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는 뇌를 근육으로 쓰는 선수다 | 제일기획 블로그
2018.05.03. 15:00

국제광고제 중 가장 먼저 개최되는 애드페스트(ADFEST)는 글로벌 광고업계의 한 해 흐름을 조망할 수있는 시금석이다. 올해 다이렉트 및 프로모션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돌아온 장재혁 CD를 만나 수상작들에 얽힌 이야기와 광고인으로서의 소회에 대해 들어 봤다.

 

‘2018 애드페스트’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셨는데, 소감부터 들려주신다면?

국제광고제에 참여한다는 일은 언제나 놀라운 경험입니다. 국가와 회사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열띤 토론과 논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의 기준을 확인하고, 한국과 저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는 계기가 되니까요.

 

크리에이터들의 공통된 화두 또는 올해 두드러졌던 큰 흐름이 궁금합니다.

2018 애드페스트의 슬로건이 ‘Transform’이었는데, 빅데이터 기반과 AI의 마케팅 접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자의 동선을 체크해서 그 사람이 선호하는 색깔과 냄새 등을 분석해 개개인을 위한 향수를 만드는 식이죠. 아직은 소비자를 추적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형과 취향을 파악하는 기초적 수준이었지만 충분히 흥미로웠고, 향후 몇 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쓰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The Making of Parfums de Voyage

 

이번 광고제에서 제일기획의 수상 실적이 좋은데 어떤 의미 부여가 가능할까요?

특정 국가에 국한된 실적과 한 회사에 치우친 힘만으로는 글로벌 광고회사가 되기 어렵습니다. 특정한 지사에서만 퍼포먼스가 잘 나올 경우 특출난 개인의 성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고른 퍼포먼스가 나온다면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전 세계에 위치한 해외 네트워크의 잇따른 수상은 본사를 자극하는 시너지 효과도 있고, 이제 제일기획이 규모를 넘어 크리에이티브로도 글로벌 무대에서 견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눈길을 끌었던 캠페인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심사했던 다이렉트와 프로모션 부분에 한정해서 말씀 드리자면, 제일기획 본사가 진행한 <Stop Download Kill>입니다. 불법 촬영물인 몰래카메라의 유통을 경고하기 위해 가짜 몰래카메라 영상을 온라인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린 캠페인이었어요. 특히 뜨거운 토론의 대상이 된 건 공익적 메시지를 경고의 대상인 ‘몰카’와 ‘P2P 사이트’를 통해서 전달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공익광고는 교훈적 메시지를 담아 TV나 라디오 같은 매체를 이용하는 게 상식인데, 그 상식을 깬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죠.

▲Stop Download Kill

 

최근 보신 광고 중에서 감탄사가 나왔던 작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HomePod) 광고가 눈에 띄더군요. 스토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피곤에 지친 직장인이 귀가해 인공지능 스피커 덕분에 자신만의 몽환적 세계에 빠져든다는 식이죠.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AI 스피커를 다루면서도 CG가 가능한 부분을 고집스럽게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에 겐조의 향수 광고로 충격적 비주얼 임팩트를 보여 줬던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즈가디테일에 집착한 작품이죠.

다른 하나는 이번 광고제에서 프로모션 부문 금상을 차지한 일본 맥도날드의 <Hahon Hohaho Hie>인데요, 뜨거운 베이컨 포테이토 파이를 입에 물었을 때 사람들의 발음이 새는 모습에 착안한 작품이죠. 날로 복잡해지는 기술과 환경은 마케팅조차 복잡하게 만들고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심플하고 강력한 크리에이티브야!”라고 일침을 날린 매우 유쾌하고 강력한 캠페인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이번엔 CD님이 만든 캠페인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개인적으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세상이 변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얘기하는 스토리는 단순히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의 구조(Structure)’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스파크 캠페인의 경우, 어떤 할아버지가 차를 구매하기 위해 아주 까다롭게 사전 조사를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것이 본인이 아니라 손녀를 위한 선물이었음이 반전을 통해 밝혀집니다. 스토리텔링이 잘 구현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수상까지 했기 때문에 제겐 아주 소중한 캠페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 완성한 말리부 캠페인 역시 기존 광고와 달리 영화적 접근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고요.

▲<THE NEXT SPARK> TV 광고

 

본업인 광고 말고 꾸준히 해 온 뭔가가 있다면요?

한 4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재미를 붙인 건 2년쯤 됐죠.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게 있어요. 저를 포함한 사람들은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열심히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의 차이는 뭘까, 사람들은 왜 노는 것을 더 좋아할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람들은 목적성이나 중요도와 무관하게 자신이 어떤 것에 몰두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본능을 가졌다는 것이죠. 일도 마찬가지여서 몰입을 방해하는 과도한 간섭과 목표치 설정은 독이 됩니다. 회사가 최대한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겠죠.

자전거를 타면서 든 또 다른 생각은 뇌는 근육의 일부라는 믿음입니다. 운동 선수들은 근육을 훈련시켜 경기를 하는데, 비유해 보자면 크리에이터는 뇌를 근육으로 쓰는 선수들이잖아요. 운동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듯 크리에이터도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낼 수 있으려면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뇌를 프레시하게 만들어야 해요.

 

CD님의 인터넷 브라우저에 고정된 북마크 하나만 소개해 주신다면요?

뇌는 루틴을 통해 싱싱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계속 작품을 만들다 보면 생각이 루틴해져서 아이디어가 무뎌집니다. 그래서 모든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은 영감을 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말씀 드린 것처럼 우리는 영감을 ‘받는다’고 하지 ‘만든다’고 하지 않죠. 즉 영감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란 얘긴데, 저는 유튜브를 통해서 그런 자극을 받아요. 그곳엔 BTS의 트렌디한 뮤직비디오가 있는가 하면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의 강연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종다양한 콘텐츠가 넘치니까요.

 

가까운 시일에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이신지요?

당연히 좋은 캠페인을 만드는 것이죠. 사실 아무리 성공한 캠페인도 그걸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온에어되는, 딱 그 기간뿐이거든요. 아쉬운 점이지만, 그래서 더 나은 캠페인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여건이 허락되면 제 자전거를 들고 해외로 나가서 저만의 소박한 투어링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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