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사람들의 눈에 띄게 걸거나 붙이는 표지를 말합니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독특한 모양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역할을 하는데요. 한때 가게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소품으로 여겨지곤 했죠. 최근 간판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간판을 아예 만들지 않는 가게들이 등장한 건데요. 일명 ‘간판 없는 가게’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SNS가 발달하면서 소비자가 취향에 맞는 가게를 직접 검색하고, 위치와 관계 없이 지도앱을 활용해 찾아가는 현상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간판 없는 가게’라는 콘셉트에 대한 호기심과 맛, 그리고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 주목받고 있습니다.
#1 디저트를 즐기는 조용한 시간, ‘미완성식탁’
망원동 골목의 빼곡한 주택 사이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디저트 카페 ‘미완성식탁’인데요. 간판을 포함해 인테리어가 전혀 없는 외관 탓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습니다. 문 앞에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라고 적힌 칠판이 놓여 있을 뿐이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체적으로 나무 소재가 사용된 내부 인테리어는 차분한 느낌을 주는데요. 네다섯 개쯤 되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는 일렬로 앉아 한 방향을 바라봅니다. 여기에는 손님들이 오롯이 디저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미완성 식탁의 배려가 담겼죠. 특히 이곳은 주인이 직접 선보이는 디저트로 유명한데요. 매월 색다른 디저트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그 비주얼과 맛에 대한 소문이 자자합니다. 디저트는 날마다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데요. 누구나 맛볼 수 있는 디저트가 아니다 보니, 그 맛에 대한 궁금증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6길 37 ● TEL: 02) 6406 – 2713 ● 운영시간: 매일 12:00 – 20:00 (재료 소진시 조 기마감, 월요일 휴무) |
#2 외관도 이름도, ‘간판 없는 가게’
익선동 골목길에 위치한 이곳은 실제로 간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간판 없는 가게’ 입니다. 언뜻 보면 가정집인지 가게인지 분간이 쉽지 않은데요. 붉은 담벼락에 놓여진 하얀 널빤지 메뉴판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임을 짐작케 하죠.
무심한 듯한 외관이지만 그 내부는 오래된 단독주택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세련미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주인장이 직접 시공한 인테리어는 엔틱 소품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종이에 손으로 쓴 메뉴판에선 아날로그한 감성이 묻어납니다. 또 가게 곳곳에 놓아진 싱그러운 식물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고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만큼 음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겠죠? 이곳은 신라호텔 출신 셰프가 요리를 맡고 있는데요. 시그니처 메뉴로는 파스타와 피자가 사랑 받고 있습니다.
● 주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36 ● TEL: 02) 3673 – 1018 ● 운영시간: 매일 12:00 – 22:30 (쉬는 시간: 15:00 – 17:00) |
#3 푸른 깃발로 찾아가는 ‘투피스(twoffice)’
투피스(twoffice)는 간판 대신 깃발이 상징입니다. 오래된 건물 5층에 위치한 투피스는 간판이 놓여있을 자리에 강아지가 그려진 파란 깃발 4개가 걸려있는데요. 미리 위치를 알아보고 가도 단번에 찾기 어렵지만, 이곳은 평일과 주말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작은 글씨로 가게 이름만 적힌 철문 뒤엔 깔끔하지만 빈티지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제각각 다른 재질의 책상들은 자리마다 고유의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요. 메뉴도 일반 종이 메뉴판이 아닌 타일에 적혀 있습니다. 투피스의 대표 메뉴는 비엔나 커피.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으로만 내려 손님에게 내어놓는데요. 5층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풍경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더욱 풍성하게 해줍니다. 날씨가 따뜻한 날엔 옥상에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230-1 ● TEL: 02) 3673 – 1018 ● 운영시간: 화수목금 12:00 – 20:00, 토 14:00 – 20:00 (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무) |
#4 건강한 원테이블 밥집, ‘메시야(めしや)’
세계 각지의 맛집들이 모여 있는 이태원, ‘식사됩니다’라는 작은 팻말이 전부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 가정식 밥집 ‘메시야(めしや)’. 붉은 벽돌과 흰색 격자 창문이 인상적인 곳이죠. 메시야는 일본어로 ‘밥집’을 뜻하는데요. 고정된 메뉴 없이 매일 다른 일본 가정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도자기 그릇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자리에 앉아도 보이는 일본식 개방형 주방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는 묘미가 있습니다. 주문을 받은 후 요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맛있는 슬로푸드의 미학도 느낄 수 있죠. 또 하나, 메시야는 테이블이 10인용 긴 탁자 하나가 전부인데요.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거니와 처음 만난 사람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한 끼를 즐기는 이색 경험도 가능합니다.
●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23 ● TEL: 02) 6402 – 0208 ● 매일 12:00 – 20:30 (쉬는 시간: 14:30 – 17:00, 월요일 휴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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