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5. 10:00

올 6월, 프랑스 칸에서 8일 동안 열렸던 2016 칸 국제광고제에 대해 BBH의 창업자 존 헤가티(John Hegarty)는 “인공지능, 웨어러블, 가상현실 기술이 칸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칸 국제광고제에는 총 24개 부문에 4만 3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돼 역대 최다 작품 수를 기록했다. 그중에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캠페인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랑프리도 다수 가져갔다.

빅스텝1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고업계에서는 테크놀로지를 크리에이티브와 대척점에 놓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테크놀로지가 먼저냐, 크리에이티브가 먼저냐” 같은 질문은 이제 해묵은 논점이 돼버렸다. 테크놀로지는 크리에이티브에 새로운 기회를, 크리에이티브는 테크놀로지에 새로운 가치를 주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칸 국제광고제에서도 이런 흐름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인공지능, 가상현실, 웨어러블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미래 기술을 적용한 캠페인들이 다양한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인공지능: Google DeepMind AlphaGo

올해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인공지능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를 들썩였던 알파고 열풍은 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알파고는 “기술의 미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개별 출품작 중에서 가장 돋보였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인간의 지성을 이긴 획기적 사건이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를 가져갔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는 바둑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이세돌 9단과 다섯 차례 대국을 벌인 끝에 4:1로 승리했다. 알파고의 승리는 창의성과의 결합을 통해 앞으로 더 발전하게 될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창조적 혁신, 그것이 바로 칸이 알파고에 그랑프리를 수여한 이유였다.

· Lions Innovation 〉 Innovation 부문 그랑프리

▲ ⓒHype5ch

 

가상현실: The Displaced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5년 11월 7일 정기구독자들에게 무료로 구글 카드보드를 보내줬다. 그리고 다음 날 「The Displaced」라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했다. 구글 카드보드로 이 영상을 감상한 정기구독자들은 크게 감동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난민의 삶을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구글, GE와 함께 진행한 가상현실 캠페인 「The Displaced」는 “가상현실은 크리에이티브에 있어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뒤엎은 캠페인이다. 가상현실 기술로 제작된 이 영상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공감과 흥분을 일으켰다”, “오랜 역사를 지닌 올드미디어 뉴욕타임스가 독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두 개나 받았다. 「The Displaced」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생생한 스토리텔링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으며, 한층 발전된 VR 저널리즘을 보여줬다.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 Cannes Lions 〉 Mobile 부문 그랑프리
· Lions Entertainment 〉 Entertainment 부문 그랑프리, 실버 2

▲ ⓒHype5ch

 

데이터: The Next Rembrandt

「The Next Rembrandt」 캠페인은 보험회사 ING의 혁신적 모습을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이 캠페인은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을 재현해냈는데, 단순히 기존 작품을 모방한 게 아니라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 화제를 모았다. 데이터 분석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미술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해 무려 18개월이나 걸린 이 작품은 데이터와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티브가 결합하면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The Next Rembrandt」는 렘브란트의 기존 작품 346점의 화풍과 붓 터치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물감의 두께와 질감 등 그림 한 폭 한 폭에 담긴 방대한 데이터와 안면인식 기술을 통한 데이터가 결합했으며, 이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새로운 초상화를 ‘창조’했다. 사이버와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에서 각각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데이터를 크리에이티브하게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Cannes Lions 〉 Cyber 부문 그랑프리, 실버
· Lions Innovation 〉 Creative Data 부문 그랑프리, 실버 2, 브론즈
· Cannes Lions 〉 Direct 부문 실버
· Cannes Lions 〉 Promo 부문 실버
· Cannes Lions 〉 Design 부문 실버
· Cannes Lions 〉 Digital Craft 부문 골드, 브론즈 2
· Cannes Lions 〉 Outdoor 부문 골드 2
· Lions Innovation 〉 Innovation Lion
· Lions Entertainment 〉 Entertainment 부문 브론즈

ⓒ The Next Rembrandt

 

웨어러블: Samsung Blind Cap

제일기획 스페인법인이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Samsung Blind Cap」 캠페인 또한 기술이 크리에이티브와 만나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줬다. 블라인드 캡은 웨어러블과 블루투스 기술을 결합한 수영 모자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가 시각장애 수영 선수들의 연습 환경을 개선하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개발했다.

「Samsung Blind Cap」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기존에는 코치가 긴 막대로 쳐서 시각장애 선수들에게 턴해야 하는 시점을 알려줬다. 블라인드 캡은 이러한 상황을 크게 개선시켰다. 코치가 갤럭시 기어 S2를 이용해 턴해야 할 시점에 신호를 주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수영 모자에 진동이 전해지고, 선수들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턴 동작을 할 수 있다. 약 60년 동안 개선하지 못했던 스포츠 관행이 모바일 기술을 통해 한순간 바뀐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이 캠페인은 광고마케팅 업계는 물론 체육계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칸 국제광고제에서 모바일 부문 금상과 디자인 부문 동상을 받았다.

· Cannes Lions 〉 Mobile 부문 골드
· Cannes Lions 〉 Design 부문 브론즈

ⓒSamsung España

 

기술을 통한 소통: The Swedish Number

「The Swedish Number」는 스웨덴 관광협회가 ‘검열법’ 폐지 250주년을 맞아 스웨덴 언론의 자유를 기리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스웨덴 관광협회는 올해 4월 스웨덴에 대해 궁금한 외국인이 스웨덴 국민과 통화해 직접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하나 개설했다. 전 세계 누구라도 ‘+46 771 793 336’이라는 전화번호를 누르면 랜덤으로 스웨덴인과 연결돼 통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큰 호응을 받았으며, 유튜브에는 직접 전화를 시도해본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이 계속 업로드됐다.

이 캠페인에서 전 세계인이 스웨덴 국민과 만나게 되는 접점은 모바일 플랫폼이나 온라인 사이트가 아니라 ‘전화’였다. 직접 통화하면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The Swedish Number」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혁신적이고 대담한 크리에이티브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런 부분이 큰 점수를 받아 다이렉트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 Cannes Lions 〉 Direct 부문 그랑프리, 실버 2
· Cannes Lions 〉 Promo & Activation 부문 실버
· Cannes Lions 〉 PR 부문 골드, 실버
· Cannes Lions 〉 Cyber 부문 골드
· Cannes Lions 〉 Media 부문 실버
· Cannes Lions 〉 Mobile 부문 골드, 브론즈 2
· Cannes Lions 〉 Titanium Lion
· Lions Entertainment 〉 Entertainment 부문 실버

ⓒstfturist

 

2017년? 인간을 향한 테크놀로지!

우리는 지금 현실을 넘어서는 현실,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진보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매일 놀라워한다. 하지만 인간이 소외된 테크놀로지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올해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을 통해서 알 수 있듯 테크놀로지가 크리에이티브와 만나는 접점에는 ‘경험의 가치’가 내재해있다. 뛰어난 테크놀로지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데 그치는 캠페인보다 테크놀로지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느냐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이 더 주목받는다.

빅스텝2

또한 최첨단 테크놀로지만 크리에이티브와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The Next Rembrandt」와 함께 사이버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Justino」는 기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마네킹 회사의 야간 경비원이 로또복권에 당첨된 덕분에 외롭지 않게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캠페인이다.

평범하고 간단한 기술이지만 사회에 기여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면 얼마든지 빛을 발할 수 있다. 2017년에도 이러한 기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기술이 아닌 ‘아름다운’ 기술,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크리에이티브가 우리에게 한차원 확대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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