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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선진국 대한민국, 제일기획의 영화 마케팅 전략은?

안녕하세요. 2017년 마지막 제일세미나를 함께하게 된 최병호 프로입니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며 제목을 ‘영화 마케팅의 알쓸신잡!’이라고 지어봤는데요. 풀이해보면 ‘알면 쓸고퀄(쓸데없는 고퀄리티)인 신세계적 잡설’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많고 많은 마케팅 범주에서 영화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세미나를 준비해봤는데요.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시작해볼까 합니다. 과연 ‘전략’이란 무엇일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전략을 ‘관점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마케팅 전략이란 바로 영화에 대한 관점을 만드는 것이죠.

우리나라 영화시장은 알면 알수록 놀라운데요. 국민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4.2회. 세계  2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15편에 이릅니다. 이젠 ‘영화 선진국’이라 해도 놀라울 게 없죠.  CGV 리서치 센터에서 조사한 새롭게 떠오르는 극장가 트렌드를 통해서 여러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혼영족’을 꼽아봤습니다.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의 비율은 2012년 7.7% 수준에서 2017년 16.9%까지 올랐는데요. 5년 새 두 배 이상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죠. 또한 하루에 여러 편의 영화를 몰아보는 관람 행태와 ‘N차 관람(한 영화를 여러 차례 관람하는 행태)’도 낯설지 않은 요즘입니다.

다양한 관객들이 혼재하는 영화 시장, 이에 맞춘 영화 마케팅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이번 세미나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일기획의 솔루션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Case 1. <범죄도시>

1_ 광고를 줄이는 것도 마케팅 : 마케팅 차원에서 탄력적 전술을 추구하라

2017년 하반기, 실화 형사 액션 영화 <범죄도시>를 기억하시나요? 범죄도시 마케팅에 제일기획이 참여했는데요. 영화 마케팅을 기획하면서 먼저 생각했던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광고를 줄이자’는 것이었습니다. △관객의 눈높이를 조율하는 편집본 시사 △사전 테스트를 통해 얻은 높은 사전 평점 등은 원래 11월 개봉 예정이었던 범죄도시를 10월 초 추석 연휴에 개봉하게 하는 요인이 됐죠. 하지만 쟁쟁한 추석 연휴 개봉작들이 또 다른 변수가 됐습니다. 15초 광고로도 ‘꿀잼’ 평가를 받은 범죄도시의 면면을 보여주기엔 아쉬움이 많았죠. 이에 마케팅 전략을 선제적+대대적 시사회로 설정했습니다. 무료 시사회는 물론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며 범죄도시는 관람객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는데요. 10월 3일 개봉일 3위의 예매율을 기록했던 범죄도시는 사전 시사회의 영향으로 하루에 한 계단씩 순위를 경신했고, 10월 5일엔 예매율 1위를 기록하게 됐답니다.

2_ 약자가 이기는 싸움판 : 우위의 영역을 프레이밍 하라

흔히 마케팅을 공부하다 보면 타겟팅(targeting)이 중요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범죄도시는 이런 기존의 마케팅 룰에서 벗어나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추구했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잔인한 액션이 등장하니 3040 남성을 노려야 한다? 사실 이런 영화는 여성들이 더 많이 관람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추석 연휴를 겨냥한 상업 영화인 범죄도시는 대작들 사이에서 열위가 아닌 우위의 판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캐스팅 싸움이 아닌 캐릭터로 승부를 보자는 거죠.

싱크로율 100% 형사 마석도 역의 마동석 씨, 180도 연기 변신에 성공한 장첸 역의 윤계상 씨를 비롯한 개성 조연들은 이런 요소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는데요. 인터넷을 통해 한 번쯤은 접해보셨을 ‘아이받니?’, ‘늬 내가 누군지 아니?’ 등의 유행어는 부가 콘텐츠를 통해 캐릭터 친숙도 및 영화에 대한 대세감과 존재감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3_ 생각 없이 보는 영화 : 경쟁작을 고려한 포지셔닝이 중요

평론가에게 인정받는 영화는 상을 받고, 관객에게 인정받는 영화는 돈을 번다는 말이 있죠. 범죄도시는 철학과 시사점을 주는 영화이기보다 생각할 틈 없이 러닝타임이 가버리는 일명 ‘생각 없이 보는 영화’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더불어 2017년의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는 가벼운 영화의 흥행을 견인했죠. (대표적인 예: 청년경찰, 공조 등) 때마침 추석 연휴를 노리고 함께 개봉한 영화들은 사회적 메시지나 진중한 톤 앤 매너를 갖추고 있었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유쾌 상쾌 통쾌해지는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 콘셉트인 범죄도시는 무려 688만의 관객을 기록하며 성공작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Case 2. <보스 베이비>

4_ 보는 관객 위에 사는 관객 있다 : 열린 타겟팅 전략이 중요

2017년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스코어 1위를 기록한 <보스 베이비>의 사례로 넘어가 볼까요? 사실 보스 베이비 마케팅을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육아 예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기 소재의 엔터테이닝 콘텐츠화가 빠르게 이루어졌는데요. 어른들도 후킹 할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린이가 1st Tier라면 2030 남녀를 2nd Tier로 정의해 보스 베이비만의 매력을 어필하고자 했죠.

5_ 설득과 납득은 큰 차이 : 선택의 기준을 사전에 마련하라

보스 베이비의 캐릭터에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생소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외모는 아기인데 샐러리맨 보스? 사실 귀여우면 그냥 귀엽던가, 보스면 보스답던가 해야 할 텐데 이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캐릭터라이징(characterizing)은 꽤나 어려운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전략적인 PR을 기획하게 됐죠.

먼저, 아젠다 셋팅(Agenda Setting, 의제 설정)을 통해 매스 미디어의 이슈를 선점하고 해당 이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렇다니까 나도 그런 것 같다”라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라서 말이죠. 여러분도 한 번쯤 고민해봤을 ‘하이브리드 캐릭터가 대세’란 부분에 입각해 보스 베이비 역시 이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심어줬는데요. △강인하면서도 로맨틱한 <태양의 후예> 유시진 △못생겼지만 따뜻한 마음의 슈렉 △죽음을 인도하지만 연애 허당인 <도깨비>의 저승이 △엉뚱하지만 귀여운 악당 미니언즈 등과 같이 △깜찍하지만 포스 작렬 보스인 보스 베이비를 연출하게 됩니다.

‘애니메이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굿즈 상품에도 생활 속 침투 전략을 활용했는데요. 소비자와 호흡하기 좋은 언드미디어(Earned Media)를 활용해 ‘보스 베이비가 타고 있어요’와 같은 스티커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Case 3. <기억의 밤>

6_ 메시지도 밀당이 필요해 : 관객을 최대한 궁금하게 만들어라

세 번째 케이스는 영화 <기억의 밤>입니다. 기억의 밤은 소름 돋는 반전이 있는 웰메이드 스릴러를 슬로건으로 잡았는데요. 장르의 특수성 상 때론 노출하지 않고 숨겨야 하는 게 있죠. 모든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명 ‘메시지 밀당’을 통해 관객을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의 메시지가 아닌 정교화된 단계별 메시지를 활용했는데요. 웰메이드 스릴러를 베이스로 개봉 주간까지 △작품성이 있는 △스토리가 탄탄한 △엄청난 반전이 있는 △반전을 알고 봐도 놀라는 의 메시지를 던져 관객의 궁금증을 극대화했고, 이를 방증하듯 높은 사후 평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7_ 알리기 보다 중요한 ‘찾기’ : 한계 속에 돌파구를 찾아라

예능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감독으로도 익히 이름을 알린 장항준 감독, 기억의 밤은 감독도 배우처럼 마케팅 활동에 묵묵히 지원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보통 주연 배우들의 무대 인사 또는 예능 출연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죠? (이 배경엔 강하늘 씨의 입대 소식과 장항준 감독의 대중적인 인기도 한몫했죠!) 장항준 감독은 TV 예능은 물론 케이블·뉴스·라디오 등 다양한 매스미디어에 출연해 ‘무엇이든 영화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는데요. 이외에도 영화와 유사한 톤앤매너이자, 가사의 스토리가 일맥 상통하는 에픽하이의 ‘낙화’와의 콜라보 뮤직비디오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활용됐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알려드린 내용을 하나하나 다시 짚어볼까요? 제가 소개한 사례는 사실 영화 마케팅의 전략적 어프로치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위 사례가 전적으로 통용되는 사례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야 하는 요소들도 굉장히 많죠. 그래서 영화 마케터를 꿈꾸는 여러분께 당부 드리고 싶은 건 ‘영화를 단순히 재미있게 보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관점으로 생각을 해보라’는 겁니다. 왜 이 영화가 특정 스토리와 캐릭터로 어필하는지, 어떤 것을 이슈로 부각하는지 등 사회와 관객의 흐름에 따라 영화라는 콘텐츠를 통찰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영화 마케팅 현장에서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상으로 2017년 마지막 제일세미나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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