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 Magazine 2017. 9
인터뷰이 김재산 마스터(Brand Experience 부문장)
김재산 마스터는 사보 500호 발간에 대해 수십 년 세월의 ‘역사성’과 제일러들의 기량이 담긴 전문지로서 ‘특수성’을 강조했다. 모든 구성원들의 노고가 바탕이 됐기에 자축하고 싶다면서 아울러 이를 기회 삼아 더욱 끈끈한 유대감으로 내일을 준비하자는 메시지도 전했다.
사보 500호 발간을 맞아 감회가 궁금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지가, 그것도 한 기업에 의해 40년 넘게 발간돼 왔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보가 업계를 리드하고 중심을 세우는 전문지로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구성원의 강한 의지와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해도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사 후 사보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점은?
일반적으로 사보는 사내 동향을 공유하는 정도의 기능에 국한됩니다. 그런데 제일기획 사보는 사내보를 넘어 전문지 성격을 띠고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이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툴이 존재하지만, 제가 입사했던 당시만 해도 다른 팀과 동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죠. 사보는 다른 팀과 동료들의 정제된 생각을 글로 읽을 수 있는 기회여서 개인적으로 큰 자극이 됐습니다. 우리 사보는 창사 이후 제일기획의 오늘을 있게 한 제일러들의 기량이 담긴 흔적이자, 한 기업의 역사를 뛰어넘어 한국의 광고 역사를 반추하는 유용한 텍스트가 될 것입니다.
표지 모델을 두 번씩이나 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돌아가면서 표지 모델을 하는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런데 전체 직원 수와 발간 횟수를 따져 보니, 흔한 기회는 아니더군요. 물론 제 표지 사진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지만 말이죠, 하하하. 돌이켜 보면 표지 모델은 제 업무 실적에 대한 일종의 평가였던 셈이죠. 개인적으로 보람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일으킨 자극제이기도 했습니다.
사보가 담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지금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책과 달리 매거진은 속성상 시의성과 트렌드에 주목하게 되죠. 제일기획이 추구하는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트렌드 인사이트가 어떤 기제로 움직이는지 주목해야 하는데, 현재의 지향점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사실 제일기획은 넓이 있는 일들을 잘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깊이 있게 바라보는 일들을 잘해야 합니다. 따라서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사보의 최근 편집 방향은 정확합니다.
‘내가 사보 편집자라면 이렇게 만들 텐데’라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만약 지금 저에게 업무가 주어진다면 제일러들의 모든 창작물에 포함된 크리에이티브한 점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추진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의 광고는 규정된 형식에 얽매인 창작이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체험 마케팅에서 그러하듯 형식을 찾는 일부터가 크리에이티브죠. 종이 사보에서 온라인 매거진으로 사보의 형식이 바뀌었듯,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가 변화하는 것처럼 세상의 진화를 반영한 형식의 변화도 보여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죠. 생각은 그렇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겠죠? 하하하.
광고인으로서 자신만의 습관이나 철학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시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과정을 더 중시하는 편이죠. 왜냐하면 과정이란 건 질문이고, 큰 그림에서 봤을 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문명이 질문에서 출발했듯 겉모습보다 내면을 파악하려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싸이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을 때 어떤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감탄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왜 그런 반향이 있었는지에 대한 내면의 본질적 이유를 따질 겁니다. 광고인은 후자여야 하는 것이죠. 요즘 크리에이티브보다 솔루션이란 말을 더 많이 쓰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즉 내면을 직시해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더욱 가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요즘 개인적으로 각론보다는 개론을, 또 철학과 같은 기초 학문이나 사상에 주목하면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선후배 제일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일기획은 단순히 ‘회사’ 이름이 아닌, ‘구성원들의 집합체’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 스스로에 대해 어떤 애정을 갖느냐가 회사에 대한 애정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죠. 단단한 자기애를 통해서 스스로 성장하고 그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주변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끈끈한 유대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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