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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제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는 콘셉트도 인사이트도 크리에이티브도 아닌, 바로 ‘글로벌’입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저를
새로운 희망으로 불끈하게 하고, 가끔은 저를 주눅들게 하는 글로벌이라는 이 화두는 제 광고 인생에도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기계치인 제가 10년 넘게 혁신의 중심이라는 휴대폰과 TV광고를 하고 있는 것도 기적인데, 이제 다른 언어,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든 광고로 설득하고 사랑 받아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시작된거죠. 원래 벼락치기에 강하고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글로벌 그거…’ 걱정 반 기대 반 하던 제 맘에 용기를 주는 광고가 한 편 있었으니, 바로 폭스바겐의 ‘Milk’입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침,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고 창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따르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순간, 우유가 똑 떨어졌거나, 상했거나, 모자라서 급히 차를 몰고 우유를 사러 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툭툭 보여줍니다.
 
물론 그들이 몰고 가는 차는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다르지만, 전 세계 어느 길 위에나 있는 그 폭스바겐들이죠. 광고는 하나같이 슬쩍 뻣친
머리를 매만지며 집으로 돌아와 홍차에 또는 커피에 시리얼에 우유를 따라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다소 철학적인 카피를 한 줄 남기죠. ‘We’re all the same, but different.’
이 카피 한 줄에 불안하게 요동치던 제 마음은 조금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글로벌이 별거냐…. 우린 지구라는 우주의 먼지만 한 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똑같은 지구인이다, 글로벌의
기준점은 외국의 어딘가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거다, 내가 만든 걸 그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좋아하면 그게 바로
글로벌이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돌아서려는데 뒤에 붙은 ‘But Different’ 두 단어가 맘에 턱 걸리네요. 같지만, 다르다고? 그건 마치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이고, 즐겁지만 감동적이며, 가장 이해하기 쉽지만 가장 독특한 걸 만들어 내라는 그런 느낌? 아, 이 어려운
숙제를 정말 어쩌란 말이냐…. 마음이 가볍지만 또 무거워진다는…. 왜냐하면 알면서도 모를것 같은, 같으면서도 또 다를 수 있는
그 복잡 미묘한 느낌, 아니까~!
 
hyewon.oh@samsung.com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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