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0. 14:18

“다시 돌아올 ‘게’….”
버거킹이 3년 전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이다. 이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떠나 버린 그 ‘게’가 돌아왔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주지훈과 함께! 지금부터 버거킹의 돌아온 메뉴 ‘붉은대게와퍼’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그 이면에는 요즘 소비자가 제품을 즐기는 방식,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팬슈머의 적극적 관여가 개입돼 있다.

 

2017년 이정재를 모델로 출시된 붉은대게와퍼는 고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시에도 “게 있느냐”, “게 아무도 없느냐”, “게냐?”라는 버거킹 특유의 위트 있는 카피를 활용한 언어유희가 소비자의 입에 오르내리며 버거킹의 팬덤이 쌓이기 시작했다.

 

▲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TV 광고 영상(2017)

소고기 패티를 주재료로 하는 와퍼 제품군 외에 신메뉴로 야심차게 출시한 붉은대게와퍼는 붉은대게통새우버거, 와사비크랩버거와 함께 씨푸드 컬렉션 라인업을 형성하며 버거킹을 찾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북돋았다.

하지만 기간 한정 제품(Limited Time Offer)으로 그 소명을 다한 붉은대게와퍼는 메뉴판을 떠나게 됐고, 소비자들은 사라진 제품에 대한 추억을 곱씹었다. 그렇게 붉은대게와퍼는 서서히 잊히는 듯했다. 그러다가 올해 다시 등장한 붉은대게와퍼. 붉은대게와퍼의 귀환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소비자의 부름, 팬슈머의 외침 때문이었다.

팬슈머는 이제 아주 중요한 마케팅의 잣대가 되고 있다. 명분과 소신 소비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느끼는 바이미(by me) 신드롬 영향으로 형성된 팬슈머는 제품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제품에 직접 관여하고 비판도 서슴지 않는 팬으로서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즐기게 된다. 한마디로 팬슈머 마케팅은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들 위한, 소비자의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갑자기 사라진 메뉴에 대한 버거킹 팬슈머들의 재출시 요청에 따라 드디어 2020년 업그레이드된 그 ‘게’가 돌아오‘게’ 됐다.

*바이미(by-me) 신드롬 : 나에 의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움직임.

 

▲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티저 영상(2020)

 

캠페인 시기에 맞춰 적절하게 배치되는 모델 전략도 버거킹만의 특기다. 여기서도 팬슈머의 파워를 염두에 둔 버거킹의 영리한 포석을 살펴볼 수 있다. 버거킹은 영화 <타짜>의 “묻고 더블로 가!” 밈(Meme)을 가지고 노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곽철용(배우 김응수)을 모델로 기용한 바 있다.

이번에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에서 왕세자 역할을 맡은 배우 주지훈을 모델로 기용해 전편 광고의 시대적 배경을 이어감과 동시에 버거킹의 맛을 왕의 맛으로 표현하며, 버거킹과 모델 주지훈의 팬슈머를 동시에 공략하는 효과를 거뒀다.

 

▲ 버거킹 <붉은대게와퍼> TV 광고 영상(2020)

“게 누구냐”, “돌아온 게냐?”

올해 재출시한 붉은대게와퍼 역시 버거킹 특유의 위트를 광고 소재로 장착하고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알싸한 올드베이 타르타르 소스와 게살 가득 크랩케이크 패티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이며 붉은대게와퍼를 그리워하던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돌아오게 했다.

기다리던 소비자의 간절함을 반영하듯 붉은대게와퍼는 함께 출시된 붉은대게X와 함께 출시 4주 만에 100만 개를 넘어서는 판매고를 달성하기도 했다. ‘게’다가 버거킹은 소비자의 취향과 선택을 고려한 밸런스 있는 신제품도 연이어 출시했다.

 

▲ 버거킹 <칠리크랩통새우> TV 광고 영상(2020)

“이보시오! 세우게!”, “새우! 게!”

돌출도 있으면서도 세련된 버거킹의 B급 언어유희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매콤달콤한 싱가포르 칠리크랩을 연상케 하는 신제품 통새우칠리크랩을 연이어 출시한 버거킹은 이렇게 팬슈머의 부름에 답하는 동시에 그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한 수를 더 뒀다.

특히 버거킹 SNS에 달리는 소비자의 댓글 하나하나에 일일이 답하는 버거킹의 마케팅 방식은 팬슈머임을 자청하는 요즘 소비자와 소통하며, 브랜드 관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소비자의 패러다임은 과거 소유(Own)에서 경험(Experience)으로, 그리고 다시 경험(Experience)에서 관여(Engagement)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메이커 보이스에 의한 소비자향 Call to Action이 소비자가 관여하고 메이커가 되는 브랜드향 Call to Action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동원의 펭수 남극 참치, 농심켈로그의 파맛 첵스, 빙그레의 캔디바 우유, 팔도의 비빔장…. 단종됐던 제품의 부활, 소비자의 호불호를 반영한 신제품, 만우절 농담이 현실이 되는 이런 사례는 브랜드가 요즘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대가는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하는 팬슈머들의 환호성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제 팬슈머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팬슈머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관심과 명분 그리고 참여. 소비자들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관심을 줄 상품을 찾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이것이 바로 요즘 소비자가 제품을 즐기는 방식이다.

 

제일기획   박준범 프로(비즈니스 17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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