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2. 11:00

아태지역 대표 광고제로 자리매김한 애드페스트가 지난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태국 파타야에서 열렸습니다. ‘Creative Intelligence’라는 주제로 열린 2016 애드페스트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빛났을까요? 테크놀로지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한 2016 애드페스트의 주요 작품을 소개합니다.

세상의 변화와 알파‘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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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도 멋졌지만, 알파고의 위력에 압도당했던 3월 중순이었습니다. 광고업계에도 곧 알파‘광’고라는 슈퍼컴퓨터,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비주얼, 영상, 텍스트, 수상작 리스트 +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의 아이디어 도출법을 알고리즘화한 광고 1000년 차의 컴퓨터가 탄생해 1분 만에 기가 막힌 그림과 카피를 마구 뽑아낼지도 모르지요. 아이디어를 내기만 하면 ‘Warning: 1989년 미국 OO 잡지 13페이지에 있는 광고와 83% 비슷해 표절임’이라고 지적하는…. 그런 상상을 하며 애드페스트가 열리는 파타야로 향했습니다.

2016년 애드페스트의 테마는 ‘Creative Intelligence’로, 테크놀로지가 상상 이상의 속도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세상에서 어떻게 크리에이티브를 전달해야 할지, 그 이상적인 지점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네, 저도 ‘광고가 제일 늦어’라고 종종 얘기하곤 했는데요, 세상은 변하는데 우리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조바심도 났고요. 그렇다면 애드페스트는 그 교차점, 해답을 찾았을까요? 우선 수상작을 보시겠습니다.

 

사람 사는 문제를 해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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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mo 부문에서 Grande를 수상한 제일기획의 <The Life Saving TV>

Promo 부문에서 Grande를 수상한 제일기획의 <The Life Saving TV>는 요즘 심각하게 대두되는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일어나자마자 TV를 켜는 습관이 있는데, 24시간 이상 TV가 켜지지 않으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미리 지정된 가족에게 자동으로 메시지가 보내집니다.

참 쉽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노인들이 늘 TV를 본다는 것은 만국 공통의 인사이트입니다. 거기에 IPTV의 기술로 아주 간단하게 그분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까다로운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이것은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만한 좋은 솔루션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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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 부문에서 Gold를 수상한 카가와현의 <Noodle Cradle>

다음은 Direct 부문에서 Gold를 수상한 <Noodle Cradle>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재미있지 않나요? 일본 카가와현은 사누키우동의 본고장입니다. 우동을 맛보러 오는 관광객은 늘어나는 데 반해, 거주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의 이주가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카가와현은 부모가 아닌 아기들에게 No.1으로 인기 있는 지역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무엇으로? 우동으로요! 울며 떼쓰는 아이들에게 우동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소리를 들려주는 콘텐츠를 지역의 유명 우동집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후루룩 소리는 태아가 엄마 자궁 안에서 들었던 화이트 노이즈와 비슷해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실제 우리나라 산부인과에서도 우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쉬’ 소리를 들려주라고 교육하는 곳이 있지요). 이런 노력 덕분에 아기가 있는 가정들이 카가와현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의사가 증가했다고 하네요. 영상 속 진지하게 우동을 먹는 모델의 표정에서 카가와현의 굳건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심플하게, 쓸 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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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 부문에서 Silver를 수상한 태국 관광청의 <The Tattoo Flyer>

Direct 부문 수상작을 좀 더 보실까요. Silver를 수상한 태국 관광청의 <The Tattoo Flyer>가 있습니다. 태국 관광청은 함부로 버려지는 전단지를 대신해 다양한 타투 스티커를 제작, 무에타이 타투를 스캔하면 무에타이에 대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스캔하면 동영상 사이트로 연결되는, 흔하고 단순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지만 꽤 재미있었습니다.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대부분의 광고에 쓰이는 QR코드는 그 자체만으로는 매력이 없어 실제로 스캔해 보는 경우가 드문데, 이 매력적인 디자인의 타투 전단지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몸에 붙이고 그것을 통해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1석 2조의 아이디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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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ect 부문 Grande, Media부문 Gold를 수상한 SUUMO의 <Shell We Move?>

특히 좋아했던 작품은 SUUMO의 <Shell We Move?>입니다. Direct 부문 Grande, Media부문 Gold를 수상했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SUUMO는 경쟁자가 늘어나자 1위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재미난 미디어를 만들었습니다. 감자와 소금으로 만든 친환경 고둥 껍데기를 해변에 비치, 집게들이 SUUMO 로고가 새겨진 고둥으로 이사가 그것을 업고 돌아다니게 하는 것이죠. 새로운 집을 찾는 집게, 그리고 사람에게도 어필하는 정말 귀여운 미디어 크리에이티브가 아닌가요? 그리고 해변의 쓰레기를 집 삼아 살던 집게들에게도 쾌적한 새집을 제공해 부동산 회사로서의 역할을 200% 발휘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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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ova Lotus에서 Grande for Humanity를 수상한 <Moto Repellent>

마지막은 Inova Lotus에서 Grande for Humanity를 수상한 <Moto Repellent>입니다. 모기 천국인 태국 빈민가에서는 댕기열로 인한 사망률 증가가 큰 문제입니다. 아무리 살충제를 살포해도 모든 곳을 커버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다가 찾은 해결책이 모기처럼 태국 어디에나 꼭 있는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요, 빈민가 골목골목을 누비는 오토바이 배기구에 모기 퇴치에 효과적인 아로마 오일이 담긴 필터를 장착해 바로 그 연기로 방역을 하는 아이디어입니다. 이 얼마나 심플하고 쓸 만한 아이디어인지요. 방역단체에 의지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빈민가의 사람들 스스로 그들의 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게 한, Grande for Humanity에 걸맞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제 출품 영상도 무척 재밌습니다. BGM이 압권인데 한번 보시길 강권합니다.
▶<Moto Repellent>광고제 출품 영상 보기 ” target=”_blank”>

 

인정머리 있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

애드페스트에서 찾은 크리에이티브와 테크놀로지의 교차점은 ‘인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크놀로지는 우리에게 언제 어디서나 TV를 켜고 끌 수 있게 하지만, 그를 통해 누군가의 쓸쓸한 죽음을 막는 아이디어는 내지 못합니다. 또한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테크놀로지도 인간의 아이디어가 없이는 우는 아이를 달랠 수 없겠죠.

그런 점에서 ‘Creative 人telligence’를 완성하는 답을 찾는 것은 알파광고가 아닌, 사람을 사랑하고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슴으로 고민하는, 인정머리 있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때는 각종 광고제에서 단순히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작품들이 상을 휩쓸었지만, 이제 그것을 넘어 인간을 이롭게 하는, 힘이 있는 아이디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제 곧 돌아올 칸국제광고제는 우리에게 또 어떤 화두를 던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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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하연 says:

    처음 댓글 다신 분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인간적인 기발함! 광고가 단순한 수단의 차원을 뛰어넘어서 상생에 대해 생각한다는 게 보기 좋아요.

    1. 제일기획 says: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오셔서 이야기 많이 나눠 주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 Lee Angna says:

    Moto Repellent! 멋진 생각이 멋진 광고로 이어졌네요

    1. 제일기획 says:

      멋진 감상평 감사합니다^.^

  3. 앙팡팡 says:

    단순한 기발함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기발함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1. 제일기획 says:

      ^^ 훈훈한 수상작들 재밌게 보셨나요? 칸 국제광고제도 기대가 되네요~ 소식 또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