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일상을 기록하고 저장하기가 쉬워졌다.
언제든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훗날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Lifelog)’ 또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상을 기록하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을 기록하다
구글플러스(Google+)는 사진 등 각종 데이터를 자동 업로드해서 서버에 저장해 놓는 서비스다. 구글 사용자가
구글 앱이나 구글플러스 앱에 로그인한 상태에서 ‘자동 백업’을 활성화해 두면 폰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고스란히 구글플러스 포토 사이트에 올라간다. 위치를 공개하면 사진 찍은 위치까지 표시된다.
행아웃(카카오톡과 비슷한 구글 서비스)으로 주고받은 사진 동영상도 날짜별로 구글플러스 포토 사이트에
졍렬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일상을 기록하고 소중한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욕망은 동서고금을 망라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위인전이나
자서전도 일종의 라이프로그다. 이런 기록은 문자나 그림에서 출발해 지금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진화했다.
지금 같은 형태의 라이프로그는 미국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국방용으로 연구하다가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자
2004년 중단했고, 이후 민간인들이 일상을 기록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라이프로그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널리 보급된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여기에
위치 기반 서비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등이 더해지면서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훨씬 쉬워졌다.
라이프로그의 진화, 손쉽고 다양해진 서비스들
▲웨어러블 카메라 내러티브 클립은 일상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 곧 판매할 예정으로
내러티브 클럽을 사면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1년간 무료로 쓸 수 있다 (출처:getnarrative.com)
대표적인 라이프로그 서비스로 웨어러블 카메라 ‘내러티브 클립(Narrative Clip)’을 꼽을 수 있다. 스웨덴에서 출발한
서비스로, 2012년 말 킥스타터에서 5만 달러를 목표로 소셜 펀딩을 시작해 55만 달러 펀딩에 성공함으로써 화제가 됐다.
당시엔 서비스 이름이 ‘메모토(Memoto)’였는데 나중에 바꿨다. 내러티브 클립은 정사각형의 카메라로 목에 걸거나
모자나 옷에 꽂게 돼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면 30초 단위로 사진을 찍는다. 500만 화소급 카메라여서
화질도 괜찮은 편이다. 가로 세로는 3~4cm, 무게는 20g에 불과하다.
이것으로 찍은 사진은 ‘내러티브 라이브러리’라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된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바로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다. 내러티브 클립은 휴대하기 편하고 사용하기도 편하다. 아이와 함께 놀면서
자연스런 모습을 촬영한다든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길가의 모습을 촬영할 때 적합하다.
▲올해 여름 출시될 웨어러블 녹음기 ‘캡처’는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이크 부분을
손톱으로 툭 치면 자동으로 녹음, 저장된다 (출처:kaptureaudio.com)
눈으로 보는 것만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귀로 들은 것도 실시간으로 녹음했다가 오래 간직하고 싶은 부분만 잘라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 일종의 ‘웨어러블 녹음기’라고 할 수 있다. 캡처(Kapture), 허드(Heard), 고스트(Ghost) 등이 대표적이다.
캡처는 주변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미국 서비스로, 매우 단순하다는 게 특징. 팔찌형 또는 클립형 기기로
최근 60초 분량만 저장한다. 말하고 툭 쳐서 녹음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있다(Talk, Tap, Share).
툭 치면 60초 동안 녹음이 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지나치기 쉬운 말이나 소리를 잡아두는 데 적합하다.
사진이나 음성뿐이 아니다. 나 자신의 모습, 또는 내 눈으로 본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저장하고 공유할 수도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면서 짜릿한 순간을 녹화하는 고프로(GoPro)가 대표적이다. 고프로는 패러글라이딩, 스카이점프,
산악자전거, 스키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기면서 고화질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짜릿한 순간을 편집해
오래 간직할 수 있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늘에서 찍은 고프로 동영상을 보면
새가 돼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산악자전거 동영상을 보면 절벽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스릴도 맛보게 된다.
▲최근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가 늘면서 짜릿한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프로(GoPro)와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ko.gopro.com)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일상을 기록하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 세게 12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공개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같으면 일기장에 기록해 혼자만 보던 일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한다. 그럼으로써
서로 근황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관심과 대화로 이어진다. 훗날 자신의 타임라인을 훑어보면
당시의 기분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의견까지 읽을 수 있다.
연인끼리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VCNC의 ‘비트윈(Between)’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 이 앱을 깔면 둘만의 일기장이 생긴다.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캘린더를 함께 쓰고,
생각과 마음을 공유한다. 비트윈에서 주고받은 대화는 기록으로 남는다. 서울과 프라하에 떨어져 있어도
늘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트윈은 ‘사랑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다.
▲최근에는 연인끼리 일상을 비밀스럽게 담아내는 서비스도 생겼다. 비트윈이 대표적이며
이를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연인 전용 일기장이 생긴다 (출처:between.us/ko)
각종 소셜 서비스와 카메라,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발달하면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갈수록 쉬워질 것이다. 굳이
라이프로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활이 기록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일상 기록에 드는 비용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거나 빛바랜 사진으로 추억을 더듬는 것은
먼 옛날 얘기가 될 것이다. 오래 전에 벌어졌던 일도 쉽게 되돌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고객의 취향과 선호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최근 구글에서 구글플러스 담당인
빅 군드트라 부사장이 사임하자 “구글플러스는 죽었다”는 혹평까지 나왔지만, 구글로서는 구글플러스가
페이스북에 밀린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가 없다. 구글 사용자들은 구글플러스에 일상을 기록하고
구글은 자사 고객에 관해 좀 더 정확히 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상을 편하게 기록하는 세상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프라이버시는 없다”는 마크 저커버스(페이스북 창업자)의
말을 믿는다면 모를까.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고 분석한다면 ‘유리 감옥’에 갇힌 것과 다를 바 없다. 편한 것을 찾다 보니
프라이버시 침해를 묵인하는 단계에 이른 건 아닌지. 소중한 순간은 기록하고 싶은데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것은
싫은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다. 라이프로그와 관련해 편의성과 프라이버시는 두고두고 화두가 될 것 같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편하게 일상을 기록하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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