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브랜딩,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다 | 제일기획 블로그
2018.06.05. 10:00

필립 코틀러는 소비자의 최종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이 쇼핑 공간에서의 체험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자신이 어떤 물건을 구매할지를 미리 생각하고 매장에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은 현장의 감정과 기분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체류 시간을 높이는 클러스터 효과

이제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즐기고 체험하기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닐슨 코리아의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여전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즐거운 경험이라고 답했다.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러 오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눈길을 멈추고 발길을 돌리게 할 놀이와 여가를 즐기는 경험 공간으로서 매장의 기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체험 공간으로서의 매장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곳은 스타필드이다. 마치 테마파크처럼 콘셉트와 주제를 가지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복합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상업 공간의 가장 핵심 위치에 별마당 도서관을 조성했다. 이곳에는 색다른 도서관 경험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책도 보고 쇼핑을 한다.

▲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 Ⓒstarfield.co.kr

이러한 공간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오래 머물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일종의 클러스터 효과로서 단순히 쇼핑을 하기 위해 몰에 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놀러 왔다 쇼핑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한편 관련 시설들이 결합되면서 고객 만족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오감 자극, 공감각적 체험의 확장

감각과 감성을 일깨우는 체험 공간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오감 중에서도 비교적 덜 주목돼 있던 감각인 후각은 더욱 예민하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후각은 기억과 밀접한 감각 기관으로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맛이 일깨우는 기억의 양보다 냄새에 의한 기억의 양과 지속력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에 의해 감성적인 추억이 연상된다는 프루스트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호텔이나 항공사는 소비자의 기억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이러한 향기를 이용해 왔다. 싱가포르 항공은 유명 향수 업체의 도움을 받아 ‘스테판 플로리디안 워터스’라는 향을 기획, 제작했다. 싱가포르 항공만의 독특한 향기는 승무원들에게도, 기내의 수건에도 뿌려졌으며 항공기 내부 공간 전체에 퍼져나간 향기는 싱가포르 항공만의 독특한 트레이드 마트가 됐다. 브랜드 공간을 특징 짓는 시그니처 향기는 고객들의 체험과 결합되면서 브랜드의 개성을 결정짓는 효과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 자동차를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디지털. Ⓒhyundai.com

체험의 차원은 디지털 쇼룸을 통해 감각의 요소들이 결합되는 공감각적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는 자동차 없이 자동차를 경험하는 디지털 공간을 조성했다. 대형 스크린과 개인 터치 모니터를 통해 색상, 옵션 등 2만 6000여 가지의 조합으로 자기만의 자동차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했고, 자동차의 입체 이미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3D Wall에서는 실제 자동차가 없어도 자동차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아자동차는 ‘비트 360’에서 세계 최초로 매개현실(MR) 홀로렌즈 기술을 활용해 차량의 특장점을 설명하는 디지털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매장 공간에 결합되면서 고객 체험의 차원을 끌어올리고 있다.

 

체험 공간의 전문성 강화

일반적으로 체험 마케팅이라고 하면 심미적인 디자인과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만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지프 파인 주니어와 제임스 길모어는 체험경제이론을 통해 경험 공간의 교육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번 슈미트 교수도 그의 저서 『체험마케팅』에서 체험의 지성적 요소를 강조한다.

공간의 교육적 차원, 즉 고객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간에 전문성을 더하는 스페이스 큐레이션은 체험 마케팅에서 우리가 간과해 왔던 중요한 특성이다. 무조건 첨단 기능이나 감성적 디자인 요소만 도입한다고 해서 스페이스 브랜딩이 성공할 수는 없다. 고객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저격하는 전문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라이프스타일과 취미가 다양화되면서 공간에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전문성이 강화된 취향 중심의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스페이스 브랜딩의 사례로 꼽힌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이어 쿠킹 라이브러리까지 오픈하며 스페이스 브랜딩을 확장하고 있다.

▲ 전문성 강화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츠타야 서점. Ⓒko.wikipedia.org

일본의 서점 체인점 츠타야는 라이프스타일 서점을 표방한다. 문학, 여행, 건축, 음식, 자동차, 음악 등 6개 분야로 테마를 한정해 각각의 분야를 전공한 사람 30명을 뽑아 ‘북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손님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고 먼저 읽어본 소감이나 견해를 들려준다. 전문적인 식견이 결합된 경험 제공이 고객 체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침구 전문 기업인 이브자리도 전문성을 강화한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 수면 전문 체험 컨설팅 매장인 ‘슬립앤슬립’에서는 단계적 전문 컨설팅 교육 과정을 이수한 수면 전문가인 슬립 코디네이터가 있어서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 및 체험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자신에게 맞는 베개, 타퍼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현장 매장에서의 영업이 단순 판매에 그치는 것을 넘어서 종합 세일즈 컨설턴트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고 고객 체험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체험 공간의 경계 확장

기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체험 공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고 확장돼 나타난다.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로서란트(grocerant)’ 마켓을 속속 개장하고 있다. 이는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로서 매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서 바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정육 매장에서는 쇠고기를 구입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스테이크를 굽고, 해산물 코너에서는 바로 랍스터를 골라 즉석에서 조리해 준다. 기존 시장의 포화로 인한 한계 극복을 위해 대형마트에서는 체험 요소를 결합해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 국내 최초로 그로서란트 콘셉트를 선보인 고메이494. Ⓒhanwhagalleria.co.kr

브랜드의 정체성을 물리적, 공간적으로 확장하는 사례로서 하이네켄을 들 수 있다. 이 브랜드는 스페이스 브랜딩을 매장을 넘어서 본사 건물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본사 건물은 사무실이라기보다는 펍이나 클럽 같은 느낌을 준다. 본사 엘리베이터홀은 하이네켄의 병이 연상되는 초록색으로 꾸미고, 엘리베이터 표시등까지 하이네켄의 별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일관되게 만들어 확장하고 있다.

하이네켄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체험 공간을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확장한다. 2017년에도 ‘위대한 여정’이라는 메인 테마를 내걸고 하룻밤에 5개의 무대에서 특별한 5가지의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관객 참여형 요소들을 공연 곳곳에 배치해서 고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브랜드 매장에만 머무는 공간 마케팅의 외연이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편의점도 이제는 단순한 물건 판매 공간에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CU 덕성여대 학생회관점은 여대생들의 니즈를 반영해서 점포 안에 파우더룸과 탈의실을 갖춘 매장을 운영하고, CU 동숭아트점은 편의점 공간에 쏘카존을 도입해 쉽고 빠르게 차량 렌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마트24는 충무로에 국내 최초로 3층 편의점을 개장했다. 50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고 다트가 설치돼 있으며 루프탑에서는 카페 못지 않은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편의점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계를 깨뜨리며 체험의 차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기반 회사들은 이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을 브랜드 체험의 중요한 접점으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북스’를 함께 운영한다. 아마존북스는 미국에서 가장 중심가에 매장을 입점해 책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매장 내 상당 부분을 디지털 전시관으로 만들어 킨들, 아마존파이어, 아마존 에코 등 자사의 다양한 디지털 문화를 고객이 매장에서 여유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고음질 음원 및 콘텐츠를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멜론 하이파이 플레이스. Ⓒmelon.com

온라인 음악 사이트 멜론도 ‘멜론 하이파이 플레이스’를 압구정로에 개장했다. 이곳에서 고객들이 별도의 방문 절차 없이 고품질의 음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전문가의 음악 감상회, 쇼케이스 등을 개최하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다가올 미래를 경험이 주축이 되는 시대로 규정했다. 경제 규모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기보다는 더 풍부한 경험을 더 많이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좋은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누가 만들 것이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기술력이 상승하고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브랜드가 갖고 있는 콘셉트, 철학, 스토리에서 차별화가 발생한다. 제품 그 자체보다는 미술관 같은 매장, 독특한 콘셉트 스토어, 취미 생활을 지원하는 전문화된 공간을 통해 고객들에게 참신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트렌드코리아 2017』, 『트렌드코리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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