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5. 10:00

올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둘러싼 스포츠 마케팅에 이목이 집중됐다. 팝스타의 월드투어를 방불케 하는 규모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 치열한 스폰서십 경쟁, 막대한 예산 편성 및 지난 런던 올림픽의 29조 원에 이은 ‘35조 원가량의 경제 효과’ 추측이 마케터들의 시선을 모은다.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에 대한 마케팅’과 더불어 특정 기업이 스포츠를 지원함으로써 자사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는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까지 의미한다. 선수와 구단에 대한 기업 차원의 지원, 선수 매니지먼트 또는 에이전시 운영, 관련 상품 판매 등 전통적 마케팅 방식이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 대 소비자 관계와는 달리, 스포츠 구단 대 팬의 ‘충성도(Loyalty)’ 관계에 기반한 마케팅 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많은 스포츠 리그가 훈련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고객인 ‘팬’을 비용 효과적으로 영입하고 수익원을 확대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마케팅에도 ‘마테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소셜림픽’, SNS를 활용한 인게이지먼트 제고

SNS의 일상화로 스포츠 마케터들은 또 다른 팬 채널을 관리할 필요를 느끼게 됐으며, 오픈도스나 소셜스타웃 같은 SNS 분석사들이 구단 및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팬들과의 SNS 인터랙션이 구단의 매출로 직결된다는 연구에서 볼 수 있듯, 소셜미디어 운영의 중요성은 런던 올림픽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북경 올림픽 당시엔 각각 600만 명, 1억 명에 불과했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4년 만에 6억 5000만 명, 9억 명으로 10배가량 증가하면서 마케터들은 소셜 채널에 보다 집중하게 됐다.

SNS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실험이 이뤄졌으며,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정된 글자 수를 지키되, 작은 화면에 알맞은’ 마케팅 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은 밴쿠버 올림픽과 런던 올림픽의 게시물을 비교했을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단지 이벤트를 기록하는 스냅사진이 아니라, 각 경기의 특성을 살린 ‘스포츠 비주얼(Sports Visual)’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관중들에 의해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게시할 때 저작권 문제가 없음을 위원회가 직접 알리는 등 SNS의 활용을 통해 런던 올림픽은 거대한 고객 커뮤니티와 활발하게 접촉할 수 있었고, ‘소셜림픽’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통계에 의하면 올림픽 기간 동안 매 초마다 1만 3000개의 새로운 트윗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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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림픽’이라는 별칭을 얻은 2012년 런던 올림픽. ⓒTwocoms/Shutterstock.com

 

SAP부터 MS까지, IT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 마케팅

선수 및 팬들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량화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빅데이터 회사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마케터로 나서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업체 SAP는 2010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독일 국가 대표팀에 빅데이터 기술을 지원한 이래, 2015년에는 국제크리켓월드컵의 파트너로 선정됐다. SAP는 매 경기에서 획득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각 팀의 전적, 선수들의 강점과 약점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해 제공했다.

또 다른 빅데이터 기업 SAS는 MLB 구단 뉴욕 메츠에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팬들의 행태, 성향, 선호도 등을 파악하는 데 SAS의 솔루션이 쓰이게 된다. 소셜네트워크 등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잠재 고객’을 위한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차별화된 오프라인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구단이 맞춤형 마케팅(Customized Marketing)을 진행토록 하는 것이다.

레알마드리드도 MS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구단이 디지털 클럽으로 변신할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레알마드리드는 MS의 데이터 기술력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전 세계 약 4억 5000만 명에 이르는 팬들의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개별 팬마다 차별화된 메시지(Personalized Message)를 송출하거나 특정한 상품을 광고하는 등 개개인에게 가장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를 제공해 팬들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처럼 IT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구단은 스스로의 경기력 파악뿐만 아니라 고객 발굴 및 인게이지먼트 제고라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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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마드리드와 MS의 파트너십 체결. ⓒrealmadrid.com

 

관중에게 확장된 시야를 제공하는 트래킹 솔루션

경기 영상을 촬영, 분석하는 ‘스포츠 트래킹’ 역량도 마케팅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례로 NBA는 데이터 회사 STATS의 ‘SportsVU’ 솔루션을 활용해, 선수들이 특정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예측하고 있다.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촬영해 추적하고,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량적으로 가공한 후에 최종 결과를 미디어에까지 공유한다. 선수들은 ‘고스트 경기(Ghost Game)’를 리플레이하면서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팬들은 NBA.com이나 NBA TV 등을 통해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한다.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갈수록 구단에 대한 애착도 커지게 되므로, 데이터를 통해 구단과 팬의 밀도 높은 소통이 가능해진다.

▲ SportsVU로 재구성한 NBL 경기. ⓒSTATS LLC

스포츠 트래킹에 대해 NBA 팬들이 열렬히 호응하자, UEFA(Union of European Football Associations) 리그와 NHL에서도 비슷한 솔루션을 도입했다. NHL은 액션 카메라 전문 업체 고프로(GoPro)와 계약을 맺고, 선수들의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해 여태껏 관객들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야의 경기 장면을 제공 중이다. 팬들은 텔레비전이나 경기장 좌석, 심지어 벤치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각도에서 경기를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플레이어를 선택한 후 그의 시각에 따른 경기를 감상할 수도 있다. 이전보다 경기에 대한 몰입 수준이 높아지므로 구단 및 선수에게 훨씬 더 적극적으로 호응하게 된다.

 

‘스마트 아레나(Smart Arena)’, 새로운 경기장의 설계

경기장을 어떻게 설계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스포츠 마케팅의 주요한 과제이다. 모바일에서 특정 팬들을 타깃팅하는 것이 가능해졌듯이, 경기장에서도 특정 관중(Specific Audience)과 일대일로 소통해 특별한 스포츠 경험(Sports UX)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기장 설계의 최대 이슈가 됐다. NBA 마케팅 디렉터 존 애버몬디의 말마따나 “관중이 경기장에서 어떤 경험을 누리는지가 구단의 핵심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①와이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②고객 편의용 모바일 앱을 서비스하는 구장이 많다. 리바이스 센터는 700개 이상의 와이파이 AP를 설치했으며 바클레이즈 센터, 샌프란시스코 49ers, 덴버 브롱크스 등은 스트리밍 비디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만들었다. ③수익원을 확대하기 위해 경기장에서 현금 없이 자유롭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 POS, ④관중의 위치를 기반으로 타깃 마케팅 집행이 가능한 비콘 및 LBS 솔루션도 자주 사용된다. 휴스턴 다이나모, AT&T 파크는 비콘으로 ‘특정한 고객’에게 한시적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으며, 경기장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듦으로써 2차적 바이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외에도 ⑤고속 촬영 장비를 설치해 팬들 개개인의 움직임을 촬영하거나 ⑥VR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미네소타 바이킹 팀은 오는 7월 새로 개장한 ‘뱅크 스타디움’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VR로 제공하며, 팬들이 직접 가상 풋볼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미네소타가 ‘젊고 트렌디하며 혁신적인 팀’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이른바 밀레니얼 고객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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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소타 바이킹의 VR 콘텐츠. ⓒpsfk.com

 

강화된 연결성, ‘마테크(Marketing Tech)’의 중요성

전 세계 60억 명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중이고, 새롭게 팬층을 구성하는 밀레니얼 세대 대부분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마니아들(Tech-savvy)’이기 때문에 스포츠 마케팅의 무게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 구매 비중을 높이고 모바일 캠페인에 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등 전통적 패러다임이 변화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세계적 기업들이 모바일을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펩시는 이모지, 필터를 활용해 자신만의 경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캠페인을, 하이네켄은 이번 프리미어리그를 위해 <Soccer is Here> 캠페인을 실시하는 중이다.

구단과 팬의 소통 방식이 바뀌면서 스포츠 마케팅에 있어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며, 스포츠 마테크 스타트업들도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팬들이 경기 영상을 보며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정, 조합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콤비(Kombie)’, 영상을 큐레이션해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각종 리그의 실시간 중계를 모바일로 간편하게 감상토록 하는 ‘스포틀(Sportle)’, 팬들의 인게이지먼트 수준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고 그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광고비를 결정할 수 있게끔 하는 ‘비팬스포츠(bFanSports)’와 ‘팀업(teamup)’, 수용 능력에 따라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설계해 주는 ‘유도부(Udobu)’, 구단의 광고 인벤토리 관리를 돕는 ‘스폰서브(SponServe)’ 등이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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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 맞춤형 중계 영상을 제공하는 스포틀. ⓒmashab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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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의 인게이지먼트 수준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는 비팬스포츠. ⓒbfansports.com

▲ 구단의 수익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스폰서브 솔루션.ⓒSponServe

이외에도 모바일로 강화된 연결성을 활용한 캠페인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VR을 활용한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 기술의 향연이 눈부셨다. 앞으로도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스포츠 마케팅 실험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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