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3. 10:00

광고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와 전통 매체의 지위가 역전되고, 개인화된 미디어를 위한 콘텐츠 생산이 주류인 시대가 됐다. 해마다 ‘대한민국 총광고비 결산 및 전망’을 발표하고 있는 이현정 프로를 만나 광고 시장의 흐름을 함께 읽어 본다.

20년 넘게 광고 제작 현장에 계셨는데, 그간의 변화를 요약하신다면요?

제가 처음 광고 시장에 몸담았을 때는 TV, 라디오, 신문 등 이른바 매스미디어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2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모바일 등 개개인이 미디어를 소지한 디지털 시대가 됐어요. 이에 따라 광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극적으로 바뀌었어요.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설득의 메시지를 전파하던 시대에서 개인에게 맞춤형 메시지를 보내는 시대로 전환된 것이죠.

 

미디어가 변화됨에 따라 콘텐츠의 성격 역시 달라졌을 텐데요.

매스미디어 시대의 광고는 소비자로 하여금 “저 브랜드를 사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게 주요 목표였죠. 다시 말해 광고가 구매까지 담보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미디어가 개인화된 지금은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생기면 모바일에서 구매 버튼을 바로 누를 수 있게 됐죠.

따라서 TV용 콘텐츠를 모바일에 그대로 옮기면 구매로 직결되는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콘텐츠가 너무 지나치게 구매를 강요하는 느낌을 준다면 소비자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겠죠. 이런 딜레마를 잘 조율하면서 모바일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거죠.

 

올해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예상되는지요?

TV 광고를 만들어야 비로소 ‘빅 캠페인’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광고인들에게 그동안 TV는 참 중요한 매체였어요. 그런데 올해엔 디지털 광고비가 TV 등 방송 전체 광고비를 앞설 겁니다. 그야말로 역전의 시대에 돌입한 건데, 이는 궁극적으로 모바일 광고 시장의 성장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어요.

동영상 콘텐츠 대부분이 모바일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겁니다. 예측되는 다양한 변화들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시장의 메인스트림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미디어 소비 패턴의 판도도 달라질까요?

디지털 미디어 시대라고 해도 TV나 라디오가 미디어로서 힘을 잃진 않을 겁니다. 모바일 같은 린포워드(Lean-forward) 미디어가 강세라곤 하지만, 릴렉스된 상태에서 편안하게 미디어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린백(Lean-back) 미디어 선호층은 물론 그것의 순기능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TV나 라디오 고유의 가치는 앞으로도 유지될 텐데, 그 안에 들어가는 콘텐츠에는 분명히 변화가 있겠죠. 이미 모바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들, 예를 들어 유튜브나 페이스북, 네이버 이런 미디어들이 TV로 편입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 모든 변화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인데,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디지털 기술의 발달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란 어렵죠. 다만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게 AI 분야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스피커는 소비자와 미디어를 연결하는 중요한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면서 향후 미디어 시장에 상당한 수준의 영향을 끼칠 겁니다. 디지털 기술은 모바일뿐만 아니라 TV 같은 린백 미디어마저도 점점 더 인공지능과 다양하게 연결될 거고요. 이런 현상이 2018년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성공한 모바일 콘텐츠의 공통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TV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와 모바일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는 다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바일에 맞게 콘텐츠를 생성해야 하는데, 모바일의 가장 큰 특징은 TV와 같은 가로 화면으로는 시선을 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세로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좋겠죠.

두 번째로 콘텐츠의 구성을 얘기할 수 있겠는데, 방송 콘텐츠는 기승전결이 있는 반면 모바일 콘텐츠는 앞부분에서 주목을 끌지 못하면 뒷부분으로 아예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앞에 배치하는 게 중요하죠.

또 모바일 콘텐츠는 무음 상태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막의 활용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콘텐츠는 직접 구매로 연결되므로 이걸 위트 있게 연결시키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브랜드 메시지와 구매 메시지를 매끄럽게 연결시키는 것이 관건인 셈이죠.

 

많은 분석을 해 주셨는데, 그런 해석을 바탕으로 어떤 작업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디지털 광고는 구매로 직결되고 클라이언트의 성과를 높이는 데도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에 대한 분석은 굉장히 파편화돼 있어요.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 등이 필요하고, 각 단계별 목표도 명확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렇게 파편화된 과정을 분석하고 단계별 프레임을 짜 주는 ‘디지털 애널리틱스’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향후에는 어떤 요인이 캠페인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시나리오별 대응 같은 것을 더 잘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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