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10:00

MIT는 매년 3월마다 격월지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10대 유망 기술(Breakthrough Technologies)을 선정한다. IT 전문 기관 가트너가 매년 10월 선정하는 전략 기술과 마찬가지로 업계에서 무게감을 가지며, 기술의 발전 속도나 활용성에 대해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올해 선정된 유망 기술 중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결제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MIT 선정 혁신 기술, ‘얼굴 인식’에 대한 관심

MIT의 10대 유망 기술은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가 주된 선정 기준이다.올해는 머신러닝보다 진보한 개념의 ‘강화된 머신러닝’, 시중의 카메라로 언제 어디서든 촬영할 수 있게 된 ‘360 셀피’ 등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얼굴 인식을 활용한 결제 기술이 함께 선정됐다. 퀀텀컴퓨터, 인간세포지도 등 여타 유망 기술에 비해 상당히 고도화된 이 기술을 선정한 이유는 최근 바이두나 알리바바 등이 보여 준 행보 때문인 듯하다. 이미 두 회사는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를 포함한 여러 B2C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 MIT 전략 기술에 선정된 얼굴 인식 기술 ©technologyreview.com

얼굴 인식 기술은 원래 보안용 솔루션으로 관심을 받아 왔고, 얼마 전 삼성이 공개한 갤럭시 S8도 사용자의 얼굴로 화면 잠금을 해제할 수 있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8에 유사한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소문도 계속되고 있다. 애플이 올해 2월 얼굴 인식 기술 보유 스타트업 리얼페이스(Realface)를 인수한 데다가 얼굴 인식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에 대해 특허 출원까지 마쳤기 때문.

▲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리얼페이스의 사진 앱 ‘피키즈’ ©trustedreviews.com

 

앞서 나가는 바이두, 경쟁하는 알리바바

그러나 현재 얼굴 인식 분야의 최전방에 서 있는 회사로 바이두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리옌훙 회장은 “국가적 차원의 인공지능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찌감치 딥러닝을 활용한 얼굴 인식 기술에 관심을 표해 왔다. 일례로 작년 12월 바이두는 중국 KFC와 협력,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메뉴를 추천하는 스마트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키오스크 앞에 선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연령, 성별, 기분 등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메뉴, 예컨대 20대 남성에게는 치킨 버거, 50대 여성에게는 두유를 추천하는 식이다.

▲ 바이두와 KFC가 만든 얼굴 인식 키오스크 ⒸRuptly TV

리옌홍 회장이 인공지능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도 고객의 관심사, 선호도, 구매 내역 등을 자동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Customized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으로, 이미 작년 4월 바이두와 KFC는 로봇이 맞춤형으로 메뉴를 추천하는 매장 ‘오리지널플러스’를 열기도 했다.

▲ 바이두의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매장 오리지널플러스 ©usknews.com

알리바바 역시 얼굴 인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알리페이와 관련해 사용자가 얼굴로 인증을 마치고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알리바바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북경의 스타트업 멕비는 작년 12월 1억 달러 이상 투자를 받기도 했다. 눈썹 간격이나 광대뼈의 돌출 정도 등 90개 이상의 특징점을 활용해 얼굴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안전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였다.

멕비는 차량 공유 서비스사 ‘디디다처’에도 얼굴 인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서, 고객은 운전자가 합법적으로 면허를 발급 받은 사람인지 얼굴 인식 앱을 활용,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시장에서 활발히 경쟁하는 가운데 단지 보안 기술로서뿐만 아니라 고객을 특정 짓고 맞춤형 콘텐츠를 전송하는 고객관리 기술로 그 활용 범위가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 멕비 솔루션을 활용한 난징의 ATM ©chinadaily.com

 

기술의 고도화로 정교한 타깃팅 가능

“적절한 콘텐츠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맞춤형 서비스 전략이 대세인 만큼, 바이두의 KFC 키오스크와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테스코도 얼굴 인식 사이니지를 설치, 계산대 앞에 선 고객의 연령과 성별에 맞춰 광고를 송출한 사례가 있다.

한편 아동복지재단 플랜UK는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콘텐츠를 보여주는 사이니지 캠페인을 진행했고, 광고회사 레드페퍼는 음식점이나 술집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한 후 페이스북 프로필과 연계, 그의 연령이나 선호에 가장 어울리는 쿠폰을 전송하도록 했다.

▲ 플랜UK의 공익 캠페인 ⒸTNR Press Association

▲ 레드페퍼의 솔루션 ‘페이스딜’ ⒸErich Radstake

다만 레드페퍼 같은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수 리테일 매장은 이른바 VIP 고객층에 한정해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하는 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카메라가 자동으로 그를 인식하고, 점원이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고객의 선호를 반영한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미 2015년을 전후로 플레이어들 간 경쟁이 가속화됐고, 구글 ‘페이스넷’은 99.9%, 페이스북 ‘딥페이스’는 97.5%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올해 애플이 출원한 특허 또한 사용자가 움직일 때도 얼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로, 홍채 인식이나 지문 인식처럼 고객을 특정한 개인으로 인식하고 오직 그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해졌다. 기존의 고객 체크인 솔루션에 사용되던 QR코드, RFID 등과 달리 소비자가 별도의 인증 행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가 고객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할 듯하다.

 

‘소름끼치는’ 광고와 피할 수 없는 논란

그러나 이처럼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고객의 동의를 받을 것인지, 또는 고객의 동선을 끊지 않고 ‘몰래(Surreptitiously)’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도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얼마나 정확히 개인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신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의 경험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감을 표시하는 입장도 있다.

▲ 테스코의 안면 인식 사이니지 ©huffingtonpost.com

일본에서는 자판기 제조사 후지타카가 2011년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테스코에 기술을 공급했던 암스크린도 “성별과 연령대를 분석할 뿐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러시아의 얼굴 인식 앱 ‘파인드페이스’가 사진 속 특정인을 파악하고 그의 소셜 프로필과 매칭시키는 것을 보면, 확실히 개인화 마케팅 제공사 리치렐러번스(RichRelevance)의 조사 결과대로 ‘소름끼치는(Creepy)’ 면이 있다.

영국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객들은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앱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받는 데는 만족한 반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차별화된 쿠폰을 제공받거나 점원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데는 거부감을 느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및 마케팅에 대해 일종의 ‘빅브라더(Big-brotherish)’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즐거움을 이끌어 내는 인터랙션 방식으로 활용

맞춤형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 고객의 편리함과 만족감을 강화하며 ‘즐거운 경험(Hedonic Experience)’을 제공하는 데 있는 만큼, 얼굴 인식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화 마케팅의 가능성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고객이 그에 대해 어떤 감정적 반응을 보일 것인지 점진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할 듯하다.

스타벅스나 스프루스처럼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 매장으로 확실히 포지셔닝을 마친 사례도 있지만, 개인을 특정 짓기 이전에 그에게 ‘더 큰 즐거움과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우선 고려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도위 에흐베르츠의 얼굴 인식 커피머신 ⒸDouweEgbertsSA

네덜란드 커피회사 도위 에흐베르츠(Douwe Egberts)가 탐보 국제공항에 설치했던 커피머신이 그 예로, 하품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짜 커피를 제공하며 바이럴을 불러일으켰다. 여성 및 아동인권단체 위민스 에이드(Women’s Aid)는 쳐다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스크린 속 모델의 흉터가 옅어지는 콘텐츠를 만들었고, 나이키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는 운동화를 보여 주며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 위민스 에이드의 얼굴 인식 기술 활용 캠페인 ©adweek.com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할 경우, 분명 보안이나 체크인 솔루션으로서뿐만 아니라 오직 특정한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 별도의 인식 장치 없이 일반적인 카메라로 고객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해 그의 감정 상태를 읽고 알맞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큐레이션이나 온디맨드형 비즈니스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고객과 브랜드 간 연결성이 강화되고 고객의 데이터가 방대하게 축적되면서, 브랜드가 IoT 환경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편의를 제고하는 방향의 비즈니스를 계속 고민한 덕분이다. MIT는 얼굴 인식 기술이 미래의 새로운 인터랙션 방식으로, 일련의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보고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이 가진 잠재성에 주목해, 고객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로 원하는지 고려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할 필요성이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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