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무상(人生務想)
지하철을 탄다. 운이 좋게도 빈자리가 많다. 이때 사람들은 십중팔구 맨 끝자리에 앉는다. 낯선 이들과 어느 정도 거리감을 확보해야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퍼스널 스페이스’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은 누구나 주변의 일정 공간을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하며 무의식적인 경계선을 긋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느 만큼의 거리가 필요한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에드워드 홀에 의하면 만원인 엘리베이터에서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드는 이유는 자신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침범당해서다. 문화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거리는 대략 1미터가량이다. 이른바 ‘쩍벌남’이 못마땅한 것도 내 자리가 비좁아져서라기보다는 내 영역이 침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퍼스널 스페이스가 반드시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또한 거리가 멀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월드컵 거리 응원을 떠올려 보자. 공유감을 느낄 때 우리는 낯선 이들과 어깨를 걸기도 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한다. 요컨대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20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의 조사에서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으로 ‘전화벨이 울릴 때’(39.4%)가 2위에 올랐다. 신입사원이니 혹여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돼 그런 것이겠지만, 그 기저에는 다른 이유가 깔려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콜포비아(call phobia)’ 증후군을 겪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