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10:00

단골 필자였던 최인아 전 부사장은 깊은 애정을 담아 500호 발간을 축하했다. 특히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연재했던 원고들을 기억해 내며 추억을 소환했다. 아이디어를 통해 솔루션을 찾는 제일러들의 능력이 미래에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는 덕담도 건넸다.

 

사보 500호 발간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분이 애쓰셨다고 생각합니다. 변화가 많은 세상이고, 그런 세상에 민감한 광고회사가 한 일이라 더욱 그렇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한번 시작한 일을 중단 없이 이어 가는 뚝심을 발휘하기가 몇 배 더 어렵잖아요. 선배님들과 동료들, 그리고 후배들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1984년에 입사하셨는데, 당시 신입사원 최인아에게 사보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제일기획 사보는 이론을 나열하거나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벌어진 과정과 경험이 공유되는 구조잖아요. 그러니 사보만큼 좋은 텍스트이자 정보 공유의 방식이 따로 없었죠. 특히 저처럼 광고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사보는 교과서였어요. 업무에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소스였습니다.

 

사보에 얽힌 개인적 추억이 있다면?

제가 신입사원이던 시절에 팀을 소개하는 꼭지가 있었는데, 각 팀의 막내가 쓰게 돼 있었고, 각 팀마다 경쟁이 붙어서 어느 팀 원고가 재미 있었다는 평가가 뒤따랐죠. 제가 그 원고를 썼는데 20년 후 우리 팀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렸죠. 미래의 제작 2팀에 대한 제 바람을 투영했던 건데, 이를테면 외출 기록부에 누구는 LA 촬영, 또 누구는 파리 촬영 등으로 기재했어요. 그런데 20년이 아니라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해외 촬영이 일상이 됐고, 나중에 팀원들과 웃으며 그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가 하면 “광고인은 잃어버린 것도 없이 늘 뭔가를 찾는 사람”이라고 하신 팀장님의 말씀도 기억나고, 입사 3년 차에 일본 연수를 다녀온 경험을 사보에 기고했던 일도 생각납니다.

 

단골 필자셨는데 혹시 유독 애착이 가는 원고도 있었나요?

1981년부터 11년 정도 해외 캠페인 사례 소개를 빌미 삼아 제 생각을 녹여 냈던 꼭지가 먼저 떠오르네요. 그리고 2006년에 1년 동안 휴직했다가 복직했을 때 고맙게도 홍보팀에서 지면을 줄 테니 마음대로 써 보라고 해서 2007년 2월호부터 2012년 12월호까지 약 6년을 2페이지씩 연재한 칼럼도 있었죠. 원고 마감이란 게 ‘없는 집 제삿날 돌아오듯’ 하긴 했지만 그리 고달프지만은 않았어요. 원고를 위해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 곧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기도 했거든요. 그 가운데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두 개의 원고가 있어요. 하나는 복직하면서 썼던 원고이고, 다른 하나는 퇴사하면서 썼던 원고죠. 복직할 무렵 ‘아, 내가 늙는구나’란 생각에 한창 잠겨 있을 때 쓴 「내려가는 길」이란 제목의 글이 있어요. 당시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출연했던 변희봉 씨가 “저는 지는 해입니다”라고 시작했던 수상 소감을 인용하면서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때 더 잘 내려가야 하겠더라”는 고민을 토로했었죠. 조직을 잘 관리해서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이라는 회사의 새로운 미션을 통해 어떻게 잘 내려갈 것인가를 얘기했었습니다. 그리고 퇴직할 때 썼던 마지막 원고에서 “나는 승리했을 때나 패배했을 때나 필드에 있었다. 나는 골퍼니까”란 닥스골프의 카피를 인용했던 기억도 납니다.

 

향후 사보가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예측하신다면?

그런 예지력은 없고, 다만 저의 바람은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제일기획 사보는 일종의 업계지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뭐냐 하는 어젠다를 세팅하는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중요한 이슈에 대해 엄선된 정보를 가려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독자가 우리 사보에서 솔루션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 사보의 역할은 종이 사보든 온라인 사보든 형식의 변화와 무관하게 유지돼야 할 겁니다.

 

후배 제일러들에게 당부의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자부심을 가지시라’는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그 일을 하고 있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니까요. 밖에 나와 보니, 그 안에서 일하며 가지게 된 능력이 앞으로 점점 더 귀하게 쓰일 것이란 확신이 들더군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사보의 역할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하루하루 아이디어를 통해서 솔루션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제일러들의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스스로 의미를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세요.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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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arlgrey says:

    타 회사에서 사보를 담당하는 홍보실 직원입니다~ 가끔 보러오는 제일기획 사보는 저에게 좋은 교보재입니다. ㅎㅎ 앞으로도 좋은 사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