진 씨는 틱톡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영상으로 재미있게 제작해 “50년 만에 틱톡에서 적성을 찾았다”는 반응을 얻으며 ‘인간 틱톡’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나영, 기은세 씨도 상황별 코디 챌린지 등 패션 주제의 틱톡 영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등 가수들의 신곡 홍보 외에도 실생활에 틱톡 영상을 업로드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또한 최근 틱톡에서는 AI 기술이 적용된 리얼 애니메이션 필터 #만화에빠지다를 출시함에 따라 10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면서 #만화에빠지다챌린지 총 영상 조회수가 2000만 뷰 이상을 돌파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 지석진 씨의 틱톡 계정 ⓒ https://www.tiktok.com/@jeeseokjin 캡처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의 등장 이후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탁소에서 찾아가지 않는 옷으로 패션 화보를 찍은 대만의 노부부는 한국에서도 유명해질 만큼 전 세계적 ‘인싸’로 떠오르기도 했다. ‘밀라논나’ 채널의 주인공 장명숙 씨는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으로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최초로 론칭한 패션 바이어에서 패션, 유학, 인생 팁,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젊은 여성 구독자를 많이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 대만의 창완지, 쑤시에 부부
ⓒ instagram.com/wantshowasyoung 캡처

 

최근에는 힐링 영상으로 급부상 중인 ‘미니포레스트’ 채널 운영자가 본인은 50대 여성이라고 밝혀 많은 팬들이 놀라기도 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의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에이지리스 크레이에터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한옥집, 화덕, 텃밭 등 직접 마당을 꾸미고 K-쿡방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는 Mini Forest 채널

 

1993년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였던 꿈돌이는 카카오 TV의 오리지널 예능 <내 꿈은 라이언>에 출연해 90년대생의 향수를 자극하며 글로벌 캐릭터로서의 도약을 꿈꾼다. 텀블벅에서는 2000년대 추억의 잡지 『와와 일공구』가 돌아오길 바라는 90년대생의 염원에 힘입어 펀딩 금액 1억 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사라졌던 캐릭터가 다시 부활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와와일공구 텀블벅 펀딩
https://tumblbug.com/wawa109?ref=discover 캡처

 

SNS에서도 전 세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등장해 사랑을 받고 있다. 1970~80년대 등장했던 소주의 원조 브랜드 ‘두꺼비 진로’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새롭게 출시됨에 따라 캐릭터 ‘두꺼비’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세기말 감성으로 80byte의 문자 메시지 감성을 담아 그 시절을 기억하는 동년배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홀맨도 돌아왔다.

▲ 하이트진로 인스타그램 계정
ⓒ instagram.com/official.jinro 캡처

 

▲ @holeman_is_back 인스타그램 계정
ⓒ instagram.com/holeman_is_back 캡처

최근 브랜드 계정에서 과거 사라진 브랜드의 일부분을 소셜미디어에서 활용하며, 이에 새로운 페르소나를 부여해 소비자와 친근하게 소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부활은 레트로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나타난 브랜드의 에이지리스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오래된 캐릭터는 시대를 관통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과거를 직접 경험했던 예전 세대와 콘텐츠를 통해 새롭게 과거를 접하는 세대 사이의 공통적인 문화 코드를 만들어 준다. 브랜드의 에이지리스한 변화는 세대 간 공감과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했으며, 지금의 굿즈 문화와 결합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함으로써 세대를 불문하고 소장하고 싶은 친근한 브랜드라는 인식도 갖게 해준다.

미스/미스터 트롯의 인기로 인해 실버 세대의 SNS 참여가 높아졌다고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중장년층은 자녀 세대에게 스밍하는 법, 조공하는 법, 동영상 조회수를 올리는 법 등 SNS로 덕질하는 방법을 배워 그들의 스타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는 덕질에도 나이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열정을 쏟는 일은 나이와 무관하듯 “이 나이대에는 꼭 이걸 해야 해!”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앞으로는 어떤 문화를 향유하는 주 타깃을 나이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으로 구분하게 될 것이고, 나이가 취향의 결정적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쑥, 인절미, 흑임자에 이르기까지 ‘할매 입맛’의 할메니얼이나 미스터 트롯의 찐팬인 실버 덕후는 자신의 취향을 표현한다는 것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음식 입맛도, 콘텐츠 소비 입맛도 취향별로 뭉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   최지은 프로(소셜팀)

2020.09.10. 18:14

모두가 유튜브로 몰려가고 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정치인도, 연예인도 유튜브 진영 구축에 골몰한다. 이런 흐름 속에 기업 브랜드라고 빠질 리 없다. 각각의 유니크한 방식으로 구독자 확보를 위한 소리 없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유튜브를 통해 가치관이 뚜렷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 패션 브랜드 ‘ODG’, 부캐와 본캐를 이용해 유머러스한 영상을 만들고 있는 ‘롯데렌터카’, 그리고 홈코노미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인테리어 서비스 플랫폼 ‘오늘의집’의 유튜브 화법을 알아본다.

▲ ODG 채널의 <엄마한테 대들 때 초등학교 전후 차이> 영상

기업의 소셜 계정이 구독자를 모으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극소수 ‘생태계 교란자’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유명세보다는 스토리가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배우 한예슬의 구독자(80만 명)보다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의 구독자(118만 명)가, 빌 게이츠의 구독자(224만 명)보다 스웨덴 출신으로 전 세계 구독자 수 4위인 퓨디파이(1억 명)의 구독자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유튜브에는 그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1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ODG의 사례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ODG는 아동복과 성인복을 모두 판매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유튜브만 봐서는 브랜드 채널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7살이 5살을 처음 만나면 하는 말>, <엄마한테 대들 때 초등학교 전후 차이>, <아이를 혼자 두고 1시간 운동하면 생기는 일> 등 ‘아이’를 주제로 한 상황극이 게시되고, 아이들의 솔직함이 감동을 자아낸다. 꾸밈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런 영상들은 ODG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ODG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의 ‘어디지’를 귀엽게 발음한 것이라고 하니,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아이이기 때문”임을 호소하는 ODG의 스토리텔링이 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이다움에 대해 재고하게 하는 ODG의 영상은 특히 ‘미닝아웃’과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유튜브를 통해 ‘가치관이 뚜렷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ODG는 유튜브 세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 롯데렌터카 채널의 본캐 vs 부캐 인터뷰 영상

본캐를 잠시 숨겨두고 부캐로 외도하는 것은 이제 비단 소셜미디어 유저들만의 ‘놀이’가 아니다. 싹쓰리와 김다비를 차치하고라도 부캐를 활용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나 혼자 산다> 속 부캐 모임인 ‘여은파’의 동영상들은 조회수 N백 만을 기록하는 중이고, 룰루랄라스튜디오는 예능인 박명수의 부캐들이 출동하는 웹예능 <할명수>의 론칭을 예고했다.

캐릭터와 세계관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에게 빙그레는 ‘꼬뜨게랑(Côtes Guerang)’의 디자이너 고계랑을 소개하는가 하면, 아모레퍼시픽의 부캐 계정 <뷰티포인트>는 화장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핑쿠핑쿠하게 부수면서 귀르가즘 ASMR을 제작하고 있다.

롯데렌터카도 부캐 놀이에 동참하며, 부캐에 본캐를 얹은 역할극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선보인 일련의 광고는 영화 <아저씨>와 <해바라기>의 명장면을 패러디하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인기에 일조한 것이 바로 출연진들의 부캐를 활용한 ‘본캐 vs 부캐’ 영상들이다. <아저씨>의 만석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악역으로 캐릭터를 굳혀 온 배우 김희원이나 <해바라기>의 병진이형으로 유명세를 떨친 배우 지대한 등이 자신의 부캐와 함께 인터뷰에 응하는 콘셉트이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면서 본캐와 부캐는 수시로 대립하는데, “깜빡이를 잘 켜는가?”라는 질문에 배우 김희원 본인은 “안전 운전이 중요하다”라고 대답하지만, 그의 부캐는 “깜빡이는 무슨”이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본캐와 부캐를 모두 갖고 있는 배우들로 광고를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캐의 특성에 주목해 재미의 폭을 넓힌 셈이다.

부캐가 유행하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더 많은 계정’으로 대변되는 ‘더 많은 자아’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다고 하는데, 사실 같은 얼굴을 갖고 있는 사람이 두 가지 캐릭터를 번갈아 연출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재미있기도 하다. 트렌드에 부합하는 동시에 충분히 유머러스한 영상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더 많은 부캐 놀이를 요청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 오늘의집 인테리어 채널의 홈카페 꾸미기 영상

인테리어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오늘의집은 그 자체로 일종의 형용사가 됐다. “오늘의집st”라고 하면, 오늘의집 스토어에서 판매할 것 같은 재질의 소품으로 꾸민 스타일이라는 뜻이니까. 세련되면서도 과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듯 자연스럽고, 미니멀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느낌적 느낌 말이다. 이처럼 오늘의집이 독특한 ‘재질’을 확보한 데에는, 유튜브 채널 <오늘의집 인테리어>를 부지런히 운영해 온 덕이 크다.

<오늘의집 인테리어>에는 룸 투어와 인테리어 하울 영상이 수시로 게시된다. 대체로 원룸 또는 소형 오피스텔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자취방을 예쁘게 꾸민 영상의 인기가 높다. 코로나19의 유행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홈코노미(Home-conomy) 시장 전체가 팽창한 원인이 크다.

예전의 1인 가구들이라면 아마도 가족을 이뤄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월세방이나 전세방 인테리어는 미뤄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1인 세대들은 체리색 몰딩이나 답답한 색의 벽지를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나선다. 나 혼자 먹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밀키트를 주문하는 것처럼, 나 혼자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나의 공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오늘의집 인테리어>는 이러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MBTI 유행에 맞춰 <MBTI I형의 아늑한 3평 작은방 꾸미기>를 공유하거나, 집에서 지내는 공간을 예쁘게 가꾸고 또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콕 로망 실현 분위기 좋은 홈카페 꾸미기>, <하이틴 속 영화 방꾸미기> 등의 영상을 게시한다.

국내 중저가 리빙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는 오늘의집과 마켓비 모두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PA 브랜드로 리빙 시장에까지 진출한 자라홈(Zara Home) 등도 1인 가구의 인테리어를 위해 들려볼 만한 채널로 손꼽힌다. 플랜테리어를 위한 조언이나 마크라메 소품의 활용법, 앤틱 분위기 내는 법 등에 대한 동영상은 아직 독립하지 않은 예비 1인 가구들인 10대와 20대들까지 공략한다. 이들 역시 ‘내 방 꾸미기’에 동참해 내가 당장 머무는 현재의 공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 벽면에 사진 촬영 스팟을 마련하고 줌(Zoom)과 페이스타임으로 룸 투어를 하는 이들에게는 예쁜 것이 곧 실용적인 것인 듯하다.

 

제일기획   이경민 프로(콘텐츠비즈니스 5팀)

2020.09.11. 15:04

2020년 8월, 갤럭시 노트20 신규 출시를 맞아 우리는 TV 광고를 위한 론칭 캠페인을 준비했다. 갤럭시 노트20는 상반기 갤럭시 S20와 마찬가지로 기존 갤럭시 노트10에서 20로, 제품 넘버링부터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혁신적 성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었다. 디자인·컬러·카메라·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핵심적인 고유 강점인 스마트 S펜삼성 노트의 변화가 가장 돋보이는 혁신이었다.

갤럭시 노트20는 제품 자체로 혁신성이 충분했으나,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 중저가 모델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가 Covid-19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판매량 급감을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S펜 탑재라는 독보적 특징으로 고유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었고, 대화면·S펜·5G 지원 등 시장 내 타 경쟁사들에 비해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였다.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품이자 모든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진화한 스마트 디바이스로서,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갤럭시 노트20 캠페인을 진행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해석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의미 또한 소비자에게 인식시켜 주고자 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의 삶의 변화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재택근무, 원격 수업 등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변화한 일상에서 갤럭시 노트20가 가진 S펜, 뛰어난 호환성, 퍼포먼스가 어떤 방식으로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급격히 디지털화되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맞이한 환경과 행태에 가장 적합한 갤럭시 노트20를 소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갤럭시 노트20를 손 안의 디바이스를 넘어 ‘유저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으로 격상시켜 정의함으로써, 스마트폰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중점적으로 소구하고자 했던 갤럭시 노트20의 특장점들을 ‘라이프 스페이스’라는 테마로 구분했고, 유저가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제품이 가지는 역할을 보여 주고자 했다.

제품 성능을 고려해 공간은 힐링·런웨이·플레이그라운드·오피스·클래스·갤러리 등 총 6개 공간으로 구분했다. TV 광고는 다양한 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종합편과 각 공간별로 적절한 기능을 묶어 소구한 본편 6편으로 구성했다. 예를 들어 삼성 DeX/Windows와 연결 등 재택근무와 관련된 기능은 ‘오피스’ 편에 포함됐고, S펜/Samsung Note 등 원격 수업과 관련된 기능은 ‘클래스’ 편에 포함됐다.

 

갤럭시 노트20가 소비자들의 다양한 삶의 공간으로 변화한다는 콘셉트 아래 “모든 세상이 노트 안에”라는 메인 카피가 만들어졌다. 갤럭시 노트20 속 세상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이었고, 이에 따라서 TV 광고 각 편별로 시작과 함께 제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인트로 영상이 삽입됐다.

이후 공간별로 소비자의 일상적인 모습과 함께 메인으로 소구하는 갤럭시 노트20의 특장점들을 집중적으로 노출했다. 또한 각 편별로 ‘내가 가장~해지는 세상’이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갤럭시 노트20가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엔딩 부분에는 다시 한 번 제품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효과가 삽입됐고, 다양한 모델과 컬러의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팩샷을 구성했다. 사전 예약/출시 등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이슈를 공지할 수 있도록 엔딩 좌 하단 공간은 여백으로 확보했다.

 

▲ 갤럭시 노트20 TV 광고 ‘클래스’ 편

▲ 갤럭시 노트20 TV 광고 ‘오피스’ 편

 

제일기획   안희창 프로(비즈니스 8팀)

2020.09.11. 15:24

새로운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공개와 함께 매년 주목받아온 것은 다름 아닌 컬러. 제조사의 마케팅과 별개로 KT를 비롯한 통신 3사는 자사만이 보유한 ‘전용 컬러’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새로운 스페셜 컬러 ‘미스틱 레드’를 받은 KT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통신 3사 컬러 마케팅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 통신 3사의 컬러 마케팅 중 압도적 반응을 일으켰던 <제니 레드 캠페인>을 기억하나? 디바이스를 하나의 ‘패션 액세서리’로 표현해 유튜브 조회수 천만 뷰를 가뿐히 넘어서며 팬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광고 및 브랜드 인지도와 더불어 실질적인 매출 증대 또한 견인했으니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작의 성공이 차기작엔 큰 부담이 됐고, 하반기 갤럭시 노트20 출시와 함께 KT의 스페셜 컬러인 미스틱 레드를 전작과 다르게, 게다가 더 매력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필요했다.

 

전작의 성공을 통해 배운 콘셉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에 갤럭시 노트20 신규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넘어, 소비자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획의 출발이었다.

전작에서 ‘패션 룩북’처럼 도도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마치 1980~90년대 하이틴 스타를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 콘셉트로 제니의 내추럴하고 발랄한 반전 모습을 노출해 그간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을 제시했다. 반전 매력을 통해 전작의 부담을 해소한 ‘제니의 빨간 노트’가 등장한 것이다.

영상이 공개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조회수가 900만 뷰를 상회했는데, 인스타그램 등 이번 영상이 게재된 모든 매체를 고려하면 이미 ‘천만 뷰’를 가뿐히 넘은 셈이었다.

 

이번 캠페인은 제니가 이전 광고에서 보여줬던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와는 다르게, 여름 시즌에 맞춰 청량감 넘치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청춘 영화 느낌의 레트로 콘셉트를 차용한 점이 특징이다.

먼저, 연청색 재킷과 데님 숏 팬츠로 1980~90년대 하이틴 스타를 연상시키는 제니의 ‘청청 패션’과 몽환적인 색감의 광고 영상은 갤럭시 노트20 미스틱 레드 컬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최근 뉴트로 열풍 속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시티팝 장르의 배경음악(김현철의 <Drive>)이 삽입돼 영상의 분위기와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감성을 자극한다.

‘제니의 빨간 노트’ 영상은 이러한 차별점에 호응을 얻어 SNS에서도 회자됐고, “광고가 아니라 영화 같다”, “첫사랑 기억 조작당했다”, “레전드 화보다”, “색다르고 청순한 제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런 광고면 매일 하루 100번씩 챙겨본다” 등 30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기획 의도가 적중함에 따라 클라이언트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디바이스 판매에 영향을 주는 광고/마케팅의 비주얼 요소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 <KT 갤럭시 노트20 제니의 빨간 노트> 캠페인은 ‘매력적인 제품’, ‘모델의 반전 모습’,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레트로 콘셉트’ 세 가지 요소가 하모니를 이뤄 최고의 시너지를 발현한 캠페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의 성공, 동일 모델에 대한 부담감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이번 캠페인에 대한 뜨거운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고 있자니 뿌듯한 느낌이 든다.

 

▲ ‘제니의 빨간 노트’ 영상  

 

제일기획   변중규 프로(THE SOUTH 1팀)

2020.09.09. 11:01

동서식품 맥심 행복 캠페인 ‘김연아/공효진’ 편

#마음을나눈다면

동서식품 맥심 행복 캠페인 ‘이나영’ 편

#행복은언제나내곁에

동서식품 카누 브랜드 캠페인 ‘HOME’ 편

#이카페는24시간오픈

동서식품 카누 브랜드 캠페인 ‘OFFICE’ 편

#신선한원두의향긋함이가득

동원 F&B 추석선물세트

#이번추석에도동원선물세트

KT 갤럭시 노트20 ‘제니의 빨간 노트’

#MysticRed

삼성전자 갤럭시워치 3 캠페인

#비욘드워치

삼성전자 갤럭시탭 S7

#이시대의태블릿

삼성전자 그랑데 AI X 혼드리

#혼자들르는마음세탁소

삼성화재 미스터 트레이너

#건강파트너는삼성화재

2020.09.09.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