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무상(人生務想)
왼손엔 ‘망원경’, 오른손엔 ‘현미경’ 단 한 번도 소비하지 않은 하루를 달력에 기록할 수 있을까? 24시간 동안 침대 밖을 나가지 않아도 최소한 수돗물과 전력 정도는 소비해야 한다. 그러니 ‘無소비의 날’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의 호흡과도 같은 크고 작은 소비 모두는 다양한 형태의 ‘흔적’으로 남는다. 카드 사용 내역은 기본이고 단순한 검색 행위마저 어딘가에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막대한 양의 데이터는 AI와 결합돼 가치가 추출되고 결과가 분석돼, ‘소비 인류(Homo Consumus)’의 패턴과 상태를 파악하는 핵심 도구가 된다. 이런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의 증폭은 최근 통계학과의 높은 경쟁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러 정황이 말해주듯 확실히 빅데이터는 ‘4차산업의 기반’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전 세계 풍력 발전기 중 1/3을 생산하는 덴마크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베스타스(Vestas)는 빅데이터 솔루션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 풍력 터빈을 배치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전 세계 기후 데이터를 종합해 바람이 가장 많은 부는 곳을 찾는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빅데이터가 아닌 스몰데이터의 위력을 실감케 한 사례도 있다. 2000년대 초, 경영 위기에 처한 레고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디지털 세대는 즉각적인 만족에 익숙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어린이들이 쉽게 조립할 수 있는 큼지막한 블록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에 레고의 마케터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