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11:20

최근 몇 년 한국 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취향 소비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사람들은 ‘필요’에 의한 소비를 넘어 가치가 있는 재화에 투자하고 내 취향을 저격해 주는 ‘작은 사치’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작은 사치의 대표적인 아이템이 패션 액세서리, 화장품, 그리고 디저트인데,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취향을 드러내기 쉬우면서도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이 중 흥미로운 아이템이 바로 디저트이다. 우리 삶 속에서 디저트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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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deejune/Shutterstock

 

뻔한 디저트는 지겹다:고급화, 세분화되는 디저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프랜차이즈 카페의 티라미수는 고급 디저트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도 푸딩을 판매하고, 마트에서 냉동 마카롱을 구할 수 있다. 케이크는 기념할 만한 날에 먹는 특별한 메뉴였는데, 이제는 식사 후 케이크 한 조각 먹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이제는 디저트를 먹을 때에도 내 취향을 드러내줄 수 있는 디저트를 원한다. 최근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디저트가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가로수길, 이태원을 중심으로 디저트 전문점들이 생겨나면서 프리미엄 디저트에 관심을 갖는 인구도 늘고 있다. 디저트 관련 검색어를 살펴보면 프리미엄 디저트 관련 버즈양(量)은 2015년에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128%) 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전체 디저트 검색어 증가율인 45%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뉴욕의 크레이프 케이크, 일본 유명 브랜드의 치즈 케이크, 프랑스 정통 에끌레어같이 더 고급스럽고 더 전문적인 프리미엄 디저트는 나의 취향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이다. 실제 백화점의 디저트 관련 매출 역시 2013년 이후 20%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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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저트 검색 증가율 * 2014년 6월~2015년 5월 VS 2015년 6월~2016년 5월

게다가 2030 여성의 디저트 관련 검색어를 분석해 보면 디저트를 검색할 때 ‘케이크’, ‘빙수’, ‘파이’와 같은 일반적인 디저트 카테고리명을 활용한 검색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나나푸딩’, ‘이태원 크레이프 케이크’, ‘M 브랜드 도지마롤’과 같은 더 세세한 분류의 구체적인 제품명을 활용해 검색하는 비중이 41%를 차지한다. 특히 프리미엄 디저트와 관련한 연관어를 메뉴, 장소, 가격으로 분류해 보면 장소에 대한 검색이 69%로 메뉴(29%)나 가격(2%)에 비해 압도적이다. 프리미엄 디저트를 즐기는 이들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디저트를 먹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 ‘성지순례’를 한다. 한때는 SNS가 소통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SNS는 소통과 공유가 아닌 경쟁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SNS를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세련된 라이프를 누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쇼윈도’로 활용하고 있다. 일상에서 프리미엄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은 나의 고급스러운 취향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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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여성의 디저트 관련 검색어 분석

 

장소의 분리: 밥은 식당에서, 디저트는 전문점에서

디저트는 원래 프랑스어 ‘Desservir’가 그 어원으로, ‘치우다, 정돈하다’라는 말에서 생겨났다. 디저트 문화가 오래된 서양에서는 그래서 디저트가 식사의 일부로, 마지막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음식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한 상차림 문화를 갖고 있던 우리나라 역시 디저트는 식사 후 그 자리에서 식사를 마무리하는 후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식사와 디저트는 점점 분리되고 있다.

사람들의 디저트 검색 시간대를 음식이나 맛집을 검색한 시간대와 비교해 보면 디저트 관련 검색은 음식 관련 검색 이후에 이뤄진다. 음식과 관련된 검색이 실제 식사 시간대 직전인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오후 4시에서 저녁 7시 사이에 집중돼 있는 반면, 디저트와 관련된 검색은 오후 1시 이후, 저녁 식사 시간 이후인 7시 이후에 집중돼 있어 식사와 별개로 디저트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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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및 맛집 VS 디저트 검색 시간

디저트가 식사로부터 분리되는 현상은 디저트 시장 규모 증가라는 요인 외에도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디저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디저트를 따로 즐기기보다는 입가심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디저트 자체를 즐길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디저트 카페와 관련해 ‘맛집’, ‘먹스타그램’, ‘먹방’이 연관어 상위에 위치할 정도로, 디저트 자체도 하나의 맛집 카테고리로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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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저트 카페 관련 연관 검색어 순위

 

담배 대신 포크를 들다: 남성들의 주체적인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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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대 디저트 검색자 성별 구성 *최근 2년 제일기획 소비자 패널 로그(2014년 6월~2016년 5월)

소비 디저트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디저트 소비의 주체가 여성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20~30대의 최근 디저트 검색 성비를 보면 남성이 43%로 이제는 남성들도 디저트에 관심이 많아졌다. 성별 디저트 검색 증가율을 확인해 보면, 남성의 경우 특히 프랜차이즈 디저트 검색 증가율이 153%로 눈에 띈다. 한 매체 조사(<대학내일>, 2015년 전국 20대 디저트 이용 실태 조사)에 의하면 남성들은 디저트를 선택할 때 가격을 우선 고려하는 요소로 꼽았는데, 최근 990원짜리 마카롱이나 대용량 생과일주스 등을 다루는 저가형 브랜드의 등장은 디저트 시장 진입 문턱을 더욱 낮춰줬다. 디저트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반면 남성들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이었던 담배 소비량은 전년 대비 23.7%(43억 갑→ 33억 갑) 감소했다. 식사 후 담배가 차지하던 남성들의 휴식 시간을 디저트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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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성별 디저트 검색 증가율 *2014년 VS 2015년

여자 친구 손에 이끌려 디저트를 처음 접하고 이제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를 통해 자발적으로 디저트를 소비하고 있다. 남성 잡지에서도 이전에는 ‘여자 친구가 좋아할 데이트 코스’ 정도로 디저트를 다뤘으나, 이제는 ‘한번쯤은 꼭 먹어 봐야 할 디저트’와 같이 남성을 디저트 소비의 주체로 여기고 디저트 맛집과 종류에 대해 다루는 기사가 늘고 있다. 게다가 프리미엄 디저트를 즐기는 남성들의 경우 상당한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리미엄 디저트를 즐기는 남성 중 메뉴를 검색한 비중이 70%에 달하며, 검색한 메뉴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카롱, 타르트를 비롯해 피낭시에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디저트에 관심을 보인다. 여성들이 초기부터 꾸준히 정보와 지식을 쌓아온 데 비해 남성들은 여성을 통해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갖고 디저트 시장에 진입한 결과 더 구체적인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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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프리미엄 디저트 정보별 검색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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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프리미엄 디저트 메뉴별 검색 비중

 

디저트 시장의 성장: 선진화되는 라이프스타일의 척도

디저트의 유래를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철학자와 시인들이 모여 지식의 향연을 벌이면서 즐기던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길을 따라 전파되었거나 십자군 전쟁 등 서로 다른 문화가 오고 가고, 서구 문물의 유입 등 선진화의 통로를 따라서 전파되고 발전해 왔다. 디저트가 ‘후식’의 개념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로, 이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보조적 의미보다 더 큰 의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저트라는 것이 식후 입가심이라는 사소한 의미가 아니라, 삶의 수준을 나타내는 상징적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우리는 디저트를 통해, 그 사회의 삶의 수준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경제 부흥을 우리나라보다 먼저 맞이한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디저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일본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가 발달했고,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중국의 경우 레저 식품(디저트, 스낵, 음료를 포함한 간식 제품)의 시장 규모가 2016년 189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그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저트 역시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디저트의 주재료 중 하나인 초콜릿 소비가 많은 국가로 흔히 미국이나 프랑스를 떠올리지만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최근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즐기는 국가가 초콜릿을 더 즐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 국가들의 행복지수와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을 비교해 보면 초콜릿 소비량이 많은 국가일수록 행복지수도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저트 한 조각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삶일수록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유도 있다는 뜻이다. “당신의 삶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100명 중 97명이 “나는 행복하다”고 응답하는 부탄은 GDP 대신 GNH(국민총행복)를 사회 발전 지표로 채택한 국가이다. ‘국민행복청’이 정부의 주요 부처로서 행복 정책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는 언뜻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부탄은 국왕부터 국민 개개인까지 행복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국가 전체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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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지수와 1인당 초콜릿 소비량

지그메 틴레이(Jigmi Thinley) 전 부탄 총리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복은 경제적·물질적 욕구에 대한 자기 조절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질적 욕심을 채우는 것보다 안정적인 가정과 친구를 갖고, 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데서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탄의 국민들은 정신적인 행복과 물질적인 행복을 동등하게 여기며, 타인과 경쟁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신의 삶으로부터 행복을 찾는다. 이러한 부탄 사람들의 삶 속에 항상 ‘Suja’라 불리는 버터 차(茶)가 함께한다. 그들은 모르는 이에게도 Suja를 권하고, 식사 후에는 가족들과 전통 방식의 캔디와 Suja를 즐기며 담소를 나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곁에는 버터 차 한 잔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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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e Angna says:

    뭔가 잔뜩 꿀꿀할 때 디저트를 더 찾게되서 툴툴거리며 먹는 날이 더 많은것 같은데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좋네요~ 저도 좀 행복하고 여유롭게 디저트를 즐겨봐야겠네요ㅋ

    1. 제일기획 says:

      더운 날씨에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