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공포 영화를 보다 보면, 쓸데없이 나대는 사람이 꼭 등장합니다. ‘저러다 죽지’ 싶은 순간 예상한 대로 가장 먼저 스크린에서 퇴출당하죠. 재난 영화에서도 십중팔구는 다른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나오곤 합니다. 불치병이나 출생의 비밀은 멜로 드라마가 흔히 사용하는 단골 소재죠. 상투성을 가리키는 ‘클리셰(cliché)’가 영화나 드라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도, 관계 속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존재합니다. 두뇌 구조 속에 꼼짝달싹하지 않고 틀어박혀 있는 클리셰 때문에 남들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합니다. 권위적인 사고와 고정관념의 틀에 갇혀 있는 꼰대들은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영화 <벌새>에 등장하는 아버지처럼 꼰대에게 ‘세상의 질서’는 자신이 기준점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꼰대’ 하면 나이든 사람들만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젊은 꼰대’라는 말처럼 나이와 관계없이 생각이 고루하고 편협한 사람들을 두루 포함합니다. 꼰대의 개념에서 나이가 빠지니 그것이 가리키는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아재’도 꼰대처럼 의미의 확장이 이뤄진 개념입니다. 국어사전은 아재가 아저씨의 낮춤말이라고 설명합니다. 허물없이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재 개그’가 회자되던 초창기만 해도 이 말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했습니다. 아재 개그는 곧 ‘노잼’을 의미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빵 터지는 아재 개그’나 ‘신박한 아재 개그’가 활발히 공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재 개그 족보’, ‘올해의 아재 개그 총정리’ 같은 콘텐츠를 접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