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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시선] 생각, 메모 그리고 아이디어

    ‘떠오르는 생각’과 아이디어는 구분돼야 한다. 여행하면서, 책을 보다가도, 심지어 길을 걷다가도,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샌드위치가 됐을 때도, 문득문득 상황과 관계없는 뜬금없는 생각들의 샘솟음을 경험한다. 이런 ‘떠오르는 생각’들이 아이디어의 밑천이 된다.   아이디어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생각’이다. 불현듯 떠올랐다 바로 잊힐 운명의 생각들은 붙잡아 두어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메모다. 나는 조그만 수첩과 펜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었다. 무언가 휙 나의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갤럭시 노트가 수첩을 대신한다. 중구난방으로 잠시 떠올렸다 사라지는 생각들을 어딘가에 잡아 놓는 것은 마치 땅속에서 소중한 것을 캐는 것과 닮았다. 하지만 단순히 모아 놓기만 해선 보석이 되지 못한다. 붙잡은 생각들에는 약간의 수고가 더해져야 한다. 정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손으로 썼다면 컴퓨터에 다시 타이핑하고 분류해 적어 놓아야 한다. 그러면서 문득 내게로 왔던 생각들이 쓸 만한 아이디어가 된다. 나중에 꺼내보기 좋게 분류해서 지정하고, 가끔식 꺼내 다시 읽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나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심어둘 수 있고, 그것들이 내가 필요할 때 튀어 오르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단계가 생각들을 마이닝 하는 부분이라면 ‘분명한 목적을 가진 생각’, 즉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되새김과 시뮬레이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프로젝트 초기에 기획서를 거의 완성한다. 물론 마음에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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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시선] '영혼' 있는 밥집 vs '영혼' 없는 밥집

   얼마 전 우리 동네 유명 피자집 맞은편에 또 하나의 이탈리안 피자집이 생겼다.  인테리어나 규모, 가격 면에서 그다지 빠지지 않는데 몇 주가 지나도 손님이 거의 들지 않았다.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빈자리를 보며 “왜 장사가 안될까?” 하고 무심코 던진 질문에 동생이 주저 없이 답한다.  “영혼이 없잖아요.”  그 역시 한 번도 그곳에서 식사해 본 적이 없다. 브랜드, 디자인, 사람, 간판 등의 총체적 커뮤니케이션에 아무런 개성과 느낌이 없다는  의미였을 거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똑같이 꾸밀 수 있는 시대에 같으면서도 다르고 신경 쓰지 않은 듯하지만 섬세한 정체성과 퀄리티를  드러내 보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요즘 내 정보검색의 주요 필터는 ‘영혼’이다.  영혼이 깃들어 보이는 브랜드와 장소, 아이템이 갖는 특성과 사람들의 미묘한 판단 기준의 변화를 찾는 것이다.    먹거리 식당, 여행에 관한 주제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쉽게 열변을 토하기에 이러한 변화를 가늠하는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언젠가 여유가 되면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대상을 찾아  이 시대의 결핍과 선망의 코드를 읽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덴마크에 사는 한 지인에게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스웨덴 ‘Ett Hem’과 이탈리아 ‘Moravola’부티크 호텔을  추천받았다.  만만치 않은 가격대지만 이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들의 톤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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