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2. 14:41

증권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이야기하기엔 다소 어려운 주제이다. 전문적인 용어도 많고 상품의 개념 자체가 복잡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증권의 ELS(equity-linked securities)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주가 연계 증권 상품’이라는 다소 난해한 개념을 어떻게 쉽고 재미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 과정을 소개한다.

이번 삼성증권 ELS 캠페인은 어깨에 힘을 빼기로 했다. 더욱 위트 있고 조금은 어이없어지기로 했다. 어려운 것을 쉽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지루한 것을 신나게 만드는 것이 광고가 가진 큰 힘이니까. 그 힘을 믿고 원초적인 웃음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기로 했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아주 단순한 언어유희였다. 삼성증권의 마지막 글자 ‘권’을 권법으로 접근해 본 것이다. 그러자 크리에이티브의 분위기와 테마가 무협 액션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그리고 주인공이 쓰는 가장 강력한 비기(祕技)의 이름을 ELS와 유사하게 만들고자 했다. 알파벳 ELS를 한글 발음으로 풀어쓰면 ‘이엘에스’가 되니까 ‘이엘에스’를 사자성어처럼 접근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몇 번의 브레인스토밍 끝에 우리가 만들어 낸 비기의 이름은 ‘이. 애. 래. 수’였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보이던 ELS가 어느새 폭포처럼 쏟아지는 수익을 가져다줄 재미나고 쉬운 말로 뒤바뀐 순간이었다. 그 뒤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주인공이 지켜 낼 성(城)의 이름은 ‘수익성’으로 정했다. 아주 먼 옛날의 도성에서 액션 활극을 펼치기엔 그만인 네이밍이었다.

그곳에서 백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치료해 줄 환의 이름은 ‘조기상환’으로 지었다. 악당의 이름을 ‘초저’로 정하고 그의 ‘금니’가 빛나는 순간을 얘기하면서 은근슬쩍 ‘초저금리’를 말하기도 했다. 악당들이 주인공의 손에 죽음을 맞이할 때 “삼성증권… 역시 고수… 잌”이라고 외치며 죽는 것에서 고수익을 언급하기도 했다. 찾으면 찾을수록 깨알 재미가 넘쳐나는 광고 캠페인이 된 것이다.

 

주인공이 삼성증권 ELS 상품을 ‘이! 애! 래! 수!’라고 외치는 순간의 비주얼도 다소 과장되고 재미나게 설계했다. 기합을 넣는 순간 시원한 상승의 물기둥이 터지도록 한 것이다. 무협 영화에 나올 법한 판타지적 표현을 통해 언어유희를 넘어선 새로운 재미까지 느껴지도록 했다. 여기에 ‘수익성을 지키는 삼성증권’이라는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지니 묘한 설득력이 밀려왔다.

게다가 이번 삼성증권 ELS 캠페인의 모델로 선정된 배우 김성규는 무협 액션이라는 테마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머리에 상투를 틀고 도복을 휘날리며 무술을 하는 김성규의 모습은 그의 전작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연상시킨다. <킹덤>에서의 영향력을 삼성증권 ELS 캠페인으로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었던 캐스팅이었으며, 동시에 그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클라이언트는 다소 알리기 어려웠던 ELS라는 상품을 물 흐르듯 수익을 가져다주는 ‘이애래수’라는 콘셉트로 탈바꿈시킨 것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줬다. 덕분에 2탄에 해당하는 ‘삼성증권 해외 주식’ 편도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런 형식의 증권사 광고는 처음이라며 호응했다. 삼성증권 ELS라는 증권 상품을 이토록 영화처럼 연출할 수 있다는 데 즐거워했다. 우리가 숨겨 놓은 깨알 재미를 하나하나 찾아내 샅샅이 분석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이번 캠페인은 ‘수익성=삼성증권 이애래수(ELS)’라는 단순 명쾌한 메시지를 언어유희를 통해 확실하게 전달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말장난에서 시작됐지만, 어느새 ‘장난 아닌 힘’을 가진 캠페인이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물 흐르듯 이로운 즐거움이 다가오는 광고가 아닐까!

 

▲ 삼성증권 <이애래수> 캠페인 풀버전 上편

 

▲ 삼성증권 <이애래수> 캠페인 풀버전 下편

 

제일기획   이승용 프로(신태호 ECD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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