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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칸 라이언즈에서 국내 최초로 세미나를 개최했던 제일기획. 그 이후로 매년 연속 개최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는데요. 올해 준비한 2번의 세미나 중 첫 번째 세미나가 어제(현지시각 18일, 오후 1시) 칸 대형 극장인 뤼미에르(Lumiere)에서 열렸습니다. 관람객이 극장을 가득 채울만큼 그 인기가 폭발적이었죠.

CJ E&M과 공동으로 준비한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POWER OF BOREDOM; HOW ORDINARY CAN BE EXTRAORDINARY(지루함의 힘, 평범함이 놀라움이 될 수 있다)’인데요.

 ▲ 사회를 맡은 제일기획 웨인 초이 전무와  CJ E&M 이상길 부사장, 나영석 PD, 배우 이서진

사회를 맡은 제일기획 웨인 초이 전무와 CJ E&M 이상길 부사장, 나영석 PD 그리고 나 PD와 다수의 프로그램을 함께한 배우 이서진 씨 등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세미나 주제와 연사를 확인하는 순간, “어렴풋이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다” 하셨던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나 PD가 제작한 일련의 작품들 때문이죠. 그저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지루한 일상을 담았을 뿐인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삼시세끼>. 나영석 PD는 왜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왜 <삼시세끼>에 열광했을까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우리의 권리


▲ 웨인 초이 전무의 소개로 무대 앞으로 나온 나영석 PD

전국 각지는 물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1박 2일>, <꽃보다 할배> 등을 제작한 나 PD는 어느 순간 일도, 여행도 지겨워졌다고 합니다.

“나는 여행도 싫고, 남자도 싫고 다 싫다. 너무 지쳤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비 오는 날, 빗소리 들으면서 부침개 부쳐 먹고 만화책 보다가 원 없이 잠자고 싶다”는 이우정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래! 이거다, 이거!” 했다고 하는데요. 지금 나 PD처럼 외친 분 있죠?^^

지난 15년 동안, 성공과 노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서 늘 새로워야 한다는 의무에 충실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 권리는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다는 나 PD.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놀고먹을 수 있는 시골집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마주했죠. 시골집이 너무 비쌌던 것. 그때 나 PD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막상 귀촌을 실행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이런 갈증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해소하나요? 나 PD는 우연히 자연 속 소박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담은 잡지, ‘킨포크(KINFOLK)’를 접했다고 하는데요. 현실적인 문제는 배제한 채 예쁘게만 연출된 킨포크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걸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건 ‘자연주의 라이프(life)’가 아니라 ‘자연주의 익스피리언스(experience)’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이 바로 <삼시세끼>.


▲ 이미지 출처: tvN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연주의 ‘경험’을 선사하는 거죠.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쟁, 미션, 게임 등의 요소는 모두 제외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지겹게 이어지고 있는 ‘먹고 자는 일’에서 진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보기로 했답니다.

 

Affordable Fantasy,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환타지!

▲ 이미지 출처: tvN

그렇다면 <삼시세끼>는 리얼리티 다큐일까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자연에 파묻혀 살기보단 가끔 자연을 경험하고 힐링하려는 마음이 큰데요. <삼시세끼>는 실제 집값이 얼마인지, 전기세는 도시보다 비싼지 하는 현실적 걱정거리는 쏙 빼고 평온하게 먹고 노는 장면만 편집해 보여줍니다. 즉, 실상이 아닌 환상, 한 발짝만 내디디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환타지를 제공하는 거죠. 이것이 바로 나 PD가 시청자에게 주고 싶었던 베네핏이라고 하네요.

결과는 놀라웠는데요. 국내 여러 언론은 <삼시세끼>를 원인으로 꼽으며 ‘귀어/귀촌 희망자 대폭 증가’, ‘거북손 품귀현상’, ‘정선 관광객 증가’ 등의 기사를 쏟아 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청자에게 경험과 환타지를 제공한다는 맥락은 최근 작품 <윤식당>으로 이어졌죠.

▲ 이미지 출처: tvN

도시를 벗어나 발리의 느긋한 슬로우 라이프를 시청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지만 뉴욕이나 런던, 파리가 아니라 발리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Affordable Fantasy(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환타지)’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지루함 속 불협화음이 만들어내는 재미

앞서 소개한 작품들을 함께한 배우 이서진 씨.

▲ <삼시세끼>, <윤식당>에 출연한 배우 이서진 씨

이서진 씨는 <삼시세끼>에서 줄곧 투덜대는 모습으로 익숙하죠. 그 동안 예능에서 “하기 싫다”, “힘들다”고 대놓고(!) 불평하는 출연자는 없었는데요. 이서진 씨는 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나 PD의 작품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농어촌 힐링 라이프 속에서 이서진 씨의 투덜거림은 “하루 삼시 세끼 해 먹는 일도 바쁜 일이지”, “그래, 저런 삶에도 그만한 노력이 필요한 거야”하는 등 공감을 자아내는 요소이자 재미를 주는 포인트가 되는데요. 시청자들은 억지로 짜여진 ‘하모니’보다 솔직한 ‘불협화음’에 공감한다는 거죠. 이 것이 나 PD가 주로 카리스마 있는 엘리트 역할을 연기해 온 이서진이란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라고 합니다.

 

평범함이 특별함이 되는 경이로운 순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놀고 먹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지루함’으로 대변되는 이 욕망의 힘은 <삼시세끼>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CJ E&M 이상길 부사장은 일상에서 지루함을 즐기기란 좀처럼 어렵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 제일기획 웨인 초이 전무

웨인 초이 전무도 마음먹기에 따라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죠. 평소, 포장의 용도로 사용하고 대수롭지 않게 버려지는 에어캡. 지난 겨울, 제일기획은 이 에어캡에 광고를 인쇄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캠페인’을 만들었는데요. 에어캡을 창문에 붙이면 보온효과는 물론,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자는 CSR 캠페인을 진행한 거죠.

에어캡은 유니클로에서 히트텍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증정했는데요. 증정 받은 에어캡을 자발적으로 창문에 부착하는 사람이 늘면서 브랜드와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무료 OOH를 획득한 셈이 됐습니다. 하찮게 여겼던 하루 세끼처럼 하찮게만 여겼던 에어캡을 특별하게 만든 캠페인이죠. 웨인 초이 전무는 특별함은 사물에 내재된 속성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 속에 달려있다고 했는데요. 이런 마음 가짐으로 지루함을 즐기면 좋겠죠?

 

칸 라이언즈가 선택한 ‘기대되는 세미나’

칸 세미나는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가 매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주최 기업과 연사를 선정하는데요.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칸 세미나를 개최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곤 합니다. 개최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이번 제일기획이 준비한 세미나는 칸 조직위원회가 기대되는 세미나로 ‘에디터스 픽(Editors Pick)’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스 픽은 매일 열리는 여러 세미나 중 단 2편을 선정해 칸 라이언즈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해주는 건데요. 어제 생중계로 칸 세미나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아래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여러분 제일기획과 CJ E&M이 준비한 칸 세미나,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도 오늘부터 우리가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시간에 머물러 보세요.^^ 지루함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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