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11:20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이다. 과거에도 파워블로거로 대변되는 인플루언서가 활약한 적 있지만, 최근에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고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부상하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질적, 양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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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pokcik/Shutterstock

 

다시 돌아온 인플루언서 마케팅

새롭고 참신한 방식만이 항상 ‘최선’일까? 최근 다시 무대 중앙에 등장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꼭 그렇지는 않다”라고 답한다. 누군가의 영향력을 지지대 삼아 벌이는 마케팅 방식은 과거부터 줄곧 있어 왔다. 다수의 캠페인이 이름값 하는 개인을 다양한 모양의 그릇에 담아왔지 않은가. 따라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새로운 이슈’라기보다는 ‘전통적 방식’에 가깝다.

하지만 이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이 한동안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파워블로거 같은 셀럽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갖는 리스크가 컸기 때문이다. 개인의 영향력은 돌발적으로 불거지는 도덕적 결함이나 지나친 상업성 개입 등으로 ‘무너진 바벨탑’이 되기 십상이다. 세간의 평판이란 것이 파괴력이 큰 만큼 깨지기 쉬운 유리의 속성을 갖고 있어서다. 여기에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방적 메시지 전달이라는 치명적 부작용도 노출됐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다시 점화되고 있는 건 왜일까? 일단 과거와는 다른 성격의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생태계가 잉태한 MCN(다중채널 네트워크)에 소속된 ‘1인 크리에이터’들은 과거의 인플루언서들과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들은 연예인에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하는 개인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 콘텐츠나 캠페인을 노출하면서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신(新)인플루언서’가 과거의 선배들과 다른 점은 개인 방송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비롯된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강렬한 개성이 ‘상업성’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피로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스토리가 자발적으로 공유되게 한다는 긍정적 덕목을 지녔다. 게다가 강한 중독성을 가진 이들이 생산한 팬덤은 구매력으로 이어지는 장점까지 있다.

일례로, 다양한 동영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유쾌하게 덧입혀온 자칭 ‘더빙 아티스트’ 유준호 씨는 미쟝센, 지르텍 등 다양한 브랜드의 캠페인을 진행했고, 미쟝센의 경우 전월 대비 393% 성장을 보였다고 한다. 게임 중계 BJ인 ‘대도서관’ 역시 기네스 맥주 캠페인을 기획하고 제작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커머스까지 연결되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는 비단 우리만의 경향은 아니다. 2013년 KLM 네덜란드 항공(KLM Royal Dutch Airlines)은 당시 출시한 싱가포르-발리 신규 노선을 홍보하고자, 여행과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10명의 인플루언서에게 스페셜 쿠폰 코드를 발급했다. 이들은 서로 친분이 있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한 조합으로 꾸려져 함께 여행을 떠났고, 그 결과 진심에서 우러난 콘텐츠가 대량 생산됐으며, 클라이언트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티켓 판매율을 기록했다. 이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실제 매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에 속한다. 그런 성과가 가능했던 건 단순히 인플루언서의 파워에 기대기보다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그들의 개성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것인가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진정성을 가질 때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말레이시아는 2015년 8월 뉴욕 시티에서 진행할 캠페인을 위해 전 세계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끌어 모았다. 그 결과 삼성전자 말레이시아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크리에이터는 말레이시아의 유튜버 조셉 제르마니(Joseph Germani)였다. 간택(?)된 인물로 봐선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글로벌 캠페인의 마이크로 사이트와 광고에 메인 모델로 등장했다. 그동안 인플루언서가 소셜미디어나 여타 디지털 채널에 등장한 사례는 있었으나, 글로벌 캠페인의 메인 모델로 나타난 것은 사실상 이때가 최초였다. 그간 글로벌 캠페인의 주연은 인지도 04 높은 셀럽들의 차지였기 때문에 무척 파격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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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의 유튜버 조셉 제르마니가 등장하는 삼성전자 말레이시아의 캠페인. ⓒSamsung Malaysia

한편 ‘그레이트 이스턴 라이프 싱가포르(Great Eastern Life Insurance Singapore)’는 싱가포르의 젊은 소비자들이 TV를 잘 보지 않자, TV 광고 예산을 모두 유튜브에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유튜브 개설은 당장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야 하는 일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한 이 캠페인은 유튜버로 활동하는 실제 커플들의 데이트 장면이 담긴 시리즈물로 제작됐다. 이들은 촬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스토리를 풀어나갔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거부감 없이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6편의 동영상으로 2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캠페인은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기존의 TV 광고보다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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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로 활동하는 실제 커플들의 스토리를 담아낸 그레이트 이스턴 라이프 싱가포르의 캠페인. ⓒLive Great TV

다시 시선을 우리 주변으로 돌려보자. 잇츠스킨은 2014년 11월, <비정상회담>의 출연진인 장위안, 기욤, 다니엘과 토크 형식으로 진행한 캠페인 영상을, 2015년 6월에는 스타 셰프 최현석, 이원일, 미카엘이 출연한 <잘나가는 셰프들의 피부 레시피, 냉장고 썰전>이라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MCN,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키워드로 캠페인을 기획했다. 2016년 4월, <잇츠뷰티쇼핑쇼>라는 프로그램이 마이크로 사이트, 유튜브, 아프리카 TV 등으로 생방송됐다. 잇츠스킨이 이번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을 채택해 1인 미디어와 홈쇼핑 포맷을 결합한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홈쇼핑 형식의 방송을 TV가 아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한 셈이다. 해당 캠페인에는 크리에이터 대도서관과 양띵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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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미디어와 홈쇼핑 포맷을 결합한 잇츠스킨의 <잇츠뷰티쇼핑쇼> 프로그램. ⓒbeautyforall.itsskin.com

지난 2월 G마켓은 유튜브 스타 4인방과 함께 ‘쇼핑어벤G스 되다’란 콘셉트의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유튜브 영상 재생 수 420만 건 이상, 페이스북에선 425만이 넘는 뷰를 기록하며, 상당한 바이럴을 일으켰다. 캠페인 성공에 힘입어 12개 제품의 평균 판매량이 6배 상승하는 등 실질적인 매출 성과도 거뒀다. 이러한 사례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마케팅과 브랜딩을 넘어 이제는 커머스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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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스타 4인과 함께 진행한 G마켓의 <쇼핑어벤G스 되다> 캠페인. ⓒGmarket

 

누가 영향력이 있는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공적 시도를 위해선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가장 먼저 누가 진정한 인플루언서인지를 감별해야 한다. 단순히 인지도가 높다고 해서 인플루언서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100만 팔로어를 거느렸다고 해서,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플루언서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영향력은 크지만 덜 유명한 인플루언서도 있다는 뜻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알아도 대도서관은 모르는 이가 더 많지만, 대도서관을 인플루언서가 아니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영향력을 파악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그들의 활동 무대인 디지털 플랫폼을 분석하는 것이다. IT 전문기자 폴 길린(Paul Gillin)은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비밀(Secrets of Social Media Marketing)>을 통해 “모든 소셜미디어에는 서열이 존재한다”고 밝힌다. 블로그 세계에선 트래픽, 링크수, 댓글, 검색 엔진 친화도 등이 서열을 결정하는 척도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는 팔로어나 친구, 팬 등의 숫자가 주요 기준이 된다. 그는 “이 같은 서열에 따라 영향력의 수준이 달라진다”며 “링크 수나 친구 수, 영향력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성립하진 않지만, 더 주목받는 사람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다. 따라서 전통 미디어 리서치를 비롯해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들의 모니터링을 통해 가치가 높은 인플루언서를 발굴하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협업할 인플루언서가 정해졌다면, 그들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이들 크리에이터들에게 “자율성을 주면 참신한 발상이 솟구치지만, 브랜드의 입김이 강해지면 창의력이 감소한다”는 것이 캠페인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다. 적절한 긴장과 거리감 유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MCN과의 협업에 앞서, 구독자 규모와 운영 채널, 스타성, 팬심 등은 가장 기본적인 체크리스트에 속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항목은 “광고의 색깔이 너무 짙지도, 그렇다고 희미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개인’인 인플루언서에게 기업의 중요한 이미지를 투사하기 때문에 과연 그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기업의 철학을 지속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안고 있던 리스크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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