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5. 10:00

최근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의 1/4을 넘어서며,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식문화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식품 업체들은 발 빠르게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연 그런 상품들의 효용성은 얼마나 될까? 제일기획 패널 중 1인 가구 217명의 최근 4개월간 검색 행동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숨은 니즈를 조명해봤다.

1

 

혼밥을 혼자 먹고 싶을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식당에서 혼자 밥 먹고 있는 사람은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흔해질 정도로 홀로 식당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심지어 이들 혼밥족을 타깃으로 한 1인 식당과 1인 술집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혼밥을 즐기면서 먹고 있는 것일까? 1인 가구의 검색 키워드를 살펴보면 ‘소셜 다이닝’, ‘밥 먹을 때 같이 있어주기’ 등 함께하는 식사와 관련된 것들이 29%로, ‘혼자 밥’, ‘혼자 가기 좋은 술집’ 등의 검색 비율 9%보다 3배나 더 많았다. 또한 SNS에서 식사와 관련된 해시태그 #혼밥, #먹스타그램과 주로 함께 등장하는 해시태그가 바로 #소통이다.

검색 키워드만을 보면, 혼밥은 주어진 환경에 맞춘 선택이지 1인 가구 스스로가 원하는 문화는 아닌 듯하다. 1인 가구는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쿨한’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식사 시간만큼은 누군가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게 아닐까?

2

 

대충 한 끼니까 더 제대로?

1인 가구는 보통 아침 식사는 건너뛰고, 점심과 저녁도 불규칙적으로 대충 때우기 일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허겁지겁 때우는 끼니를 원하고 있을까? 놀라운 사실은 1인 가구의 식문화 관련 검색 키워드 중 레시피나 요리법에 대한 검색 비중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배달음식 21%, HMR 23%). 다시 말하면 이들 역시 집에서 직접 하는 요리에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또한 전체 레시피 검색어 중 ‘나물 맛있게 만드는 법’과 같이 ‘맛과 레시피’ 관련 검색어(49.9%)가 가장 많았다. 식기/요리 기구 검색어 중에서는 ‘디자인 브랜드’나 ‘그라탕 그릇’과 같이 차림새, 즉 플레이팅과 관련한 키워드의 비중이 47.5%로 가장 높았다. 1인 가구가 식사를 할 때 의외로 ‘맛’과 ‘모양새’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 가구는 바쁜 일상에 때를 놓친 끼니를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 아마 그들은 매 끼니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끼 식사라도 자신을 위해 더 예쁘게, 더 맛있게 잘 차려 먹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3

 

건강한 인스턴트를 찾아라?

편의점 도시락, 햄버거와 레토르트는 1인 살림을 위한 기본적인 아이템들이다. ‘맥세권(맥도날드 배달 가능 지역)’을 따질 정도로 패스트푸드와 간편식의 인기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건강한 식사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제일기획 소비자 조사 결과 1인 가구 중 31%가 “먹거리 파동 등 식품 안전을 우려해 가능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식료품 구매 시 원료명과 첨가물을 꼼꼼히 따져 보는 1인 가구의 비율은 41%로 2인 이상 가구 40%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1인 가구 중에서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건강한 음식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가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건강한 식사에 대한 욕구는 주말농장과 유기농 재료의 인기, 오늘날 집밥 열풍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이 지금까지 1인 가구에게 필요한 편리함을 주었다면 이제는 건강도 고려하는 인스턴트 식품을 고려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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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봉족도 번들구매를 한다?

1인분 찌개 재료나 사과 한 개 등 1인 한 끼를 위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알봉족(낱개 포장된 식료품을 이용하는 새로운 소비층)’이라 일컫는다. 소포장 제품은 가격은 비싸지만 음식물의 낭비를 막으면서도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특히 1인 가구에게 인기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식료품 구매를 위해 소량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편의점을 이용하는 비율은 1인 가구가 2인 이상 가구 대비 약 3.9배 정도 높다. 더불어 온라인 채널을 통한 구매 역시 약 1.7배 높다. 하지만 알봉족이라고 해서 매일 낱개로 물건을 사는 것은 아닌 듯하다. 1인 가구의 온라인 마켓 검색 키워드 중 장기 보관이 용이한 가공/냉동 식품부터 신선 식품인 과일까지 번들 또는 박스 단위의 대용량 식품 검색어 비중이 53%에 달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도 필요에 따라 온라인을 통해 대용량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알봉족이라고 무조건 비싸고 편리한 낱개 제품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음식물이 낭비되지 않는다면, 그들도 당연히 가성비를 따지는 똑똑한 소비자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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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과 사람들의 욕구는 다르다!

『소비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세틀과 패멀라 알렉 교수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사회적 상황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알고, 이에 따라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때 소비된 재화는 그들의 진짜 욕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기에 사용된 ‘소도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욕구가 일치하지 않는 순간들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유명 커피전문점인의 ‘스모어 프라푸치노’를 들 수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2030 여성의 몸매 관리에 대한 관심은 급증한다. 이는 셀프 트레이닝, 다이어트 식단 등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는 그들의 SNS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칼로리에 신경 쓰고 영양 구성을 따지면서 식단을 조절하지만, 그들에게도 달달한 음식과 폭식에 대한 일탈 욕구가 숨어있다. 이들은 커피전문점에 가서 900칼로리가 넘는 ‘악마의 음료’를 커스터마이징해 마시면서 SNS로 인증하기 시작했다. 이 커피전문점은 그 현상 속에서 초고칼로리에 대한 일탈 욕구를 읽고 마시멜로우 크림, 초콜릿 칩과 시럽이 잔뜩 들어간 ‘스모어(S’more) 프라푸치노’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출시하자마자 젊은 고객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 다른 국가에서도 잇따라 출시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인 가구의 식생활은 혼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해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한 것이지, 그들의 진짜 욕구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1인 가구 먹거리 산업에서 누가 빨리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는가가 더 큰 성공의 관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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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dman says:

    항상 좋은 정보와 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광고에 관심이 많은 학생인데 매일매일 배워가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 제일기획 says:

      안녕하세요~ 제일기획 매거진에 대한 관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주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