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4. 18:00

수많은 광고 중 나만을 위한 광고가 있다면 어떨까? ‘내’가 세상의 중심인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광고까지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어 줄 순 없을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 <갤럭시 S8 큐브무비> 캠페인은 개개인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광고였다. 40개의 영상을 1만 가지로 조합할 수 있게 한 것, ‘나만의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개인의 전화번호를 활용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 큐브무비 예고편 영상

큐브무비 비긴즈

시작은 “갤럭시 S8의 다양한 기능을 새로운 형식으로 시도해 보자”였다.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슬로건 아래 출시된 갤럭시 S8에는 혁신적인 기능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기능들을 하나씩 보여 주는 기존의 하우투 방식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아 보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스마트폰 생활도 하나의 기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검색을 하다가도 사진을 찍고, 영상을 보다가도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하루 동안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것이 오히려 갤럭시 S8의 광고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개별적인 기능 설명이 아닌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이야기에 담는 방식.

게다가 사람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스마트폰도 각자의 방식대로 사용하기에 소비자 개인의 의견이 오롯이 담기는 콘텐츠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더해졌다. 그렇게 ‘개인의 참여로 조합되는 연속된 영상’이라는 포맷이 결정됐다. 더욱이 타깃으로 지정한 밀레니얼 세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 또한 ‘개인’에 초점을 두는 방식이 대세였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유달리 적극적인 사람들

갤럭시 S8의 주 타깃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개인이라는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특히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등 개인화된 경험을 ‘혼밥, 혼술’ 같은 사회 현상으로 만들고 있다.

미디어에 있어서도 타깃들은 일괄적으로 방영되는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채널만 선택하여 구독한다. BJ 방송이 인기 있는 이유도 자신의 댓글이 실시간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 캠페인은 여전히 대중매체를 통한 일방향적 포맷을 띠고 있어, 자신만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타깃들에게 점점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한 개인화된 광고는 충분히 이들의 흥미를 끌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그들에게 어떤 참여 방식을 제시해야 거부감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참여할까’였다.

 

쉽고 빠르고 직관적인 인풋에 대한 고민

아무리 잘 만든 콘텐츠도 사용자에게 참여를 요구한다면 장벽은 높아진다. 특히나 광고로 보이는 이상, 쉬운 참여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는 중에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1. 고민할 거리가 없어야 한다.
  2. 개인적이고 쉽고 즉각적이어야 한다.
  3. 제품과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 생일, 주소, 차 번호 등등 여러 가지 고민 중 우리가 선택한 것은 당연히도 전화번호였다. 고민할 것 없이 툭하면 탁 나오는 번호. 단순히 숫자만 넣으면 되는 번호. 스마트폰과 연관된 번호. 개인이 정한 개인적인 번호.

많은 사람에게 전화번호 마지막 네 자리는 특별하다. 수년 동안 사용한 번호일 수도 있고, 가족의 공통 번호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생일이거나 특별한 날일 수도 있다. 이런 논의를 통해 캠페인의 가장 큰 테마가 정해졌다.

‘모든 전화번호에는 이야기가 있다!’

 

‘4X10=10,000’의 탄생

우리는 전화번호 네 자리야말로 가장 쉬운 개인적 인풋 소스라 판단하고, 거대한 로드맵을 그리기 시작했다. 네 자리라는 속성을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 구조에 대입해 세로축으로 만들고, 0~9라는 개인별 변수를 가로축으로 만들어 총 40개의 영상으로 1만 가지의 조합이 가능한 표를 만들었다. 또한 각 영상마다 제품의 기능을 겹치지 않게 절묘하게 배치했다.

40개의 영상이라니. 처음엔 무모해 보였지만 표를 구성해 보니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양한 스토리를 만드냐였다. 조합해 보는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40개의 영상이 각기 다른 톤앤매너와 스토리를 가져야 조합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광고이자 영화, 영화이자 광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신경 쓴 점은 스토리의 연결 가능성이었다. 각기 다른 스토리의 절묘한 연결이 캠페인의 주된 재미이자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사의 순서인 기-승-전-결은 만남, 전개, 사건, 결말의 순서로 꼭 지켜져야 했다. 반면 소재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남녀의 이야기로 정하고 코믹, 액션, 로맨스, SF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해 가면서 재미를 부과했다.

마지막 문제는 광고로서의 의무였다. 광고지만 광고처럼 안 보이기 위해서 제품의 역할은 최소화하되 이야기의 중심에 있도록 노력했다. 제품이 나오는 순간 광고로 느껴질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모든 이야기에는 갤럭시 S8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제 일상에서 스마트폰이라는 건 공기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것을 다시 체감했다.

 

캠페인의 메커니즘, 스토리, 연결성, 제품 소구까지 마무리한 시점에서 이제는 어떻게 찍고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두 명의 감독과 두 명의 배우, 네 개의 팀

40개의 영상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우리는 두 분의 감독을 선정했다. 백종열 감독과 김성주 감독은 각각 다른 스토리를 각자의 스타일대로 마음껏 연출했다. 서울, 부산 등 전국 40여 곳 이상의 촬영지를 돌며 하루에 영상 2~3편씩 총 19일 동안 촬영했다. 연출 방법도 감독들의 스타일이 다양하게 반영됐다. 풋풋한 장면은 파스텔 색상이 많이 보이게 연출했고, 액션이 펼쳐지는 장면은 흑백으로 촬영해 몰입감을 높였다.

배우 선정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역할과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기력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했다. 몇 번의 오디션 결과 인디영화계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두 배우를 선정했다. 백철민 씨와 전여빈 씨는, 흔한 말로 야누스 같은 매력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일반적인 규모의 캠페인이 아니다 보니 제일기획 내에서도 많은 팀이 참여했다. 두 개의 CD팀과 전담 기획팀은 40개의 영상 제작에 총력을 다했고, 커넥션비즈니스팀은 플랫폼 내 송출 방식을 새롭게 만들었다. 로딩에 대한 소비자의 걱정을 없애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만 개의 조합을 모두 미리 인코딩한 뒤 실제 로딩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만들었다.

 

큐브무비 라이즈

큐브무비는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광고였고, 사람들의 반응 또한 열광적이었다. 큐브무비 캠페인은 6월 한 달간 총 1400만 회 이상의 영상 조회를 기록했으며 실제 조합을 한 횟수도 100만 건 이상이었다. 평균 사이트 체류 시간 또한 10분에 가까워 한 유저당 최소 두 번의 조합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지표가 유의미한 이유는 광고를 스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넘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번호를 넣어 가며 자신의 광고를 ‘만들어’ 본 숫자이기 때문이다. 수치적인 지표를 넘어 소비자가 보고 싶어 하는 광고를 만들었다는 점 또한 우리를 뿌듯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쉽게 만들 수 없는 방식임을 알지만, 큐브무비를 시작으로 개인화된 광고가 새로운 광고 플랫폼의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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