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6. 6
글 이정표 프로 비즈니스 5팀
TV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과 이를 위협하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간 시너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 과거의 방식이 돼버렸다. 그것은 TV의 헤게모니 또는 디지털이 광고 매체로서 갖는 ROI 차원의 환상에 바탕을 두고 접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에게 광고는 어떤 미디어에 발신했느냐보다 ‘볼 만한 콘텐츠냐 아니냐’가 그 효과와 파급력을 논함에 있어 더 중요한 이슈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을 위한 콘텐츠 차원에서 광고를 봐야 하고, TV와 디지털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는 낡은 관점부터 버려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전자의 청소기와 포터블 SSD 광고 영상들을 통해 플랫폼에 갇힌 일부의 편견을 깨줄 수 있는 ‘광고 콘텐츠의 진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디지털 광고’라는 흔한 오해로부터
‘인류의 역사를 바꾼 막대의 힘’, ‘세상에서 가장 흡입력 있는 영상’…. 이 예사롭지 않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영상들은 삼성전자 스틱청소기 ‘파워스틱’과 로봇청소기 ‘파워봇’이 2016년 신제품 론칭 시 선보인 캠페인의 광고 콘텐츠이다. 이 영상들은 일반적인 CF 영상으로 보기에는 그 독특한 타이틀은 물론이고, 포맷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색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두고 이 광고 영상들이 주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방영된 소위 ‘디지털 광고’이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각 제품별 마케팅 상황과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미디어 믹스에 따라 전통적인 TV 미디어 대신 디지털 미디어를 주 채널로 선택했을 뿐이다. 또한 형식미와 스토리텔링 등 이 채널을 통해 광고를 접하는 수용자들에게 좀 더 최적화된 크리에이티브를 ‘콘텐츠’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고민했을 뿐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TV CF와는 다소 다른 포맷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를 ‘디지털 광고’라고 규정하고 구분 짓는 것 자체에 대해 이제는 불편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우리 업계의 흔한 오해를 풀어 보고자 한다.
‘디지털 광고’ 만들어 주세요?
이런 오해로부터 비롯돼 업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 바로 “TV 광고 말고,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도 좋은 디지털 광고 만들어 주세요”이다. 우리는 물론 디지털 채널에서만 효율적으로 발신하고 효과적으로 유통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최대한 저비용 고효율의 아웃풋을 클라이언트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넘쳐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 즉 매력적이고 재미있으며 공유와 확산, 그리고 설득의 파워까지 갖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의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광고로서의 본질’이 기획과 제작의 출발점이 돼야 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빨리 훔치거나 또는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어떤 전략적 접근과 내용 구성이 좀 더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마케팅 솔루션이 될 것인가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그것이 TV든 디지털이든 말이다.
‘시간 점유율(Share of Time)’ 관점에서 보면 TV 미디어의 영향력 중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전이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TV 광고는 가장 강력한 발화 매체로서 여전히 수용자들에게 가장 큰 전파 효과를 갖는다. 이런 TV 광고를 디지털 광고와 단순 비교하거나 심지어 대체재로까지 과대평가하는 인식 역시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광고 영상의 본질’이란 차원에서 마케팅 상황에 적확한 캠페인 전략, 미디어 플래닝, 크리에이티브 기획이 시도돼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바이럴’이라는 말을 별 고민 없이 쓰며 저비용 투자로도 다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광고 ROI 판타지’를 혁파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청소기와 포터블 SSD ‘T3’ 등의 신제품 론칭 캠페인에서 TV보다는 디지털 미디어 중심으로 집행된 광고 영상 콘텐츠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우리는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막대의 힘’, 그리고 콘텐츠의 힘
핸디 겸용 스틱청소기 ‘파워스틱’은 시장에 처음 출시하면서 카테고리 자체의 한계 또한 함께 극복해야 하는 난제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파워스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마케팅 콘텐츠 만들기’로서 접근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광고로서는 다소 파격적일 수도 있는 픽션을 가미해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에 이어 ‘청소기’에 접어든 인류가 파워스틱을 활용해 쉽고 자유롭게 청소를 할 수 있게 됐으며, 그 결과 ‘청소의 역사를 바꾼 힘이 넘치는 막대’로 사랑받게 된다는 기발한 스토리텔링형 광고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또한 청소기를 최초로 발견한 이들이 고대 ‘버큠족’이라는 식의 위트 있는 설정과 재미를 더하는 장면들이 영상 곳곳에 배치돼 ‘볼만 한 콘텐츠’로도 자리매김했다.
▲ 인기 TV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포맷을 접목한 파워스틱 광고 영상
특히 가상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인기 TV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포맷을 접목했는데, 이는 ‘콘텐츠 파워’를 배가시킨 절묘한 크리에이티브 전략이었다. 여기에 더해 제품 자체의 성능과 우수성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세일즈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삽입했다. ‘이것이 TV 광고냐 디지털 광고냐’가 아니라 파워스틱이라는 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좀 더 임팩트 있게 각인시킬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됐는가’의 차원에서 광고의 본원적인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그 결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채널에서 공개 한 달 만에 350만 건의 조회수를 돌파했고, 제품의 초도 판매 물량이 완판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에서 빠르게 소진돼 추가 물량 생산에 돌입했을 만큼 마케팅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덕분에 이후 다른 제품군도 파워스틱 광고 콘텐츠처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북미 지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콘텐츠 방영 문의 및 마케팅 활용 요청이 왔을 정도로 ‘파워 콘텐츠’로서 각광받았다.
파워봇도 파워스틱처럼, ‘파워풀한 광고 콘텐츠’로
파워스틱에 이어 로봇청소기 ‘파워봇’ 신제품 론칭과 함께 공개한 광고 콘텐츠 역시 일반적인 CF 영상과는 다른 발상으로 접근했다. 마케팅 상황상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콘텐츠지만, TV 미디어를 통해서도 충분한 점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광고로 기획했다. 제품의 핵심 특장점인 ‘초강력 진공 흡입’ 성능을 직입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흡입력 있는 영상’이라는 기발한 타이틀 아래 ‘블랙홀처럼 세상 모든 것들을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장면들을 연출한 광고 영상을 탄생시켰다.
▲ 디지털 미디어 확산 효과뿐 아니라 TV 미디어에서의 점화 효과도 창출할 수 있도록 기획한 파워봇 광고 영상
광고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CF적 구성의 전반부와 제품 정보 전달에 충실한 후반부의 조합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러닝타임에 제한 받지 않는 일종의 ‘인포테인먼트형’ 광고 콘텐츠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파워봇 광고 영상은 콘텐츠 공개 직후부터 디지털 미디어상에서 빠른 호응을 이끌어내며 2주 만에 무려 300만 건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SNS상으로 이어진 확산 캠페인과 더불어 그 자체로서 당초 기획된 의도대로 충실히 신제품의 차별적 성능 전파 및 소비자 구매 동기 부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플랫폼보다 앞서 콘텐츠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콘텐츠를 통해 발신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최대한 많은 소비자 사이에서 공감·확대·재생산될 수 있도록 미디어 플랫폼의 틀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획과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TV든 디지털이든 일단 ‘재미있고, 강력하게’
그런 의미에서 그것이 꼭 TV든 디지털이든 엄밀히 말해 각기 그 역할과 효과가 다른 채널의 관점에서 기획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욱 강력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로서 그 제품과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는가, 또한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인식의 저변을 넓혀나가는 레버리지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포터블 SSD’라는 아직 일반 소비자층까지 범용화되지 못한 카테고리 및 제품을 알리는 광고 콘텐츠로서 이번에 인기 웹툰 ‘질풍기획’과 콜라보레이션한 광고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어쩌면 신의 한 수였을지도 모르겠다.
▲ 인기 웹툰 ‘질풍기획’과 콜라보레이션한 포터블 SSD T3 ‘내구성’ 편 광고 영상
마케팅에서 ‘재미있다’의 반대말은 ‘재미없다’가 아니라 ‘안 팔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주된 방영 채널이 TV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인 경우라면 더욱 더 ‘스스로 발화, 전파, 확산될 수 있는 강력함’을 갖춰야 한다. 광고 콘텐츠의 미덕은 그것이 ‘디지털 광고’이기 때문에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포터블 SSD T3 ‘보안성’ 편 광고 영상
포터블 SSD T3 광고 콘텐츠 역시 그것이 방영되는 디지털 채널에 최적화시키려 노력했고, 광고 콘텐츠의 미덕을 담아내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쉽게 전달하기 어려운 포터블 SSD T3의 제품 개념을 ‘고성능 저장 장치’로 콘셉트화하고, 속도·보안성·내구성이라는 주요 특장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고성능’의 표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웹툰 애니메이션만의 가장 극적인 재미 요소와 스토리를 개발했다. 이로써 각 편별로 짧고 강력한 15초 호흡의 킬러 콘텐츠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특히 이 콜라보레이션 광고 영상들은 질풍기획이라는 웹툰이 가진 원작의 파워를 활용하고자 30~40대 직장인 타깃을 미디어 믹스의 전략적 포인트로 삼아,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포털 사이트 프로야구 생중계 채널 등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 외에도 전략적으로 집행하는 등 노력했다. 그 덕분에 영상 공개 한 달 만에 조회수가 무려 550만 건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말 그대로 ‘소비자 공감, 확대, 재생산’에 성공한 콘텐츠가 될 수 있었다.
그 광고, TV 또는 디지털에 적합한 콘텐츠입니까?
어떤 브랜드가 상업적 의도를 갖고 만든 콘텐츠에 대해 TV 광고는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수용성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에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광고는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클릭하거나 공유하고 전파하지 않는 이상 마케팅적으로 호평받는 콘텐츠가 되기 사실상 훨씬 더 어렵다. 이는 업계에서 모두가 알지만 짐짓 모른 척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영상 제작’의 관점에서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거의 같은 규모의 시간과 비용 자원의 투입, 그리고 TV든 디지털이든 광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수고와 노력 역시 같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 광고는 싸다’ 혹은 ‘쉽게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은 다분히 위험하며 잘못된 믿음이다. 이러한 편견이야말로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해결 과제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디지털 광고로 단순히 대체가 불가능한 TV 광고만의 역할과 여전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고, TV와 디지털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에 대한 발전적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마케팅의 고도화와 함께 브랜드, 제품에서부터 매장, 고객 경험 등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그 광고, TV 광고냐 디지털 광고냐?”가 아니라 “그 광고, 적합한 콘텐츠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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