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4. 10:00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은 뭘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밝힌 1위 앱은 메신저로, 특히 모바일 메신저는 우리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바꿔놓았다. 친구와 헤어지면서 “전화해”라고 하던 습관이 “카톡해”로 바뀐 것 자체가 단적인 변화의 증거다. 어느새 메신저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고, 점점 더 그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서비스의 본질도 가입자와 플랫폼 중심에서 대화 그 자체로 옮겨가고 있다.

빅스텝_메인

 

모바일 메신저의 출발, ‘무료 문자메시지’

스마트폰의 모바일 메신저는 PC용 인터넷 채팅, 그리고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역할을 끌어안으면서 시작했다. 물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는 간단한 텍스트와 사진 정도만 보낼 수 있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고, 인스턴트 메신저는 꼭 PC 앞에 앉아야 하는 물리적인 제한이 있었다. 스마트폰은 이 둘의 한계를 깼다.

어찌 보면 문자메시지의 단순한 대체품에서 시작했던 게 모바일 메신저라고 할 수도 있다. 모바일 메신저가 공격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 역시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왓츠앱은 모바일 메신저의 1세대 격인데, 애초 이 앱은 유료로 판매됐다. 한 번만 결제하면 평생 무제한으로 메시지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변화가 찾아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메신저 경쟁이 심해지면서 왓츠앱의 가치는 높아졌고, 이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무료’ 모델이 필요했다. 결국 메신저 앱들은 순식간에 무료가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직접적으로 어떤 목적을 갖고 가입자를 모은다기보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가능성’이 시장을 확대시켰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메신저들이 사람을 모으면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메신저가 서비스의 허브가 된 것이다.

왓츠앱

▲ 올해 2월 사용자 10억 명을 돌파한 왓츠앱 ⓒwhatsapp.com

 

‘플랫폼으로서의 메신저’로 진화

메신저는 충성도가 높은 서비스다. 익명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인터넷에서도 실명을 쓰고, 가입자가 확실하다. 또한 한번 올라타면 다른 것으로 옮겨가기 쉽지 않다. 좋든 싫든 메신저는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깔려 있는 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를 예로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카카오톡을 쓴다고 봐도 99%는 맞다. 이는 곧 국내 시장을 아우르는 단일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통한다. 이런 서비스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플랫폼이 된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플랫폼 서비스는 ‘카카오 게임’이다. 카카오를 통해 모바일 게임의 친구를 연결해주고, 아이템을 주고받기도 한다. 메시지의 공해라는 부작용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단숨에 히트시키는 지름길이 됐다. 카카오톡이 게임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카카오는 이제 그 범위를 오프라인으로 넓혀 택시나 대리운전, 그리고 미용실, 음식 배달서비스까지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의 전략 역시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O2O 서비스가 중심에 있다.

중국도 비슷하다. 중국의 대표 메신저는 위챗이다. 텐센트가 만든 위챗은 사용자가 8억 명이 넘었다. 텐센트는 이를 통해 모바일 게임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 시스템, O2O 등 갖가지 서비스를 접목하고 있다. 위챗은 중국어권 가입자들을 꽉 쥐고 있기 때문에 그 폭발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위챗 스스로도 플랫폼을 개방하면서 여러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의 분위기도 ‘제2의 위챗을 만들자’는 움직임에서 ‘위챗 안에서 돈을 벌자’는 방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특히 오프라인의 아이디어들이 온라인으로 넘어 오는 O2O가 모바일 시장에서 하나의 굵직한 흐름으로 떠올랐다. 새 서비스들은 가입자를 모아야 했고, 결제를 해야 했다. 가입자와 결제 플랫폼을 가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강자들이 자연스레 힘을 받게 됐다. 새로운 서비스들은 그 가입자와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메신저 기업에 수익을 나눠주는 것이 당연한 비즈니스 모델이자 메신저의 미래가 됐다.

▲ 중국어권 소비자들의 대표 메신저 위챗 ⓒWeChat

 

‘대화’ 그 자체가 접점

메신저 시장은 그렇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들어 큼직한 변화가 새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든 서비스의 출발은 메신저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화’ 그 자체를 서비스 플랫폼으로 인지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눈에 띄지만, 본질을 따져보면 결국 대화 그 자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기존의 메신저 기업들이 아니다. 오히려 모바일 플랫폼을 갖고 있는 공룡들이 더 적극적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페이스북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페이스북을 제외하고 다른 기업들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회사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3월, 스카이프 위에서 작동하는 메신저 봇을 발표했다. 시연에서 보여준 내용들은 충격적이었다. 스카이프를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으로 피자 먹을까?”라는 이야기를 하면 피자 배달 업체의 봇을 제안해준다. 친구를 대화방에 초대하듯 봇을 대화방에 불러들이면 곧장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무슨 피자를 주문할지, 주소는 어디인지, 특별한 요구 사항이 있는지를 메신저에서 이야기하면 된다.

구글도 며칠 차이로 ‘알로’라는 새로운 메신저를 발표했는데, 이 안에도 봇이 서비스된다. 친구와 여행을 계획하는 대화에 항공권, 호텔 예약 봇을 불러들여 일정을 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인공지능 솔루션은 기존에 갖고 있던 윈도우 코타나, 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의 기술을 문자에 접목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자면 결국 메신저는 대화를 모으는 인터페이스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서비스 역시 메시지로 풀어야 한다는 해석으로 보는 편이 맞다.


▲ 구글의 새로운 메신저 알로 ⓒGoogle Allo

애플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iOS10의 아이메시지에 인공지능 봇을 직접 제시하진 않았지만, 앱을 메신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봇이 나서서 말을 받아주는 방식 대신 익숙한 앱이 기존처럼 메신저 안에서 약속 장소를 정하고, 예약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도와준다.

기업마다 해석의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메신저의 방향은 대화 그 자체를 서비스의 본질로 보는 데에서 출발한다. 대화를 더 풍부하게 하고, 메신저 안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품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이제 사람 사이의 모든 활동은 메신저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알로를 발표했고, 애플 팀 쿡 CEO는 메신저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메신저를 빠져 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말을 꺼낸 바 있다.

메신저는 이제 단순히 글자를 주고받는 역할을 넘어 업무를 처리하고, 서비스에 접근하는 용도로 진화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더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접근이 끊이지 않고, 그 변화는 글자 크기나 효과, 이모지 등으로 발달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메신저가 메시지를 이해하는 서비스로 탈바꿈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 메신저는 ‘대화’라는 궁극적 본질을 변주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술이 그러한 변화에 대한 의지를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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