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광고로 생각하기_오혜원 프로] 우리는 모두 같지만, 또 모두 다르다

  요즘 들어 제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는 콘셉트도 인사이트도 크리에이티브도 아닌, 바로 ‘글로벌’입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저를 새로운 희망으로 불끈하게 하고, 가끔은 저를 주눅들게 하는 글로벌이라는 이 화두는 제 광고 인생에도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기계치인 제가 10년 넘게 혁신의 중심이라는 휴대폰과 TV광고를 하고 있는 것도 기적인데, 이제 다른 언어,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든 광고로 설득하고 사랑 받아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시작된거죠. 원래 벼락치기에 강하고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글로벌 그거…’ 걱정 반 기대 반 하던 제 맘에 용기를 주는 광고가 한 편 있었으니, 바로 폭스바겐의 ‘Milk’입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침,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눈을 뜨고 창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따르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순간, 우유가 똑 떨어졌거나, 상했거나, 모자라서 급히 차를 몰고 우유를 사러 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툭툭 보여줍니다.   물론 그들이 몰고 가는 차는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다르지만, 전 세계 어느 길 위에나 있는 그 폭스바겐들이죠. 광고는 하나같이 슬쩍 뻣친 머리를 매만지며 집으로 돌아와 홍차에 또는 커피에 시리얼에 우유를 따라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다소 철학적인 카피를 한 줄…

마케팅 레시피

Brand experience EVERYWHERE!

우리는 20세기 방식으로 21세기를 20년간 살아왔다. 역사는 2020년을 ‘본격적인’ 21세기의 시작으로 기록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많은 것들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고, 소비자바라기 우리들은 급변하는 그들의 행동 양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팬데믹이라는 난세에 등장한 영웅은 다름아닌 디지털. 상품, 서비스, 유통, 공연 등 다양한 단어들 앞에 마법의 접두사가 돼 팬데믹 상황 속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행해지던 다양한 집체 마케팅(특히 방문자가 KPI의 핵심이던 체험) 방식도 디지털이라는 접두어에 손을 내밀게 됐다. 본격적인 21세기를 시작하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같은 고민을 반보 앞서 영민하게 행동으로 옮긴 몇몇 해외 사례를 통해 고민의 연대에 동참하고자 한다.   매년 프랑크푸르트, 파리, 제네바, 디트로이트와 같은 모터쇼가 펼쳐지는 도시에는 미디어를 비롯 관련 종사자, 일반 관람객으로 구성된 수십만에서 백만 이상의 방문객들이 월드 프리미어 신차 소개와 미래 자동차 기술 공개를 목도하기 위해 몰려온다. 2020년 제네바 모터쇼를 준비하던 폭스바겐은 팬데믹으로 쇼가 취소되자, 온라인에서 버츄얼 모터쇼를 공개했다. 전시존을 가상으로 구현해 관람객이 직접 전시 공간을 걸어 다니는 듯한 3차원 360도 경험을 제공했다. 각 부스마다 제공된 인터랙티브한 체험들로 경험은 한층 더 입체화됐다. 아직 오프라인의 모터쇼를 완벽하게 구현한 수준은 아니어도 사람 구경 아닌 오롯이 자동차만, 그것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