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3. 10:00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를 바꿨다. 그중에는 기업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정보의 비대칭을 역전시킨 것도 포함된다. SNS에 친숙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 3.0 세대들은 지금 뉴프로페셔널리즘의 기치를 높이 올리고 있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호감이나 충성도를 높이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매스미디어에서 SNS로: 소비자가 주도권을 잡다

오랫동안 기업은 자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 주로 대중매체를 활용한 매스마케팅에 의존해 왔다. 기업과 더불어 시장의 또 다른 축인 소비자들이 구매와 관련된 정보의 비대칭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정보 체계가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정보량과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벗어나 구매자인 자신에게 더 흡족한 결정에 대한 욕구가 커지게 됐다. 이처럼 늘어난 정보는 기업과 제품에 대한 팩트 체크로 이어지고, 그럴수록 기업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소비자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높여주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 역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기에 장기적으로 이런 방법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불신을 해소시키는 체험 마케팅을 병행하게 된다. 특히 체험 마케팅은 일방적 정보가 아닌 소비자들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만족도나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등 소비자의 심리적인 면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향기 마케팅이나 컬러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가 많은 이유다.

매스미디어가 개인화된 스마트폰에 정보 채널의 바통을 넘기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 들어 소비자들의 소비 행동에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기업과 소비자 간 정보 공유에 대한 패러다임을 말한다. 스마트폰은 기존 인터넷보다 높은 이동성으로 인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결국 그동안 기업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정보 비대칭 구도가 완벽히 깨지는 계기를 가져왔다.

매장에서 제품을 고르는 상황에서도 소비자는 비교 견적을 받아볼 수 있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한 유통 채널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다. 기업이나 판매원도 모르는 정보까지 소비자기 속속 알게 됨으로써 이제는 역으로 소비자가 주도하는 정보 비대칭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이런 환경을 반영한 대표적 쇼핑 행태가 ‘쇼루밍(Showrooming)’으로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살펴본 후 집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기업은 무관심했던 온라인 쇼핑을 기존의 오프라인과 결합하는 선에서 소비자를 잡으려고 할뿐이다. 하지만 SNS나 인터넷의 영향력을 인지한 기업은 전문가 혹은 유명인을 내세운 블로그나 댓글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성향의 블로그에 불신하게 되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기업이 직접 던지는 메시지보다는 전문가가 쓴 칼럼이나 유명 블로그의 수많은 댓글에 영향을 더 받게 된 것이다. 어쨌든 구매 정보는 기업보다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게 됐다.

 

뉴프로페셔널리즘의 등장: 결정은 내가 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소비자 리뷰’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제품 구매 시 항상 소비자 리뷰를 확인한다”는 응답이 무려 78.6%에 이르렀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기업도, 판매원도, 유명 블로그도 아닌 얼굴도 모르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다.

이런 소비 심리 속에는 일단(一團)의 전문가 집단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자리하고 있다. 굵직한 사회적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결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 소비자들에게 ‘전문가 권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특정 대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백과사전식 정보 검색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정보를 스스로 찾는 동시에 ‘정보의 진위 여부’도 직접적으로 판단하면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소비에서도 전문가의 권위에 대한 의존성에서 탈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상품 구매를 결정할 때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찾아본 정보를 근거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전문가가 아닌 내 이웃인 소비자의 상품평을 찾아보고, 이를 구매에 필요한 정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다. 이런 부류의 소비자에게서 뉴프로페셔널리즘을 찾게 된다. 전문가보다는 ‘나’를 더 믿는 소비자 유형이다.

신 소비자 트렌드인 뉴프로페셔널리즘을 인식하고 마케팅에 접목한 사례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진행하고 있는 모바일 설문 ‘마이 스타벅스 리뷰’가 있다. 마이 스타벅스 리뷰는 스타벅스의 모바일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통해 주문, 결제하는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모바일 설문 조사 프로그램이다.

눈여겨볼 일은 스타벅스가 고객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운영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스타벅스는 뉴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소비자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타벅스는 ‘마이 스타벅스 리뷰’를 통해 상시로 소비자 설문조사를 하고 이 결과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istarbucks.co.kr

 

뉴프로페셔널리즘은 소비자 충성도 향상에 효과적

기업의 일방적인 목소리도, 권위를 의심받게 된 전문가 의견도, 상업적 의도의 블로그나 댓글 추천도 소비자를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단순 구매자 역할을 넘어 제품 제작에 깊이 관여하는 프로슈머로 소비자를 격상시키고 있다. 이런 추세는 SNS 같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에 기인하며, 뉴프로페셔널리즘을 반영한 이런 유형의 마케팅은 식음료업계에서 품귀 현상이나 완판 행진을 펼치며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코카-콜라 리본 패키지’ 사례는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 먼저 출시돼 리본을 제작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후 여행을 통해 실물을 접한 많은 해외 여행객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입소문을 탄 경우다.

코카-콜라의 리본 패키지 캠페인 영상. ⓒCoca-Cola Korea

뿐만 아니라 소비자 요청으로 이미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또 고객들의 구체적인 서비스나 메뉴 개발 요청을 반영한 사례도 있다. 롯데제과는 오리지널 수박바를 리뉴얼하면서 소비자들이 초록색 부분을 상대적으로 많은 빨간색보다 더 맛있게 느낀다는 점을 인지하고 초록색의 비중을 늘렸다. 또 오리온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다이제, 양을 늘린 자일리톨 등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제품을 새로 출시해 효과를 봤다. 33년간 10억 개가 판매됐다는 팔도 비빔면은 “1개 용량은 적고, 2개는 많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동일한 가격대로 비빔면 용량을 20% 늘리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롯데제과가 지난해 출시했던 거꾸로 수박바. ⓒ롯데제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현지화 작업이 늘어난 계기도 뉴프로페셔널리즘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 주방용품 휘슬러는 “손잡이가 자주 탄다”, “전골을 만들 때 국물이 넘친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해 손잡이는 길고 높이는 높게 제작하도록 제품을 수정했다.

더 나아가 특정 리미티드 에디션을 국내에만 내놓거나 불만과 개선점을 적극 반영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신생아 의류로 잘 알려진 미국 브랜드 키시키시는 민감하고 연약한 아기 피부에 라벨이 직접 닿게 되면 자극적이라는 한국 엄마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 상세 정보가 담긴 라벨의 위치를 의류 바깥쪽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결국 뉴프로페셔널리즘은 기업이 소비자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소통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강화해 주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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