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밑줄 긋기] 집착이 아름다운 이유

       나는 지난해 사내 행사로 진행됐던 ‘사일런트(Silent) 콘서트’ 포스터를 참 좋아한다. 관객들이 무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콘서트라 타이틀이 ‘사일런트 콘서트’. 나는 이 독특한 콘서트를 알리는 포스터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사일런트’라는 콘셉트에 주목했다. 그래서 보일 듯 말 듯 오선지를 그려 넣고는 살짝 바니시(광택) 작업만 추가했다. 이 포스터는 멀리서 보면 그냥 빈 종이처럼 보인다.   나는 과제가 주어지면 통상적으로 나와 있는 답안은 일단 제쳐 놓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설령 결국은 일반적 방법으로 ‘유턴’하게 될지라도 쉬운 방법을 향해 ‘직진’하지는 않는다. 유니크한 솔루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풀어내려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만의 ‘유레카’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커머셜 아트는 클라이언트라는 방정식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첫 직장을 얻었을 때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부에서는 다들 멋진 디자인이라고 좋아했지만, 정작 클라이언트가 시큰둥했던 것이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망각하고, 자신의 디자인에 도취됐기 때문이다. 커머셜 아트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는데 그걸 담아내지 못하는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디자인이면 뭐 하는가, 상대방이 찾는 대답이 아닌 것을. 그런데도 고집을 부린다면 그건 고집이 아니라 아집이다. 스타일에 함몰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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