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의 탄생
웹엑스(Webex) 스트리밍으로 넘어간 교수들이 많았지만, 나는 에버렉(Everlec) 녹화를 고집했다. 이때 아니면 나만의 콘텐츠를 언제 만들랴 싶었다. 항상 시작이 문제였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생방’ 시작이다. 하지만 내 연구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온라인 수업은 다르다. 웹캠 뒤에 학생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고 다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상상 속의 청중을 즉각 소환하지 못하는 날은 카메라 앞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코로나19와 온라인 수업이 일깨운 것은 바로 대면의 소중함이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이다. 오늘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학생들을 상상 속으로 소환했다. 그렇게 학기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언택트 사회의 척박함 속에서 내게 ‘한 줄기 빛’을 비춘 것은 다름 아닌 tvN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었다.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가 한데 묶였으니 한마디로 기대 만발. 다른 의학 드라마처럼 긴장감 넘치는 수술 장면은 드물지만, 병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시선을 끈다. 이런 의사들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판타지일지언정 감성 충만에 또 넉넉한 그리움에 빠져 본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레트로 감성의 소환이 전부는 아니었다. 어떤 남자라도 사랑에 빠질 법한 채송화 교수 역의 전미도, 무뚝뚝하지만 감성 돋는 레지던트 장겨울 역의 신현빈 등 새로운 배우들의 주옥같은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것이 최고 시청률 14.1%의 비결인 듯하다. <아로하>, <시청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