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미학
실재를 더듬기 위한 매개체 사실 모든 이미지는 허구고 가짜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져 버린 것을 뒤늦게 인간의 눈앞에 갖다 놓기 위한 대리물이자 실재를 대신하는 모조다. 그러나 인간은 그 허구적 이미지, 가짜를 통해 진실을 깨닫고 실재를 더듬는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이미지는 실재에 가닿기 위한 매개들인 셈이다. 전통적인 동양의 회화 역시 그러한 매개로 작동했다. 예를 들어 산수화란 그림은 실제 산수를 소요하는 대신 그것을 그림에 담아 방 안에 걸어두거나 펼쳐놓고 바라보면서 마치 현실 속 산수를 소요하는 듯한 경험을 위해 마련한 허구적 장치였다. 따라서 굳이 실제 그대로 닮을 필요는 없었고, 다만 실재를 연상하는 기호로만 작용하면 됐다. 그래서 선으로만 그려질 수 있었다. 그림자도 없고, 부피나 질량이 깃들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있음과 없음 사이에 존재하는 것 알다시피 사진은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순식간에 포획한다. 따라서 사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찍을 대상이 마련돼야 하며 그것이 시간 속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사진은 대상과 시간을 동시에 겨냥한다. 이미 일상에 존재하는 이미지, 그러니까 레디메이드 이미지를 다루는 사진은 우선적으로 대상을 발견하는 일이고, 그런 이후 대상을 프레임에 가둔다. 그런데 촬영 후에도 대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진 속에 들어와 박힌 대상은 어느 한순간의 것이기에 그것은 있음과 없음 사이에 기이하게 걸쳐 있다. 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