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벤치마킹이란 단어가 화두일 때가 있었다. 남의 것을 연구하고 배워서 우리 것에 쓸모 있게 접목하자는 의미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한민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모든 업무 프로세스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각 산업군별로 이른바 해외에서 잘나간다는 기업, 부서를 연구하기 바빴다. 광고계에서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로 트렌드를 이끌던 CP+B, 위든 앤 케네디(Weiden & Kennedy), 오길비(Ogilvy), TBWA, BBDO 같은 글로벌 대행사의 시스템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360도 브랜드 스튜어드십(360 Degree Brand Stewardship)이니 디스럽션(Disruption)이니 하는 글로벌 대행사들의 철학이 암송해야 할 키워드로 부상했다. ‘어디서 무슨 광고를 만들었어!’라는 소문이 뜨거운 뉴스였고 실체 이상으로 그들의 작업이 대단한 것인 양 부풀려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의 국내 취업도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함량 미달인 사람들이 꽤 됐다. 황인종이 아니고 영어를 잘 구사하며 글로벌 대행사의 경력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해 들어올 수 있었다. 단숨에 글로벌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수순이라는 말도 주변에 나돌곤 했다. 글로벌이란 수능 고득점 대비를 하듯 밑줄치고 외워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양상은 우리가 세계 유수의 광고제에서 수상 실적도 미미했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기준점을 밑돌 때의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불과 3, 4년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