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이 영화 A플랫폼에 들어왔나 봐. 미친..”
“B에서 A로 갈아타야 하나”
“나 이미 B, C, D 쓰고 있는데… A까지 가입 할말?”
코로나 사태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소비자들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볼만한 콘텐츠들도 많아지면서 뭘 볼지, 어떤 서비스를 구독할지 소비자들의 고민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한 Open Survey 콘텐츠 트렌트 리포트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 비해 2020년 동영상, 그 중에서도 월정액 유료 콘텐츠 이용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플랫폼 여럿을 구독하는 경우도 늘어 소비자들의 월평균 지출 금액도 12,900원에서 13,800원으로 늘어났다.
젊을수록 더 많은 서비스 구독
(출처: 넷플릭스 웹사이트)
글로벌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 내 OTT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의 50% 이상이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중엔 3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 역시 29%나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여러 OTT를 이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소위 ‘Z세대’라 불리는 2030 세대에서는 OTT를 2개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67%, 3개 이상 사용하는 비율도 42%에 달했다.
(출처: KT 시즌 웹사이트)
한국에서도 넷플릭스, 왓챠를 비롯해 KT 시즌(Seezn),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웨이브(Wavve), 쿠팡플레이 등 대기업 계열 OTT, 여기에 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까지 한국 진출을 추진하며, 고객들은 선택권은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그만큼 구독 서비스에서의 고객 ‘유입’과 ‘잔존’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유입을 만드는 화제작
(출처: 티빙 웹사이트)
최근 각 OTT 들은 고객 수요가 높은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렌드다. 오리지널 혹은 독점, 선공개, 무료 등의 키워드와 함께 해당 플랫폼을 구독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하는 셈이다.
고객의 폭발적 유입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요소, 예컨대 출연 배우나 감독, 탄탄한 원작, 시나리오 등을 감안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구매한다. 여기에 더해 또 큰 비용을 들여 대규모 마케팅도 집행한다. 그렇게 만든 콘텐츠가 흥행할지는 사실 짐작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예상하기 어렵다고 손 놓을 순 없는 일, OTT 기업들은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헐왓챠에 캠페인
#헐왓챠에 캠페인 (출처: 왓챠 웹사이트)
지난 12월 왓챠에서 진행했던 ‘#헐왓챠에 캠페인’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고객 평가 데이터에 근거한 흥행 예측 모델(가령 000이라는 영화를 왓챠가 공개할 경우 고객들이 부여하게 될 평균 별점이 얼마일지를 예측) 결과를 비롯 고객이 직접 왓챠에 제출한 작품 요청 정보 10만건을 분석한 내용을 근거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포함한 영화 10여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작품들을 좋아할 만한 고객은 누구일지를 먼저 파악해서 해당 고객 집단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캠페인 초반 적극적으로 해당 콘텐츠를 소비한 고객분들은 기꺼이 본인들이 애정하는 콘텐츠를 확산하기 위해 소위 ‘영업’에 참여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기존 깔때기 모형(funnel) 모델에 따른 마케팅이었다면, 캠페인 초반 미디어 노출 빈도를 최대한 높여 도달을 넓히고, 그 모형을 통과한 소수의 고객을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고객들은 풍부한 정보 탐색력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오피셜 메시지보다는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더 신뢰한다. 기업이 원하는 순서와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기에 색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했다.
맥킨지에서 공유한 디지털상에서의 소비자 의사 결정 과정(CDJ, Consumer Decision Journey) 모델에 따르면, 구매 이후 소비자의 행동이 구매 이전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며, 구매 이후에 어떤 제품/서비스 이용경험을 가졌는지에 따라 다시 재구매로 이어지는 비선형적이고, 순환적인 행태를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의 목표는 1) 주요작/화제작을 정말 사랑하는 최초 구독/구매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2) 그리고 첫 시청경험을 가진 고객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해당 콘텐츠/기업을 대신하여(advocate) 스스로 입소문을 내고 소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았다.
#헐왓챠에 캠페인 (출처: 왓챠 웹사이트)
왓챠의 #헐왓챠에 캠페인의 경우 작품의 화제성 못지 않게, 해당 작품을 고객에게 알리는 방법도 중요했다. 티저 영상으로 흥미를 끌고, 초성 퀴즈 방식으로 콘텐츠를 조금씩 공개한다. 서비스 내 이스터에그(검색창에 ‘루모스’ 라고 하는 주문을 입력하면 마우스 끝에서 불이 켜지는 마법)를 심어, 해리포터를 보러 들어온 고객에게 다양한 ‘발견의 기쁨’을 제공했다. 이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포함한 ‘#헐왓챠에 캠페인’에 대한 폭발적인 바이럴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되었다.
더불어 SNS 채널 등을 통해 고객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고객들이 흥미를 갖는 포인트를 실제 마케팅에 반영하는 등 쌍방향적 의사소통의 기회를 확대했다. 고객들은 그 참여의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끼고 서비스를 바이럴했다. 이제는 마케팅 담당자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push)보다 소비자가 마케팅 담당자에게 다가오는 것(pull)이 더욱 효과적인 세상이 온 것이다.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개인화
신규 유입한 고객이 다음달, 그 다음달…. 지속적으로 구독을 유지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보다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가’이다. 내 취향의 작품들이 꾸준히 새로 공개되는, 혹은 기존에 있던 콘텐츠 중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잘 추천되는지, 내가 월 정기구독료만큼 활용을 잘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개인화 추천이다. 실제 왓챠의 경우 현재 제공 중인 9만여 콘텐츠 중 80%의 콘텐츠가 매달 누군가에 의해 시청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라고 반문한다. 물론, 고객 스스로 검색을 하거나 탐색하며 볼 작품을 고르기도 하지만 실제 왓챠의 고객 행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시청된 작품의 70%가 왓챠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출처: 왓챠 웹사이트)
결국 개인화 추천이 얼마나 정교한지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구독 서비스를 잔존하게 되는 주요 동력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실감할 수 있는 ‘짤’ 이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데요. 여러 OTT 플랫폼을 비교하며 주요 특장점을 기술했는데, 왓챠의 경우 ‘이 영화가 있다고?’ ‘이 드라마가 있다고?’라는 문구에 많은 분들이 격한 공감을 보여주었다. 왓챠의 마케팅도 늘 주제를 정하고 소재를 개발할 때 개인의 취향, 다양한 관점을 지원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외부의 어떤 치열한 경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브랜드에 대한 지지를 할 수 있는 고객들, 그들로부터 러브 마크(love mark)를 획득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왓챠를 경험한 고객들, 현재 왓챠를 사용하고 계신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랑받을 때 지속적인 재가입/결제도 가능할 것이며, 새로운 고객 유입의 트리거 역할을 할 것이다.
김혜정
국내 대표 OTT 서비스 ‘왓챠’ 마케팅 이사. 콘텐츠 개인화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왓챠의 브랜드 인지도와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리브랜딩 프로젝트 및 서비스 유입/구독 전환을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왓챠 이전에는 야놀자에서 ‘초특가 야놀자’ 캠페인을 포함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리드했으며, IBM에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담당했다. 20여 년간 고객과 시장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해당 브랜드를 지속 성장시키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브랜드 마스터로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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