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2. 10:00

‘세상의 모든 기기가 연결된다’는 의미의 사물인터넷은 그 개념만으로도 주목받는 기술이다. 하지만 단순히 ‘연결된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왜, 어디에, 무엇이 활용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채워져야 한다.

 

접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마케팅 입장에서 보자면 사물인터넷을 통한 연결과 접속은 그 자체로 아주 솔깃한 주제다.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고, 그에 맞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나 e메일 주소 등 아주 작은 끈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대가를 치르는 게 바로 마케팅 업계다. 기기 간 통신으로 접점이 다양해진다면 마케팅의 방법도 더 다양해지기 때문에 세상은 이 기술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부분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인 통신과 센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씩은 손에 쥐고 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클라우드 컴퓨팅,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그 접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받는 입장에서도 과연 반가운 방법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데이터를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가

사물인터넷 초기에 자주 언급됐던 블루투스 비콘은 흥미로운 소재로 꼽혔다. 블루투스 비콘 자체는 신호의 세기를 통해 특정 센서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했는지 알 수 있는 위치 기반 기술이다. 거리를 센티미터 단위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공간, 혹은 특정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미술관에서 특정 작품에 대해 소개하거나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실제로 가까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등의 기술로 개발됐지만, 마케팅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에 다가가 관심을 보인다면 정보를 푸시 형태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로도 고민됐다. 매장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쿠폰을 제공하거나 할인 제품을 소개하는 용도로도 해석됐다. 또한 접근 거리와 체류 시간을 기반으로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어떤 제품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파악하거나 동선 등 중요한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히기도 했다.

▲ 소비자에게 푸시 형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비콘 기술

하지만 비콘은 기대만큼 그렇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 아주 저렴한 블루투스 센서를 더하는 것뿐인데 왜 대중화되지 않았을까? 사실 지금도 블루투스 비콘 기술은 다양한 곳에 쓰인다. 다만 애초에 생각했던, 데이터를 밀어 넣는 시나리오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비콘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앱과 블루투스에 대한 인식도 중요했다. 한 블루투스 비콘 플랫폼 기업과 나눴던 대화 중에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블루투스를 켜는 것만으로 절반은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이 외에도 블루투스 비콘이 잔뜩 깔린 쇼핑몰을 아침저녁으로 지나가야 하는 직장인들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메시지에 결국 앱을 포기할 수도 있다. 기술의 문제나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정보가 되기도 하고, 공해가 되기도 한다. 지금도 이 블루투스 비콘은 그 가능성만큼이나 많은 곳에서 활용도를 고민하는 기술이다.

 

‘내 정보’에 대한 합의

최근에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향을 분석하고, 적절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까이 두고, 그 안에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읽어내고, 정보를 전달해주는 환경으로 변화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구글과 아마존이다. 이 두 회사는 전혀 다른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각 서비스의 이용자들과 대화하는 방법이나 접점은 매우 닮아 있다. 구글은 오래 전부터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대한 반발이나 부담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구글의 서비스가 더 정교하고 다양해지면서 이용자들은 큰 거부감 없이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검색 정보에서 시작해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에는 위치 정보나 관심 있는 소식, 좋아하는 콘텐츠 등 거의 모든 것들을 분석한다. 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안드로이드폰의 ‘구글 나우’이다. 이 서비스는 이제 자주 가는 곳의 정보나 다음 출장지의 정보를 e메일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집에 돌아가는 막차 시간을 알려주는 건 기본이다.

▲ 구글의 인공 지능 스피커 구글 홈 Ⓒmadeby.google.com

최근에는 여기에 한 술 더해 대화 기반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구글 어시스턴트’도 활발하게 키워가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 스피커로 불리는 ‘구글 홈’은 목소리를 기반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주변 환경을 제어한다. 구글의 콘텐츠뿐 아니라 뉴스를 검색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기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처럼 사물인터넷의 중심 플랫폼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뿌리고 있다. 구글 홈 외에도 이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폰, 냉장고, TV, 셋톱박스 등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손쉽게 가정용 사물인터넷의 중심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국 그 안에서 구글은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셈이다. 구글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서비스를 매개체로 사람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사물인터넷의 기반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단순히 원격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것만이 사물인터넷은 아니다.

결국 구글은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더 효과적으로 광고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정보를 수집했고, 그에 따라 기가 막힌 맞춤 광고 서비스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구글이 데이터를 수집할 때 우리가 흘려버린 것들을 정보로 만들어주고, 대화를 통해 이를 더 확대해가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대화하는 방법

아마존도 다르지 않다. 아마존은 쇼핑몰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최저가, 할인 쿠폰 제공 등으로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이용자의 쇼핑 패턴을 끊임없이 분석했고, 적절한 배송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이용자들과 대화하는 방법에 힘을 쏟아 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코’다.

▲ 아마존 에코는 아마존이 소비자들과 대화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 결과인 셈 Ⓒamazon.com

구글 홈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있듯, 아마존 에코에는 ‘알렉사’라는 플랫폼이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주변 기기를 제어할 수 있고, 콘텐츠를 재생하며 음성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구글이 이 정보들을 궁극적으로 광고에 활용한다면, 아마존은 쇼핑에 활용한다. 집 안 어디에서든 아마존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필요한 상품들은 굳이 컴퓨터를 켜고 사이트에 로그인하지 않아도 ‘말’로 주문할 수 있다. 알렉사 자체가 집 안의 일을 거드는 하나의 식구로 자리 잡기 때문에 그를 통해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해지고, 아마존의 쇼핑이 생활 속에 녹아드는 데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Speak’의 시대에서 ‘Talk’의 시대로

사물인터넷이라는 말을 다시 돌아보자. 기본은 모든 사물 사이의 통신에 달려 있다. 그 끝단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기계가 될 수도 있다. 서로가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주고받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전에는 주로 일방적인 방법으로 정보가 전달되곤 했다. 설문조사, 전화 홍보, 스팸 메일 등이 대표적인 접점이었다.

이제는 기계와, 소프트웨어와 대화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누구나 손 안에 음성 인식 비서를 하나씩 갖고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습관 하나하나를 이해한다. 집 안에서는 구글 홈이나 아마존 에코 등의 기기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일방적인 전달보다 자연스러운 대화 사이에서 일어나는 서비스들을 반기게 마련이다.

물론 우리는 아직 기기와 이야기하는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다. 음성 인식 기술은 1990년대 휴대전화가 자리 잡을 때도 나왔던 기술이다. 말을 하긴 하지만 ‘대화’라기보다 ‘명령어’가 중심이었다. 이 때문에 미리 정해진 대로만 말을 해야 했고, 그 결과물 자체도 충분치 못했다. 물론 ‘광고’로서는 좋았다. 거의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모델이 기차 위에 매달려 “본부! 본부!”를 외치던 그 광고가 기억에 남으니 말이다.

▲ 음성 인식 기술을 보여준 삼성 애니콜 광고 Ⓒyoutube.com/jkdjek

아마존이나 구글의 음성 인식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은 결국 양방향 대화가 가능하고, 늘 새로운 정보가 시스템 뒤에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가 기기든, 사람이든 일방적으로 말하는 ‘Speak’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Talk’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만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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