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광고로 생각하기_오혜원 프로] 우리는 모두 같지만, 또 모두 다르다

  요즘 들어 제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는 콘셉트도 인사이트도 크리에이티브도 아닌, 바로 ‘글로벌’입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저를 새로운 희망으로 불끈하게 하고, 가끔은 저를 주눅들게 하는 글로벌이라는 이 화두는 제 광고 인생에도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기계치인 제가 10년 넘게 혁신의 중심이라는 휴대폰과 TV광고를 하고 있는 것도 기적인데, 이제 다른 언어,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든 광고로 설득하고 사랑 받아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시작된거죠. 원래 벼락치기에 강하고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글로벌 그거…’ 걱정 반 기대 반 하던 제 맘에 용기를 주는 광고가 한 편 있었으니, 바로 폭스바겐의 ‘Milk’입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침,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고 창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따르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순간, 우유가 똑 떨어졌거나, 상했거나, 모자라서 급히 차를 몰고 우유를 사러 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툭툭 보여줍니다.   물론 그들이 몰고 가는 차는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다르지만, 전 세계 어느 길 위에나 있는 그 폭스바겐들이죠. 광고는 하나같이 슬쩍 뻣친 머리를 매만지며 집으로 돌아와 홍차에 또는 커피에 시리얼에 우유를 따라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다소 철학적인 카피를 한 줄…

트렌드

Got milk? 카피로 만들어 낸 우유의 재발견

      엄마 우유 어디있어?   어릴 적 냉장고 문을 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식생활과 우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우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릴 적만큼 챙겨먹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유는 광고하기가 어려운 제품 중 하나입니다. 맛의 차이를 주거나,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올 수는 있지만 우유라는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요즘 우유 광고는 ‘깨끗한’, ‘건강한’ 등의 컨셉으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우유라는 상품 자체는 고전적이고 일반적입니다.   특정 브랜드가 아닌 ‘우유’ 그 자체를 광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Got milk?   ‘Got milk’ 캠페인은 우유를 재발견하게 만든, 성공적인 캠페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1990년대 미국 내 우유 소비가 줄어들며 국립우유가공진흥위원회는 우유 소비를 늘리기 위한 고민에 빠졌죠. 완전식품의 대명사인 우유가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우유보다는 쥬스와 건강음료를 마셨습니다.   위원회로부터 광고 의뢰를 받은 굿비 실버스타인 앤 파트너스의 제프 굿비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Got milk?”를 제시했습니다. ‘우유는 있니? 설마 없진 않겠지’ 라는 어감이 주는 표현을 통해 늘 함께여서 잘 몰랐던 우유라는 존재에 대한 환기를 시도한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우유가 없을 때의 아쉬움들을 포착해서 광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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