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3. 10:00

UX란 디지털 디바이스 사용자가 온라인 세계에서 누리는 경험(Experience)을 가리키는 용어로, 애플 부사장과 HP 대표를 역임한 돈 노먼(Don Norman)이 만든 말이다. 그는 이전까지 사용됐던 ‘인터페이스’의 개념을 확장,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경험’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디지털과 실제 사이의 이음새가 날로 매끄러워지면서 사용자 경험 역시 특정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게 됐고, 한결 더 확장된 개념을 사용해 사용자가 어떤 제품/서비스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고, 반응하고, 인터랙션하는 총체적 맥락(Context)을 가리킬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를 모두 포함하는 UX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IoT 환경의 확산, 축적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발달 및 디지털 세계를 ‘현실처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UX는 다양한 각도로 증폭되고 있다. 많은 UX 전문지에서도 주목해야 할 사용자 경험 관련 기술로 인공지능과 VR 등을 꼽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부응하는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키워드들을 살펴보자.

 

사용성과 접근성, UX는 사회 정의의 문제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개발도상국에 중저가형 모바일 디바이스가 보급되면서, 단지 ‘밀레니얼’이나 ‘제너레이션Z’처럼 모바일에 익숙한 소비자층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까지 포용할 수 있는 UX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UX란 본질적으로 사용성(Usability)과 접근성(Accessibility)의 문제이므로, 아무리 세련되고 혁신적인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새롭게 디지털 세계에 진입한 초보자(Digital Novice)들의 사용과 접근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재고할 여지가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경험을 누릴 수 있는지가 새삼 중요해지는 현상을 IT 전문 미디어 『패스트컴퍼니』는 “사회 정의의 문제(It is about social justice)”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경험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UX를 설계하는 것은 단지 신규 유저들을 고객으로 포섭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 익숙하고 따라서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을 브랜딩하는 데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과 제너레이션Z의 욕구에 호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정의’, ‘사회 변화’, ‘공유’ 등은 매우 중요한 매력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용성에 집중한 UX를 제공하는 사례로, 트위터의 공동창립자 에번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설립한 소셜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Medium)’을 꼽을 수 있다.

▲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도모한 미디엄 Ⓒmedium.com

미디엄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저로 포진해 있는 ‘고품질 블로그(Quality Media)’로 이름이 높다. 에번 윌리엄스는 트위터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글을 쓰고 읽기 쉬운 플랫폼’을 지향해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화면 전체를 메모장처럼 쓸 수 있는 직관적인 툴을 제공한다. 덕분에 미디엄은 고유의 UX를 자랑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아,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쉽고 익숙한 방식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사용자가 만족스러운 경험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다.

 

인터랙션의 분절화, 인터랙션의 최대화

사용자는 제품/서비스 및 브랜드와 인터랙션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을 가지게 되므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매 단계를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2014년 메이필더인터랙션 부사장 댄 새퍼(Dan Saffer)가 ‘마이크로인터랙션(Micro-interaction)’이란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는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취하는 일련의 요소를 총칭하는 말로, 예컨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블루투스로 연결한다’는 행동을 세밀하게 쪼개 ①숨겨진 제어화면을 스와이프한다 ②블루투스 버튼을 토글한다 ③매칭 디바이스를 더블터치한다 식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이크로인터랙션에 집중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줄 수 있는 동작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이나 구글이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버튼 크기, 슬라이드나 터치 방식 등 ‘작은 인터랙션’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이유도 사용감을 제고해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얻기 위함이다.

▲ 햅틱 센서로 움직임을 인지하고 방향을 지시하는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슈즈 ‘레칼’ ⒸDucereTechnologies

게다가 모바일 디바이스의 센서는 점점 더 섬세해지고 있으므로 인터랙션에 편리와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마이크로인터랙션의 수준을 넘어서 나노인터랙션(Nano-interaction) 및 피코인터랙션(Pico-interaction)까지 살필 필요성이 생길 것이다. 햅틱 센서만 살펴봐도 터치, 스크롤, 핀치, 줌, 탭, 클릭, 토글 등 다양한 방식을 지원한다. 또한 웨어러블이 보편화되면서 외부 자극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터치포인트도 넓어진 만큼 사용자의 미묘한 움직임이나 체온, 맥박 같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를 이해하는 AI로 맞춤형 UX 제공

한편 자연어 처리나 데이터마이닝 등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사용자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에 대응해 개인화된 경험(Personalized Experience)을 제공할 수 있는 가상비서(VPA, Virtual Personal Assistant) 및 챗봇 솔루션도 UX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애플 시리, MS 코타나, 구글 나우와 같은 VPA들은 사용자의 일상적 언어, 즉 자연어(Natural language)를 ‘명령(Input)’으로 이해해 받아들인다. 여타의 입력 행위 없이 음성 대화로만 원하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서비스가 온디맨드형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사용자의 연령, 성별, 위치, 취향 등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기 때문에 점점 더 UX를 특정 사용자 맞춤형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의 콘텐츠를, 최적의 타이밍에, 최적의 형식으로’ 제공하는 반응형 서비스(Responsive Service)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앱이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모바일 포맷으로, PC가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웹 포맷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이다. 즉 콘텐츠 탐색, 열람, 공유, 구매 등 거의 모든 행위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사용자가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해 주는 챗봇 솔루션이 방증하듯 인공지능은 ‘검색의 시대’에서 ‘대화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사용자에게 편리하고도 개인화된 형태의 UX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기대감을 사고 있다.

 

VR이 제공하는 ‘확장된 세상’의 인터랙션

VR과 AR 및 유관 기술을 활용한 상품들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 오큘러스, 소니가 약진하는 가운데 HTC가 공격적으로 보급 중인 VIVE라든지, 2017년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구글의 틸트브러시를 포함해 VR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여러 디바이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 2017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구글 틸트브러쉬 ⒸGoogle

VR의 사전적 정의, 즉 “특정한 물리적 환경과 상황을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해 사용자가 마치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기술(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구하는 바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한걸음 더 나아가 ‘프로젝트 얼로이’를 통해 현실과 가상이 경계 없이 융합된 MR(Merged Reality, 복합현실)을 지향하고 있다. 그동안 가상과 현실을 구분했던 스크린의 의미가 탈색돼 가는 지금,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게 된 사용자에게 어떤 UX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대두된다.

▲ MR을 지향하는 인텔의 프로젝트 얼로이 ⒸIntel Newsroom

VR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VR을 활용한 가상 탐사 및 견학 등 여러 소비자 대상 서비스들이 소개되고 있는 지금, UX와 관련해 얼마 전부터 새롭게 제기된 과제는 사용자의 언어적 대화 요소뿐만 아니라 보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까지도 문화적, 지역적, 국가적 맥락과 연계, 해석해 VR 세계에서 사용자 간 상호작용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VR 콘텐츠 내에서 사용자가 특정 제스처를 취할 때, 또는 다른 사용자에게 어떤 행위를 할 때 그에 대해 콘텐츠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전한 형태의 몰입적 UX(Immersive UX)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미래 기술들

이 외에도 사용자가 현재 처한 상황이나 선호에 맞는 경험(Customized Experience)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의 감정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기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가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과연 현재의 경험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주로 뇌파를 측정하는 기술(EEG), 모공의 땀을 분석하는 기술(GSR) 등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얼굴의 근육 움직임을 인지해 분석하는 얼굴인식 기술(Facial Recognition)도 즐겨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마케터들은 포커스그룹, 인터뷰 등 예전의 방식보다 한결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인식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다양한 디바이스와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IoT 고속통신망, 그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융합을 가속화하는 VR/AR 기술의 발달 등이 사용자를 둘러싼 상황 전체를 고려한 ‘총체적 UX(Holistic UX)’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벽두를 장식했던 CES나 MWC 등에서 AI와 VR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음을 뚜렷이 볼 수 있었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가 계속해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음성과 제스처, 장소와 날씨, 선호와 문화 등이 사용자의 명령 행위로 기능할 수 있게 되면서 그에 부응하는 포괄적 UX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디지털 세계와 실제의 세계를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하며 사용자의 경험을 제고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하는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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