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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현모양처에서 갭이어족까지

“너는 장래 희망이 뭐니?” 어른들이 이렇게 물었을 때 많은 여자아이들이 “저는 현모양처(賢母良妻)가 꿈이에요”라고 대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40~50대가 웃옷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며 콧물을 닦던 코흘리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진 어머니, 그리고 착한 아내…. 유교가 국시였던 조선 시대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현모양처는 19세기 말 개항 이후 서구에서 유입된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적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면서 생겨난 개념으로, 남성이 일터에 나가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 여성은 집에서 가정을 잘 꾸려야 한다는 역할 분담론이 널리 퍼졌다고 하지요. 그 시절, 같은 질문을 남자아이들에게 했을 때 “현부양부(賢父良夫)”라는 대답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죠. 대신 남자아이들은 대통령, 군인, 판사처럼 거창한 꿈을 얘기했습니다. 꿈에도 모범답안이 존재했던 시절이었던지라 이렇게 대답하면 으레 칭찬을 받곤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현모양처나 대통령이나 자신의 내면에서 오롯이 싹을 틔워 자라난 꿈이었다기보다 외부에서 이식된 꿈이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일찍이 신여성의 대표주자였던 화가 나혜석이 이렇게 외쳤는지 모릅니다. “현모양처? 너나 해라, 현부양부!” 사회적 통념에 의해 주입된 꿈이 아닌, 스스로 ‘자발적으로’ 꿈꿀 권리를 외쳤던 거지요.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 선망의 대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큰 업적이 있거나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 사람들을 롤모델로 여기며 꿈을 키웠습니다. 집집마다 책장 한쪽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하지만 손때가 묻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