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1. 14:00

지난 3월, 테슬라모터스는 모델 3을 발표하면서 단 3일 만에 2015년의 연매출을 초과 달성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모델 3의 출시를 예고하자마자 예약자가 밀려들었고, 스토어 앞에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최초의 흑자 전환 회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2년 내지 3년 후에 받아볼 수 있는 자동차에 선주문으로 매출 14조 원을 달성했으며, 현재 약 40조 원의 시가 총액을 기록 중인 테슬라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새로운 미디어의 특성 이용해 약점 극복

마케팅 업계가 테슬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테슬라가 기존의 유통 및 마케팅 방식을 파괴하고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경쟁력 있는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거대 광고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테슬라는 새로운 미디어, 즉 온라인 채널을 대항마로 선택했다. 모델 3의 론칭쇼는 테슬라 웹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됐으며, 최고 경영진들도 인터넷 네트워킹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이언맨의 모델로도 꼽히는 엘론 머스크 CEO는 트위터와 블로그 기고 등 활발한 온라인 브랜딩을 통해 팬층을 확보한 일등 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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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 론칭쇼. ⓒEvery Elon Musk Video(youtube.com) 

 

강해진 네트워크, 변화하는 미디어, 증가하는 데이터

온라인 네트워크를 프로모션 채널로, 판매 수단으로, 로열티 제고 방식으로 활용한 테슬라의 사례는 변화한 마케팅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든 고객과 기업이 연결될 수 있고, 기업은 콘텐츠 공급자와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한 인터랙션의 증가에 따라 데이터는 폭증하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네트워크(연결)’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고, 이를 잘 활용한 스타트업들(넷플릭스, 하우즈, 우버, 에어비앤비, 쿠팡)이 수조의 시가 총액을 호가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맺고, 제품·서비스·콘텐츠를 판매하며, 데이터를 모아 다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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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는 데이터에 기반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netflix.com 

예컨대 델과 애플은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판매 채널을 통한 소비자 구매 경험을 직접 관리하고, 소비자 데이터에 따라 웹사이트에서 적절한 프로모션을 집행한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동영상 콘텐츠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매 순간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용자가 어느 순간 동영상을 정지하는지, 언제 되감기와 빨리 감기를 실행하는지, 어느 시점에 체류 시간이 가장 긴지 등을 분석해 그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콘텐츠를 구비 및 제시한다. 사용자가 서비스 경험을 SNS 등에 게재하면서 서비스(UX) 자체가 미디어 및 콘텐츠가 된다. 이런 연결성 때문에 마케팅에서 기술이 맡는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다.

 

‘데이터 & 연결’의 시대, 마케팅과 기술을 결합

마케팅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인 ‘마테크(Martech, Marketing Technology)’는 마테크 전문가로 꼽히는 스콧 브링커(Scott Brinker)의 주도로 개최된 ‘마케팅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스콧 브링커는 마테크를 “고객과 접점을 형성해 마케팅의 목적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게 해 주는 기술 및 도구”로 정의한다.

디지털 전문가와 마케터들의 인터랙션이 늘어나고 마테크를 활용할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면서 ‘CMTO’라는 직무도 부상하게 됐다. CMO(Chief Marketing Officer)와 CTO(Chief Technology Officer)의 합성어인 CMTO는 마케팅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고, 설사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그를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마테크 업계에서도 이른바 GE가 정의한 ‘T자형 인재(통섭형 인재)’가 각광을 받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일반적인 상식과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조예를 겸비해, 서로 교차되는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CMTO로 양성하고 선정하려 한다. IT 담당자,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 시장 분석 담당자, 전자상거래 담당자,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담당자 등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마테크 전략을 세우는 것이 기업에 있어 필수 역량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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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피엔트니트로의 CMTO University ⓒsapientnitroblog.com

 

이메일에서 CRM까지 다각도로 팽창 중

마테크 산업 자체도 빠르고 폭넓게 팽창 중이다. 2014년 1월에는  약 940개의 기업이 마테크 기업으로 꼽혔으나, 2015년 1월에는 1870여 개 기업이 마테크 지도에 포함되게 됐다. 마테크 스타트업은 지난해 3분기에만 세계적으로 약 38억 달러(4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의 대표적 마테크 스타트업으로 손꼽히는 와이더플래닛과 IGA웍스는 각각 4000억 원 및 3000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후반기 IPO를 예상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며 구매 가능성이 높은 타깃 고객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마테크 회사들이 등장 중이다. 이들을 대략적으로 ①마케팅 경험, ②마케팅 집행, ③마케팅 플랫폼 및 기반 기술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오라클, IBM, 어도비 같은 거대 IT 회사들은 대개 이를 모두 포괄하는 클라우드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마테크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

스타트업의 성장도 빠르다. 마테크 스타트업의 ‘유니콘(Unicorn, 시가 총액 10억 달러 이상)’으로 프로젝트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슬랙(Slack)과 소셜 마테크 회사 스프링클러(Sprinklr)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바일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탭조이(Tapjoy), 플러리(Flurry)와 같은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데이터를 활용해 유저를 파악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걸쳐 타깃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어낼리틱스와 마케팅 기술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콘텐츠 관리 및 최적화를 지원하는 카포스트(Kapost)와 큐라타(Curata),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광고 집행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하는 블루카이(bluekai) 등이 마케터들의 눈을 끄는 회사들이다. 파운데이션캐피털과 마켓앤마켓을 비롯한 전문 기관들이 마테크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새로운 솔루션을 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시와 IT 기업의 활발한 움직임

급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을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마테크를 도입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IT 기업들도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일례로 오라클은 데이터 관리 플랫폼(DMP, Data Management Platform)을 보유한 블루카이를 2014년 약 46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2014년 오라클이 인수한 또 다른 기업인 데이터로직스(Datalogix), SAP가 인수한 씨와이(SeeWhy)와 IBM이 인수한 실버팝(Silverpop)도 DMP 기업으로서, 소비자 데이터에 기반해 효율적 마테크 솔루션을 제공코자 진행된 M&A로 평가된다. 전통적 에이전시들도 활발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WPP는 자체 미디어 플래닝 시스템을 보유한 스타트업 에센스(Essence)를 인수해 디지털 미디어 구매를 효율화하고자 한다. 퍼블리시스는 매장 경험 디자인에서부터 결제와 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커머스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익스피션트(Expicient)를 인수했다.

 

인수부터 협업까지, 마테크 포용 노력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WPP, JWT, 오길비, MDC 파트너스 등이 마테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합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WPP는 페이스북과의 협업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스냅챗 및 데일리메일과 함께 디지털 에이전시 ‘Truffle Pig’를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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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PP의 합작 프로젝트로 탄생한 트러플 피그. ⓒtrufflepig.farm 

TV 리서치 회사인 렌탁(Rentak)은 모바일 애드테크 회사 밀레니얼 미디어(Milenniel Media)와의 협업을 통해 2500만 TV 시청 가구와 6만 5000개의 앱 네트워크를 결합, TV와 모바일에 걸친 크로스 디바이스 마케팅(Cross-device Marketing)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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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3분기 마테크 스타트업 투자 유치 현황. ⓒVB Insight

소비자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스타벅스가 애플, 우버, KT, 듀라셀 등 다방면으로 파트너십을 맺어 데이터를 확보하고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올 수 있었듯이, 마케팅 에이전시들도 보다 다양한 회사들과 여러 방면으로 협업해 마테크 역량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마테크를 어떻게 포용해 나갈지, 마테크 기업들과 어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에이전시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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