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2020년에 일어난 미디어 이용 변화, 그리고 2021년 뉴노멀 시대, 미디어 이용 전망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변화의 연속이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움직임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우리의 모든 일상과 연계된 미디어 업계는 그 변화의 폭이 더 심했다. 재택 시간 증가로 미디어 이용도 증가했지만, 경기 위축으로 인해 전반적인 광고비가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극장 및 공공 미디어 시설은 위기를 겪었지만, 디지털 플랫폼 산업은 호황을 맞았다. 이에 따라 미디어 퍼포먼스 본부에서는 지난 2020년 3번의 차수(4월, 8월, 12월)에 걸친 미디어 이용 조사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미디어 이용 변화를 추적하여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부터 지난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미디어 이용 변화로 본 2020년 (출처: 모바일 서베이, 15~59세 600명, 20년 12월 조사) 코로나 19 확산 직후 일제히 증가한 미디어 이용은 시간의 흐름에 걸쳐 미디어 별 상이한 변화를 보였다. 이전 대비 85% 급증한 실시간 방송 시청 시간은 거듭 감소했고, IPTV의 VOD 시청 시간과 OTT 시청 시간도 바이러스 확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반면, 디지털 미디어 이용은 소폭의 등락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지속 증가의 추이를 보였다. 특히 모바일 이용은 이전 대비 평균 50% 상승했고,…

Cheil's up Ⅰ

「GETTT」 취향을 렌탈하거나 소유하거나

요즘 시대에는 많은 사람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취향을 갖길 원한다. 그러나 나만의 앞선 취향을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는 순간 눈길을 사로잡은 핫핑크 수트도 ‘너무 튀지 않을까’ 싶고, 볼드볼드한 이어링이 맘에 들어도 ‘나랑 어울릴까?’ 하는 부지런한 상상은 매번 베이직 스타일로 선택을 이끈다. 그러나 취향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여러 제품들을 시도해 보고 경험해 봐야 발현되는 끊임없는 도전의 산물, 그것이 바로 ‘취향’이다. 취향을 매번 쉽게 구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갖고 싶은 취향과 현실 사이에서 취향을 타협하기도 한다. 그러나 겟트는 조금 다르다. 겟트에선 부담없이 취향을 찾고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렌탈의 메시지는 “사지 말고 빌리세요~”라는 대여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겟트는 렌탈을 대여의 개념이 아니라 확신 있는 구매로 연결하는 ‘체험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이것이 겟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42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편 제일기획 자체 조사에서는 ‘온라인 쇼핑을 가끔 후회한 적이 있다’는 응답률이 7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겟트의 신개념 렌탈 서비스는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상에서 쇼핑을 할 때 ‘한번 써 보고 구매할 순 없을까?’, ‘이런 스타일이 나한테 어울릴까?’와 같은 고민에…

실화의 탄생

대중문화 콘텐츠의 게임화, 성패를 가르는 요인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매트릭스> 같은 작품들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들로 여러 에피소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고, 모두 게임화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PC 게임부터 콘솔 게임까지 집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2000년대 초반 등장했던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전략으로 성공한 영화들은 게임업계가 눈독 들이는 분야가 됐다. 특히 마블의 다양한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이합집산하면서 만들어 낸 이른바 ‘마블 유니버스’는 무수히 많은 게임들을 쏟아냈다. 이즈음 등장한 용어가 ‘세계관’이다. 하나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작품들로 변주될 수 있는 세계관의 창출. 그것은 <스타워즈>나 <해리포터>에서부터 마블 유니버스의 작품들이 여러 시리즈로 탄생하게 해 주는 힘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관은 보다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의 변주가 요구되는 게임화에도 중요한 관건이 됐다.   ▲ <해리 포터>를 원작으로 하는 RPG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Hogwart legacy)’ 최근 들어 게임화되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분야들 중 드라마가 급부상하게 된 건 이러한 세계관의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가 급부상하면서 보다 긴 호흡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드라마의 저변이 넓혀진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보다 드라마의 게임화를 본격화시킨 건 영화보다 더 긴 호흡으로 그려나가는 드라마의 세계가 더 디테일한 세계관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왕좌의 게임>을 모바일 전략 게임으로 만들어 낸 <왕좌의 게임:…

그러니까 소셜

넌 게임하니? 난 틱톡한다!

틱톡은 유저들이 영상을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특수 효과와 기능, 스티커 및 기타 비디오, 편집 도구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다양한 효과나 플롯을 이용해 유저들은 게임에서 퀘스트를 하나씩 클리어하듯 각기 다른 하나의 미션을 수행해 완성된 영상을 업로드한다. 영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한 단계 한 단계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같이 시나리오에 맞춰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한다. 예를 들어, 커버 댄스나 댄스 챌린지의 경우 음악에 맞춰 춤 동작을 순서대로 완수해야 하고, #타임스캔과 같은 카메라 효과 기능을 이용할 때는 자신이 의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표정과 몸동작을 효과 선이 지나가는 시점에 딱 맞게 촬영해야 한다. 초보 틱톡커에서 천상 틱톡커까지 틱톡에서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매번 새로운 영상을 찍기 위해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하나의 완성된 영상을 제작한다. 편집하기 어려운 영상일수록 잘하는 틱톡커가 튜토리얼 영상을 찍어 틱톡이나 외부 플랫폼, 유튜브 등에 업로드하기도 하는데, 게임에서 깨기 어려운 퀘스트를 공략하는 방법을 알려주듯 편집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준다.   ▲ 틱톡 콘텐츠 예시   게이미피케이션의 요소 중 협동과 경쟁은 서비스 내 사용자들 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서비스의 참여와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들 간에 인터랙션을 만들어 내거나 상대적인 성과를 나타냄으로써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Theme Essay

뜨는 것들은 메타버스에서 논다

아마 이 질문에 “Yes”를 답하는 이가 매우 적을 듯하다. 제페토는 카메라 앱 스노우로 유명한 스노우(주)가 만든 콘텐츠로, 올해 3월에 네이버제트라는 기업으로 분사했다. 스노우 앱이 기본적으로 내 얼굴 사진을 토대로 눈을 키우거나 여드름을 지워 줬다면, 제페토는 내 얼굴 본판을 아예 지워 버리고 만화 캐릭터를 그리듯이 눈, 코, 입, 얼굴형을 골라서 조합한다. ‘내가 만들어 낸 내 아바타’가 제페토의 핵심이다. 이 아바타를 가지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서 소셜미디어처럼 공유한다. 아바타가 입는 옷, 각종 장신구를 마켓에서 구매하거나 내가 직접 만든 아이템을 마켓에서 판매한다. 그리고 아바타들이 노는 공간을 사용자가 직접 만든다. 제페토 안에 만들어 놓은 낚시터, 지하철역, 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 사용자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규칙에 따라 어울려 논다. 그렇게 어울리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대략 2억 명 가까이 됐다.   https://youtu.be/GgGFpXi84uY ▲ 제페토와 트와이스의 컬래버레이션 영상 ▲ 온라인 게임 플랫폼 및 게임 제작 시스템 ‘로블록스’ ⓒ 홈페이지 화면 캡처(roblox.com) 로블록스는 이보다 더 본격적으로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서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게임이 공유되고, 수많은 사용자가 그런 게임을 오가면서 놀고 있다. 화면만 봐서는 1980년대에 만들어진 게임 같은 느낌이 든다. 좋게 보면 픽셀 아트이지만, 냉정히 보면 테두리가 다 깨지고 색상 조합도 엉망이다. 그런 엉성해…

마케팅 레시피

‘나이답게’ 말고 ‘나답게’ 하는 소비

에이지리스 소비를 주도하는 소비자 집단 중 하나는 ‘오팔 세대’다. 오팔 세대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나이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접을 시사한다. 이제까지 중년기는 생애 과업으로 주어진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을 끝내고 나면 은퇴로 접어드는 것이 통념이었다. 60대 이후의 삶은 자녀의 부양을 받으면서 남은 생을 정리하는 조용한 시기로 생각됐다. 그러나 기대 수명이 연장되면서 퇴직 이후에도 건강하게 사회 활동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년이라 부르기엔 이미 오랫동안 중년을 겪었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라 하기엔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더 잘 어울리는 ‘신중년층’이 나타난 것이다. 이전까지 자신을 정의하던 사회적·직업적 역할에서 벗어나 흥미와 취향을 바탕으로 자아 실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5060세대를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오팔 세대’ 라 명명한 바 있다. 오팔 세대의 ‘오팔’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2002년 일본에서 처음 소개됐으며, 고령화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또한 오팔은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58’과 발음이 같다. 무엇보다 보석의 한 종류인 오팔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보여주는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예로부터 귀한 보석으로 대접받았다. 한마디로 오팔 세대는 다채로운 자신의 빛깔을 뽐내는 베이비붐 세대의 새로운 이름이다. ▲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   이 세대는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도전하고 배우는 데…

그러니까 소셜

내 나이가 어때서? SNS하기 딱 좋은 나인데!

“할미 때는 말이야… 방탄소년단이…”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들 간 ‘아미밤’을 든 검정고무신 할머니 짤이 돌고 있다. 본인이 BTS 덕질을 하기에 나이가 많다고 여기는 MZ세대는 이 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아미로 남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어, 영원한 팬심도 느낄 수 있다. 아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검정고무신 할머니 짤이 아이돌 팬덤을 넘어 SNS에서 많이 활용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에이지리스(Ageless)’한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서 등장인물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 캐릭터가 시대를 초월해 현재 1990~2000년대생의 밈 문화와 만나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가치나 문화를 향유하는 것으로 재해석됐기 때문이다. ▲ 만화 <검정고무신>의 할머니 이미지에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아미밤을 합성한 짤. ⓒ 트위터 캡처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어, 위치, 사용한 웹사이트나 앱, 시청 동영상, 광고, 연령대, 성별, 관심 주제 등을 통해 어떤 광고를 노출시킬지 파악한 뒤, 맞춤 광고를 설정한다. 구글 광고의 개인 최적화 설정은 다양한 항목들 중에서 ‘나이’가 한 개인을 알 수 있는 항목 중 하나일 뿐 나이만으로 개인을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TMI를 알 수 있는 구글의 광고 개인 최적화 ⓒ https://adssettings.google.com/authenticated 캡처 누구나 쉽게 디지털…

그러니까 소셜

자기 관리도 놀이처럼 즐기는 MZ세대의 SNS 사용법

최근 SNS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MZ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놀기도 좋아하고 자기 계발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MZ세대는 소셜미디어를 자기 계발과 자기 관리의 플랫폼으로 활용 중이다. 이래도 SNS가 인생의 낭비일까? 퍼거슨 감독, 의문의 1패 추가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연예인들의 부캐가 등장해 본캐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연예인들에게 저마다 사랑받는 부캐가 있다면 MZ세대에게는 똘똘한 SNS 계정이 있다. MZ세대는 ‘다꾸’하듯 나만의 취향, 나만의 인사이트, 나만의 디자인 감각으로 SNS 계정을 꾸미는 데 익숙하다. 특히 일상이나 공부, 운동, 덕질 등 취미나 관심사에 따라 계정을 별도로 만들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일관성 있게 운영하기도 한다. ▲ MZ세대의 SNS 계정 활용 예시. 래퍼 이영지의 본계정 @youngji_02 및팬 소통 계정 @buljumeok_jjangssae   때로는 잘 만든 SNS 계정 하나가 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퍼스널 브랜딩 채널이 될 수 있다. SNS 계정을 취향이나 인사이트, 프로젝트 등을 아카이빙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나 인사이트 모음집처럼 꾸미는 것이다. ▲ 책, 콘텐츠, 인터뷰를 기록하는 생각노트 @think_note, 광고·마케팅 관련 뉴스 @marketing_note, 좋은 제품을 모아둔 계정 @_dgng_   전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유명한 이승희 씨는 매일 일상을 기록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유한다. 그간 모아온 영감과…

Cheil's up Ⅰ

「삼성전자」 이런 날씨에 뭣이 진짜 공포?

2020 NEW 삼성 무풍에어컨은 모든 면에서 발전을 이뤄 내며 독보적이자 완벽한 에어컨이 됐다. 어느 공간에 둬도 공간을 고급스럽게 살려 내는 ‘갤러리 디자인’부터 순식간에 집 안 곳곳을 빈틈없이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서큘레이터 급속 냉방’, 직바람 없이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는 ‘와이드 무풍 냉방’, 그러면서도 하루 종일 틀어도 소비 전력을 최대 85%까지 내려 부담을 줄여 주는 ‘무풍 절전’,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간편하고 철저한 위생 관리를 가능하게 해 주는 ‘이지 케어 3단계’ 기능까지 말 그대로 ‘무풍(無風) 에어컨’을 넘어 ‘무적(無敵) 에어컨’이었다. 하지만 때로 제품의 완벽함은 오히려 기획자의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획은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대안에 투자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선택받지 못한 답안지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획이란 포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디자인, 성능, 위생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과연 그중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고민 끝에 찾은 답은 ‘포기’였다. 우리는 포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어떤 것도 버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우선 우리는 삼성 무풍에어컨의 차별적 장점들을 하나하나 담을 수 있는 5개의 멀티 소재 캠페인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모든 특장점을 하나하나 말하면서도 메시지가…

그러니까 디지털

브이로그,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꿈과 행복

  한때 온라인 영상의 대세는 ‘짧고 빠른 호흡’이었다. 밀레니얼들은 기다리는 것을 싫어할 뿐 아니라 재미있는 다른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얼마든지 있으므로 영상을 길게 만들면 초반 몇 분만 보다가 금세 싫증을 느끼고 다른 영상으로 재핑(zapping)한다. 이 때문에 ‘텐션을 떨어뜨리지 않고 단숨에 영상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성공하는 콘텐츠의 공식이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영상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무선 데이터 요금 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긴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7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유튜브 노동요’는 1시간이라는 긴 재생 시간에도 불구하고 “업무 보는 내내 틀어 뒀더니 정말 집중이 잘 되더라”는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일반인이 본인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하는 브이로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기능을 뽐내거나 가르쳐 주려는 목적이 아니므로 핵심만을 간추리기 위한 편집이 없었고,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므로 스튜디오 조명이나 고가의 카메라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재미없이 로봇처럼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 주기 위해’ 만든 <노잼봇> 계정처럼 책상 앞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설치하고 공부하는 모습만 찍어 올려도 셀럽에 준하는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 ※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비디오 형식으로 기록한 블로그’라는 것이 통상적 해석이다. 해외에서는 기업이나 전문 미디어가 아닌, 개인 사용자가 영상으로 기록한 리뷰, 정보, 일상 등을 모두 브이로그로 분류한다. 하지만…

인생, 무상(人生務想)

‘보편’의 완성도

세련된 결합 방식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BTS는 대놓고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거나 시쳇말로 ‘국뽕’을 시전하지 않는다. 대신 BTS는 그들의 히트곡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듯 세련된 비주얼로 한국적 매력을 발산한다. 컬러풀한 장식 술로 치장한 북청사자를 등장시키거나 “지화자”, “얼쑤 좋다” 같은 국악의 추임새를 EDM의 리듬 속에 절묘하게 녹여 낸다. 또한 여느 아이돌들과 그 격이 다르다는 안무에서도 한국 춤의 요소를 과하지 않게 가미한다. ▲ BTS의 <IDOL> 뮤직비디오 BTS와 달리 아예 국악을 베이스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올리는 그룹도 있다. 정규 1집 앨범 <차연(差延)>으로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상을 수상한 그룹 ‘잠비나이’가 그들이다. 피리, 태평소, 거문고, 해금에 드럼과 기타를 섞어 연주하는 이들의 독창적 음악 세계를 두고 해외에서는 ‘포스트메탈’, ‘포스트록’이라 명명하며 환호한다. ▲ 잠비나이 1집 <차연>에 실린 6번째 트랙 ‘소멸의 시간’ 예를 들어 잠비나이 1집에 실린 ‘구원의 손길(Hand of Redemption)’을 들어 보면, 그들의 음악을 ‘국악의 세계화’나 ‘국악 한류’ 같은 수식어로 가두는 일이 가당치 않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차라리 헤비메탈이나 하드코어라고 부른다면 모를까. 이 곡에 등장하는 해금이 펼치는 무아지경의 애드리브는 국악에 친숙하든 아니든 그야말로 신세계다. 그러니까 잠비나이의 음악은 국악기도 다룰 줄 아는 당대 젊은이들의 정서를 담은 것일 뿐이다. 바로 그런 보편성 때문에 잠비나이는 몇 년째 엄청난 횟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