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5. 10:00

동영상을 활용한 V-커머스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V-커머스는 소비자들의 집중력과 구매 전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용한 마케팅 수단.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V-커머스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건을 짚어본다.

메인

 

홈쇼핑, V-커머스의 원형

떠오르고 있는 V-커머스, 이른바 비디오 커머스는 사실 전혀 새로운 분야는 아니다. V-커머스의 원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케이블 TV의 ‘홈쇼핑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홈쇼핑 채널의 강점은 아주 짧은 시간에 집중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특정 상품을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노출해 상품을 판매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상품의 특징을 거론하며 판매를 유도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케이블 TV의 홈쇼핑 채널이 장기간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V-커머스를 홈쇼핑 채널의 모바일, 또는 온라인 버전이라고 간단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V-커머스는 홈쇼핑 채널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여주며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 홈쇼핑과 달리 스마트폰이나 PC 등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시청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훨씬 다채로운 형태의 영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MCN(Multi Channel Network) 등과 결합해 쇼핑이 목적인지, 영상 자체의 재미가 목적인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즉 V-커머스는 궁극적으로는 쇼핑을 통한 매출 증대가 목적이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갖고 다양한 채널로 무한 확장되고 있다.

 

미끼 상품에서 주력 상품으로

케이블 TV의 홈쇼핑 채널을 떠올리면 누구나 낭랑한 진행자의 목소리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제품에 대한 칭찬과 홍보, 그리고 구매를 유도하는 권유 등이 연상될 것이다. 실제로 V-커머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3년 전 V-커머스가 처음 시작될 때는 이처럼 홈쇼핑 채널을 모바일에 거의 그대로 옮겨 놓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경우엔 모바일 앱이나 웹페이지에 제품 판매 및 홍보용 동영상 콘텐츠를 추가하는 형태로 진행하기도 했다. 홈쇼핑을 모바일로 옮겨 놓거나 전자상거래에 동영상 콘텐츠를 입히는 방식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영상 콘텐츠는 단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보조 도구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영상, 비디오 콘텐츠는 보조 도구가 아닌 주력 판매 도구가 된다. 동영상 콘텐츠를 통한 매출 증대 효과뿐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그냥 텍스트로 된 설명만 ‘읽고’ 제품을 사는 것보다는 동영상으로 소개된 친절한 설명을 ‘보고 듣고’ 물건을 사는 게 소비자에게도 훨씬 좋다는 건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홈쇼핑 방식을 그대로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이식하는 시도는 별로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온라인 홈쇼핑은 활성화돼 있었고, 아직 동영상을 장시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며, 모바일 쇼핑 역시 초기 단계였다. 결국 아마존과 유튜브가 만들어진 나라, 미국에서 V-커머스에 대한 첫 시도가 시작됐다.

 

동영상 타고 급증하는 매출

미국에서는 상품을 동영상으로 판매하는 조이어스(joyus.com)라는 사이트가 이미 2011년 등장했다. 이곳은 구글 초기 멤버들이 시작한 회사로 주목을 받았다. 조이어스는 동영상을 통해 제품을 팔 경우 구매 전환율이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구매 전환율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미지와 텍스트만 기반으로 제품을 판매할 때에 비해 최소 5배에서 최대 8배까지 구매 전환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트 방문자들이 머무는 시간은 기존에 비해 88%나 증가했고, 업로드된 주요 동영상이 검색 사이트 상단에 노출될 확률이 같은 키워드로 이미지 위주로만 사이트를 구성했을 때에 비해 10배에서 50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미국에 비해 한참 늦게 V-커머스 시장이 열리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시장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2012년 1조 8200억 원 수준이던 국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2015년 24조 4650억 원으로 20배 넘게 성장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커머스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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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V-커머스 시장을 개척한 조이어스 ⓒjoyus.com(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잇따르는 성공 사례

국내에서 동영상을 활용해 전문적으로 상품을 팔기 시작한 곳은 ‘우먼스톡’이라는 화장품 커머스 앱이다. 크라클팩토리가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2015년 2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처음에 우먼스톡은 입점 업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화장품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판매로 연결하는 ‘끼’ 있는 연출자나 연기자를 찾기도 어려웠다. 결국 연예기획사 출신인 이 회사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아 연기자를 섭외했고, 우수한 화장품 업체 입점을 위해 동영상을 무료로 제작해 주기로 했다. 입점하는 업체에 대해 영상 제작과 연예인 섭외 관련 비용을 일체 우먼스톡에서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물건을 싸게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업체들로서는 마케팅 리소스를 얻게 되고, 자신들의 화장품에 대한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는 장점도 알렸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알려지면서 우먼스톡 방문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우먼스톡이 급성장하자 기존 인터넷 쇼핑몰 업체, 소셜커머스 업체 등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앱에서 상품 소개 영상도 보고 구매도 할 수 있는 비디오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였고, 티몬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V-커머스를 시작했다. 티몬의 라이브TV 서비스는 올리는 동영상마다 조회 수가 10만 건에 달하고, 14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페이지를 구독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비디오 커머스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롯데닷컴은 지난 5월 모바일 패션 매장 플레이샵을 열었다. 국내 유명 디자이너가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신세계의 신세계티비쇼핑은 6월부터 방송 제작 센터를 개국하고, 비디오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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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가 선보인 상품 영상 서비스 비디오Pick ⓒ shinsegaetvshopping.com(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최근에는 홈쇼핑 업체들도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페이지, 모바일 앱 등에서 적극적으로 비디오 커머스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 케이블 TV 채널에서 제공했던 동영상을 재가공하거나 모바일에 맞게 다시 제작해 V-커머스 전문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에서 승부

우먼스톡, 볼로미 등 비디오 커머스 서비스들은 MCN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정보와 쇼핑 위주였던 동영상에 ‘재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동영상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 끼 있는 MCN 스타들과 협업하고 있는 것이다. 우먼스톡의 경우 MCN 채널을 보유한 스타는 물론 MCN 지망생 등 누구라도 상품을 쓰고 홍보하는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다음 달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다. 재능이 있지만 무대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래의 MCN 스타들을 비디오 커머스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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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요소를 강화하며 MCN 스타들과 협업하고 있는 우먼스톡 ⓒwomanstalk.co.kr(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비디오 커머스의 핵심은 커머스를 콘텐츠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는 역시 클릭이 핵심이고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며,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로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결국 V커머스의 승부도 데이터 활용에서 갈릴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V-커머스에서 전면에 배치되는 동영상을 그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만 쓰는 곳과 여기서 나오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곳의 차이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의 데이터가 V-커머스에서는 고스란히 잡힌다. 이런 데이터는 기존 케이블 TV 홈쇼핑 채널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직접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데이터였다. 무엇보다 동영상 콘텐츠의 성격과 구성, 분량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언제 구매를 하는지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진다. 이 데이터를 일찌감치 분석하고 파악해 마케팅은 물론 차기 상품 프로모션 및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느냐가 아직 초창기인 V-커머스 시장의 승자를 가르는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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