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1. 10:24

제약 광고에 있어 반드시 놓쳐선 안 되는 게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약국에서의 지명 구매를 높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기억에 남도록 제품 이름을 지어 출시하기도 하고, 흥겨운 노래를 만들기도 하며,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그렇게 휘황찬란한 광고들 틈에서 지난 1월, 안티푸라민은 세상 차분한 광고를 온에어했다.

 

 

우리가 몰랐던 안티푸라민

1933년에 출시된, 국민 모두가 아는 그 약. 안티푸라민이 가진 86년의 서사를 과연 30초 광고 안에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우선 안티푸라민의 역사를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지금껏 언론에 보도된 안티푸라민에 대한 거의 모든 기사는 물론,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자서전과 다큐멘터리까지 찾아보며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됐다. 유한양행은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던 유일한 박사가 1920년대 당시 일제 치하에 있던 고국의 보건 환경에 충격을 받아 설립하게 됐다는 것, “건강한 국민만이 장차 교육도 받을 수 있고, 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제약업을 선택했다는 것, 비싼 수입 약품을 사용하지 못해 사소한 타박상에도 목숨까지 잃게 되는 동포를 보고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을 자체 개발했다는 것, 그리고 당시 외제 약품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무책임하게 광고한 것에 반해 안티푸라민은 제품의 기능과 사용법을 정확히 기재한 양심적인 광고를 만들었다는 것까지.
한 편의 근대 소설과도 같은 유한양행과 안티푸라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역사 드라마를 만들려는 것도, 역사책을 쓰려는 것도 아닌, 그저 광고를 만들려는 것인데 말이다.

▲ 유한양행 다큐멘터리

 

우리가 알던 안티푸라민

새로이 알게 된 안티푸라민의 감동 스토리 덕분에(?) 광고 제작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안티푸라민이 진통소염제라는 사실과는 정반대로, 요즘 사람들은 안티푸라민을 의약품보다는 기능을 확실히 알 수 없는 ‘호랭이 연고’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배가 아프면 배에, 코감기엔 코밑에 바르는 할머니의 만병통치약….

사실 안티푸라민은 처음 출시됐던 연고제와 가정 상비약으로 자리매김한 로션제 이외에도 에어파스, 롤파스 등 다양한 형태의 파스제로 제품군을 넓혔다. 2014년에는 단일 브랜드로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했다. 광고를 맡은 우리 팀에서도 “알고 보니 집에 안티푸라민 파스가 있더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이니.
우리는 브랜드 스토리를 통시적인 가치로 표현하고, 제품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을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안티푸라민과 손흥민

청소년기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데뷔해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대표적 선수가 되기까지 노력과 변화를 게을리하지 않은 스포츠인. 계속해서 성장하며 어느새 한국 대표팀 주장이 돼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뛰는 손흥민….

광고 영상은 어둠 속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깜깜한 필드는 실전 경기를 위해 스스로를 다져 나가는 선수의 내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외로운 길의 끝에서 침착했던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반전되며, 경기장으로 뛰쳐나가는 선수의 뒷모습과 안티푸라민 로션이 오버랩된다. 이에 “어제의 아픔을 내일로 가져가지 않는다. 이겨내다 나아가다”라는, 제품과 손흥민 선수의 연결고리를 표현한 멋진 카피가 더해져 지금의 광고가 만들어졌다.

▲ <이겨내다 나아가다> 캠페인 TV 광고 영상

일제 강점기에 출시된 안티푸라민이 아픈 국민을 치료하고 더 나은 국가를 만들 힘이 되고자 했던 것처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한국 국가 대표팀 주전으로 상대 수비수의 집중 견제를 받는 손흥민 선수가 넘어지고 굴러도 다시 일어나서 달리는 모습이 보는 이에게도 에너지를 주는 것처럼….
안티푸라민의 광고도 일상을 ‘이겨내고 나아가며’ 사는 당신에게, 몸과 마음에 힘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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