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17:00

제일기획 TF팀을 이끌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폐회식’ 의 제작단장을 맡아 기획 및 연출을 성공리에 마친 이도훈 마스터를 만났다. 올림픽과 더불어 ‘2002 한일월드컵’ 개막식,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폐막식까지 ‘세계 3대 스포츠 빅이벤트’의 제작 감독, 총연출감독으로 모두 참여한 그의 소감과 제작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

먼저 전 세계인을 상대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런 ‘국가 메가이벤트’는 통상 그 준비 기간이 2년 이상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라서 마치고 나면 긴 여행을 다녀온 듯합니다. 여행이 길어지면 동행한 사람들의 장점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본성을 새삼 자각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작업의 속성도 그렇죠. 저를 비롯해 팀원들도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이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성사된 평창동계올림픽과 제일기획의 인연이 각별합니다. 개최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첫 비딩이 2003년 프라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있었는데, 당시부터 삼성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 시작이었죠. 제일기획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와 함께 3번에 걸친 전 유치 과정에서부터 유치 전략 기획 및 프레젠테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 제작, 연출했습니다. 그래서 제일기획도, 또 저 개인적으로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애착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사명감을 갖고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결실을 보게 돼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일기획 TF팀과 연출 제작단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요?

제일기획을 주축으로 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이뤄서 ‘연출 제작단’을 꾸렸습니다. 제작단 인력 400여 명이 제작 총괄팀과 개폐회식 연출팀, T&A(Tech & Art)팀, 운영팀, 관리팀 등으로 세분화시켜 기획부터 제작∙연출∙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해 작품을 만들어 냈죠. 특히 제작 총괄을 맡은 제일기획 TF팀은 이벤트 연출 콘텐츠의 기획 제작은 물론 회계 관리와 법무 업무까지 포괄하면서 5,000명이 넘는 출연진 퍼포머들의 섭외 및 숙식에서부터 안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 지휘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TF팀에 속했던 후배들을 보며 놀랐던 점이 있습니다. 올림픽 개폐막식 같은 국가 규모의 글로벌 이벤트에는 전 세계에서 스태프들이 모이기 마련인데, 어느 순간 보니까 우리 제일기획 후배들이 각 담당 파트에서 리더가 되어 그들을 지휘하고 있더군요. 물론 고생이야 됐겠지만, 그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하기를 바랐는데 정말 그렇게 된 것을 보고 매우 기뻤습니다.

 

제일기획 TF팀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Dreams Come True’란 말이 있죠? 저희는 꿈을 실현시키는(Come True)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말이 쉽지,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전 세계에 산재한 전문업체 중 적임자를 찾아내 선정하고 발주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대작업이었습니다.

저희 역할을 또 다른 말로 비유하자면 ‘빙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폐회식 당일 관객들이나 전 세계 시청자들이 최종적으로 보는 장면은 수면 위로 떠오른 빙산의 ‘일각’ 10%이었지만,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백스테이지의 수많은 스태프들은 마치 바닷물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빙산의 일각을 떠 받치고 있는 90%의 거대한 아랫부분 역할을 해야 하지요.

 

메가 이벤트를 진행함에 있어 어떤 원칙과 콘셉트를 적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늘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준비하기에 앞서 단계별로 고민하는 3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개최국(대한민국)의 정체성(Identity), 둘째는 그 아이덴티티의 현대적이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Value)화, 그리고 셋째는 그렇게 정리된 가치의 미래 비전(Vision)화 작업입니다. 프로젝트를 풀어가는 첫 번째 단추인 아이덴티티의 경우 저는 대한민국의 DNA를 ‘흥’이라고 봐요. 외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그들이 공통적으로 놀라는 대목이 있어요. IMF 구제금융 때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하고, 환경 재난이 발생한 현장에서 거침없이 달려가 자원봉사를 하며, 2002 월드컵 때는 어떻게 그렇게 전 국민들이 하나 되어 질서 있고 사고 하나 없이 응원 축제를 자발적으로 벌이느냐는 것이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움직이는 이 ‘흥’이 바로 우리만의 아이덴티티인 것이죠.

다음 단계는 이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가치화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저는 ‘전통이란 전하여져 통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의 전통을 현재적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재창조한 뒤 재배치해야 공감의 설득력을 얻고 새로운 가치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전 세계인이 감동할 수 있는 비전으로 풀어내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화자찬에 그치고 마니까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도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해서 ‘남북한의 평화’라는 키워드로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보편적 감성에 다가가려 했습니다. 이 원칙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개최국(대한민국)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누구나 공감 가능한 동시대의 비전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이번 개폐회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는다면요?

첨단 IT Korea의 이미지를 인문학적 스토리로 풀어낸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다섯 아이들이 허공에 자신의 꿈을 낙서하고 퓨처게이트로 들어가서 자신이 꿈꾸던 미래를 살게 되는 장면이죠. 어릴 적 낙서를 즐겼던 저의 체험을 녹여낸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런 특정한 장면보다 새삼스럽게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이벤트의 완성은 ‘관객의 에너지’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죠.현장에는 리허설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인터랙티브하는 상생의 기운이 있거든요. 당일 행사가 치러지는 장면마다 200%의 퍼포먼스가 나왔고, 그때마다 희열을 느꼈습니다.

 

함께 추위를 견디며 고생한 TF팀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제가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이 있습니다. 시드니올림픽부터 아테네, 토리노, 베이징, 밴쿠버, 런던, 리우 등 올림픽 현장에서 개폐막식을 다 봤었거든요. 그를 통해 엄청난 경험과 학습이 축적됐죠.

마찬가지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후배들도 좋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은 더 특별한 면이 있죠. 대개의 올림픽 개폐막식에선 자국 스태프보다 해외 스태프들이 더 많거든요.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은 우리 스태프가 90%였어요. 올림픽 개폐막식 참여 경험이 많은 외국 스태프들이 “자국(대한민국) 스태프들이 주축이 되어 이렇게 성공적으로 훌륭하게 치러낸 케이스가 없었다”며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제일기획 TF팀원들과 함께했던 전 제작단 이벤트 후배 스탭들에게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가까운 미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올해 초 브랜드익스피리언스 솔루션 본부의 본부장이 되었는데, 이제 본부원들과 함께그간 쌓은 경험들을 살려 갤럭시 관련 국내외 프로젝트 등 클라이언트를 위한 멋진 작품을 만들어 가야죠. 그리고 후배들이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도록 작으나마 씨앗이 되어 제 힘을 보탤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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