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의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환경은 PC나 모바일 스크린 안에 머물었던 이미지를,
손에 잡고 느낄 수 있는 실물의 영역으로 끌어내고 있습니다. 3D프린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스크린에서 실물로 사람들의 감각이 확장되는 것과 맞물린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켓의 최전선에 위치한 광고 역시 손에 잡히는 제품을 매체 삼아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자와 브랜드 간 실질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된 프로덕트
복잡다단해진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소비자의 의사 결정 과정에
복합적으로 작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미디어의 특성에 맞춰진 광고 콘텐츠 제작은 필수가 됐고,
광고는 사용과 동시에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혁신적이며 실물적인 접점 창출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 중심 디자인 분야를 개쳑한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은
‘제품에 있어서 디자인이란 사용자와의 대화와 같다’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습니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그 사용 과정을 통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고객에게 다시 자연스럽게 경험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의 4P 중 프로모션을 중심으로 제작돼 온 광고는 최근 프로덕트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마케팅의 화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하드웨어를 개발해
브랜드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고,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기성 제품에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더할 수도 있습니다. 퓨얼밴드같이 새로운 완제품을 개발해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첨단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제품에 브랜드와 캠페인 메시지를 담아 낸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신규 카테고리를 연달아 추가하고 있는 칸 국제광고제(Cannes Lions)는
2014년에는 제품 디자인 분야를 신설했고, 퍼렐 윌리엄스와 데님 브랜드 지스타 로(G-Star Raw)가 협업한
친환경 청바지 제품 아이디어가 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다른 출품 분야에서도 치약 패키지를 충치 예방 교육용 포스터로 활용한 콜게이트(Colgate)의 캠페인 등
제품 자체를 미디어로 활용한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을 의류 소재로 재활용한 지스타 로
앱세서리를 활용한 제품 마케팅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액세서리 제품이
상호 연동돼 구성되는 앱세서리(Appcessary)는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캠페인을 구축하는 데 활용도가 높은 매체라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브랜드 메시지에 맞춰,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하는 부가장치 형태 또는 블루투스 같은 통신 모듈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연동되는 방식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베이컨으로 유명한 오스카 메이어(Oscar Mayer)는
“베이컨 향으로 아침을 깨우세요”라는 앱세서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프로모션 판촉용으로, 스마트폰 이어폰 단자에 꽂고 알람 애플리케이션을 설정하면 지정된 시간에
베이컨 향을 분사하는 앱세서리 약 5,000여 개를 제작해 웹사이트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후각이 무의식을 깨우는 강력한 감각인 것에 착안한 이 제품은
판촉물을 넘어서 브랜드의 핵심을 유용한 기능과 함께 제품으로 담아낸 사례입니다.
어린 아이를 동반하고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온 부모들은 행여 아이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버릴까 마음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니베아(Nivea)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젊은 부모 세대가 주요 독자층인
잡지의 광고 면을 바로 절취하여 아이의 팔에 채워줄 수 있는 프로텍션 스트립(Protection Strip)을 만들었습니다.
블루투스 모듈이 탑재된 이 팔찌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니베아 앱과 연동됩니다.
최대 30m까지 아이의 행동 반경을 설정할 수 있어 만약 아이가 설정된 범위를 벗어날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경고 알람이 울리게 됩니다. 전통매체의 범주이던 인쇄광고가 모바일 플랫폼과 만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형태의 솔루션으로 재탄생 된 사례입니다.
▲ (좌)베이컨 굽는 냄새로 아침을 깨워 주는 오스카 메이어의 앱세서리,
(우)팔찌 형태로 미아 방지 앱과 연동되는 니베아 프로텍션 스트립
제품 패키지를 활용한 마케팅
코카콜라라는 이름을 들으면 특유의 병 모양이 떠오르듯, 제품의 패키지는 무형의 브랜드에 실체를 부여하는
소비자 경험의 핵심입니다. 최근에는 뚜껑, 용기, 겉포장 등 패키지의 일부에 유용한 기능을 담아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에게 하루에 1.5리터 이상의 물을 섭취할 것을 권하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이 같은 사실을 잊기 십상입니다. 프랑스의 3대 생수 브랜드로 꼽히는 비텔(Vittel)은 소비자들이 물을 잊지 않고
챙겨 마실 수 있도록 리마인드해 주는 ‘리프레쉬 캡(Refresh Cap)‘이라는 뚜껑을 만들었습니다.
비텔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뚜껑에 태엽식 타이머를 장착해 뚜껑을 돌려 닫으면 자동으로 타이머가 감기고
1시간 후에 작은 깃발이 올라와 물을 마셔야 할 때가 됐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리프레쉬 캡은 다른 생수 병들과도 호환이 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한 시간마다 물 마실 때를 알려주는 비텔의 리프레쉬 캡
코카콜라는 16종의 뚜껑 키트를 만들어 그냥 버려지기 쉬운 페트병들이 물총, 연필깎이, 분무기, 양념통 등으로
재활용 되도록 만드는 세컨드 라이브즈(Second Lives)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쓸모가 없어진 페트병에 뚜껑만 하나 바꿔 끼움으로써 빈 병에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능을 추가한 것입니다.
베트남에서 시작돼 현재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제품의 디자인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철학을 재미있게 풀어 낸 사례입니다. 코카콜라는 행복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두 사람이 서로 도와야지만 뚜껑이 열리는 프랜들리 트위스트(Friendly Twist),
빈 코카콜라 캔으로 사진을 찍는 해피니스 카메라(Happiness Canera) 등
다양한 제품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 빈 페트병을 유용한 도구로 만들어 주는 코카콜라 세컨드 라이브즈 키트
새로운 브랜드 접점이 되는 프로덕트
제품을 매개체로 스마트폰이나 제품 패키지 같은 기존 고객 접점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아예 고유의 기능과 서비스를 가진 제품을 제작하거나 나아가 상품 출시까지 연결해
새로운 브랜드 접점을 만들어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센서나 3D프린팅 같은 기술의 보급 또한
광고회사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능동적으로 제품 제작을 제안할 기회를 창출하고
동시에 그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올해 초, 물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직접 음성으로 메모하는 방식으로 가정에서
필요한 제품의 쇼핑 리스트를 만들어 주는 가정용 휴대 기기 아마존 대쉬(Amazon Dash)를 출시했습니다.
사용자가 쇼핑 리스트에 담은 물품들은 아마존의 온라인 식료품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쉬(Amzone Fresh)를 통해
결제되고 배송됩니다. 집 앞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과 유사한 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을
아마존 대쉬 제품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온라인 식료품 판매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도록 한 것입니다.
▲ 바코드와 음성 인식 입력으로 온라인 식료품 서비스에 연동되는 아마존 대쉬
여행의 감동은 영상 매체나 문구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특정 매개체를 통해 공유되고 증폭되기도 합니다. NASA가 2008년 화성에 파견한 탐사 로봇 로버(Rover)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삼성 NX로버는 갤럭시 NX카메라를 탑재한 로봇입니다.
▲ 여행지에서 브랜드 경험을 고객과 공유하는 NX로버
NX로버가 유럽 각국을 여행하는 동안 사람들은 원격 조종으로 원하는 장소의 이미지를 캡처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리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갤럭시 카메라가 제공하는
특별한 가치를 경험하게 됩니다. 캠페인 목적으로 만들어 낸 로봇은 마치 갤럭시 NX카메라를 들고
먼 곳을 여행하는 것 같은 사용자 경험으로 새로운 브랜드 접점이 되고, 이는 매장에서
판매원의 안내에 따라 카메라의 기능을 시도해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프로덕트까지 확장되는 크리에이티브
‘신체를 가진 모든 사람은 운동선수이다.’ 나이키 공동 창업자인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의 브랜드 철학은
광고회사가 제안한 퓨얼밴드라는 제품을 통해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됐습니다. 광고가 담당해 온
고객 경험의 창출과 솔루션 제공의 역할이 이제는 프로덕트 제작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캠페인 실행을 위해 새로운 제품 기획까지 고민해야 하나’라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마케팅이든 간에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를 통해 전달되는 브랜드 메시지인 것을 잊지 않는다면, 프로덕트를 매체로 삼는 방법은
크리에이티브에 날개를 달아줄 새로운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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